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34
134. 요정의 숲(3)
“뭐, 뭐야? 어디 갔어? 로니아드? 로니아드!”
장로와 함께 로니아드에게 온 테노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로니아드를 애타게 찾았다.
결국 로니아드의 행방은 정령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다급히 요정의 숲을 벗어났다는 정령들의 얘기를 듣고서야 그를 찾는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
“나쁜 놈! 약속을 어기다니!!”
생에 첫 배신의 충격에 테노바는 며칠간 앓아누웠다.
그리고 얼마 후, 어둠의 숲을 징벌한 아우레의 원정군이 요정의 숲으로 위풍당당 복귀하였다.
……테노바의 상념이 끝나는 것과 비슷하게 로니아드의 설명도 끝났다.
“……해서 기다려도 원정군도 오지 않았고, 저도 북부로 가야만 해서 그렇게 요정의 숲을 떠나야만 했었죠.”
‘아니야. 틀려…….’
테노바는 자신의 기억과 로니아드가 한 말을 비교했다.
그의 말과 그녀의 기억에는 전체적으론 같지만, 분명 빠진 부분이 있었다.
‘늘 통증에 고통스러워했던 얘기는 왜 없지? 두통과 함께 들리는 환청 때문에 그 난리를 쳤던 인간이…….’
로니아드가 한 말에서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과거 로니아드가 그녀와 엘프들에게 보였던 고통스러워하던 모습, 그게 빠졌다.
눈앞의 로니아드는 과거 자신이 언제 아팠냐는 듯, 그 얘기는 쏙 뺐다.
당시 로니아드가 클라메니크에서 엘프 여왕을 기다리고 있던 이유가 그 고통 때문이었으면서.
“잘 들었네. 그럼, 당시에 나와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그게, 제가 잃어버린 기억 때문입니다. 엘프 여왕들은 대대로 대상의 기억과 본질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거짓말! 가슴에 난 흉터와 머릿속을 울리는 환청을 치료하려고 왔던 거잖아!’
짧지만 1년 가까이 로니아드와 지냈던 테노바다.
테노바와 대련 후, 그가 테노바가 소환한 물의 정령으로 땀을 씻을 때 로니아드의 가슴에 나 있던 흉측한 흉터를 테노바는 아직도 기억한다.
살아 있는 것 같고 검은 기운을 조금씩 풍기던 그 흉터를.
“안타깝지만 로니아드, 그대의 기억은 하이 엘프인 나도 읽기가 힘드네.”
“그새 시도해 보신 겁니까?”
“아까 세계수 축복을 주면서 그대의 본질과 함께 기억을 얼핏 보려 했지.”
아우레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대의 힘과 기억은 엄청났다. 감히 내가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아마 돌아가신 어머니 정도나 가능했을 것이야.”
“흐음…….”
아우레의 말에 로니아드가 신음을 흘린다.
“아니야! 너는 로니아드가 아니야! 이 가짜야!!”
그때, 구석에 누워 있던 테노바가 벌떡 일어서서 로니아드에게 외쳤다.
“내가 가짜라고?”
아까 결투했을 때보다 더욱 흥분한 테노바의 모습.
“그래! 이 가짜야! 진짜 로니아드는 어디에 있어?!”
‘뭐야? 쟤 뭘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테노바의 외침에, 빙의자이기도 한 로니아드는 속으로 식겁했다.
“……어.”
“뭐라고?”
로니아드를 가짜라고 말한 테노바가 그에게 뭐라고 말한다.
“벗어!! 벗으라고!”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엘프가!”
로니아드가 옷깃을 잡고 소리쳤다.
“안 벗어? 그럼 내가 벗기겠어!”
테노바가 로니아드에게 달려든다.
“가슴, 가슴을 보자!”
“이 엘프가 왜 이래!”
그런 테노바와 로니아드의 모습을 나머지 일행들과 아우레가 얼빠진 얼굴로 지켜볼 뿐이다.
“여왕님! 이걸 지켜만 보실 겁니까?!”
로니아드의 비명에 아우레는 테노바를 노려봤다.
“……테노바가 이러는 데에도 뭔가 이유와가 있지 않을까요? 진심이 보입니다.”
아우레가 갑자기 중립 기어를 박는다.
“요즘은 이종족들이 더더욱 적극적이군. 이런 건 배워 둬야지.”
“인간 남자를 벗기려는 여자 엘프라니…….”
“전생에 제르다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로니아드 님은…….”
“저 엘프를 적극적으로 제압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은근슬쩍 즐기고 있나 본데…… 놔두죠?”
아우레뿐만 아니라 이소레타, 앨리스, 루키엘, 마리아 또한 흥미로운 눈으로 두 사람을 지켜본다.
“로니아드여, 무례인 것은 알지만, 그냥 순순히 벗는 게 나을 듯하다.”
아우레는 이제 뭔가 의문이 생겼는지, 테노바를 은근히 지지했다.
“에이 씨! 까짓거 벗어 주마!”
“아악!”
로니아드가 자신을 덮친 테노바의 양팔을 잡고는 밀쳤다.
“벗더라도 내가 직접 벗는다!”
결국 로니아드는 테노바를 제압하고서 스스로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오오오……!”
“어머어머……”
이소레타와 앨리스가 눈을 빛내면서 로니아드를 보았고, 테노바도 어째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다.
“에휴, 남자 벗은 몸 보는 취미는 없어서…….”
루키엘은 시선을 돌렸고.
“…….”
마리아와 아우레는 말없이 로니아드의 상체를 주시했다.
“자, 됐냐! 이 미친 엘프야!”
이윽고 로니아드가 상의를 다 벗었다.
하얀 피부에 완벽에 가까운 복근과 잔근육, 넓은 어깨와 힘줄이 돋보이는 팔근육 등, 그대로 조각하라고 해도 그 완벽함을 다 담기 힘들 것 같은 몸이다.
“…….”
하지만 그런 완벽한 상체에서 근육들보다 더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 있었으니, 그의 가슴, 심장 주변에 난 커다란 흉터였다.
“흉터가 있어……?”
테노바가 허탈한 표정으로 로니아드의 흉터를 보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과거 그녀가 얼핏 봤던 흉터와 많이 달랐다.
“……다 나은 거야?”
“낫긴 뭐가 나아?”
지금 로니아드의 심장 주변에 난 흉터는 문신처럼 남아만 있을 뿐, 완전히 죽은 흉터였다.
살아 꿈틀거리고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던 것이 아니었다.
“치료하면서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잊은 거야?”
“좀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 좀 해라.”
대충 로니아드가 어떤 상황인지 추측한 테노바는 언제 그랬냐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사과한다.
“미안.”
“……너 일부러 나 엿 먹이는 거지?”
“일부러는 아니다. 오해야, 오해.”
“…….”
그런 하이 엘프의 태도에 로니아드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속을 끓였다.
앨리스와 루키엘은 로니아드의 가슴에 난 흉터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기에, 별말이 없었다.
“…….”
마리아 또한 전에 율카네스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는지 덤덤했다.
“그 흉터는……!”
오히려 이소레타가 뭔가 큰 충격을 받았는지 잔뜩 굳어 있었다.
“그 흉터는 뭐지?”
아우레가 물었다.
“저도 잘 모릅니다. 이 흉터를 입기 전의 기억을 잃어버려서요.”
“잠시 만져 봐도 되겠나?”
“……예, 마음대로 하십쇼.”
아우레가 조심스레 로니아드의 가슴에 난 흉터를 더듬었다.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그냥 죽은 흉터군.”
“그런가요? 그런데 왜 어떤 치료 마법을 써도 안 없어질까요?”
“단순히 육체에 난 상처가 아닌, 영혼까지 난자한 상처라서 그럴 거다.”
“영혼에 난 상처가 이렇게 육체에까지 반영된다, 그런 뜻입니까?”
“그래, 아마 그대의 기억과 힘을 봉인한 것도 이 상처 때문일지도.”
“그, 그렇다면 안전한 것이오? 엘프 여왕이여.”
굳어 있던 이소레타가 다급히 아우레에게 물었다.
“그 흉터에서 어떤 기운도 안 느껴지는 게 정말이죠?”
앨리스도 끼어들었다.
“그렇다.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매우 깊은 흔적 같은 거다.”
“휴우…….”
“하아, 다행이다…….”
아우레의 말에 두 여자는 유난히 안도한다.
“…….”
마리아는 로니아드의 흉터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님이 왔으니 당연히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 법.
아우레는 손님들을 이끌고 엘프들의 만찬장으로 향했다.
만찬장으로 향하는 길, 여전히 엘프들이 방문자들을 구경한다.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나무와 하나가 되어 있는 엘프의 도시 클라메니크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나저나 도시의 분위기가 많이 무거운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까 테노바만 혼자 마중을 나온 것도 그렇고, 전체적인 도시의 분위기가 좀 무거웠다.
“현재 전쟁을 앞두고 있어 그런 것이야.”
아우레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쟁이라고요?”
마리아가 놀라 되묻는다.
“그래.”
‘분명 요정의 숲에서 결계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별다른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조용한 전쟁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어둠의 숲에서 다시 쳐들어온 것인가요?”
어둠의 숲, 요정의 숲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거대한 숲.
이 어둠의 숲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면 끝을 알 수 없는 마수의 땅이 펼쳐진다고 한다.
마수의 땅은 몬스터 웨이브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대륙의 8대 마경 중 한 곳이다.
그리고 이 마수의 땅과 연결되어 입구의 역할을 하는 어둠의 숲 또한 대륙의 8대 마경 중 한 곳이다.
그런 어둠의 숲의 주인은 암흑시대에 어둠에 영혼을 바쳐 동족을 배신한 다크 엘프들이다.
“뭐, 다크 엘프도 있긴 하지.”
“다크 엘프도……?”
마리아는 최악의 상황을 짐작하는지 표정을 굳혔다.
“지금 우리가 목도한 적은 제국의 야만 군단이다.”
아우레의 입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야만 군단이 대체 왜?”
“장벽의 야만 군단이랑 클라메니크의 엘프들은 동맹 관계 아니었습니까?”
“야만 군단에 다크 엘프가 다수 있다고 듣긴 했지만……”
야만 군단, 제국의 암흑 군단과 더불어 제국 최고의 군대다.
암흑 군단이 중앙군의 성격으로 황도 인근에 있다면, 야만 군단은 야만의 땅과 열사의 사막과 인접한 제국 극동 남부, 라-고이트 장벽 바로 밖에 위치해 있다.
제국에 귀화한 야만족, 몬스터, 이종족이 섞여 있는 혼성 군단으로, 거인족의 대장로 헌스터가 군단장을 맡고 있다.
평시에는 장벽 밖에서 제국에 적대적인 야만족과 몬스터들을 막는 것이 주 임무다.
세뇌된 오크와 전향한 다크 엘프, 친제국 성향의 야만족 부족 등, 어둠 속성 이종족도 다수 포진되어 있다.
문명 세계와 비문명 세계를 가르는 제국의 거대한 장벽, 라-고이트 장벽 밖에서 제국의 적들이 장벽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 주는 아주 중요한 군대기도 했다.
“야만 군단이라니……. 이길 수 있긴 합니까?”
루키엘이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야만 군단의 악명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아우레의 평온한 상태가 이해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로니아드와 마리아 일행이 웅성거리든 말든, 아우레는 덤덤한 얼굴로 자기가 할 말을 마저 했다.
“마침 잘됐군. 그대들에게 소개할 존재도 있으니.”
“소개할 존재요?”
“만찬장에서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만찬장에 도착했다.
우걱우걱, 쿠오오!
쩝쩝쩝쩍…… 꺼억.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소리와 함께, 수백의 거인족이 보였다.
“오! 대마녀와 황녀 전하시군!”
“어서들 이리 오시게. 우리도 지금 막 먹기 시작한 거야.”
“엘프의 만찬이라 고기가 없는 게 참 아쉽지만 나름 먹을 만해. 배가 안 차서 그렇지.”
수백의 거인이 엘프들의 식량을 거덜 내고 있었다.
“……당신은?!”
이소레타가 거인들 중 유독 붕대를 많이 감고 있는 거인을 보고 놀란다.
“여어~ 황녀 전하! 오랜만입니다.”
붕대를 감은 거인이 이소레타를 보고는 편하게 인사한다.
“이게 도대체…….”
이소레타뿐만 아니라 붕대를 감은 거인의 정체를 눈치챈 마리아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아우레를 쳐다본다.
아우레가 그 거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소개하지. 저기 가장 덩치가 크고 붕대를 많이 감고서 과일을 처먹고 있는 자가 헌스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