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521)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521화(521/537)
< 영원을 향해서 >
사람은 누구나 영원을 꿈꾼다.
영원한 사랑, 영원한 맹세, 영원한 통치.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끝은 언제나 도래하게 되어있다.
사람들이 영원을 추구하는 건 그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황제 이래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있는 단어.
중화제국의 황제인 천자라는 칭호는 지금까지 쭉 중원 사람들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청 말기부터 이런 자부심의 근간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작이 언제부터였는가 되짚어 올라가보면 역시 대영제국과의 전쟁 부터였다.
제법 잘나가는 자들이라고는 해도 결국 서양 오랑캐의 수괴 정도로 여겼던 대영제국에게 중원의 천자국이 참패했다.
충격적이기는 해도 여기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지금까지 중원의 제국들이 북방 오랑캐들에게 패했던 적은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흉노부터 거란, 여진, 몽골까지.
강력한 오랑캐들이 무력으로 중원으로 밀고내려온 건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전례 없었던 영토 할양이라는 굴욕적 강화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이미 반란을 진압할 여력이 없었던 청나라는 그 반란진압마저 서양 열강들의 힘을 빌렸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이권을 빼앗기고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아줄 수 있었다.
어쨌거나 대영제국은 세계 최강대국이었으며 부정할 여지 없이 청보다 훨씬 더 앞선 문물을 가진 나라였으니까.
실제로 대영제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온 관리들은 하나같이 대영제국과 청나라의 격차가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외쳤고, 이들의 앞선 기술을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끝내 한족들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뒤엎는 대사건이 벌어졌으니 그게 바로 조선 일본 연합과의 전쟁이었다.
옛날 해안가를 약탈하기나 하던 수준 낮은 왜구들과 자신들에게 사대를 바치던 조공국과의 전쟁이다.
아무리 청이 약해졌어도 설마하니 저런 놈들에게까지 지겠냐는 게 대다수의 예측이었다.
하지만 그 설마가 실제로 일어나버렸고 이 충격은 상상외로 컸다.
“세상에 하다하다 이제 조선에게까지 땅을 빼앗기다니.”
“서양 놈들에게는 몰라도 아시아에서만큼은 우리가 최고 아니었나? 어째서?”
가장 먼저 지방에서 조용히 불만을 축적 중이던 한족들이 불타올랐다.
“이게 다 만주족들이 나라를 이끌어서 이 지경이 된 거 아니냐?”
“한족들이 나라를 이끌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역시 만주족들은 이 나라를 이끌 자격이 없어!”
북경에서 호의호식하는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은 주로 남부를 중심으로 전개됐는데 이 중심지는 단연코 광저우였다.
광저우는 대영제국령 홍콩의 바로 옆이라 본토에서 수배를 당해도 언제든 홍콩으로 탈주가 가능했고 청나라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
게다가 홍콩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은 현재 청나라가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365일 24시간 내내 실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욱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
쑨원 같은 이도 그런 혈기왕성한 젊은이들 중 하나였다.
“청나라는 답이 없어! 우리 민족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청을 무너뜨리는 수밖에 없다고!”
“그럼 혁명을 일으켜야 하는 건가?”
“그래! 혁명! 이 썩어빠진 체제를 박살내고 우리 중화민족의 정기를 바로세우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하지만 혁명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텐데···.”
쑨원과 함께 홍콩의 학교에서 공부한 동기들은 대부분 청이 썩었다는 사실 자체는 동감했다.
청이 무너져야 중화가 살아난다는 주장 역시 동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관건은 역시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였다.
“지금까지 혁명으로 나라를 엎은 사례는 꽤 있잖아? 대표적으로 남부의 공산혁명과 러시아의 무정부주의 혁명이 있지!”
“하지만 러시아는 몰라도 남부는 성공적이라고 하기 어려울 거 같은데···결국엔 독재자가 들어섰는데 그게 무슨 혁명이야?”
“맞는 말이야. 공산혁명이나 무정부주의 혁명은 다 실패로 끝났어. 그렇다고 우리가 대영제국처럼 입헌군주제를 지향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 이 나라는 지금까지 쭉 절대적인 황권의 지배하에 있었으니까.”
중원에서 황제라는 칭호가 가지는 의미는 서양의 왕과는 다르다.
하늘의 아들, 천명을 집행하는 존재가 어떻게 헌법 같은 인간의 법칙에 얽매일 수 있다는 말인가.
실제로 대영제국은 명백한 입헌군주제였으나 대영제국에 사대하는 조선이나 일본은 대영제국의 황제를 법에 얽매인 존재로 보지 않았다.
여기 홍콩에서 공부하는 아시아인들만 해도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황제나 킬리언을 거의 반인반신쯤으로 보고 있었고, 쑨원 역시 그런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해. 황제나 귀족이 없는 세상. 우리 중화 민족이 다 같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목표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그런 강대국이 세상에 있나?”
“하나 있긴 하지. 저기 아메리카 대륙의 미합중국이 그런 나라잖아? 귀족도 없고, 투표로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는 시민들의 국가.”
공산혁명이나 무정부주의 혁명과는 다른 민주혁명.
쑨원은 이 길이야말로 자신들이 걸어나가야 할 길이라고 확신했다.
지금은 청나라에 잡혀갈까봐 안전한 홍콩에서 숨어있지만 때가 된다면 중원으로 건너가 자신들만의 단체를 세울 것이다.
이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 어느 세력을 끌어들여도, 심지어 영토 할양을 하더라도 상관 없다.
이미 영국의 속령이 된 이 곳 홍콩이나 상해 대만 해남을 다시 중화의 품으로 되돌리는 건 이미 포기했다.
실시간으로 대영제국에 철저히 동화되가는 이곳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같은 민족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결국 그가 무언가를 이뤄내고자 한다면 중원의 호응을 이끌어내야만 한다.
2000년이 넘게 이어진 굴레를 끊어내고 진정한 의미에서 중화민족들이 자립하기 위해.
혈기 왕성한 청년 쑨원의 안에 중화민국이라는 네 글자가 마치 낙인처럼 박혀들고 있었다.
* * *
[···여당의 중심축인 디즈레일리 의원이 건강 악화로 인해 모든 공적인 업무에서 물러나며 세간에 우려가 번지고 있다. 빅토리아 황제는 디즈레일리 의원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발표를······.]책상 위에 놓인 기사를 소리내서 읽자 침대에 누워있던 노인이 피식 웃었다.
“저번에 저만 빼고 총리님과 파티를 벌였다지요? 다 들었습니다.”
“나는 분명히 불렀는데 그때 의원님이 못나온 거 아닙니까. 억울하면 빨리 회복해서 참여하시던가.”
“그래야죠. 이거 참 몸이 아프니까 다른 건 괜찮은데 바깥을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게 제일 신경쓰입니다. 세상이 저렇게나 빨리 흘러가고 있는데 집구석에 처박혀 있기만 해야 하니 원.”
런던 빅토리아 병원.
VIP 개인실.
나는 넓직한 침대를 홀로 쓰고 있는 디즈레일리의 푸념을 들으며 그가 읽고 싶어하던 여러 보고서를가져왔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캐나다에서 유전이 터졌다고요. 어제 방문한 총리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폐하께서 미리 알고 계셨던 거 같다고 하던데요.”
“알고 있던 거 맞습니다. 친절하게 그렇게 다 말해줬는데도 내 말을 못 믿더군요.”
“하하하. 차라리 미래를 보고 왔다고 하지 그러셨습니까.”
“어? 예리하시네요. 비밀인데 의원님이 말한대로입니다.”
디즈레일리는 헛웃음을 흘리며 침대에 누운채로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폐하께서도 이제 늙으셨나 봅니다. 세살짜리 꼬마 아이도 믿지 않을 농담을 다 하시고.”
“그렇습니까? 확실히 요새 나도 무릎이나 허리가 영 예전 같지가 않아요. 젊었을 때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버릇을 들였어야 했는데.”
“크크큭, 다함께 시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억울하지는 않군요.”
기조 총리를 시작으로 제임스, 김좌근, 얼마 전에는 자유당의 러셀이 세상을 떠났다.
글래드스턴이 그렇게 침통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씁쓸해 하던 디즈레일리는 몇 년 뒤 본인도 심장질환으로 앓아 누웠다.
“그래도 몸은 지금이 훨씬 편합니다. 귀찮은 일도 안해도 되고 연설도 없고 지방 순회 일정도 없으니 얼마나 편합니까? 때 되면 밥도 가져다 주고 몸이 아프다고 하면 와서 마사지까지 해주는데 이런 호사가 또 없어요.”
“이 병원에서 현재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으니까 그런 거죠. 내가 의원님을 담당하는 의료진들에게 얼마나 신신당부했는지 알면 감동으로 눈물을 줄줄 흘릴 겁니다.”
그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 맡에 굴러다니는 신문을 주워들었다.
“폐하께서도 제 쾌유를 바란다는 공식성명을 내셨더군요. 이 대영제국에서 황실의 걱정을 이렇게 한몸에 받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건 확실히 저정도 뿐이겠죠. 나중에 총리님이 몸져 누운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거 듣기만 해도 끔찍한 소리는 좀 하지 맙시다.”
“이렇게 누워 있으니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어차피 다들 언젠가 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강아지를 키울 때도 길어도 15년 뒤면 보내줘야 한다는 걸 다들 알지만 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디즈레일리는 신문의 뒷장을 구석구석 읽어보며 나직하게 혀를 찼다.
“그나저나 글래드스턴 이 인간은 아직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군요. 심장을 두개라도 달았나···무슨 활동량이 이렇답니까?”
“얼마전에 봤는데 나름 걱정하는 눈치긴 했습니다. 잘 회복해서 다시 의정활동을 하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사실인 걸 증명하고 싶다면 제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읽어보라고 한번 해보십시오. 흔쾌히 받아들인다면 저도 그 인간의 진심을 인정할 테니.”
“아 재수 없게 그 놈의 장례식 이야기 좀 그만하라니까요.”
“뭐, 그래도 괜찮지 않습니까. 제임스처럼 어디 타지에서 조용히 눈 감는 것도 아니고 이곳 런던에서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떠나갈 테니까. 만족합니다.”
마지막을 눈앞에 둔 사람이면 이렇게 모든 걸 내려놓게 되는 건가.
야망으로 불타오르던 젊은 날의 모습이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그는 속세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 보였다.
“폐하께서는 또 뭘 원하고 계십니까?”
“원하다뇨. 나도 바라던 건 다 끝냈습니다. 그러니까 아들내미한테 다 물려주고 이렇게 즐기고 있는 거죠.”
“그런 거 치고는 여전히 뭔가를 하시고 계시던데요? 애들레이드주의 석유 시추작업도 폐하의 지시였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냥 내가 이뤄놓은 것들이 몇 세대 반짝하고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무리 작업을 해두는 것 뿐이죠.”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누구나가 그 닿을 수 없는 가치를 동경하듯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내 증손자는 물론이고 고손자의 고손자까지 가더라도 이 손으로 일구어놓은 것들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다.
단순한 사기업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세계 최강대국의 황실이라는 배경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겠나.
“궁금해 죽겠는데 이야기 좀 해주십시오. 솔직히 지금 폐하의 주변 사람들 중 무덤까지 비밀을 지키고 가겠다는 약속을 저만큼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폐하의 구상을 듣지 못한 채 눈을 감는다면 너무 억울해서 주님의 곁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허참,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답을 해주지 않으면 내가 진짜 나쁜 놈이 되지 않습니까.”
하긴 지금까지 문자 그대로 반백년을 함께 해온 파트너가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저런 자그마한 호기심조차 충족시켜주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
“그러니까 제가 자손들에게 물려주려는 건 대강 이겁니다. 먼저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만 계속 쥐고 있어도 세계 물류의 큰 손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걸 알 테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이 외에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게 될 합중국의 곡물 시장을 내 아들이 운영하는 비상장 기업으로 먹어치울 겁니다.”
“···호오. 그럼 역시 최근 무섭게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석유도?”
“ 캐나다만이 아니라 알래스카에도 아마 엄청나게 묻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황실 직할령으로 삼은 중동의 여러 지역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에 추가로 동북아시아에 있는 대영제국령과 조선, 일본을 아우르는 거대한 기업을 만들면 대략적인 밑준비는 다 끝난다는 말에 디즈레일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일을 계획하고 계셨군요. 제가 그 장대한 작업에 한 팔 보탰다고 생각하니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입니다. 하하하! 지금이 황실의 전성기일줄 알았는데 아직 전성기가 오려면 한참이나 더 남았다니 아쉽긴 하네요. 실제로 한번쯤 보고 싶었는데.”
“나도 그걸 실제로는 볼 수 없을 테니 그냥 상상속의 광경으로만 남겨둬야죠.”
그렇게 한동안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다가 나는 밤이 다 돼서야 병실을 떠났다.
뭔가 싱숭생숭한 기분을 느끼며 버킹엄으로 돌아왔을 때즘, 허겁지겁 달려나온 시종이 디즈레일리가 방금 막 숨을 거두었다는 전화가 왔다고 전해주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