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05
105. 룬-아르미 아카데미 미스터리 조사단
학생들에게 뜻밖의 과제를 던져 주고 이틀째 되던 날, 점심을 먹은 나는 교수실에서 식곤증을 즐기며 졸고 있었다.
마침 오후에 수업이 없으니 종례 때까지는 개꿀…….
쾅!
“교수니임~!”
제일 먼저 제인의 맑은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아이참! 밥 먹고 바로 자면 몸에 안 좋아요!”
뒤이어 아스카가 잔소리하는 여동생처럼 달려오더니, 소파에서 졸고 있던 내 배 위에 앉았다.
아스카가 엉덩이로 한 하임리히 요법에, 순간 아까 먹었던 점심이 목구멍으로 넘어올 뻔했다.
“내, 내려와!”
누군가에게는 포상일 법한 짓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아니다.
……아닐 것이다.
교수실로 쾅! 쳐들어온 제자들.
일주일 중 적어도 3일은 이렇게 온다.
덕분에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막 자려고 할 때 와야겠니?
나는 비몽사몽인 눈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아까 숙제 내준 것 때문에 왔나? 어떤 사적인 부탁을 하려고?’
어린것들이 벌써 못된 것만 배워서!
만약 그것 때문이라면 발로 뻐엉 차서 내쫓고 말 테다.
“저희 동아리 만들게 지원 좀 해 주세요!”
“……동아리?”
그거야 뭐 어려운 것은 아니다.
행정적인 절차야 내가 행정학 교수니까 한 시간이면 끝난다.
예산이 문제인데…….
‘예산이 모자르면 지들 돈 쓰겠지.’
거지가 부자 걱정하는 꼴이다.
다만 문제는…….
“너무 문제 되는 것만 아니면 당연히 해 주마. 그런데 나는 지금 동아리 담임을 해 줄 수 없어. 알다시피 담임직은 겸직이 불가능하거든.”
내 말에 학생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반응이다.
“괜찮습니다. 동아리 담임은 다른 분께서 해 주기로 했거든요.”
로지가 말했다.
“정령학의 데이지 아프릴레 교수님이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아프릴레 교수가? 흐음…….”
정 안 되면 루키엘을 동아리 담임으로 던져 넣으려고 했는데…….
로지의 입에서 데이지가 언급되자, 묘하게 신경 쓰였다.
“그래서 동아리 이름이 뭔데?”
내 물음에 로지가 옅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룬-아르미 아카데미 미스터리 조사단입니다.”
“……램(RAM) 조사단?!”
“……램이요?”
“아…… 각 단어의 첫 문자만 합치면 그렇게 되잖아.”
“그렇네요! 나중에 동아리 유니폼 만들 때 참고해야겠어요.”
급히 말한 변명이었지만 원작에 있던 팩트였기 때문에 잘 넘어갔다.
‘근데 왜 이게 벌써 나와?’
본래라면 내년에야 등장할 동아리다.
“그나저나 갑자기 왜 미스터리야?”
도대체 뭣 때문에 먼저 나온 거지?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제인이 눈을 빛내며 답했다.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요. 저희는 주제를 아카데미서 일어난 모든 사건 사고에 대한 통계를 조사하기로 했거든요!”
“…….”
나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데이지 이 여자는 자기가 담임인 동아리인데, 왜 직접 안 오고 애들한테 시키는데?’
뭔가 은근히 괘씸하네?
“근데 굳이 과제 때문에 동아리를 만들어야 하나?”
내 물음에 제인이 입을 조금 내밀면서 말했다.
“일부 조사를 하려니까 학생 개인의 신분으론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요.”
옆에 있던 아리아도 추가 설명을 한다.
“루키엘 교수님 말로는 동아리를 만들면 정보의 접근 가능 레벨이 올라간다고 해서요!”
루키엘, 얘는 또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해서…….
“일단 알았다. 관련 서류를 구해다 줄 테니 반에 가 있거라.”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다.
원래라면 내가 내년쯤에 일부러라도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문제는…….
‘동아리 담임이 데이지라는 것이지.’
본래 계획이라면 내년에 담임직을 루키엘에게 던지고 내가 동아리 담임 교수를 하려 했다.
‘과제의 주제도 그렇고 동아리 결성 사유도 그렇고. 로지, 저 녀석이 의도적으로 튼 거 같은데?’
이걸 핑계로 아카데미에 숨겨진 환상 군단을 조사할 생각이구나.
‘루키엘! 루키엘!!’
교수실로 나선 나는 속으로 루키엘을 외치며 달렸다.
교수실 복도에 마련된 휴게실
“그게…… 이미 그렇게 짜 버려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도 당했다니까요?”
루키엘은 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데이지가 동아리 담임을 해 주기로 했다, 이거지?”
“예. 뭐, 그렇죠.”
“데이지랑은 영영 안 된 거냐?”
“……제가 자존심 구기면서까지 접근했는데 관심도 없는 걸 어쩝니까?”
내 물음에 루키엘이 퉁명스레 답했다.
“하아, 천하의 루키엘이 이딴 대우를 받다니! 아니, 저도 어디 가서 못난이 취급은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인기가 많은 편인데…….”
루키엘의 어깨가 축 처졌다.
“루키엘 교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그때, 축 처진 루키엘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루키엘 교수는 충분히 매력적이니까요.”
“총, 총장님!!”
“마리아 총장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네요, 루카스 교수, 루키엘 교수.”
나와 루키엘은 갑작스러운 총장의 등장에 화들짝 인사를 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율카네스 노인네랑 안 붙어 있네?’
이미 율카네스와 마리아와 관련된 이상한 소문이 아카데미 전체에 퍼져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연인 관계는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처음엔 나도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렇고 그런 관계로 해석했다.
하지만 주시해서 보니, 두 사람은 가까워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철벽을 세우고 있었다.
심지어 미녀라면 가리지 않는 발정 난 율카네스조차, 마리아 총장은 절대 이성으로 보지 않는 듯했다.
“그나저나 율카네스 마법 학부장은 어디 갔습니까?”
내 물음에 마리아가 싱긋 웃는다. 마치 거추장스러운 짐을 드디어 해결했다는 듯이.
“잠시 일이 있어서 제국에 갔어요.”
“제국 말입니까? 현자의 탑에 간 건가요?!”
늘 입만 열면 세계의 균형이니 어쩌니 나불대던 노인네가 무거운 엉덩이를 떼셨다니.
‘데이지랑 로지스트도 그렇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괜히 불안하게.’
총장의 말에 절로 불안해졌다.
“글쎄요, 중간에 현자의 탑에 들를 수는 있겠지만, 거기가 목적지는 아닌 것 같았어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군요.”
마리아 총장의 애매한 대답.
‘알고 있는데 말 안 하는 거군.’
굳이 말하지 않겠다는데, 일개 평교수가 총장에게 심문하듯이 물을 수도 없다.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나는 마리아 총장의 눈을 응시했다.
회색 머리에 검은색 눈동자.
전반적으로 흐린 날의 하늘을 보는 것 같은 탁한 모습이다.
‘점점 신분제가 심해지던 아카데미를 바꾸기 위해 왔다는 얘기가 있었지.’
전 국왕 라이오스 때에는 능력만 있으면 귀족처럼 출세할 수 있었다.
그랬던 사회 분위기가 반정 이후 서서히 신성 시대로 퇴보 중이다.
이 분위기는 룬-아르미 아카데미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런 학풍의 변질을 우려한 이사회가 무리해 가며 앉힌 총장이 마리아였다.
‘그리고 원작에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인물이지.’
본래라면 체스카드 왕실과 친한 성향의 인물이 총장으로 있어야 했는데…….
‘정작 그 인물은 작년에 마차 사고로 죽었다고 하니…….’
내 시선을 받은 마리아가 피하지 않고 눈을 마주 본다.
‘마리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원작에서 뭘 하고 있던 인물이었을까?’
단순히 추가된 인물이었을까?
“그나저나 두 분은 뭘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나요?”
“아아, 이번에 저희 알트 반 학생 몇몇이 동아리를 만든다고 해서요.”
“그 미스터리 조사단인가 하는 동아리 말인가요? 담임을 아프릴레 교수가 맡는다고 했죠?”
마리아의 물음에 내가 눈썹에 힘을 주고서 루키엘을 째려봤다.
‘총장한테 언제 말한 거야?’
내 눈빛에 루키엘이 감히 마주 보지 못하고 먼 창밖을 본다.
“예, 맞습니다. 그거 때문에 대화 중이었습니다.”
“그걸 왜 루카스 교수님이 신경 쓰시죠? 엄연히 동아리 담임 교수로 내정된 아프릴레 교수가 해야지요.”
“그래도 신청서는 준비해 주려고요. 명색이 행정학 교수고 동아리 구성원이 전부 저희 반 애들이다 보니.”
딱 신청서까지다. 호구처럼 밥상까지 차려 줄 필요는 없지.
“물론 전부 다 해 줄 생각은 없습니다. 아프릴레 교수에게 관련 서류나 던져 주려고 했습니다.”
겸사겸사 이걸 핑계로 데이지와 심도 있는 대화도 나눠 보자.
‘생각할수록 괘씸하네? 동아리 담임인 지가 직접 와야지, 왜 애들을 시켜?’
실프 강탈(?) 사건 이후 데이지는 나를 극도로 피했다.
멀리서 마주쳐도 화들짝 놀라 어디론가 숨기 바빴다.
그러면서 우리 반 애들, 특히 로지와 제인과는 가까이 지내는 낌새다.
“그렇군요.”
일개 동아리 창설이지만 요주의 학생들과 데이지가 관련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총장까지도 관심을 가진다.
“그럼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하세요.”
“총장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마리아는 그 말을 끝으로 가던 길을 갔다.
“그럼 나도 이만. 제 몫까지 데이지 그 여자를 괴롭혀 줘요, 루카스 교수님!”
루키엘도 나와의 대화를 마치곤 휴게실을 떠났다.
휴게실을 나선 루키엘은 자신의 교수실로 가지 않았다.
“총장님, 같이 가요~!”
저 멀리 가는 총장의 뒤를 쫓는다.
먼저 가던 마리아가 루키엘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멈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루키엘을 기다려 준다.
‘……뭐야?’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데 뭔가 은근히 잘 어울린다.
‘설마……?’
이상한 생각이 잠깐 떠올랐지만.
‘에이, 아니겠지.’
나는 고개를 젓고는 휴게실을 나섰다.
노크도 없이, 콰앙!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교수실에 있던 데이지가 갑자기 쾅! 하고 열린 문을 노려본다.
“감히 교수실 문을 무례…… 히익!”
하지만 교수실로 쳐들어온 사람이 나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바로 눈을 깐다.
“무례해? 학생들 시켜서 짬 처리시킨 그쪽은 안 무례하고?”
“뭐, 뭐가요? 짬이 뭔데요?”
“본인이 동아리 담당 교수직을 하기로 했으면, 행정적인 것도 직접 챙겨야지. 왜 나한테 일을 넘기는 건데?”
“애들이 하겠다고 해서…….”
“어쭈?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 이럴 거면 동아리 담임직도 넘기든가.”
좀 억지긴 하지만 한번 시도는 해 보는 게 좋겠지.
내가 안 되면,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루키엘이나 아서에게 맡기면 되니까.
“싫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데이지는 거절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에?”
내가 너무 순순히 물러서자, 오히려 데이지가 당황한 모양이다.
“여기 신청서. 그 외의 서류들은 직접 알아보도록.”
데이지는 내가 던져 준 서류들을 멍하니 받았다.
그러면서 여전히 경계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본다.
“그런데 말이야, 로지와는 무슨 관계지?”
“……무슨 관계라니요?”
“유독 그 녀석이랑 가까이 지내는 거 같아서 말이지.”
“그거야, 로지와 제니 두 학생에게 정령 친화력이 높게 나와서 그런 거예요!”
“친화력이 높은 건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아직도 정령과 계약을 안 시켜 주는 건데?”
“정령 계약이 그렇게 쉽게 되는 줄 아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이해 안 간다는 눈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실프를 소환했다.
실프가 내 어깨에 앉아 전 주인인 데이지를 쳐다본다.
선호작품 등록/취소
알림 등록/취소
제1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