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45
145. 어퍼컷(2)
거신병과 엘프 군대가 순서대로 포털로 들어가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로페림 백인대 입장!”
“검 끝에 용기를!”
엘븐 나이트의 마지막 백인대가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 검 끝에 용기니, 창끝에 순수니 같은 소리는, 다시 들어도 오글거리네.’
소설을 읽을 때도 오글거렸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오글거린다.
작가놈은 뭔 중2 같은 대사를 처넣어서.
그렇게 마지막 백인대가 사라질 때쯤, 드디어 로니아드 일행의 차례가 되었다.
“다녀올게.”
“무사하셔야 해요.”
“도시 잘 지키고 있어.”
“네, 저도 같이……는 안 되겠죠?”
“미안해.”
“아니에요…….”
앨리스는 전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거 같아 요정의 숲에 남겨 두기로 했다.
그녀 또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기에 무리하게 보채진 않았다.
“우리도 가지.”
“네!”
“가자!”
먼저 간 헌스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 로니아드, 이카본, 타르타트, 마리아, 루키엘, 테노바, 이소레타가 포털 속으로 향했다.
그들 뒤에는 엘프 파수꾼과 정령술사가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집결 중이었다.
콰드드득, 콰앙!
쿠오오오오!
로니아드가 포털을 통과하자마자 보게 된 것은 사방을 묵사발로 만들고 있는 거신병들이었다.
“크하하하핫! 이거야, 이거라고!!”
본래 순백의 거신갑이었던 것들이 어찌나 살육을 했는지 검붉은 색이 되어 있었다.
“2차 돌격 준비!”
“돌격!”
“창끝에 순수를!”
아우레를 선두로 한 엘븐 라이더들이 창끝을 겨눴다.
거신병에게서 도망치는 적들의 등 뒤를 향해 차징을 한다.
인간 기사단의 차징을 능가하는 위력이다.
“로니아드 님, 아우레 여왕님께서 저기를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엘븐 라이더 중 한 기가 전령 역할을 할 겸, 로니아드에게 달려왔다.
“아마도 저게 다크 스타인 것 같습니다.”
엘븐 라이더가 가리킨 곳을 보았고, 그곳에는 검은색의 오로라가 가득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다.
“후딱 처리하고, 제발 방학 좀 제대로 보내 보자.”
로니아드와 이카본, 이소레타, 테노바가 검을 뽑았다.
화아아악.
“간만에 날뛰겠군.”
특히 이카본은 전투 모드가 따로 있는지, 검을 뽑자마자 각성 비슷한 상태가 되었다.
검은 뿔과 검은 날개 검은 꼬리, 악마화와 비슷한 모습.
그런 이카본을 본 일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암흑 대공 이카본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저거 순 마족 아닙니까?”
루키엘과 테보나가 경계 가득한 눈으로 이카본을 본다.
“뭐, 비슷하지.”
“알고 있던 겁니까?”
웅성이는 이들과 대비되게 로니아드와 이소레타, 마리아는 놀라지 않는 기색이다.
“악황제의 피와 살을 먹었다고 하더군.”
“그게 진짜였습니까? 과장된 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야. 타르타트는 리치라 이미 그래 왔고, 이카본은 현재 반인반마에 가까울 거다.”
“왜 암흑 제국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군요.”
루키엘이 질린 얼굴로 이카본을 보았다.
“로니아드,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죠? 아니, 어떻게 확신했던 거죠?”
수긍하는 루키엘과 달리, 마리아가 의문 가득한 눈으로 묻는다.
“글쎄?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 왔고, 확신은…… 저걸 보면 확신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지 않나?”
속으로 아차 싶었지만 크게 찔리거나 하진 않았다.
“이미 확신하고 있던 거 같던데요?”
“왠지 그럴 거 같더군.”
“……그럴 거 같다?”
‘너도 한번 답답해 봐라.’
오히려 웃음이 났다.
‘지도 스무고개 넘듯이 사람 가지고 장난쳤는데, 나라고 못 할 것은 없지.’
자신을 보면서 복잡한 표정을 하는 마리아의 얼굴을 보니 짜릿했다.
그렇게 마리아를 골리고 있는데, 악마화된 이카본이 언령으로 헌스터를 불렀다.
―덩어리!!
그가 언령을 내뱉자, 언령이 향하는 방향에 있던 야만족 수십이 귀와 코에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뭐냐?”
헌스터가 갈대밭 헤치듯 야만 군단을 쓸어넘기며 다가왔다.
―앞장서라.
이카본이 검으로 다크 스타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크흐흐흐흐.”
거신갑의 투구 속에서 헌스터의 붉은 안광과 공기를 울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젠카, 카락, 몇 놈 더 데리고 이쪽으로 와!”
헌스터가 정신없이 사방을 휩쓸고 있는 주변의 거인들을 불렀다.
‘아직 광폭화가 진행되진 않았나 보네.’
“가자, 덩어리들아!”
“덩어리 나가신다아!”
“크하하하하!”
이카본이 헌스터를 부르는 덩어리라는 칭호를 헌스터를 비롯한 거인들이 즐겨 사용한다. 마치 마음에 드는 애칭이라도 되듯이.
―그나저나 너, 안 먹은 거냐?
이카본이 조심스레 헌스터에게 물었다.
“아아, 먹으려고 했는데 잃어버렸어.”
―……잃어버려?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헌스터의 말에 이카본은 악마화가 된 와중에도 아연실색한다.
―하여간 적응 안 되는 새끼.
“뭘 그렇게 칭찬까지 하나? 크하하하하!”
어떤 욕도 안 통하는 헌스터를 포기했는지, 이카본이 고개를 절레 젓는다.
“비켜라, 이 새끼들아!”
“세뇌당했다고 봐줄 줄 아냐!”
헌스터를 중심으로 한 거인들이 쐐기처럼 적진을 돌파한다.
거인들 뒤에서는 이카본이 검기를 틈틈이 날린다.
마리아와 루키엘은 간간이 날아오는 마법과 원거리 공격만 막으면 됐다.
로니아드와 테노바, 이소레타는 선두에서 미처 처리 못 한 잔당들만 처리하면 되었다.
“제국이 대륙 정복을 하지 않은 게 신기하군.”
거신병의 위용에 테노바가 질린 얼굴이다.
“로니, 인간들은 모두 이 정도 전력을 가지고 있나?”
테노바가 떨리는 눈으로 로니아드에게 물었다.
최근 거신갑 업그레이드를 도우면서 관련 자료를 얻긴 했지만, 엘프들만의 신무기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저런 괴물 같은 거신병과 수많은 군대로 다른 인간들이 쳐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제국이 유별나게 강한 거야. 너희 엘프의 군사력이면 어지간한 북부 왕국의 국력을 압도한다.”
“그런가? 그나마 다행이군.”
로니아드의 말에 테노바가 살짝 안도하는 기색이다.
“끼요오오옷.”
서걱.
말을 마치고 로니아드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야만족 전사를 하나를 두 동강 냈다.
그의 검에 깔끔히 두 동강 난 야만족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인간이랑 정말 똑같이 생겼어.’
체격이 평균적으로 크고 온몸에 흉한 문신이 가득한 것을 제외하면 인간과 똑같다.
‘설정상 뿌리는 인간이었으니.’
야만족의 기원은 다크 엘프와 비슷하다.
과거 암흑시대에 어둠의 힘에 지나치게 빠진 인간들.
신성 시대가 왔음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문명을 떠난 인류.
그 인류의 후손이 저 야만족들이니까.
야만족을 향한 잠깐의 상념을 뒤로하고 검에 묻은 붉은 피를 털어 낸 로니아드는 헌스터가 뚫는 길을 따라가면서 전황을 살폈다.
‘다크 스타가 아직 힘을 회복하지 못한 게 맞나 보군. 정신 지배도, 군단의 재정비도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어. 타르타트의 말대로 지금이 최적기야.’
야만 군단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습이 군단의 정중앙에서 일어나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했다.
다크 스타의 정신 지배도 완전하지 않아서, 처음 요정의 숲 전투 때보다 더 우왕좌왕한다.
거기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거신병이 재림하자 반쯤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그들은 그들의 가장 큰 무기인 인해전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성보다 광기가 앞선 야만 군단의 가장 큰 무기는 스스로 고기 장벽이 되어 거신병을 못 움직이게 하는 전술인데,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거신갑을 입은 거신병들의 위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판타지풍 기갑물에서 볼 법한 디자인의 거대 갑옷 인형이 쿵쿵 움직인다.
셀 수 없이 많은 화살과 마법이 꽂혔지만, 거신갑에 형성된 마법진이 발현되면서 흡수하거나 튕겨 낸다.
5미터 크기의 쇠거인들이 휘두르는 거대 워 해머와 배틀 액스는 스치기만 해도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피떡을 만들었고, 제대로 맞을 경우 압도적인 마력으로 시체까지 증발해 버렸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적 열세 때문에 거신병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둔해지기 시작했다.
야만 군단 대부분이 패닉에 빠졌다고 해도 반절은 과거의 전술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령사들은 거신병의 마력과 체력을 회복시켜라!”
“파수꾼들은 마법사와 궁수들을 견제한다.”
“엘븐 나이트와 전사들은 거신병에게 붙은 적들을 떼어 내라!”
그때 나선 것이 마지막으로 포털로 진입한 엘프들이었다.
엘프들이 거신병들의 몇 안 되는 약점들을 보완해 주기 시작했다.
엘프 군대는 처음 아우레가 계획한 숫자에서 더 추가되었다.
약 800 정도의 엘프 전투 인력이 포털을 넘어왔다.
얼마 되지 않는 전력이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어떤 절망도, 공포도 보이지 않았다.
“찾았다!”
“키아아아아!”
마침내, 헌스터가 다크 스타 앞에 도달했다.
가까이서 본 다크 스타는 집채만 한 거대한 검은 개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 새카만 개는 검은색과 보랏빛이 감도는 영롱한 오로라를 온몸에서 풍기고 있었는데, 지극히 아름다웠다.
―◆◇!
궁지에 몰린 다크 스타의 입에서 마인의 입에서 나온 것과 같은 언어가 나왔다.
“심연의 언어?”
마리아가 표정을 굳히고는 신성의 섬광을 다크 스타에게 쏘았다.
마리아의 신성의 섬광에 어둠의 정령왕 다크 스타가 괴롭다는 듯 몸을 비틀거린다.
―◆◆◆◇.
도망치려고 해 보지만, 헌스터가 다크 스타의 꼬리를 잡아서 내팽개친다.
“어딜 도망가!”
―◆◇……■■■.
다크 스타가 절박하게 뭐라 외쳤다.
“뭐 어쩌라고? 억울하다고?”
로니아드가 마치 어둠의 정령왕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듯 반응한다.
“로니아드, 뭐 하세요?”
“뭐 하긴 뭐 해? 저 녀석이 이상한 소릴 하니까 그렇지.”
“……다크 스타가 뭐라고 하는데요?”
마리아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자기는 억울하다는데?”
그가 단순히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역시 그 존재의 파편인가?’
이로써 로니아드의 정체에 대한 한 가지 확신이 드는 것 같은 마리아였다.
“자세히 알아볼 수 있을까요?”
“나만 저 녀석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상황이야?”
마리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통역을 하기로 했다.
“자기는 이곳에 소환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떤 존재의 협박 때문에 억지로 왔다고 하네?”
“야만 군단을 정신 지배하고 거인들을 습격한 것은요?”
“◆◆, ◆◇-■▲◆?”
놀랍게도 로니아드의 입에서 과연 인간의 구강 구조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발음의 언어가 나왔다.
“그 존재……? 그 존재의 영향을 받은 자들이 한 거고, 자신은 힘을 보탰을 뿐이래.”
통역 마법의 발달로 지금은 거의 사라진 통역사처럼 로니아드는 다크 스타의 의지를 중계해 줬다.
―◆◆……■■.
“어? 그렇다면 내가 해 주지.”
몇 번의 대화가 오갔을 때, 로니아드는 다크 스타로부터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검을 뽑았다.
후우우우우.
그리고 로니아드의 몸에서 강렬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의 검에서 회색의 아지랑이가 풀풀 풍긴다.
“이게 무슨!”
마리아가 갑작스러운 로니아드의 태도에 당황했다.
“오오! 로니아드 님!”
헌스터를 비롯한 거인들이 그런 로니아드를 보며 예를 표한다.
‘죽기 진전의 상태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힘은 발휘할 수 있구나!’
혹시나 해서 해 봤는데, 잘돼서 기쁘다.
―◆◇……■■■.
“나보고 직접 너의 심장을 찔러 달라고?”
로니아드는 검에 회색 마나를 주입했다.
“그래? 오냐, 해 주지.”
로니아드가 검을 들어 다크 스타의 심장을 찌르려고 하자, 마리아가 만류한다.
“잠깐, 그대로 막 죽이면!”
푸욱.
하지만 마리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로니아드는 망설임 없이 다크 스타의 심장에 검을 쑤셨다.
“……?!”
다크 스타의 심장을 찌른 로니아드는 3초 정도 움직이지 않았다.
“!!”
그렇게 3초의 정적 직후에, 로니아드의 몸에서 연한 회색빛의 후광이 발현됐다가 사라졌다.
―그랬군.
그의 입에서 마나를 가득 담은 언령이 나왔다.
―심연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