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06
106. 킁킁, 이게 무슨 냄새여?
“그건 당신이 이상한 거고!”
데이지가 씩씩거리며 외쳤다.
‘뭔가 이상하군. 정령 친화력이 있다면 계약하는 데 그리 오래 안 걸리는데?’
원작에서도 그랬고, 드라센에서의 경험으로도 재확인한 사실이다.
‘북부 사람들이 정령에 대해 무지하다고 개수작 부리는 거 아니야?’
이종족과 하프가 많은 제국이었다면 절대 통하지 않았을 짓이다.
‘아니야. 내게 정령을 빼앗긴 것처럼 저 여자에게 뭔가 큰 문제가 있어서 그럴지도?’
일단 이 문제는 넘기기로 했다.
제인을 비롯한 학생들에게 데이지가 어떤 의혹이 있는 사람인지 얘기해 놨기 때문이다.
다들 겉으론 따르면서 뒤로는 경계하고 있다. 여차하면 나와 루키엘, 율카네스가 개입하면 되고.
“하긴, 타 전공 교수에게 이래저래 참견하는 것도 실례긴 하군.”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거고. 이 여자의 짬 처리도 일부 해 줬는데, 그냥 가기엔 수지타산이 안 맞다.
“그러면 말이야, 로지와 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나는 데이지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이미 우리 쪽이나 그쪽이나 말만 안 했지, 알 건 다 아는 상황이다. 쓸데없이 밀당할 필요는 없잖아?
“그게 뭔 소린가요? 제국이랑 로지 학생이 무슨 관련이 있나요?”
내 말에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데이지.
‘이제야 본 모습을 드러낸 모양이군.’
눈앞의 데이지는 평소의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불안정한 모습과 많이 달랐다.
“폰셔 백작과 정말 관련이 없나? 그쪽과 로지 둘 다.”
폰셔 백작이 내 입에서 언급되자, 데이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쪽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흐음……. 그렇단 말이지?”
로지는 부유한 귀족의 후원을 받는 학생으로 되어 있다.
원작에서 로지는 오스카에서 유학 온 귀족 학생이었다.
메이슨 가문이라고, 대대로 오스카 남부에 위치한 귀족 가문이다.
그런데 현재는 평민인 로지 메이슨이 되어 있었다.
체스카드 왕국에 속한 어느 귀족의 후원을 받는 평민으로 말이다.
‘물론 메이슨이라는 성이 흔한 편이긴 해.’
혹시나 해서 오스카의 프리미오 재상을 통해, 메이슨이라는 귀족 가문이 오스카에 있는지 확인도 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가문이었다.
‘로지를 후원하는 체스카드의 귀족 가문은 이름만 있는 몰락한 가문이야. 영지도 저택도 없어. 후원은 절대 하지 못해.’
한마디로 제국이 체스카드 왕국에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작업해 놓은 가문이다.
지구로 치면 페이퍼 컴퍼니랄까?
‘제국에서 로지의 정체를 모를 수가 없을 텐데, 뻔히 알면서 그를 지원한다고?!’
무엇보다 제국에서 로지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를 죽이려던 원작과 달리, 현작에선 아낌없이 지원을 한다. 포섭한 이중 첩자까지 동원해서.
“왜 그런 눈으로 저를 쳐다보세요?!”
데이지의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가 내 상념을 깨웠다.
“정말 말 안 할 건가?”
이 모든 궁금증의 답을 알고 있을 여자를 노려봤다.
나는 천천히 데이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흠칫 뒤로 물러난다.
킁킁. 그때, 그녀에게서 뭔가 익숙한 냄새가 났다.
“뭐 하는 짓이에요!”
내 행동에 데이지가 기겁한다.
그녀의 비명에도 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냄새…….!’
“너, 하프 엘프 맞아?”
어디서 많이 맡아 본 냄새다.
“왜 너에게서 어둠의 냄새, 마족의 냄새가 나지?”
밀폐된 교수실에 단둘이 있어서 그랬을까? 데이지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정확히는, 익숙하지만 절대 나서는 안 되는 냄새가.
과거 오스카의 전 여왕, 서큐버스 에르카네에게서 풍기던 냄새가 미미하지만 데이지에게서도 났다.
“무슨 그딴 소리를 하는 거죠? 이건 엄청난 모욕과 성희롱이라고요!”
데이지가 내게 실프를 빼앗겼던 이후로 처음 크게 소리 친다.
“자꾸 이렇게 나오면 아카데미 윤리회에 신고할 거예요!”
그녀가 반발하든 말든, 나는 꽥꽥 소리 지르는 데이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 하프 엘프 맞아?”
“끼아아아아악!!”
내 손이 닿자마자, 데이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감정적인 이유로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다.
“제, 제발! 아아아아아……!”
그녀는 정말로 내 손길에 고통스러워했다.
‘왜 이래?’
나야말로 당혹스럽다.
―이전 주인 상태 안 좋아. 심하게 오염됐어. 어둠의 정령이 그녀의 영혼에 똬리를 틀었어.
내 뒤에서 떠다니고 있던 실프가 그 이유를 말해 줬다.
“어둠의 정령?! 진짜 마족이었단 말이야?”
어둠의 정령. 마족이나 어둠 성향의 이종족만이 다룰 수 있는 정령이다.
‘아니야. 마족은 아니야.’
마족이었나, 라고 생각했다가 바로 생각을 고쳤다.
북부에서 마족이 교단을 피해서 이렇게 대놓고 활개 칠 수 있다고?
‘제국도 그건 힘들어’
타르타트라는 리치가 황궁 마법사로 있지만, 그도 마족과 악마 문과 관련된 행위는 대놓고 하지 못한다.
제국에도 제르다교의 다른 교파인 아한교가 국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에르카네는 황금시대의 아티팩트와 여왕이라는 신분이 있었으니 예외로 치자.’
데이지가 마족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고서 이 상황을 본다면?
“설마 그냥 하프 엘프가 아니라…… 하프 다크 엘프?!”
“무, 무슨, 절대 아니라고요! 내가…… 나는 하프 엘프…… 아악!!”
내 말에 데이지가 부정한다.
하지만 큰 부정은 긍정이지 않던가?
‘그나저나 내 몸에 왜 이렇게 경기를 일으키는 거지?’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앨리스도…….’
아스카 못지않게 저돌적이었던 앨리스도 그날 밤 이후론 나를 조심스러워했다.
‘정확히는 흑마법을 쓴 후, 내 품에 안겨 이런저런 치료를 받은 이후였지.’
그리고 눈앞에 어둠 속성의 힘을 사용하는 여자가 또 있다.
심지어 그녀는 앨리스보다 더 반응이 컸다.
사제의 신성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듯한 모습.
‘그렇다면 내 몸에 알게 모르게 신성력이 흐른다는 건가?’
하지만 그걸 지금까지 모를 수가 있나?
율카네스도 있고, 오스카에서 동고동락한 팔라딘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신성력을 모를 수가 있나?
‘도대체 뭐 하던 몸이야?’
빙의하였고 이제는 완전히 나의 것이 된 몸이었지만 알면 알수록 미스터리다.
‘뭐, 세레나데 말로는 자연스레 깨달아야 된다고 하니……. 조급해 하지 말자.’
세레나데의 말을 상기하면서 나는 눈앞의 데이지를 봤다.
“흐으으으윽……. 으으으으……. 제발…….”
내 손에 닿은 데이지가 이제는 발악할 힘도 없는지 축 늘어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표정은 고통에 몸부림친다.
“손을 치워 달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데이지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치웠다.
“허억, 허억……. 하아.”
내 손이 치워지자마자, 마치 숨을 못 쉬다 다시 쉬게 된 사람처럼 행동하는 데이지.
“어림도 없지.”
그런 데이지를 보자, 나는 다시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잡았다.
“끄어업!”
조르지는 않았고 단순히 잡기만 했다.
“제, 제발! 제발…… 사, 살려…….”
데이지는 목이 졸리는 사람처럼 괴로워한다.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다면 말해.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지금 내가 짓고 있는 표정은 어떤 표정일까?
나를 알던 사람들이 봤다면 굉장히 충격 먹었을지도?
“흐흐흐흐흑…….”
내 말에도 데이지는 고통에 흐느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 한다고 봐야 할까?
“영혼이나 정신에 강한 제약이 박혔나?”
내 물음에 데이지가 흐느끼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살짝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내 물음에 대답해. 그 정도는 가능하지?”
내 말에 데이지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제약하는 방식인가 보군.’
제아무리 타르타트나 폰셔도 스무고개 방식으로 문답하는 것에는 대비하지 못했나 보다.
“좋아, 먼저 로지가 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나?”
내 물음에 데이지가 애매한 얼굴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다시 한번 저었다.
무슨 의미일까?
“……알긴 아는데 자세히는 모른다는 뜻이야?”
이번엔 데이지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 * *
대리석 바닥에 푸른 마법진이 갑자기 생겼다.
푸슈우.
마법진이 환하게 빛났고 이윽고 환한 빛과 함께 인영이 나타났다.
빛이 사라지고, 인영의 모습이 드러났다.
율카네스였다.
“쿨럭, 쿠웨엑!”
공간 이동에 성공한 율카네스는 몇 걸음 걷자마자 입에서 피를 구토하듯 뱉었다.
“벌어먹을 리치놈! 결계를 몇 개나 그려 넣은 거야?!”
율카네스는 입가에 번진 피를 닦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을 둘러보는 그의 숨이 전력 질주한 사람처럼 거칠다.
“끄응, 한 번 더 공간 이동을 하려면 봉인을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마리아의 말대로라면 이젠 굳이 봉인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그녀의 말이 정말 맞다면 말이다.
“봉인을 풀다니, 그것 참 무서운 소리군요, 율카네스.”
그때, 율카네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디서 악취가 난다 했더니 당신이었군, 타르타트.”
“아무리 그래도 옛 스승에게 당신이라니……. 하긴 그쪽은 늘 광오했지요.”
마치 율카네스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타르타트가 율카네스를 마중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 넓은 황궁에 시종은커녕 기사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바타가 아닌 본체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그 가식적인 면상도 여전히 역겹군.”
“면상이라니요. 제로 대제의 피와 살로 만든 귀한 분장입니다. 매일 귀족 부인들처럼 가꾸고 또 가꾸는데…….”
율카네스의 독설에 타르타트가 서운해한다.
리치라고 알려진 타르타트의 실제 외모는 전혀 리치 같지 않았다.
굉장히 창백했지만 해골도 미라도 아닌 그저 마른 사람의 모습.
“정말이지, 네놈들의 흑마법은 정이 안 가는군. 모시던 주군의 피와 살을 식인하다니. 이래서 내가…….”
율카네스의 말에, 타르타트가 그의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식인이라니! 저와 이카본, 폰셔, 헌스터가 받은 것은 제로니어드께서 생전에 하사하신 겁니다!”
“제로니어드라……. 제로니어드 힌미르 라 고이트. 제로 대제의 본명도 참 오랜만에 불러 보는군.”
타르타트의 말에 율카네스는 피식 웃었다.
“방금 생전에 하사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너는 악황제 제로 대제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가?”
“황궁의 검은 옥좌에 앉은 존재가 악황제가 아니라는 것은 저를 포함한 사천왕은 아주 오래전에 인정했습니다. 당신만 악황제가 더 큰 존재로 진화하기 위해 벌인 짓이라며, 이상한 가설을 쓰고 있었을 뿐.”
“흥! 악황제나 네놈이나, 더러운 흑마법을 익힌 놈들이다. 마리아의 말만 아니었다면 절대 신뢰하지 못했을 거야.”
“더러운 흑마법이라……. 율카네스,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흑마법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고대 황금시대를 발전시킨 것도 흑마법을 통한 악마 문 덕분이었습니다. 북부와 현자의 탑과 달리, 제도에선 흑마법 또한 정식 마법으로 인정합니다. 제국 국교회와 합의한 결과죠.”
“개소리 집어치워! 그 황금시대를 암흑시대로 멸망시킨 것도 흑마법이다.”
율카네스는 타르타트의 말에 무척 진노한 모습이다.
양손을 꽉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몸에서 무형의 거대한 기운이 풀풀 뿜어져 나왔다.
“너와 악황제의 궤변에 속아 수많은 내 동문들이 희생됐다. 전부……. 타르타트 네놈이 소모품처럼 기르던 제자들이기도 했지.”
율카네스의 분개한 모습에 타르타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피식 비웃었다.
“말은 바로 해야죠, 율카네스. 당신은 내 제자였을 때부터 광오하고 자신밖에 몰랐어. 그랬던 네가 동문들의 죽음에 슬퍼한다고?”
늘 유들유들하던 타르타트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가 그 아이들을 소모품처럼 여겼다고? 웃기는군! 내 제자들을 뒤떨어진다며 늘 무시하고 깔보던 게 네놈 아니냐?”
늘 존대하던 리치의 말투가 바뀐 것도 이때였다.
“그 아이들에게 열등감을 심어 흑마법의 길에 빠트린 것이 누군데?”
타르타트가 율카네스를 보며 키키키킥 웃었다.
“바로 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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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