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10
110. 원작에서 좋은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2)
“……아스카와 마법 함을 이용해 리바이어던을 해치우고.”
다행히 마리아는 그 부분을 살짝 힘줘서 말했을 뿐.
“……다시 렌슬렛에서 어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크게 뭐라 하진 않았다.
“그 후에, 아카데미에 입학할 제인 왕녀와 아리아를 보살펴 달라는 어머니의 의뢰를 받은 모습도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아카데미 평교수로 오게 된 것까지요.”
그렇게 말한 마리아는 나를 굉장히 한심하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본다.
“나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어쩜 남자 복이 이리도 없는지…….”
다 들리라는 듯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녀의 혼잣말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
할 말이 없이 없을 때는 역시 다른 주제로 전환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면 저 때문에 이렇게 아카데미의 총장을 하게 된 겁니까?”
“꼭 당신 때문은 아니에요. 로지스트도 아리아도 그리고 앨리스도 전부 이 아카데미에 다녔죠. 원래도 교수가 돼서라도 개입할 생각이었어요. 당신과 루키엘 그리고 스승님 때문에 인원이 다 차서 총장이 될 수밖에 없었죠. 에효…….”
“……그렇다면 미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
나는 조심스레 마리아에게 물었다.
“어떻게 종말이 시작되었고 마지막의 ‘그 존재’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미래, 그것도 원작의 완결 이후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읽은 원작의 완결은 로지를 지키려다 마지막 메인 히로인인 아리아가 폭사하고…….’
향후 모든 히로인들의 비극적 결말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멘털 깨진 주인공놈이 사천왕에게 항복하는 것이 완결이었지.’
더불어 주인공 로지의 해피 엔딩도.
‘원작에서는 끝까지 악황제와는 싸우지도 않았어.’
악황제, 정확히는 악황제의 가죽을 뒤집어쓴 최종 보스는 후반부에 살짝 실루엣만 보여 줬을 뿐이니까.
‘완결 이후라면 어지간한 것들은 다 알고 있으려나? 외전 혹은 에필로그의 시간대에서 온 것과 다름없잖아?’
원작에서 왜 막판에 주인공 로지의 정신이 붕괴되었는지, 도대체 악황제의 몸속에 있던 존재는 무엇이었는지, 반정 당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원작의 작가놈이 회수하지 않은 떡밥들이 불현듯 떠오르고 궁금해졌다.
내 질문에 마리아는 고개를 젓는다.
“그것에 대해서는 당장 알려 주기 힘들군요.”
“……어째서입니까?”
“아직 당신의 존재를 명확히 알지 못하니까.”
마리아는 거절했다.
“로니아드, 당신의 기억이 온전히 돌아오고서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때 얘기하겠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무고한 빙의자인 나는 좀 억울했다.
“기억이 되돌아오면 굳이 얘기해 주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억울함이 묻은 내 말에 마리아는 그저 싱긋 웃을 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제 입장이라면 지금의 당신을 신뢰할 수 있겠어요?”
“…….”
없다.
내가 말이 없자, 마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어쨌든 현재 상황은 확실히 좋아졌으니까요. 악황제, 정확히는 그 존재의 손에 드라센이 없다는 것만 해도 긍정적인 상황이에요.”
그러더니 이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볼일 다 봤다는 듯 데이지의 교수실 문을 열었다.
“이노와 아리아의 상황도 살짝 답답하긴 하지만 나름 행복해 보이니 다행이고.”
마리아의 혼잣말이 들린다. 다 들리는 혼잣말.
마리아는 이제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의 과거를 아주 별개의 존재로 구분 지은 듯했다.
그게 맞겠지. 차원의 이방인이 이 세계서 적응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나는 막 교수실을 나서려는 마리아에게 급히 물었다. 진짜 마지막 질문이라는 듯이.
내 말에 마리아는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여전히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일단은 지켜봐야 해요. 당신 때문에 역사가 너무나도 크게 뒤틀려 버렸거든요.”
그녀의 말에 나는 일말의 책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지스트와 데이지 교수는 어떻게 처리합니까?”
“그들도 일단 놔둘 생각이에요. 로니, 아니, 루카스 교수님은 다른 생각이 있나요?”
“저도 일단 지켜보면서 제국의 동태를 파악하는 용으로 써 볼까 합니다.”
데이지의 정체와 그녀가 왜 제국과 협력하게 되었는지는 얼추 알게 되었다.
로지가 제국에서 검은 옥좌에 앉은 악황제를 통해 어떤 힘을 얻었다는 것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지만 로지 녀석이 그걸 순순히 말해 줄 리는 없다.
‘이미 로지의 마누스의 신성으로 악황제를 물리친다는 계획은 엇나가 버렸고 말이지.’
이는 마리아도 알고 있을 거다.
‘그럼에도 그녀가 방관하는 것은 그 거대한 무언가가 바로 악황제의 몸속에 있다는 것이겠지. 반정 당시, 아르미다츠 왕궁을 증발시킨 존재일 테고.’
더 거대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일 터.
‘원작에서 로지를 타락시키고 그 세계에 종말을 선사한 존재.’
나와 마리아는 그 존재가 움직이길 기다릴 것이다.
‘그래서 율카네스를 제국으로 보낸 걸까?’
생각을 마친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마리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마리아 총장, 저는 당신을 아직 완전히 믿지 못합니다.”
많은 의미를 담은 말이다.
내 말에 마리아도 마찬가지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루카스 교수, 당신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요. 특히나 기억을 잃었다는 지금의 당신은 더더욱.”
그녀의 대답에 나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총장님과 저는 전략적인 동맹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군요.”
일어서서 마리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내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순순히 악수를 한다.
“그럼, 저는 먼저 가 볼게요. 적당히 있다가 상황 정리 좀 부탁드려요.”
짧게 악수를 마친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끄으으…….”
“으으으응…….”
마리아가 떠나기 무섭게, 쓰러져 있던 로지스트와 데이지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데이지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거만하게 두 사람을 내려다봤다.
“도대체 이게…….”
“으으으……. 머리야…….”
마침내 두 사람이 깨어났다.
“정신이 들었나?”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로지와 데이지를 보았다.
“……무슨 수작이냐?”
“로지, 가만히 있어요! 루카스 저 사람은…….”
로지는 경계심 많은 길고양이 같은 꼴이었고, 데이지는 꼬리 내린 개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어?”
나는 둘을 내려다보면서 신기하면서도 당혹스럽다는 표정 연기를 했다.
“그런 사이라니요?”
데이지가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다.
그 와중에 로지는 멀쩡한 교수실 창문과 벽을 보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교수실을 그렇게 노크를 했는데도 대답이 없길래 들어왔거든. 그런데 두 사람이 이렇게 누워서 이러고 있잖아?”
내 손가락이 로지의 몸을 가리켰다.
녀석의 교복은 지금 변신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찢어진 상태였다.
“어어어……. 그게…….”
내 말에 데이지가 허둥지둥 버벅거린다.
동시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려 애쓰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하~! 그래서 데이지 교수가 동아리 담임 교수를 하려 했구먼?”
나는 음흉하게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렇다고 너무 티를 내진 맙시다. 나야 이런 부분에서 개방적이니깐 그러려니 하지만, 괜히 소문 돌아서 좋을 건 없지?”
의자에서 일어난 나는 휘파람을 불며 교수실 문을 열었다.
두 사람, 특히 데이지가 멍한 얼굴로 나를 본다.
“왜? 둘 다 이상한 꿈이라도 꾼 거야?”
내 물음에 데이지가 어색하게 헤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지는 여전히 말없이 나를 노려본다.
둘의 시선을 흘리면서 교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봤다.
‘한 시간도 안 흘렀다고?’
최소 반나절은 있었던 거 같았는데 실제로는 한 시간도 안 지나 있었다.
“오히려 꿈은 내가 꾼 것 같군.”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도 많은 일을 겪어 실감 나지 않았다.
* * *
대망의 과제 발표날이다.
“저희 조는 아카데미 학생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신분과 출신지 별로…….”
순서대로 너도나도 나와 발표를 했다.
커다란 종이에다가 수업에서 배운 그래프와 표를 알맞게 그려 사용했다.
저 아이들이 훗날 문관이 된다면, 저런 발표와 보고서가 이세계의 일상이 되겠지.
그렇게 순서대로 발표가 이어졌고, 가장 마지막으로 요주의 인물들이 모인 조가 발표를 했다.
“……해서, 지금까지 룬-아르미 아카데미의 사건 사고 통계는…… 계절과 시대별로 분류할 수 있는데…….”
발표는 아스카가 했는데, 이들의 발표는 앞서 했던 조들의 발표와 좀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흐음…….’
지이이잉.
마지막 조는 발표 자료로 남들처럼 커다란 종이 대신에 마법을 사용했다.
바로 마법 홀로그램을 사용한 것이다.
‘만약 이게 첫 발표였다면 다른 애들은 기가 죽어서 제대로 발표조차 못했겠어.’
아스카는 능숙하게 마법 통신구를 개조한 아티팩트로 발표를 했다.
지구에서도 보지 못했던 현실적인 홀로그램이 그래프와 표 그리고 각종 영상과 소리를 담아 발현된다.
“와아…….”
“저게 뭐야…….”
이를 보는 모든 학생들은 질시조차 못했다. 그저 멍하니 입 벌려 감탄만 하고 있다.
‘이것들이 치트 키 쓸래?’
지금 수업은 행정 심화 수업이다.
문관에 뜻이 있는 학생들이 주로 듣는 수업.
따라서 아스카네 조를 제외하면 다들 마법을 쓸 줄 모른다.
쓸 줄 알아도 가볍게 사용하는 수준일 것이다.
“……이것으로 발표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어느덧 아스카네 조의 발표는 막을 내렸다.
짝짝짝짝……. 다들 아무 말도 못 하고 대신 박수만 우렁차게 칠 뿐이다.
“그래, 잘했다. 주제도 신선했고…… 표현 방식도 창의적이었다.”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해 줬다.
내 칭찬에 유독 제인과 아스카가 기뻐한다.
“다들 과제 준비하고 발표하느라 고생 많았다. 수업은 이것으로 마칠 테니 어서 식사들 하러 가.”
내 말에 학생들 모두가 홀가분한 표정이다.
얼핏 듣기로 다들 이 과제를 하면서 꽤나 고생했던 모양이다.
학생들을 보내고 나 또한 교수 식당으로 향했다.
“루카스 교수님!”
“식사하러 가십니까?”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이제는 익숙한 일행을 만났다.
“어, 그쪽도?”
아서와 루키엘이었다.
두 녀석은 의외로 죽이 잘 맞아 그날 함께 첫 식사를 한 이후로 이렇게 밥 친구가 되었다.
더불어 나도 어느덧 저 둘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해 셋이서 교수 식당에 도착했다.
“어?”
“허억!”
식당에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루카스 교수와 루키엘 교수, 그리고…… 아서 학부장님이시군요.”
아카데미의 총장인 마리아가 다른 두 사람과 식당에 먼저 앉아 있었다.
“총장님과 마법학부장님을 뵙습니다. 그리고 데이지 교수도.”
나와 루키엘, 아서가 어색하게 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저희도 이제 막 앉았어요. 같이 식사나 하죠?”
마리아가 웃으면서 함께 앉을 것을 권했고, 우리는 하하하 웃으면서 합석을 해야 했다.
“…….”
다들 자리에 앉자마자 식사를 주문했다.
“…….”
그리고 엄청나게 어색한 분위기.
어쩌다 율카네스 옆에 앉은 아서가 굳은 분위기도 풀 겸, 말없이 앉아 있던 율카네스에게 인사를 했다.
“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율카네스 님.”
“…….”
하지만 역시나 우리의 율카네스는 그런 아서를 잠깐 노려보더니 이내 그의 인사를 씹었다.
“하하하하……. 죄, 죄송…….”
인사가 처참하게 씹히자 아서가 풀이 죽었다.
“그렇게 분위기 잡지 말고 여행 갔다 온 얘기나 좀 해 주세요, 마법학부장님.”
그런 율카네스를 못마땅하게 본 마리아가 한소리 했다.
“흥! 여행은 얼어 죽을…….”
율카네스는 그런 마리아의 말에 뭐가 그리도 마음에 안 드는지 짜증을 낸다.
“저 양반, 언제 돌아온 거야?”
내가 루키엘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러게요? 어제까지는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 막 온 모양입니다.”
루키엘도 잘 모르겠다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