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30
130. 또 다른 방법?
“황제이시여, 부활하소서!”
악황제를 업고 있다 보니 세피로스는 그가 나를 뚫어지게 보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당신께 이 고대의 유물을 바칩니다. 부디 우리 어리석은 인류를 마도의 광명으로 인도하시길!”
세피로스는 업고 있던 악황제를 저 위에 생성된 악마 문 가까이 올렸다.
슈우우우우.
이윽고 악황제가 악마 문에 흡수 되었다.
―폐하, 제물을 바칩니다!
하늘에 떠 있는 마법함에서 폰셔 백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쿠웅, 퉁퉁퉁.
마법함 갑판에서 뭔가가 투하되기 시작했다.
검은 알이었다.
“마리아, 당신이 그때 소모한 검은 알만 아니었음 더더욱 완벽했을 것을.”
세피로스가 마리아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개도 주인집 마당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더니.”
가소롭다는 듯 마리아가 비웃는다.
세피로스가 증오 가득한 눈으로 그런 마리아를 노려본다.
“언제까지 그리 비웃을지 보자.”
“그래, 그래,”
어느덧 마법함에서 투하한 검은 알도 전부 악황제가 흡수된 악마 문에 자석처럼 빨려 들어갔다.
그러더니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거대한 포효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모든 것을 흡수한 악마 문이 응축되더니 새카만 고치처럼 변한다.
콰아아아아!
“소문을 퍼트려 군대를 이곳으로 모은 이유가 이거였군…….”
이를 본 이카본이 짧게 한마디 한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이카본과 타르타트가 어느새 결계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알아서 몸 사리시길.”
타르타트 또한 눈앞의 검은색 고치를 구경하면서 말했다.
“적이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협조적인 당신들을 보니 정말 든든하군요.”
검은색 고치와 함께 두 사람을 번갈아 본 마리아가 감탄하듯 말했다.
“마리아, 우리는 당신이 말한 그 비극이 이곳에선 벌어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오.”
“지금 막 시공간 흐름이 정상이 되었군요. 그럼, 우린 이만.”
그 말을 끝으로 타르타트는 공간 이동을 시도하였고, 이카본과 함께 사라졌다.
“어서 서둘러!”
어느새 율카네스가 의식을 잃은 데이지와 로지스트를 챙기고 있었다.
“빌어먹을!”
저 고치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반응.
“허억, 허억…… 부군……?”
“이따 가서 보자.”
나 또한 숨을 헐떡이는 이소레타를 급히 안았다.
그리고 마리아의 곁으로 달렸다.
쏴아아아아!
검은 고치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촉수가 촤르르 튀어 나왔다.
검은색 기체로 된 촉수는 엄청난 길이와 속도로 주변을 쓸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악!”
촉수들은 불규칙하게 사방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노렸고, 촉수에 닿은 존재들은 미라처럼 말랐다가 이내 부스스 가루가 되었다.
“도망쳐, 황제의 징벌이다!”
귀족들이 병사들을 버리고서 도망쳤다.
“아한-제르다……. 악황제가 드디어 마왕이 되었구나!”
국교회의 성직자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성호를 그을 뿐이다.
“황제께선 참으로 욕심도 많으십니다, 크하하하하!”
세피로스가 급히 부유 마법을 사용해 촉수들을 피했다.
그리고 곧장 마법함으로 향했다.
악황제가 없어도 마법함은 움직였다.
악황제의 피와 살을 받은 폰셔 백작은 제한적이지만 마법함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원리인 듯싶었다.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원흉이 유유히 빠져나갔다.
“도착하면 마법 통신해라.”
율카네스 또한 로지와 데이지를 데리고 공간 이동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나를 비롯한 나머지 일행들이다.
“아직입니까?”
“저쪽과 달리 우린 인원이 많다고요!”
마리아가 최대한 정신을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그린 공간 이동 마법진 안으로 촉수가 들어오지 못하게 검을 뽑았다.
그런데 내가 마법진 근처에 있는 촉수들을 베자, 촉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멀리 도망간다.
“뭐야?”
심지어 그 후론 내가 있는 곳 주변으로 얼씬도 하지 않았다.
마치 나를 인지하고 피하는 듯한 모습이다.
“됐어요!”
뒤에서 마리아의 외침이 들렸다.
급히 마법진 안으로 몸을 던졌고, 환한 빛과 함께 공간 이동을 했다.
* * *
시야 너머 머릿속까지 하얗게 만드는 환한 빛.
그 빛이 서서히 꺼지고서 보게 된 것은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수풀이다.
‘어딘지 낯이 익군.’
주변을 둘러보았고,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추론할 수 있었다.
“요정의 숲, 클라메니크인가?”
“맞아요.”
내 혼잣말에 마리아가 답해 준다.
“여기가 요정의 숲이라고요?”
루키엘의 목소리도 들린다.
뒤이어 이소레타, 앨리스도 공간 이동의 후유증을 극복했는지 주변을 둘러본다.
다들 신기한 표정이다. 눈에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 차 있다.
요정의 숲이면 일단 제국의 동쪽 끝에 있다. 더불어 장벽의 제일 북쪽이기도 하다.
즉, 당장은 안전하다는 뜻이다. 한숨 돌려도 된다는 말이지.
“자아, 이젠 아까의 일들을 마저 설명해 보실까?”
“성질도 급하시지.”
“누구 때문에 이런 성질머리가 되었을까?”
“알겠어요. 말해 주죠. 어차피 이제부턴 최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합쳐야 할 테니까요.”
마리아가 삐딱한 나를 보며 피식 웃는다.
뭔가 기분 나쁘다. 하지만 일단은 참자.
“이 모든 원인은…… 율카네스와 타르타트가 악황제를 검진했을 때 나온 결론 때문이었죠.”
상황이 여유가 생기자, 마리아가 순순히 입을 열었다.
“로지가 황제의 심장을 찔러 대악마의 힘이 많이 약화되긴 했어요. 하지만 일시적이었어요.”
“악황제의 몸속에 있는 존재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뜻이야?”
“네, 맞아요. 그 시기도 불확실했어요. 1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지금 당장일 수도 있었죠.”
마리아는 아마 율카네스에게 이 이야기를 아카데미에서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러한 사실을 지금까지 해 주지 않았다.
‘나를 못 믿는다는 뜻이지.’
나름 이해는 하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다.
“그날 율카네스가 악황제를 만났을 때, 악황제와 앞으로의 방법을 의논했다고 하네요.”
마리아의 말을 들으며 이소레타를 쳐다봤다.
황녀를 통해 교차 검증을 하기 위해서다.
“그곳에 황녀를 포함해 사천왕도 함께 있었나?”
“네, 헌스터를 제외하고요.”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황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쓰러져 있는 세월 동안, 황제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존재의 기억을 얼핏 읽었다고 했어요.”
이소레타가 마리아의 말이 끝날 때마다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아흐마흐 유적지에 또 다른 차원의 거울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했죠.”
마리아는 말을 이었다.
“아흐마흐에 매장된 차원의 거울은 일반적인 차원의 거울과 아주 다른 성질의 아티팩트라고 하더군요.”
하긴 그러니깐 그런 사달이 났겠지.
암흑시대에 열린 수많은 악마 문들이 전부 심연의 문 같은 거였다면, 제르다가 천 번 강림해도 이기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그때 강구한 방법이 뭔데?”
“하나는 율카네스와 타르타트 그리고 이카본이 제안한 방법이었어요.”
본래 이 계획대로 하려 했으나, 악황제와 그의 뜻을 따르는 폰셔에 의해 하지 못한 방법이다.
“검은 알과 차원의 거울을 철저히 봉인하고 연구해서 점진적으로 황제를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
“확실히 황제 입장에서는 답답했겠군.”
“네, 황제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아까 뼈만 앙상하게 남은 황제를 보니까 그의 심정이 이해 갔다.
하루빨리 힘을 되찾고 싶었겠지.
‘그나저나 왜 나를 그렇게 쳐다봤을까?’
어쩌면 단순히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그의 은색 눈동자가 뇌리에 남아 있다.
“다른 하나는 차원의 거울과 검은 알을 황제와 합치는 방법입니다.”
요정의 숲으로 오기 전에 봤던 광경이다.
“그렇게 해서 그의 힘을 심연의 마나로 회복하는 것. 그렇게 강해진 황제가 그의 몸속에 있는 존재까지 완전히 흡수하는 방법.”
“참고로 나는 폰셔와 황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뭐, 어차피 내 의견은 묵살되었지만.”
이소레타가 끼어들어 한마디 한다.
황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못 미덥고 불안한 방법이군.”
“맞아요. 황제 말로는 심연 속에서 그 존재의 기억을 통해 방법을 찾았다고 하지만…….”
“율카네스는 절대 납득하지 못했겠지.”
“율카네스뿐만이 아닙니다. 이카본과 타르타트도 악황제의 말을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냥 악황제를 죽이면 안 되나?”
“과거 라이오스를 죽인 제로니어드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확실히 그것도 문제겠네…….”
무슨 바이러스도 아니고 말이지.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선악검과 환상 군단, 마누스의 마나 그리고 성녀의 찬송가를 이용하면 될 것 같긴 한데…….”
“그런 여건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겠네?”
“네, 애초에 북부 교단에서 협조할지도 미지수고.”
실제로 시간을 벌지도 못하게 이미 일이 이렇게 터져 버리지 않았던가?
“잠깐만, 그럼 로지는?”
문득 악황제의 심장을 찔렀다는 로지스트가 떠올랐다.
“그 녀석, 악황제의 심장을 찌르고서 조기 각성인지 뭔지도 했던데?”
“그것 때문에 율카네스가 로지와 데이지를 데리고 간 거예요.”
“율카네스라……. 못 미더우면서도 믿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긴 한데…….”
미라이가 공감 간다는 듯 푸흡, 웃는다.
일단 로지의 문제는 접어 두고 다른 의문점을 물었다.
“이카본과 타르타트의 상태는 어떻지?”
네가 온 곳과 비교해서 말이야.
뒷말은 하지 않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그녀는 알아들었다.
“확실히 달라요.”
짧은 답변이지만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
‘원작에서의 사천왕과 현재의 사천왕은 다르다.’
원작에서 사천왕은 충직한 노예였다. 악황제의 몸속에 있는 그 존재의 노예.
반대로 지금의 사천왕은 어떤가?
악황제의 몸속에 있는 존재를 어떻게든 봉인하고 관리하려는 현재의 사천왕.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바꿨을까?’
‘설마 나 때문일까?’라고 생각했지만, 원작에서 로니아드 칸브라만이라는 인물은 절대 등장하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다.
“폰셔 재상은?”
폰셔는 원작처럼 현재에도 황제를 부활시키려 하지 않았던가?
“행동은 비슷하지만 달라요.”
“헌스터는?”
“아직 본 적이 없어 모르지만, 하는 행동을 보니 다른 거 같아요.”
애초에 헌스터는 지금 라-고이트 장벽에 있다.
마리아라면 한 번쯤 만나러 가 봤을 거 같은데…….
“뭐가 다르다는 거야?”
“글쎄요, 저도 몰라요. 황녀님은 알아요?”
“나도 모른다.”
나와 마리아의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이상한 문답에,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악황제의 상태를 보니깐 뭔가 이상하던데? 특히 마지막에…….”
고치 상태로 변한 악황제는 무수한 촉수로 사방에 있던 모든 생명체들을 흡수했다.
마치 군대를 이곳으로 모으게 한 것이 이때를 위해 준비한 것처럼.
“사실 그것도 반쯤 예상하고 있었어요.”
예상했다는 양반들이 일을 이렇게 만들어?
“우리가 봤던 것은 더 이상 황제이면서 황제가 아니게 된 존재예요.”
부르르르.
그때, 마리아의 품속에서 뭔가가 빛을 발하면서 진동한다.
“잠시만요.”
문답을 이어 가던 마리아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마법 통신기였다.
그녀는 통신기를 조작하더니만 어디론가 통신을 보냈다.
잠시 후 마법 통신기에서 누군가가 홀로그램화되어 등장했다.
―잘 도착했나 보군.
율카네스였다.
“그쪽도요.”
―우리는 현자의 탑에 도착했네. 거기는 배경을 보아하니, 요정의 숲이로군.
“남은 기간 동안 요정의 숲에서 보낼 거 같아요. 율카네스 님은 계획이 어찌 되시나요?”
―현자의 탑에 왔으니까, 이 두 녀석을 연구하고.
두 녀석이라 하면 로지와 데이지다.
―잠시 폰테임에도 가서 좀 손 좀 봐 주고 와야지.
대마도사의 입에서 자신의 가문이 언급되자, 앨리스가 눈을 떨었다.
―감히 나도 모르게 그런 걸 숨겨? 이런 깜찍한 놈들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