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14
114. 한번 빌런은 영원한 빌런(4)
“왜 마인이 여기에 있지?”
로니아드는 갑자기 왕도에 나타난 마인을 보며 물었다.
―나도 모른다.
“말해, 너희의 정체는 뭐냐? 누가 여기에 풀었나?”
―모른다.
“정말 모르는 것인가?”
―힘들다, 참기 힘들다, 죽여야 한다. 흡수해야 한다!
마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로니아드를 앨리스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로니아드는 온 신경을 마인을 구속하는 데 쓰고 있었기에, 앨리스의 시선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나? 누구랑?”
―……모른다.
순간, 마인의 몸이 용수철처럼 크게 출렁거렸다.
그리고 번쩍 하늘 높이 점프하더니, 로니아드의 구속에서 벗어났다.
하늘로 솟아오른 마인은 이내 로니아드의 등 뒤로 착지했다.
마인은 착지하자마자 그에게 손톱을 휘둘렀고, 로니아드는 가뿐히 검으로 쳐 냈다.
캉챙캉캉, 로니아드는 쉬지 않고 검으로 마인의 양 손톱을 때렸다.
그의 공세에 마인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밀려났고, 이내 시내로 벗어났다.
앨리스는 조용히 그런 로니아드의 등 뒤를 쫓아 골목을 나왔다.
“꺄아아악!”
“사, 살려 줘!”
“아가씨, 어디 계십니까!!”
“도련님을 찾아라! 당장!!”
“시민들을 구해!”
“막아라!! 지원을 요…… 컥!”
시내의 대로는 아비규환이었다.
마인 여섯 마리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저 멀리 상인지구에서도 불길이 솟는 것을 보니 나머지 마인들은 그쪽에 있는 듯했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로니아드가 골목에서 나오자 붉은 머리의 아카데미 소속 여기사가 급히 외쳤다.
카디나였다.
“버틸 만한가?”
“물론입니다.”
실제로도 카디나는 마인 두 마리와 싸우면서도 밀리지 않았다.
로니아드와 카디나가 힘을 합치니 마인 네 마리가 두 사람에게 묶였다.
“교수님, 저희도 도울게요!”
아리아의 외침이 들렸다.
“…….”
아리아는 로지와 함께 전장에 합류했고, 두 사람은 나머지 마인 둘의 발을 금세 묶었다.
우우웅, 파앗.
―끼아아아악!
아리아가 발현한 찬란하고 따듯한 빛이 마인을 묶었기 때문이었다.
찬란한 빛의 주문, 신성력과 마나가 섞인 마법, 바로 신성의 섬광이었다.
완전한 각성을 하지 않아 미약했지만, 일개 마인에겐 이 정도도 치명적이다.
서거걱! 마인들이 신성의 섬광에 묶여 있을 때, 로지가 마누스의 마나를 이용해 놈들을 베었다.
앞의 두 마인을 순식간에 처리한 아리아와 로지.
두 사람은 이어서 로니아드와 카디나가 잡고 있는 마인 넷을 향해 달렸다.
그때쯤, 이미 로니아드는 마인 둘을 빛의 마법과 검으로 막 소멸시켰을 때다.
아리아와 로지는 자연스레 카디나가 잡고 있는 마인 둘을 공격했고, 수 초도 지나지 않아 이곳의 모든 마인은 처리되었다.
“스카이와 제니는?”
로니아드는 이 모든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카론을 의식하며 아리아에게 물었다.
“둘은 상인 지구로 갔어요.”
아리아의 대답에 로니아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스카야 걱정 없다지만 제인은…….’
듣기론 율카네스로부터 약간의 호신 마법을 배웠고, 최근 데이지로부터 정령술을 좀 익혔다고 했다.
‘하지만 마인은 제인 정도의 실력으로 어쩔 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
아무리 아스카가 옆에 있어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서 상인 지구로 가지.”
로지도 그게 걱정되는지 일행을 재촉한다.
안 그래도 상인 지구에서 불길이 아직도 치솟고 있다.
‘사람들만 없었다면 그랑블루를 탔을 텐데.’
보는 시선이 너무 많다.
특히나 저 삼왕자 카론이 거슬린다.
‘원작에서 그나마 정상적이고 덜 미움받았던 빌런이었지. 훗날 이 마인을 이용해 교단을 끌어들여 폰테임을 파문시킨 업적을 이루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로니아드가 보는 카론은 이 마인의 존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카론의 등장은 내년. 마인은 체스카드-폰테임 내전 때 처음 등장하는 존재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하긴 그런 식으로 하면 알렉스도 지금쯤 몇 번은 등장해서 로지는 귀찮게 했어야 했지.’
원작의 로지는 왕실의 복수를 위해 노골적으로 앨리스를 비롯한 귀족파 영애들에게 접근했다. 호스트처럼.
그런 로지와 앨리스의 관계를 안 좋게 본 알렉스가 몇 차례 로지를 유치하게 방해했었다.
하지만 현작에선 모든 게 바뀌면서 알렉스는 로지에게 크게 개입하지 못했다.
다만 뒤에서 나름의 흑마법 상승과 제국과의 유대를 이어 가고 있을 터.
현작에서는 로지가 앨리스에게 원작처럼 노골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앨리스 또한 로니아드에게 빠져(?) 로지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로니아드는 달리면서 뒤를 보았다.
뒤에는 무슨 생각인지 카론이 묵묵히 쫓아오고 있었다.
앨리스도 숨을 헐떡이며 제일 뒤에서 쫓아온다.
그런 앨리스가 걱정됐지만, 지금은 제인이 더 급했다.
그래도 자신의 머리카락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 둬야지.
“카디나, 앨리스를 좀 챙겨 줘.”
“알겠습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안심이라고 생각했는지, 카디나가 큰 반발 없이 앨리스의 옆으로 향했다.
‘뭔가가 우릴 지켜 보고 있어.’
상인 지구로 뛰어가면서 로니아드는 수도의 하늘을 보았다.
저기 어디서 누군가가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마리아,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로니아드는 이 모든 원인을 마리아에게서 찾았다.
아마 지붕 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마리아일 가능성이 높다.
서둘러 상인 지구에 도착했다.
“불타올라라~!”
상황은 이미 종료된 지 오래였다.
아스카는 깔깔 웃으며 마인들을 불태웠고, 제인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인의 흔적을 정화 중이었다.
그런 제인을 어떤 마법사가 옆에서 경호해 주고 있었다.
“제니 학생, 여기도 정화 부탁하네.”
“네!”
때론 지시도 내렸다.
“루키엘, 마리아 총장은 어딨지?”
제인을 경호하면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던 마법사는 바로 루키엘이었다.
“총장님이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총장님의 행방을 왜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루키엘은 진짜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야 네놈이랑 총장이랑 연인처럼 붙어 다니니까 그렇지.’
물론 이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아니다.”
대신 루키엘을 슬쩍 흘겨보다 말았다.
‘마리아는 루키엘에게 미안함과 호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원작을 읽은 로니아드의 기억이 맞다면 그랬다.
원작의 후반부에, 로지와 이소레타 그리고 아우레가 헌스터의 야만군단과 싸우다가 위험에 처했다는 거짓 정보를 아리아는 순수하게 믿었다.
그 정보가 거짓일 수도 있다는 루키엘의 경고도 무시하고, 결국 아리아는 루키엘의 만류도 물리치고 무리해서 제국으로 향한다.
아리아를 말리던 루키엘도 아리아가 걱정되어 따라간다.
실제로 그 정보는 잘못된 정보가 맞았다.
일부는 진실이었고 상당수는 거짓이었다.
이소레타와 아우레가 위험한 것은 맞았으나, 로지는 위험하지 않았다.
또 그들이 위험에 처했던 장소는 제국이 아니었다.
그것은 타르타트의 함정이었고, 엉뚱하게 제국 한복판으로 낚여 온 두 마리 대어를 그냥 놔둘 사천왕이 아니었다.
타르타트 본신과 이카본 본신의 협공에 두 사람은 죽을 위기에 처한다.
결국 루키엘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 아리아를 탈출시켰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로지가 요정의 숲에서 마법 함을 이끌고 아리아를 구출했다.
그때, 간신히 목숨을 건진 아리아는 루키엘의 죽음에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통곡했었다.
가족의 정에 굶주렸던 그녀에게 오빠, 아버지의 역할을 해 줬던 존재가 루키엘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로니아드를 누군가가 깨웠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앨리스였다.
흑마법을 익혀서 지금 같은 상황에선 딱히 할 일이 없는지 카론과 함께 병풍처럼 서 있을 뿐이다.
“잠깐 옛 생각이 나서.”
“기억이, 돌아온 건가요?”
“……그건 또 뭔 소리야?”
“아니에요. 알았어요. 말하지 않아도 돼요.”
“??”
뜬금없는 앨리스의 말을 신경 쓸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었던 로니아드는, 곧장 제인과 아스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두 소녀에게 가까이 가자, 두 소녀가 강아지처럼 로니아드를 반겼다.
로니아드의 뒷모습을 앨리스가 아련하게 보았고, 그런 앨리스를 카론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았다.
* * *
노을이 지고 한바탕 거대한 소동이 끝나 가는 왕도의 하늘.
그 하늘 먼 중앙에 한 존재가 떠 있었다.
회색 머리에 아름답지만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마도사, 마리아였다.
그녀는 도심지, 그것도 상인 지구 쪽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과거의 자신이었던 아리아와 속죄의 대상이기도 한 루키엘이 있었다.
자신이 살던 시간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
이 차원에서의 아리아와 루키엘은 자신의 기억처럼 가까워지긴 힘들 것 같았다.
본래 시간대에선 렌슬렛이 망하고, 그녀의 스승 율카네스는 적염학파의 마탑에 어린 자신을 맡겼으니까.
그리고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이 루키엘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서의 아리아는 애초에 적염학파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그때의 자신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약한 아리아.
하지만 그때의 자신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아리아.
마리아는 그런 아리아를 보면서 묘한 감정이 종종 들었다.
단순히 질투는 아니었다.
부러움과 아련함 그리고 대리만족을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할 일은 해야지.’
마리아는 다시 마음을 잡았다.
‘이 세계의 아리아야. 너는 최대한 행복하고 최소한으로 불행하렴. 모든 고난과 책임은 내가 져 주마.’
그렇게 노을 지는 하늘 속에서 마리아가 상념에 잠겨 있을 때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마리아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슉! 하고 등장했다.
“왜? 너무 부족했나?”
마리아는 자신의 뒤에 등장한 남자에게 차갑게 되물었다.
“장난하자는 겁니까? 저희와 그쪽은 잠정적으로 동맹을 맺은 관계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도움을 주었지 않은가, 세피로스? 폰테임 후작은 검은 알의 위력을 보고 싶어 했고 나는 그의 심증대로 어울려 줬는데? 물론, 그는 누가 그랬는지는 모를 테지. 아마 또 율카네스가 그랬을 거라고 멋대로 추측이나 할 뿐이겠지.”
마리아의 말에 세피로스는 황당함을 넘어 답답함과 짜증 가득한 심정이다.
“폰테임을 얘기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아! 제국을 말하는 것인가? 제국에도 약간의 도움은 되었을 텐데?”
“이게 무슨 도움입니까? 연구를 위해선 검은 알 하나하나가 귀중하단 말입니다! 그래야 그 존재가 깨어났을 때 더욱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세피로스의 강한 항의.
늘 그의 스승 타르타트를 닮아 여유롭고 능글맞던 모습이 오늘만은 유독 격분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나오시면 타르타트 님께서 가만히 계실 줄 압니까?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스승님과 이카본 두 존재가 힘을 합치면……!”
“세피로스.”
마리아는 세피로스의 같잖은 협박이 짜증 났는지 그의 말을 끊었다.
“내가 알기론 타르타트는 악황제의 몸속에 있는 존재를 어떻게든 봉인시키기거나 없애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
“네, 그래서 검은 알을 연구하는 것 아닙니까?”
“연구용 샘플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세피로스의 말에 마리아는 피식 웃었다.
“오히려 저렇게 많은 검은 알이 그 존재와 합쳐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되는데?”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그리고 네가 타르타트를 따른다고? 폰셔 백작이 아니라?”
“!!”
마리아의 말에 세피로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