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53
153. 그 교수의 여름방학(4)
세레나데는 이어서 말했다.
“저희는 마스터와 지금까지 사랑을 나눴음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죠.”
“왜 갑자기 아이 얘기를 하는데?”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이노, 브리기트와도 관계를 맺었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동안엔 횟수가 적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특히 이노랑은 종종 몰래 관계를 가졌다.
무슨 생각인지 이노는 은근히 그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는지 피임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세이렌들과의 관계가 결정적이다.
“인간 선원들과 관계를 가진 세이렌들은 임신을 했지?”
“네.”
세이렌은 공동 육아 문화다. 애초에 남성체가 없다 보니 가정이라는 개념이 없다.
임신한 세이렌은 바닷속 깊은 터전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랄 때까지 육지로 나오지 않는다.
현재 육지에 있는 세이렌은 교대로 임신하러 올라온 세이렌뿐이다.
“이종족 간의 하프 블러드가 확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세이렌은 예외잖아.”
“그렇죠.”
대답을 하는 세레나데는 여전히 평온하다.
“…….”
로니아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설마, 나 고자야?
텔레파시로 세레나데에게 물었다.
그의 텔레파시가 지나치게 떨리고 있었다.
‘머머리도 모자라 고자라니. 이런 미친.’
아스카 때 이후로 원작의 작가놈을 향한 살인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다.
―그건 아닐 거예요.
불안해하는 로니아드의 어깨로 세레나데가 작은 머리를 기댄다.
―아마 모든 봉인이 풀리면.
세이나는 머리 대신 그녀의 흉부를 로니아드의 팔뚝에 기댄다.
―가능할 거예요.
세레나데의 말에 로니아드는 살짝 안심이 됐다.
―아마도?
“…….”
두 세이렌의 말에 로니아드는 떨떠름했다.
“평범한 인간은 더더욱 아니고, 드래고니안이나 엘프 같은 이종족도 아니라는 거지?”
이런 이유로 봉인인지 뭔지를 풀기 전까지는 100퍼센트 안전한(?) 남자라.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마냥 좋아하기엔 의문점이 무척이나 깊다.
“그러기엔 내 몸이 너무 인간에 가깝지 않나? 나는 처음 너에게서 내 얘기를 들었을 때, 교국의 수도승들처럼 윤회로 이어진 인연인 줄 알았어.”
인간이 아니라고 하기엔 그의 몸은 지나치게 인간 그 자체였다.
“최근엔 문득 드래고니안이었을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니 드래고니안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랬다면 내가 아는 마도사들이 가만 안 있었겠지.”
만약 그가 인간의 몸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율카네스나 마리아 또는 아우레가 알아챘을 것이다.
“최근 요정의 숲에도 갔었어. 그곳의 새 엘프 여왕도 내게서 어떤 수상한 점도 못 찾았지.”
다만, 그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초인적인 능력이 미스터리일 뿐.
“엘프 여왕도 못 알아챌 정도로 고도의 폴리모프가 가능할까?”
로니아드가 세레나데의 눈을 응시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고위 마족이나 고위 천사, 아니면 드래곤 정도겠지.”
굳이 현재까지 추리된 것을 보자면 유력한 후보는 이렇게 셋.
세이나와 세레나데는 말없이 듣기만 할 뿐이다.
‘개인적으론 드래곤이나 제르다일 가능성이 높아.’
드래곤 중에선 대표적으로 마누스나 힌미르가 유력 후보다.
고위 천족들 중에선 제르다일 가능성이 높다.
‘마족들 중에서는…….’
마족일 가능성은 낮다. 짚이는 것도 없고.
―마스터.
듣고 있던 세레나데가 은은한 미소로 로니아드의 귀에 입을 댔다.
―추측하지 마세요.
그녀는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는데도 귓속말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자연스레 아! 하고 깨달아야 해요.
그런 세레나데의 말에 로니아드는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언제 심연의 존재가 깨어날지 모른다고. 너도 들어서 알 거 아니야? 지금 대륙의 정세가…….”
―괜찮아요.
세레나데가 하얗고 수려한 손을 로니아드의 입에 대었다.
―이 세계의 시간은, 운명은, 마스터의 편이에요. 우리의 편이에요.
―압도적으로.
세레나데의 의미심장한 말에 로니아드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을 끝으로. 로니아드는 세레나데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
드라센에서의 일주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소레타, 앨리스, 테노바는 드라센을 탐방하고 세이렌이 알려 주는 물의 정령 기술을 습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사이 로니아드 또한 세 여자와 관광도 하고, 샤라쿠스에도 방문하여 향후 국가 운영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줬다.
그러다가 밤에는…….
로니아드가 머무는 숙소에 세레나데와 세이나가 동시에 찾아왔다.
[마지막 날이잖아요.]“그렇긴 하지…….”
로니아드는 살짝 긴장한 눈이다.
[저희도 그간 많이 풀려서 첫날처럼은 못 해요]1주일 동안 하루는 세레나데가 다음 하루는 세이나가 밤마다 찾아왔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이 되었고.
오늘은 둘이 함께 찾아온 것이다.
“많이 풀려서 그 정도라고?”
진심 보약이나 정력에 좋다는 해산물 요리들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거라고 로니아드는 확신했다.
[그러니까 자주자주 오세요.] [그랑블루도 있으면서 너무 안 오니까 이런 일이 생기죠.]무슨 보복도 아니고.
“노력해 보지.”
로니아드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 터져도 드라센에는 자주 들리자고.
[노력은 지금 더 하셔야 할 텐데요?]세레나데와 세이나가 로니아드가 누운 침대 위로 올라왔다.
드라센 제도에서의 마지막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 * *
따스한 오후. 따듯한 햇빛에 아스카의 금발이 태양처럼 환하게 빛났다.
“흐음…….”
“여왕 폐하? 그만 집중하시죠?”
“흐응…….”
아스카는 집무실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보며 나른한 신음을 흘렸다.
“……결재 서류가 산더미입니다! 지금부터 해도 오늘 안에 끝낼까 말까인데.”
보다 못한 프리미오 재상이 아스카를 재촉했다.
그런 재상의 재촉에도 아스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이지?”
그러더니 뜬금없는 말을 했다.
“……뭐가 말입니까?”
프리미오 공작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아, 그렇습니다.”
이내, 자신의 여왕이 무얼 말했는지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올까?”
“곧 오겠죠.”
“그 세이렌들이랑 있는 것도 짜증 나는데, 앨리스 고년도 함께 있다니……. 거기에 처음 보는 여자 둘은 또 뭐고?”
일주일 전, 아스카는 샤라쿠스로부터 급보를 받았다.
바로 여름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사라졌던 로니아드가 드라센에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도대체 오라버니는 한 달 내내 뭘 하다 이제야 온 거야?”
“뭐, 로니아드 경이야 사막에 떨어져도 모래로 여자를 만들 위인이니…….”
프리미오의 실없는 소리. 하지만 아스카는 어째 그 말이 굉장히 신빙성 있게 느껴진다.
한 달간 못 본 사이에 여자를 추가로 둘이나 더 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여왕 폐하, 어서 결재를.”
지치지 않고 결재를 종용하는 재상의 모습.
“하아, 브리기트야, 우리의 경쟁자가 더 생긴 모양이다?”
아스카는 집무실 구석에 앉아 있던 자신의 대역이자 전속 시녀 브리기트에게 말했다.
“경쟁자라니요. 제 주제에 무슨.”
브리기트는 손사래 쳤으나, 심란한 얼굴이다.
“어서 결재 좀…….”
그 와중에 프리미오는 아스카의 결재를 요청했다.
“하아~ 언제 오는 거야! 빨리 개학 좀 해라!”
아스카는 프리미오의 결재 요청이 귀에 들리지 않는 투다.
‘빌어먹을! 신성의 맹세만 아니었어도 이놈의 나라 망하든 말든 진즉에 때려치웠다!’
불쌍한 재상의 속은 오늘도 썩어 들어갔다.
“어쭈~ 우리 프리미오 재상님? 표정 관리 안 하지?”
결재를 요청하는 말은 듣지도 않다가도 그런 프리미오의 표정은 귀신같이 포착하는 아스카다.
“그러니까 부디 서류 좀 읽어 주시죠? 여왕 폐하.”
프리미오는 표정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숙이며 결재를 요청했다.
그런 재상을 재밌다는 듯 보던 아스카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우리도 이렇게 고생하지 말고 그냥 입헌군주제? 그걸 진행하는 게 어때?”
“로니아드 경이 말한 이론 말입니까?”
“응, 그거! 나는 찬성이야. 내가 국가 경영을 포기한다고 해서 니들이 나를 적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로니아드가 말한 입헌군주제는 현재 제국을 포함한 귀족계에서 조용한 돌풍이었다.
체스카드처럼 왕권이 약한 나라일수록 이 입헌군주제는 수면 위로 올랐다.
국왕은 상징적인 존재로 남고, 귀족들 혹은 일정 수준의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회를 결성한다.
그 의회에서 재상을 선출하고, 그 재상과 의회가 힘을 합쳐 국가를 운영한다.
숱한 암군들로 고생을 자주 했던 이카디아의 여러 왕국들에는 솔깃한 제안이기도 했다.
실제로 제국의 귀족들이 이 이론에 영향받아 귀족파를 구축했다는 얘기도 돌 정도다.
“실제로 펠리오도 비슷하게 나가고 있잖아?”
“거긴 도시의 제후들이 모여서 왕을 추대하는 선출제고요.”
“똑같은 거 아니야?”
“엄연히 다릅니다.”
펠리오가 언급되자, 아스카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재상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펠리오는 어때?”
“원래도 농사 하나 안 되는 척박한 땅이었는데, 항해선까지 날아가니 인세의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 크라운은?”
이제는 상인 군주에서 아스카의 노예가 된 노예 군주 크라운이 생각났다.
“그 노예 군주, 지난번에 보니까 아주 해골이 되었더군요. 마음고생이 심한가 봅니다.”
“그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
“뭐, 크라운이 죽어라 복구 중이긴 하지만, 역부족이죠. 여왕님 덕분에.”
프리미오가 아스카를 쳐다본다.
“펠리오와 관련된 일은 아주 잘 하고 계십니다, 폐하.”
지금까지는 못마땅한 눈빛이었다면, 지금 아스카를 보는 프리미오의 눈빛은 긍정적인 눈빛이었다.
펠리오가 성장하지 못하게 계속해서 항해선의 건조를 방해하는 것이 아스카였기 때문이다.
“너무 쥐어짜면 안 좋지 않을까?”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고 했다.
괜히 막다른 길로 몰았다가 이상한 짓이라도 벌이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그래서 틈틈이 살길을 열어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는 식량이 없으면 살 수 없게 종속시키기도 했고요.”
프리미오는 모처럼 자신의 군주와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게 되자 신이 난 모습이다.
“또 펠리오에서 오는 난민들은 샤라쿠스로 보내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나중에 샤라쿠스가 펠리오인들에게 점령당하면 어쩌려고?”
“샤라쿠스는 원래 펠리오 선장들의 횡포에 반발한 선원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굳이 해적들이 건국한 나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난민들도 그런 류로만 받고 있습니다.”
펠리오 내에서 불만을 가진 계층을 집중적으로 난민으로 받으니, 오히려 펠리오에선 환영하는 눈치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구나! 역시 재상이야.”
아스카는 해맑게 웃었다.
반지로 매력을 가렸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외모는 햇빛을 받아서 그런지 찬란했다.
“그러니까 입헌군주제, 당장 시행하자! 나, 옥새도 재상한테 대여할게.”
물론 프리미오는 그런 아스카를 보면서 치를 떨었지만 말이다.
“그냥 대놓고 일 안 하고 놀고 싶다고 말하시지 그러십니까?”
“하여간 눈치 빠른 재상은 싫다니까.”
“눈치 빠른 게 아니라 눈에 뻔히 보이니까 문제죠!”
“너 자꾸 여왕한테 대들래?”
“으으……!”
프리미오는 감히 어쩌지도 못하고 분한지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여왕 폐하! 온 것 같습니다.”
그때, 집무실 밖에서 시종장 필립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스카보다 먼저 브리기트가 벌떡 일어섰다.
“아아, 죄, 죄송…….”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눈치챈 브리기트가 용서를 구하려 했다.
“뭐 하고 있어? 어서 가자고!”
아스카는 이미 집무실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고 있었다.
“네, 네!”
브리기트가 황급히 여왕의 뒤를 쫓는다.
“제발……! 제발 결재 좀 하고 가아!”
집무실 안에서 프리미오의 절규가 흘렀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