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08
108. 넌 어느 세계에서 왔니?
160의 크지 않은 키다. 무엇보다 체형이 굉장히 뚱뚱했다. 이 계단에서 구르면 공처럼 통통 튈 것만 같았다.
얼굴도 잘생기지 않았는데, 작은 키에 뚱뚱한 체형, 잘생기지 않은 외모인데도 이상하게 호감 가는 인물이었다.
“폰셔 백작, 오랜만이군. 마중 나왔나?”
이카본은 폰셔 백작이 문 앞까지 마중 나왔고 오랜만에 얼굴을 본 듯함에도. 반가운 기색 하나 없다.
“명색이 북부 최고의 대마도사가 오셨다는데 이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겠지.”
폰셔는 이카본의 그런 태도를 무시하듯 넘겼다.
“이렇게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군.”
“사천왕이 모두 모였나요? 헌스터가 제도에 있다고요?”
“정정하지, 타르타트. 사천왕이 아니라 삼천왕으로. 헌스터는 여전히 야만의 땅에 있소.”
“그렇다면 아까 본인을 포함한 셋이라는 것은?”
“제국의 재상인 나 폰셔와 힌미르의 적통이신 이소레타 황녀 전하 그리고…… 황제 폐하십니다.”
폰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궁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알현실 문이 열렸다.
* *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로지가 제국에서 황녀 이소레타와 만났고, 황녀는 폰셔 백작을 통해 녀석을 악황제와 독대할 수 있게 해 줬단 말이지?”
끄덕끄덕!
물음에 데이지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더럽게 힘드네…….’
맞으면 끄덕끄덕, 틀리면 도리도리. 스무고개식으로 심문한 결과다.
“검은 옥좌가 있다는 알현실에서 뭘 했는지는 당연히 모르고?”
끄덕끄덕.
“고트 아카데미에서 유학 중이던 너는, 어둠의 정령을 미끼로 폰셔 백작에게 협력하기로 한 것이고?”
데이지가 ‘너 정말 대단하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을 포함한 표정이지만 어째 썩 기분은 좋지 않다.
“폰셔 백작에게 어떤 협력을 하기로 한 것이지?”
로니아드의 물음에 데이지가 멈칫한다.
“빌어먹을 스무고개를 또 해야 하나?”
이건 또 어떤 식으로 물꼬를 틀어야 하나?
막막함에 한숨을 막 쉬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요, 루카스 교수님?”
갑자기 교수실의 문이 열렸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로니아드의 귀에 들렸다.
“아니, 로니아드 칸브라만이라고 불러 주면 되나?”
로지스트였다.
“로니아드, 너는 이상할 정도로 내게 관심이 많군?”
“……선생이 되어서 제자에게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지. 그나저나 로니아드라니? 그게 누구지?”
로니아드는 뻔뻔해지기로 했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지칭한 것도 모자라 언행도 굉장히 무례하구나, 로지 학생.”
로니아드의 태도에 로지스트가 어처구니없어 한다.
“뭐, 정 선생 대우를 받길 원한다면 그렇게 해 주지, 루카스 브라만 교수.”
어처구니없던 로지스트의 표정은 서서히 진지하게 바뀌었다.
“데이지가 무슨 일을 하기로 했는지가 궁금하다는 거지?”
말을 하는 놈의 상태가 어째 심상치 않다.
로지스트의 물음에 로니아드도 피식 웃으며 몸에 긴장을 올렸다.
아공간 가방에서 쓸 만한 검을 찾으면서 말이다.
“원한다면 보여 주지.”
쿠오오오오.
순간 로지의 몸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던 거대한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로지스트의 몸이 화살처럼 로니아드를 향해 쏘아졌다.
퍼어억, 콰아악.
“크흡!”
복부를 향해 가해지는 엄청난 충격.
미처 검을 뽑기도 전에 발생한 기습이다.
본능적으로 두 팔에 마나를 먹이고 막았으니 망정이지.
“끄으으으…….”
안 그랬으면 내장이 터져 죽었을지도 모른다.
“으으으, 팔 저려…….”
놈의 공격을 막은 로니아드의 두 팔은 너무 저려서 부들부들 떨렸고, 공격을 막았음에도 충격파로 인해 배 속이 욱신거린다.
온몸에 마나를 분배하면서 일어서니, 그의 몸은 교수실 1층 창문을 뚫고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저벅, 저벅, 차르륵.
파손된 벽. 깨진 창문을 밟는 소리. 로지가 밖으로 나온다.
“너, 너!”
그리하여 로니아드가 본 몰락한 왕세자의 외모는 가히 충격적이다.
머리에 난 뿔과 더 크고 뾰족해져 입술 밖으로 튀어나온 송곳니, 손발톱이 칼처럼 예리해졌다.
녹색 비늘의 꼬리가 언뜻 보였고, 무엇보다 등 뒤에 커다란 녹색의 날개가 나타났다.
“드래고니안…….”
로니아드는 침음을 흘리면서 그 모습의 정체를 말했다.
드래고니안.
청염이든 백염이든, 적통의 자질을 품은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각성이다.
인간과 용의 혼혈.
천박한 표현으론 하프 드래곤.
용의 피를 이었다는 가장 명확한 상징.
이 적통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왕족은 희귀하다.
적통을 품고 태어나는 순간 창부의 사생아라도 가장 고귀한 왕족이 될 수 있다.
체스카드가 아르미다츠 왕가의 방계라고 해도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아직 성인이 되려면 2년은 돼야 할 텐데, 벌써 각성을 했다고?”
녀석의 아버지 라이오스도 열여섯에 각성을 했다.
원작에서도 로지스트는 열일곱에 각성을 한다.
하지만 로니아드가 알기로 지금 녀석의 나이는 열다섯.
―이걸로 대답이 되었을까?
로지스트는 입을 열지 않고 말했다.
―강해지기 위해 제국의 지원을 받았지.
그의 두 눈이 빛나면서 말했다.
말을 하는 녀석의 두 눈에는 청염의 불꽃이 계속 발광한다.
로지의 모습에 로니아드는 연극 놀이 하던 것도 집어치우고 물었다.
“제국이면 너의 원수 아닌가? 원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로지스트가 마족과 폰테임 못지않게 증오하던 것이 제국이었다.
애초에 제국도 로지스트를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고 있어 숱한 방해와 암살을 시도했었고.
그런데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줬다고?!
‘차라리 사제와 흑마법사가 의형제를 맺는 것이 현실적이지.’
마법사도 그냥 마법사가 아닌 흑마법사다.
―제국이라고 전부 증오하는 것은 아니야. 나 못지않게 악황제와 사천왕을 증오하는 자의 도움을 받았지.
로니아드의 의문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나 보다.
―무엇보다, 알고 보니 제국은 원수와는 거리가 멀더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로니아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수업 시간이라 그런 걸까? 조용하다.
부서진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데이지가 어느새 어둠의 정령을 소환하고는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른 각성이 어둠의 정령과 관계가 있는 건가?’
그러니까 데이지는 제국으로부터 로지스트의 각성을 돕기 위해 파견한 인물이다, 이건가?
―그나저나 로니아드, 이렇게 각성한 후 싸워 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로니아드가 속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데, 녀석이 목을 두두둑 풀면서 말한다.
―어때? 대련이라도 해 보는 것이.
그리고 자신의 크고 날카로운 손톱을 흔든다.
―검을 뽑아도 돼. 나는 상관없거든.
그런 로지스트를 향해 로니아드가 혀를 차며 혼냈다.
“어디 연약한 문관 교수에게 행패야! 너 퇴학당하고 싶어?”
로니아드의 연극 놀이에 로지스트가 짜증을 낸다.
―……어디 처맞으면서까지 교수 놀이가 가능한지 보자고.
놈의 날개가 퍼덕인다. 크고 뾰족한 양손의 손톱에 예기가 흘렀다.
파앗!
놈이 다시 한번 로니아드에게 돌진했다.
퍼억!
엄청난 타격음이 울렸다.
‘어?’
두 사람을 지켜보던 데이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상황과 크게 어긋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퍼버버벅, 쿠웅.
돌진했던 로지의 몸이 튕겨져 나가 건물의 벽에 박혔다.
“말도 안 돼…….”
데이지가 경악했다.
로니아드가 주먹으로 로지스트의 볼을 가격한 것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버릇없게.”
주먹을 휘두른 로니아드는 여전히 찌릿찌릿한지 손을 턴다.
“감히 선생님한테 개겨!”
로니아드가 양손을 주먹 쥐고는 파이트 자세를 취한다. 지구에서의 권투 자세다.
“넌 좀 맞아야겠다.”
그리고 아직 충격에 일어서지 못한 로지스트에게 달려들었다.
권투 자세가 아니라 UFC 자세 같다.
―너……!
로니아드가 달려들자, 로지는 급히 몸을 굴려 벗어났다.
그리고 황당한 얼굴로 일어서며 혼잣말을 했다.
―인간이 맞긴 한 건가?
그의 주먹을 맞은 로지의 한쪽 볼은 부어 있었고, 길게 자란 송곳니 끝이 부러졌다.
하지만 로지는 지금 이 상황이 재밌는지 오히려 흥분한 모습.
―그래, 이래야 재밌지. 역시 당신밖에 없어.
그러더니 로니아드와 마찬가지로 주먹을 쥐었다.
로지스트가 다시 로니아드에게 돌진했고, 로니아드도 마찬가지로 로지스트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퍼억, 퍽!
그리고 이어지는 주먹다짐.
처음에는 주먹만 쓰던 것이 점차 발과 몸을 사용한다.
레슬링하듯 서로에게 암바를 걸고 풀고 난리다.
때리는 것은 로니아드가 더 많이 했지만, 로지스트의 한 방, 한 방은 데미지가 강해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는 서로의 귀나 목을 물어뜯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두 남자의 개싸움.
“되게 병신 같은데 멋있어…….”
두 사람의 싸움을 보던 데이지가 멍하니 보다가 얼굴을 붉힌다.
뭔가 끈적한 음악을 틀면 싸움이 아닌 다른 장르가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키이이이!
그러다가 데이지의 옆에 소환돼 있던 어둠의 정령이 부르르 떨면서 경계한다.
“벌써 폭주한다고?”
어둠의 정령을 본 데이지가 화들짝 놀랐다.
“로지스트, 각성 상태를 풀 거예요. 현재 폭주 직전이에요!”
그리고 로니아드와 몸싸움 중인 로지를 향해 어둠의 정령을 보냈다.
데이지의 말을 들은 로니아드가 급히 로지스트에게서 떨어졌다.
―크르르르…….
하지만 로지스트는 이미 이성을 잃은 듯 짐승처럼 그르르거린다.
놈의 손톱이 단검처럼 크고 예리하게 변했다.
―크아아앙!!
로지스트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어둠의 정령을 할퀴었다.
로지의 공격에 어둠의 정령이 비명도 못 지르고 역소환됐다.
“꺄악!”
데이지가 역소환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이성을 잃은 것 같은 어린 드래고니안이 로니아드를 노려봤다.
“가지가지 하네, 진짜.”
로니아드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급히 아공간 가방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한쪽 손에 화염 마법을 발현했다.
쿠오오오오오.
로지스트의 몸에서 아까와는 비교도 못 할 강대한 기운이 발산됐다.
‘미친…….’
로니아드는 이것과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를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이카본과 싸울 때.
그렇게 침을 꿀꺽 삼키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딸랑, 딸랑.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울렸다.
이성을 잃은 로지가 그 종소리에 반응한다.
―딸랑, 딸랑.
―끄으으으으…….
고통스럽게 반응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언제 왔는지 모를 마리아가 태양처럼 눈부신 종 모양의 빛의 구를 소환한 상태다.
“마리아 총장님?”
그녀가 몇 차례 종을 더 울리자, 로지스트는 술에 뻗은 사람처럼 흐느적 쓰러졌다.
스르르르르.
드래고니안으로 변했던 놈의 몸도 원상태로 돌아왔다.
뭔가 좀 허무했다.
하지만 허무함과는 별개로, 로니아드의 눈은 마리아의 마법에 눈에 커졌다.
“총장님? 지금 그 마법…….”
로니아드는 지금 마리아가 사용한 마법을 알고 있었다.
“맞아요, 신성의 섬광으로 발현한 마법이죠.”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주변을 향해 손을 휙 저었다.
그녀의 손짓과 함께 사방이 휙 바뀌었다.
데이지의 교수실 내부로 주변이 바뀌었고, 열려 있는 창문 밖으로 학생들의 소리가 들렸다.
파괴된 창문과 벽도 원상태다.
“언제부터 결계였던 겁니까?”
“로지스트가 들어오자마자?”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교수실 바닥에 사이좋게 누운 데이지와 로지를 보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바뀐 건지…….”
마리아는 짜증과 원망이 담긴 눈으로 로니아드를 째려봤다.
‘뭔데?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데? 나는 아무 잘못도…….’
그러나 여기서 했던 짓이 좀 걸리는 로니아드다.
“저도 그렇고 그쪽도 그렇고 서로 궁금한 게 많을 거 같네요.”
마리아는 그런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 서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 볼까요?”
뜬금없는 마리아의 말이었지만 오히려 로니아드에게는 반가운 제안이다.
“자기소개라면 어디까지 말입니까?”
“뭐, 대충 방금까지 여기서 했던 수준이면 되겠군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얘기하라는 겁니까?”
“우리 둘은 언어의 제약이 없으니까 더 쉬울 거예요.”
말하는 마리아의 얼굴은 뭔가 상기된 것 같으면서도 긴장감도 담겨 있었다.
“저부터 하죠, 로니아드 칸브라만. 당신은 어느 세계에서 온 존재죠?”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