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52
152. 그 교수의 여름방학(3)
반나절이 흘렀다.
그랑블루를 타고 내려온 네 사람이 왔을 때는 아침이었는데,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정말 즐거웠어.”
“맞아요!”
“바다도 나쁘지 않군.”
이소레타, 앨리스, 테노바가 즐거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마법함에서 내렸다.
“물가에서 마음껏 물놀이를 해 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그렇죠. 남자 귀족이나 평민은 몰라도 우리 같은 영애들은 힘들죠.”
이소레타와 앨리스는 아직도 해변에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세이렌들이 입는 조개껍데기와 해조류를 처음 받았을 때는 기겁했다.
속옷보다 맨살이 더 많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로니아드 옆에 붙어 있던 세레나데와 세이나를 떠올리니 자신들도 모르게 입게 되었다.
그 옷을 입고서 세이렌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주변에는 샤라쿠스 출신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있었으나, 누구도 음흉한 눈으로 이쪽을 보지 않았다.
오히려 세이렌들과 눈이 마주칠까 봐 벗어나려는 눈치였다.
그렇게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관광청 소속 직원들이 준비한 해산물 요리를 먹었다.
테노바는 육식을 하지 않는 순수 엘프지만, 자신은 실버 엘프가 되기로 했다면서 갑각류 찜 한 통을 혼자 다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의 경치를 세이렌들과 수다를 떨면서 구경했다.
이소레타와 앨리스는 태어나서 겪은 어떤 티타임과 피크닉보다도 지금이 행복했다.
―숙소에서 좀 쉬었다가 뒤늦게 저녁을 먹고 밤바다에서 또 놀아요!
―저희들은 이따 즐길 것들을 준비하러 갔다 올게요.
함께 놀았던 세이렌들이 꺄르르 웃으면서 말했다.
세이렌들은 입이 있지만, 물속에서 생활을 주로 해서 그런지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했다.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너무 즐거웠어요. 이따가 다시 봬요.”
“정말 좋은 친구들 같아. 저들이 아쿠아 엘프라고 불린다는 사실이 기쁠 정도야.”
세 여자는 세이렌들과 잠시 이별을 했고, 교대하듯이 자신을 관광청장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나타났다.
“손님들을 위한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숙소의 유형은 일반적인 숙소와 세이렌식 숙소가 있습니다.”
안내를 맡은 메이플이라는 이름의 관광청장은 관광 가이드라도 되는 듯 세 여자를 밀착 안내했다.
“관광이라는 말은 처음 듣지만, 여행 관련된 부서인가 보군?”
황녀 이소레타가 그런 메이플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본다.
“맞습니다. 앞으로 우리 샤라쿠스의 핵심 산업은 해운업과 관광이 될 겁니다.”
“산업이니 해운이니 하는 단어를 익숙히 쓰는 것을 보니 펠리오 출신 같구나.”
“네, 한때, 펠리오에서 대형 항해선의 선장이기도 했었죠.”
“아아, 그랬군.”
메이플의 말에 이소레타는 왜 그가 지금 여기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최근, 펠리오의 인근 해역에서 역사상 가장 거대한 해적 함대가 나타났다.
펠리오의 상인 군주 크라운은 펠리오의 모든 선박을 결집시켰고, 그 해적 함대를 토벌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바다의 종말급 웨이브인 리바이어던이 발생했고, 펠리오의 모든 해상 전력이 초토화됐다.
상인 군주의 비단궁 전소 사건과 함께 말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소문들은 순식간에 이카디아를 너머 저 멀리 동방에까지 퍼졌다.
하루아침에 보유하고 있던 거의 모든 항해선을 잃은 펠리오.
무역으로 먹고살던 부유한 해상왕국은 하루아침에 이카디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라가 되었다.
“힘내.”
“……감사합니다.”
이소레타가 동정하는 눈으로 자신을 위로하자, 메이플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누구지? 셋 다 평범한 귀족 영애는 절대 아닌 거 같은데?’
한편으론 자신이 모시는 세 여자에 대해 호기심도 들었다.
‘약탈 제독 저 인간이 파란 새에 태워 오고.’
자신들의 모국을 몰락시킨 장본인, 약탈 제독 샤락.
그런 샤락이 직접 파랑새 그랑블루에 실어 온 여자들이다.
‘여왕님이 직접 챙기라고 하신 거 보면 보통 사람은 아닌데.’
거기에 세레나데 또한 이 여자들을 경계하지 않고 중히 대하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언행을 보면 보통 신분은 아닌 거 같단 말이지.’
청장씩이나 되는 메이플이 직접 관광 가이드를 하는 이유기도 했다.
메이플의 안내를 받고 숙소를 배정받은 그녀들은 자유 시간을 누리게 되었다.
“맞다! 로니.”
“아!”
그러자 뒤늦게 로니아드 생각이 났다.
“그 세이렌 여왕이랑 잘 놀고 있겠지만, 그래도 찾으러 가 보죠.”
앨리스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다른 세이렌들은 좋지만, 그 세이렌 여왕은 마음에 안 들어.”
테노바가 눈을 찡그렸다.
“그 세이렌 눈빛 봤어? 엄청 굶주린 눈이었어. 예로부터 세이렌은 남자의 정기를 빼앗고 잡아먹는다고 했는데…….”
이소레타는 괜히 걱정스러운 말투다.
“반대일지도 모르죠.”
앨리스가 피식 웃으며 이소레타의 말에 대꾸한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아까 로니아드와 헤어졌던 곳으로 향했다.
“로, 로니?”
“맙소사!”
그리고 그곳에서 해변에 앉아 멍하니 달을 보고 있는 로니아드를 보게 되었다.
“잘……들 놀다 왔어?”
반나절 사이에 로니아드는 반쪽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소레타가 두 눈을 흔들며 경악했다.
“세이렌 여왕이 요상한 흑마법이라도 썼나요?”
앨리스도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 사방을 살폈다.
“그 여왕, 마음에 안 들었다니까.”
테노바는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기세다.
“아아, 나도 너무 열심히 놀아서 그래.”
로니아드의 피부와 머리카락은 푸석했고, 두 눈에는 다크 서클이 짙었다.
알게 모르게 양손이 덜덜 떨렸다.
“정말 세이렌 여왕이 그대의 생명력을 빼앗은 건가?”
테노바가 분노한다.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 마.”
로니아드가 테노바를 진정시킨다.
‘비슷하긴 하려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여기 샤라쿠스 남자들의 평균 수명은 그리 길지 않겠군.’
이 섬의 남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도 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섬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 외에도 세이렌들과의 삶이 싫지 않아서 그렇겠지.
“대충 뭘 했는지는 알겠는데.”
이소레타와 앨리스는 대략 짐작이 간다는 듯 로니아드를 째려본다.
대략 자신들이 관광을 즐기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한 듯 보였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반나절 만에 사람이 저렇게 될 수 있어요? 서큐버스에게 정기가 빨린 것도 아니고.”
앨리스의 말에 로니아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장담하는데 서큐버스를 능가한다, 세레나데와 세이나는.’
지금의 세이렌은 로니아드 덕분에 온순해진 셈이었다.
본래 세이렌은 선원들을 노래로 정신을 지배해서 정기를 쏙 빼먹은 뒤, 잡아먹거나 바다에 버리는 종족 아니었던가.
“서로 즐긴 거였다면 상관없지만.”
“로니, 당신을 이렇게 만든 원흉들은 어디로 간 거죠?”
“내 기력을 보충해 주겠다고 음식이랑 보약을 가지러 갔어.”
이소레타와 앨리스는 한숨을 쉬었다.
두 여자가 로니아드를 보는 눈빛은, 사고를 쳤는데 그 와중에 자기도 다쳐서 골골거리는 모자란 남동생을 보는 듯한 눈빛이다.
“사람을 이렇게 만들고서 다시 치료해 주겠다고? 병 주고 약 주고가 아닌가! 로니, 너는 왜 그런 치욕을 당하면서 가만히 있는 건데?!”
테노바만 여전히 분개한 모습이다.
이 순결하고 순진한 엘프는 로니아드가 두 세이렌의 이상한 주술에 당한 것으로 믿고 있는 듯 보였다.
“괜찮아요?”
앨리스와 이소레타가 로니아드에게 다가와 그의 몸을 어루만진다.
“로니, 그대가 약한 건가? 아니면 세이렌이 강한 건가?”
이소레타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세이렌들이 강한 거야.”
로니아드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동안 쌓인 두 세이렌의 불만을 한번에 풀어 주려 하니, 끝이 없었다.
‘종종 들려서 중간중간 풀어 줘야 하나?’
두 세이렌은 엄청났다. 반나절 내내 단 1초도 쉬지 못했다.
물론 싫은 것은 아니다. 본능은 좋아 죽으려 했다. 하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했다.
“다들 관광은 잘 즐기고 왔나요?”
그때, 세레나데와 세이나가 나타났다.
두 세이렌은 양손에 보약과 딱 봐도 남자에게 좋아 보일 듯한 각종 음식을 들고 있었다.
“도대체 로니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두 세이렌을 보자, 테노바가 삿대질을 한다.
“대충 알지 않나요?”
“엘프라서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여왕님.”
두 세이렌의 피부는 아까 봤을때 보다 광택이 났고 머리카락은 괜히 촉촉해 보였다.
온몸에는 분홍빛 활기가 보였고,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만족스러운 미소가 담겨 있다.
두 세이렌을 본 이소레타와 앨리스가 눈을 게슴츠레 하고서 로니아드를 보았다.
“나랑 어서 결혼식을 올리자, 로니. 여기서 식을 올려도 된다. 그리고 바로 첫날밤을 치르자.”
이소레타가 은근한 목소리로 로니아드의 귀에 속삭였다.
“두 세이렌에게 정기까지 바쳤나 보네요? 저는 결혼식도 필요 없는데.”
앨리스는 로니아드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대충 알긴 뭘 아는데? 무슨 짓을 했길래 로니가 이렇게 구울이 된 거지?”
반면 테노바는 진심으로 모르는 눈치다.
소란이 진정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세요. 이걸 이렇게 하면…….”
“와아!”
저녁 준비를 위해 사라졌던 세이렌들이 다시 왔기 때문이다.
이소레타와 앨리스는 세이렌들이 준비한 해산물 바비큐가 신기한지 로니아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계속해서 세레나데를 경계하던 테노바도, 어느 순간 합류하여 속세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 보약은 뭐야? 효과가 굉장히 좋은데?”
로니아드는 세레나데와 세이나가 가져온 음식과 보약을 먹으며 생명력(?)을 회복 중이었다.
“드라센의 레어에 봉인돼 있던 보약이에요. 황금시대에도 얼마 없던 것인데 가지고 있더군요.”
“하여간 그 이무기는 욕심만 많은 거 같아요. 쓰지도 않을 걸 처박아 놓기만 하고.”
음식과 보약을 먹은 로니아드는 금세 회복되었다.
피부도 본래의 탄력을 되찾았고 머리카락의 푸석거림도 없어졌다.
피골이 상접했던 것도 본래의 탄탄한 근육질로 바뀐 상태.
음식을 먹는 로니아드의 양쪽에는 세레나데와 세이나가 달라붙어 각종 시중을 들고 있었다.
“못 본 사이에 변하셨네요?”
그런 로니아드를 세레나데가 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왜 네가 알던 과거의 나와 달라?”
“조금요. 물론 지금의 모습이 저는 더 마음에 들어요.”
세레나데의 말을 들으면서, 로니아드의 시선은 저 앞에서 바비큐를 즐기고 있는 세 여자에게 향했다.
거의 처음으로 지구의 또래 소녀다운 모습을 보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말하면 내 과거가 또 궁금해지잖아? 어차피 얘기도 안 해 줄 거면서.”
로니아드의 말에 세레나데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도 이건 확인해 보고 싶군.’
한편으로는 의외로 강하게 궁금한 것도 있었다.
“그나저나 세레나데, 나 인간은 물론 평범한 필멸자는 아닌 게 맞지?”
로니아드의 질문에 세레나데는 이걸 답해 줘야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마스터와 저는 암흑시대 때 인연을 맺었어요. 인간은 당연히 아니고. 필멸자라 보기에도 어렵긴 하죠.”
세레나데가 일부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