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36
136. 파괴왕 헌스터와 야만 군단(2)
여느 전투가 그렇듯 전투의 시작은 원거리부터 시작됐다.
와아아아!
“쏴랏!”
“막아라!”
다크 엘프 궁수가 화살을 쏘면 마리아가 방어 마법을 친다.
엘프 정령사들도 바람 정령을 소환해 원거리 공격을 무력화시킨다.
다크 엘프 마법사들이 각종 저주와 마법 공격을 하면, 엘프 정령사들이 빛의 정령을 이용하여 저주를 막았다.
나무와 흙의 정령으로 벽을 만들어 마법 공격을 막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엘프들이 쏜 화살과 정령 마법 또한 전진하는 야만 군단에게 반도 적중하지 못했다.
중간중간 다크 엘프 마법사와 야만족 주술사들이 강체술과 방어막을 펼쳤기 때문이다.
몇십 번의 화살과 마법이 오가고, 야만 군단에서 근접전을 맡은 야만족, 오크, 중형 몬스터들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엘픈 나이트, 준비!”
엘프들 중에서 중갑을 껴입은 엘프 전사들이 첫 열에 등장했다.
신성 시대 혹은 교단의 팔라딘이나 입을 법한 플레이트 갑옷이다.
차이가 있다면 엘프들의 것이 훨씬 날렵해 보인다는 정도.
그들은 그것도 모자라 한 손에는 커다랗고 뾰족한 방패를 들었고, 한 손에는 기다란 창검을 들었다.
둘 다 한 손으로 들기 힘들어 보였으나, 엘프의 경량화 기술과 정령의 가호 덕분인지 문제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엘븐 나이트의 바로 뒤에, 비교적 가벼운 경장갑을 걸친 엘프 전사들이 날렵하고 예리한 쌍검을 빼 들었다.
두근, 두근, 두근.
쿠르르르르르.
심장 뛰는 소리와 적들의 발걸음 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두 군대가 충돌하기 직전.
“우리도 도올격!!”
“우워어어어!”
“죽여라! 파괴해라!!”
“끄하하하하하핫!”
헌스터를 중심으로 한 수백의 거인족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나왔다.
200명이 넘는 거인들이 엘븐 나이트들을 밀치고는 그대로 돌격해 오는 적들과 충돌한 것이다.
콰가가각, 퍼억, 퍼퍼퍽!
거인들은 몸통과 그들이 들고 있는 공성 무기 같은 무기를 휘둘렀다.
“크아아아아!”
“쿠웨엑!”
“꾸액!”
거인들과 마주한 모든 오크와 야만족들이 고기 조각이 되어 멀리 날아갔다.
“저런 미친 것들!”
이 광경을 본 아우레는 놀랄 틈도 없이 병력을 전진시켰다.
“엘븐 나이트, 전진!”
거인들이 적들의 전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덕분에 공세가 역전됐다.
슈욱, 슈욱, 캉.
오크와 야만족들 사이에서 다크 엘프 어새신들이 엘븐 나이트들을 향해 단검을 투척한다.
하지만 엘븐 나이트가 입은 갑옷과 그 갑옷에 박혀 있는 정령석이 단검을 튕겨 낸다.
슈욱, 푸욱.
“크윽!”
오히려 엘븐 나이트 뒤에 있던 엘프 전사들이 역으로 던진 부메랑에 맞아 쓰러진다.
야만족이나 오크와 달리 다크 엘프라면 나름의 방어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엘프 전사들이 던진 칼날 부메랑에는 정령의 가호가 짙게 묻어 있었다.
수적으로는 야만 군단이 압도했지만, 질적으로는 클라메니크의 엘프들이 우위였다.
로니아드도 이소레타와 테노바와 함께 적들을 베어 넘겼다.
렌슬렛과 오스카에서 상대했던 오크와 지금 눈앞의 오크들은 많이 달랐다.
제국군의 장비를 걸친 녀석들이고 지성도 있어서 손이 더 많이 갔다.
그렇게 열심히 몬스터들의 검은 피를 묻혀 가며 베고 있을 때였다.
“로니아드 경! 여왕님의 전언이오.”
한 하이 엘프 장로가 엘프들의 탈것인 큰 수정 뿔 사슴을 타고 와서 여왕의 말을 전했다.
‘하이 엘프 여왕 정도라면 텔레파시 같은 것을 쓸 수 있을 텐데?’
뒤를 돌아 여왕이 있는 곳을 보니, 여왕을 비롯한 엘프 장로들이 뭔가 거대한 정령술을 준비하는 듯싶었다.
“‘거인들이 너무 적진에 깊이 들어갔네. 가서 데리고 좀 와 주게’라고 부탁하셨네.”
로니아드는 ‘왜 우리냐?’라는 의미를 담은 눈빛을 쏘았다.
“우리 정령과 파수꾼들이 몇 번 접근했지만, 말을 통 듣지 않네.”
하이 엘프 장로가 손가락으로 헌스터와 거인들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몇몇 엘프 파수꾼과 바람의 정령들이 거인들 근처에서 뭐라 외치다가, 거인들이 휘두르는 무기를 피해 급히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여왕께서는 자네와 황녀에게 기대를 거셨네.”
엘프 장로의 말을 들은 로니아드가 고개를 다시 돌려 적진을 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하이 엘프 장로가 가리킨 방향으로 돌렸다.
“아니, 아무리 거인족이라고 해도 미쳤나?”
그곳에는 거인들이 무수한 무기를 온몸에 맞아 가면서 흉폭하게 살육을 벌이고 있었다.
문제는 거인들의 상태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명이 넘었던 거인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았다.
“늘 거신갑을 입고서 거신병이 되어 싸우다 보니 습관이 된 거 같아.”
이소레타가 옆에서 이유를 말해 줬다.
“심지어 광폭화, 버서커 상태일 거야. 고통도 두려움도 못 느끼지.”
“저렇게 싸우다간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을 거다. 부마, 저들을 도왔으면 한다.”
황녀의 말에 로니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아의 말이 맞다면, 원작에서 사천왕은 악황제 속에 있는 존재에게 정신 지배를 받는 상태였다.
그리고 결국 이소레타와 아우레는 그런 헌스터와 야만 군단에게 최후를 맞는다.
드래고니안 황녀와 엘프 여왕을 죽일 정도로, 헌스터와 야만 군단은 막강했고 인상적이었다.
‘야만 군단은 어쩔 수 없어도 최소한 헌스터와 거인들을 아군으로 가질 수 있다면?’
이보다 든든한 아군은 없을 것이다.
“가자!”
“응!”
로니아드가 적진으로 달렸고, 이소레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쫓았다.
로니아드는 황녀와 함께 싸우면서 그녀의 실력을 볼 수 있었다.
이소레타의 실력은 카디나보다 뛰어났고, 로지스트보다 살짝 아래였다.
“테노바, 여기서부턴 위험해!”
아까부터 계속 함께 싸우던 테노바가 따라오려고 하자, 로니아드가 만류한다.
“거인들이 죽으면 우리 엘프들에게도 큰 손실이야. 딱히 너희를 위해서 함께 가는 게 아니야.”
테노바가 차갑게 대꾸하면서 함께했다.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겠다만…….’
테노바는 200살 먹은 하이 엘프다.
엘프 중에선 어리지만 인간 기준으로 치면 그녀의 정령검 실력은 이소레타와 비슷하다.
이소레타가 순수 인간이 아닌 드래고니안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다.
엘프들은 평균적으로 오랜 수명을 살다 보니 인간처럼 치열하게 짧고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테노바는 유독 다른 엘프들과 달랐다.
그랬기에 원작에서도 아우레가 죽자, 큰 반대 없이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알았다.”
말로 만류한다고 들을 테노바가 아니다.
엘프, 그것도 하이 엘프 중에서 유독 고집 센 별종이니까.
“하지만 죽지 마라, 테노바.”
“……네 걱정이나 해.”
테노바의 표정이 살짝 밝아진 착각이 들었다.
“바람의 항해사여! 저들에게 속도의 축복을.”
하이 엘프 장로가 상급 바람의 정령으로 로니아드와 이소레타 그리고 테노바를 축복한다.
원래도 빠르던 그들의 움직임이 이제는 반쯤 날아다닐 정도로 빨라졌다.
“자네들이 거인들을 데리고 나오면, 곧장 광역 정령술과 엘븐 라이더들의 차징이 있을 거네!”
바람의 축복과 함께 엘프 장로의 메시지도 전해졌다.
‘서둘러야겠군.’
이미 뒤에서는 여왕과 엘프 장로들이 각 속성의 정령왕들을 소환해서 대규모 정령술을 준비 중일 것이다.
바람의 흐름 덕분인지 순식간에 거인들이 밀집한 곳에 도달했다.
오크와 야만족, 그 외 각종 몬스터들의 어깨와 머리를 밟고 헌스터가 있는 곳으로 최대한 가깝게 접근했다.
“헌스터! 제 말이 들리십니까?”
로니아드가 목소리에 자신의 마나를 담아 헌스터에게 외쳤다.
“크르르르?”
괴물처럼 포효하면서 적들을 압살하던 헌스터가 로니아드를 바라본다.
“……?!”
몇 초 후.
“오! 도와주러 온 건가?”
헌스터가 이성을 찾고 로니아드를 반겼다.
“예, 일단 몸 상태를 보시지요.”
“으응?”
퍼억, 퍽.
로니아드와 대화를 하면서도 헌스터의 양손은 멈추지 않았다.
잠깐의 대화 중에도 오크 다섯 마리가 헌스터가 휘두른 거대한 워 해머에 편육이 되었다.
푸욱, 푹.
비슷하게 헌스터의 몸에도 10여 발의 화살이 박히거나 튕겨져 나갔다.
“끄응…… 위험할 뻔했군.”
헌스터는 자신의 몸 상태와 주변 거인들의 상태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위험합니다.”
“싸우다가 죽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
헌스터의 말에 설득하기 귀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려던 찰나.
“야만 군단장.”
이소레타가 헌스터를 불렀고.
“……하지만 그것이 무모하고 어리석게 싸우라는 뜻은 아니지.”
헌스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오오오오!”
그리고 거대한 포효를 외쳤다.
“크으으?”
“대장로……!”
인간과 닮았으나 매우 근육질이고 보통 키가 5미터 이상씩 되는 거인들이 헌스터의 포효를 듣자마자 버서커화에서 깨어났다.
그런 거인들보다 덩치가 2미터는 더 큰 대장로 헌스터가 다시 외쳤다.
“네놈들 몸 상태를 봐라! 다들 후퇴!”
대장로의 권위가 가득 담긴 명령에 거인들이 너도나도 양팔을 휘두르면서 걸음을 옮겼다.
“많은 거인들이 아깝게 죽었습니다.”
땅에 차갑게 쓰러진 거인들이 대략 50명은 되어 보였다.
“땅의 일부가 된 것이야.”
동족의 죽음에도 대장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거인들이 하나둘씩 적진의 한복판에서 빠져나왔다.
헌스터가 각종 포효로 오크와 야만족들의 어그로를 끌어 준 데다, 후방에서 엘프 궁수들과 정령사들이 적절히 견제를 해 줬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거인들은 전부 탈출했습니다.”
로니아드가 말하자, 헌스터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이거, 우리는 빠져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군.”
야만 군단 전체가 헌스터만은 어떻게든 잡으려고 혈안이 된 것 같다.
다크 엘프들이 각종 견제 마법과 화살, 단검을 쏘고 있었고, 오크와 야만족 그리고 어둠의 숲에서 몰고 온 각종 대형 몬스터들이 벽이 되어 막아섰다.
특히 다크 엘프 정령사들이 어느덧 검은 결계로 그들 주위를 가두려 하기 시작했다.
“황녀 전하 그리고 하이 엘프, 잠깐 실례.”
헌스터가 무기 하나를 놓고는 두 여자를 한 손에 잡았다.
“자, 잠깐!”
“지금 뭐 하는…… 꺄악!”
한 손으론 계속 적들과 적들의 무기를 쳐 내고, 다른 한 손으로 두 여자를 잡아 든 헌스터는 소리를 질렀다.
“던질 테니 잘 착지하시오!”
부우웅, 슈와악!
두 여자를 요정의 숲 방향으로 크게 던졌다.
이소레타와 테노바는 비명도 못 지르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둘 정도의 실력이면 죽지는 않겠다만.
“이런, 자네까지 던져주고 싶었는데…….”
이어서 로니아드를 잡으려던 헌스터는 사방도 모자라 하늘까지 완전히 막은 적들의 포위망에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로니아드를 쥐려던 것을 포기하고 다시 양손에 무기를 잡았다.
“에휴,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시죠?”
“크흐흐흐, 진심이라니까.”
“예에…….”
그런데 의외로 로니아드의 반응은 덤덤했다.
“본 지 얼마 되지 않았다만 자네 정말 마음에 드는 인간이야. 마치 과거의 황제와 라이오스를 보는 것 같아.”
헌스터는 죽음을 눈앞에 뒀으나 겁에 질리지 않고 덤덤한 인간 기사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여기서 살아 나가면 황녀 전하의 부마가 되는 것은 어떻겠는가?”
“…….”
“자네라면 우리 황녀 전하가 전혀 아깝지 않을 거 같아!”
로니아드는 헌스터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손에는 마법을 다른 한 손에는 검기를 일으킬 뿐이었다.
로니아드가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한 헌스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후회 없는 싸움을 즐겨 보자고, 멋진 전사여!”
사방에서 흉포한 살기가 두 사람을 찌른다.
헌스터도 로니아드도 더 이상 실없는 대화를 나누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야만 군단장은 많이 약해졌다!”
“죽여라!”
“키에에에에!!”
이어서 집요한 적들의 공세가 둘을 향해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