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35
135. 파괴왕 헌스터와 야만 군단(1)
과일을 처먹는다, 라…….
아우레의 말에서 그녀 또한 이 거인족의 존재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허허, 엘프 여왕이여, 나 대장로에게 처먹는다니!”
아우레의 말에 헌스터가 발끈한다. 진심으로 발끈했다기보단 유쾌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장로, 입 주위에 묻은 것부터나 닦고 말하십쇼.”
“대장로도 딱히 반박할 말이 없잖수?”
“사실은 사실이지. 아마 여왕은 속으로 ‘오크처럼’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었는데 참았을 거요.”
주변의 거인들이 대장로 헌스터를 나무랐다.
헌스터를 나무라는 거인들 또한 입 주위는 물론 얼굴 전체에 과일 씨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것들이, 언제부터 엘프 편이 된 거야?”
헌스터가 황당하다는 눈으로 자신의 동족들을 보았다.
“하긴, 엘프 여왕으로부터 그런 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도 나, 헌스터가 아니면 못하지!”
그러다가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정한다.
“크하하하하! 다음엔 꼭 오크처럼, 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십쇼.”
거인들은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껄껄 웃으며 정령들이 실어 오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에휴…….”
아우레가 처음으로 근심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쉰다.
“도대체 저들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마리아가 멍한 얼굴로 아우레에게 물었다.
야만 군단과 싸운다면서 그들의 군단장과 거인족 장교들이 여기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됐다.
“그건 내가 설명해 주지.”
마리아의 물음에 헌스터가 음식을 먹다 말고 입을 열었다.
음식을 씹던 중에 외치듯이 말하는 바람에, 입속에 있던 음식물들이 주변으로 튀었다.
“자아, 자! 이쪽으로 와서 앉으라고, 대마녀여. 황녀 전하와 다른 이들도 앉고.”
마치 자신이 만찬장의 주최자인 듯 행세하는 헌스터의 모습에 아우레가 인상을 찌푸린다.
“아아, 여왕님도 앉으시오.”
헌스터의 모습에 다들 떨떠름한 기분으로 만찬장 탁자에 앉았다.
“우리가 왜 여기 있냐면…… 야만 군단에서 쫓겨났기 때문이지.”
“……?”
다들 헌스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이해하는 데 몇 초 걸렸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거인들의 얼굴은 순수하고 해맑았다.
“하하하하하! 쫓겨나 버렸어!”
“크흐흐흐흐…… 오크 녀석들,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다크 엘프들이 깜찍한 짓을 해 버려서, 입고 있던 거신갑도 전부 못쓰게 되어 버렸지, 헤헤헤헤.”
그들이 모두 사이좋게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또 뜬금없이 이곳에 있는 이유도 말이다.
“거인족의 성격이 원래 저랬던가?”
루키엘이 거인들을 보며 작게 중얼거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아우레가 말했다.
“원래도 긍정적이었지만, 지금 먹고 있는 과일 덕분이기도 하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거든.”
“술 같은 겁니까?”
“엘프주는 저들이 온 첫날에 바닥났다. 지금 먹는 과일은 환각류에 가깝다.”
그녀의 말에, 헌스터가 먹던 과일을 막 입에 대려던 로니아드가 조용히 과일을 내려놨다.
“크흠, 하도 술과 고기를 달라고 귀찮게 해서…….”
아우레가 살짝 무안한지 헛기침을 한다.
“야만 군단장,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여기 있는 사람들 중 헌스터와 가장 안면이 있는 이소레타가 모두를 대신하여 물었다.
“아아~! 그게 말입니다, 언제부터였더라? 1년 전부터 애들이 좀 이상했습니다.”
“애들이라면?”
“뭐, 군단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다크 엘프, 오크, 야만족들이죠.”
“어떻게 이상했는데?”
“흐음~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분위기가 좀 이상했습니다.”
과일에 취해(?) 있던 헌스터의 눈이 어느새 진지해졌다.
“사태의 심각함을 확신했을 때는 이미 늦었지요. 놈들을 제압하려고 했을 때는 다크 엘프 마법사들이 우리의 거신갑에 수작을 부려 놨더군요…….”
“왜 황도에 말하지 않았지?”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벽에 있는 제국 수비군에 말했지만 묵살당했고, 마지막에는 폰셔에게도 말했죠.”
“타르타트나 이카본에게는?”
“폰셔에게 말하면 알아서 전달해 줄 텐데, 굳이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폰셔 백작에게도 별 답이 없었지?”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지금은 여의치 않으니까 기다리라고만 하더군요.”
“그야, 자네들의 얘기가 황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흐음…… 폰셔, 이 조그마한 뚱뚱보가 귀여운 짓을 했군요.”
헌스터의 얼굴이 굳었다.
“황제께서 깨어났다는 소식은 들었나?”
“그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째 아닌 거 같더군요.”
“아닌 거 같다니?”
“생각해 보니, 황제께서 깨어나셨다는 소문이 들렸을 때부터 군단 병사들의 상태가 이상했거든요.”
꿀꺽, 꿀꺽.
헌스터는 그렇게 말하고는 식탁에 있던 물통을 통째로 마셨다.
덩치가 커서 물통이 컵으로 보였다.
거인족들은 사람과 비슷한 외모에 보통 5미터의 체구를 가졌다.
덩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남들과 다르게 의자에 앉지 않았다. 바닥에 앉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돗자리에서 음식을 먹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크으, 적당히 배가 찼군.”
3초도 안 돼 물통을 비운 헌스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웅, 쿵.
헌스터가 일어나자 다른 거인들도 따라 일어섰다.
지금 있는 만찬 식탁뿐만 아니라 뒤에 펼쳐진 자리에서도 족히 200명은 될 법한 거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땅이 어찌나 울리는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밥값을 해야지.”
“좋아, 소화 좀 시키자!”
“몸이 찌뿌둥하구만!”
헌스터의 선언에, 주변의 거인들이 모두 호응한다.
“아니야, 소화시키지 마. 식량 좀 그만 소모시켜라.”
아우레가 질린 얼굴로 거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흐흐흐흐, 여왕,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누가 당신들을 걱정했다고 하나!”
아우레는 진심으로 짜증이 난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필히 나가서 움직여야 할 텐데?”
“뭐……?”
므우우우.
동시에 침공을 알리는 요정의 뿔피리 소리가 클라메니크 전체를 울렸다.
“어떻게?”
아우레가 떨리는 눈으로 헌스터를 올려다봤다.
“거인족들은 싸움과 관련된 냄새를 아주 잘 맡거든.”
엘프 여왕의 시선에 헌스터를 비롯한 주위의 거인들이 무기를 챙긴다.
거대한 배틀 액스, 워 해머, 창검 등 하나하나가 공성 무기 같았다.
그러나 그들의 몸에 걸친 것은 가죽옷이 전부였다.
“흐으읍!”
헌스터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다시 크게 내뱉었다.
헌스터뿐만 아니라 다른 거인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알딸딸한 게 좋았는데 아깝군.”
한 번의 심호흡으로 정신을 원래대로 되돌린 것이다.
“좋아! 거신갑은 못 쓰지만 무기는 멀쩡하다.”
헌스터가 거인들 앞에서 우렁차게 외쳤다.
“우리가 언제부터 그딴 철 쪼가리에 의지하며 싸웠나!”
“우하!”
“우라악!”
“파괴! 파괴! 파괴!”
엄청난 위압감.
이카본을 마주했을 때와는 좀 다른, 무형의 기운이다.
“저 버릇없는 어둠의 종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
거인들이 각자의 거대한 무기들을 들고서 쿵쿵 결계 밖으로 향했다.
“엘븐 나이트와 장로들을 소집해!”
아우레 또한 자신의 활을 갖추고는 외쳤다.
“우리도 가 보지.”
로니아드가 어깨를 으쓱이며 일행들에게 말했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아우레의 뒤를 따랐다.
* * *
요정의 숲 주변으로 거대한 군대가 모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요정의 숲으로 어둠의 정령들이 침입하기 시작했다.
―키키키킥.
―깔깔깔깔~.
어린아이의 목소리지만 이상하게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요정의 숲을 메아리쳤다.
빛과 불, 물, 나무, 흙, 바람 등의 순수 정령들이 혼비백산 숨기 바빴다.
“빛의 정령왕 세라핌이여, 현하소서!”
그때, 숲속에 거대한 빛이 강림했다.
태양처럼 밝고 성문보다 거대한 빛의 정령왕 세라핌이 등장했다.
―꺄아아아!
세라핌의 등장과 동시에 요정의 숲을 염탐하려던 모든 어둠의 정령들이 비명을 지르며 소멸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상대하려면 다크 스타 정도는 소환해야 할 것이다.”
정령술에 능한 엘프 장로들이 힘을 합쳐 소환한 빛의 정령왕이었다.
“어둠의 종자들이여, 진격하라!”
“크아아아!”
“키에에엣, 키엑!!”
하지만 세라핌의 강림에도 어둠의 세력들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요정의 숲을 뒤로하고 두 군대가 대치했다.
“그래, 너희 어둠의 배신자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지.”
이어서 아우레가 활에 시위를 당겨 가장 먼저 쏘았다.
바람과 빛의 정령의 가호를 받은 화살이 별똥별처럼 빛을 내며 떨어졌다.
콰아, 화르르륵.
꽂힌 화살은 크게 폭발하면서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숲의 파수꾼들이여! 쏴라!!”
뒤이어 수백의 엘프 궁수들이 활을 쏘았다.
아우레가 쏜 화살보단 못하지만, 화살에는 각각 바람과 빛의 정령의 힘이 부여되었다.
반짝 빛나는 화살들이 까맣게 몰린 오크와 야만족들을 꿰뚫었다.
쏴아아앙!
하지만 적들도 맞고만 있지 않았다.
야만 군단에도 궁병대가 당연히 있었다. 그것도 다크 엘프로 이뤄진 궁병대가.
피슈슈슈슛.
다크 엘프 궁병대가 쏜 검은색 화살들이 엘프 궁수들에게 쏘아졌다.
탕탕탕탕.
하지만 검은색 화살들은 엘프들을 꿰뚫지 못했다.
엘프 진형 바로 앞에 투명한 마법 방어막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제가 방어 마법과 저주 해제를 맡죠.”
마리아였다.
로니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키엘은 공격 마법을, 앨리스는 중간중간 저주 마법을 사용해.”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루키엘과 앨리스에게 각각 할 일을 지시했다.
그리고 옆에서 그와 마찬가지로 검을 든 황녀 이소레타에게 말했다.
“그대는 나와 함께 검을 휘두릅시다.”
“기꺼이.”
이소레타가 환하게 웃으며 기사의 예법에 맞춰 경례한다.
그때, 이소레타 옆에 있던 테노바가 입을 열었다.
“나에게는 뭐라 지시 안 하나?”
“……너는 엘프잖아? 여왕께 지시받아야지.”
“흥! 잘 아는군. 혹시나 월권을 할 생각인지 시험하기 위해 물어본 거야!”
“??”
테노바는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이고는 정령검을 뽑아 들었다.
“이소레타.”
테노바의 정령검을 본 로니아드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이소레타를 불렀다.
“말해라, 부마.”
“나중에 시간 나면 여기서 정령 검술을 좀 배워 둬. 도움이 될 거야.”
현재 이소레타는 적통이긴 한데 반쪽짜리 적통으로 알려져 있다.
검술은 뛰어난데 마법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그것이 그녀에겐 큰 콤플렉스였고, 원작에서 이소레타는 뒤늦게 요정의 숲에서 정령검을 배운다.
알고 보니 마법이 아닌 정령에 재능이 있었는데, 황궁에서 각종 견제를 받다 보니 깨닫지 못했다는 설정이다.
“정령술을? 하지만 나는 마법에 재능이 없다.”
“마법에 재능이 없다고 정령에 재능이 없으라는 법은 없어. 시간 나면 무조건 여기서 정령검에 대해 배워.”
“마치 명령하는 말투다.”
“필요하다면, 스승으로서의 명령이라고 생각해.”
“알겠다. 기필코 꼭 배우겠다.”
이소레타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도대체 또 어디서 기분이 좋아진 건데?’
정말 알 수 없는 여자다.
“흥!”
그리고 이 모습을 본 테노바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테노바의 태도에 로니아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쟤가 츤츤거리는 캐릭터라고?’
원작에서나 빙의 전 로니아드 기억을 돌이켜 봐도 테노바의 성격이 이랬나, 싶었다.
원작에선 크게 비중이 있지 않았고, 로니아드의 기억에서 테노바는 꽤나 살가운 태도였으니까.
‘이놈의 여난은 참…….’
하다 하다 엘프의 츤데레라니.
‘일단 전투에 집중하자.’
당장 크게 거슬리는 것도 아니니 적당히 무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