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63
163. 새 학기의 시작은 룬-페스티아와 함께(5)
로니아드가 아무리 영약이라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건물을 짓고 고급 종이를 막 뿌릴 정도의 거부였던가?
심지어 이 전단지라는 종이는 색 있는 그림까지 담겨 있다.
분명 마법으로 인쇄한 고급 중에 최고급지다.
족히 한 장에 적지 않은 은화가 소요됐을 터.
“걱정 말렴. 한창 바쁘고 많은 돈이 필요한 렌슬렛에는 얘기 안 했으니까.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러면서 옆에 의기양양하게 서 있던 아스카를 칭찬했다.
“스카이네 상단이 많은 도움을 줬지.”
“에이~ 뭘요. 저야 충분히 사업성이 있어 보여서 투자한 것이라고요.”
촌지로도 오해받을 수 있겠지만 애초에 대놓고 촌지가 오가는 세계서 이상한 것도 아니다.
‘제인은 몰락한 왕족일 뿐이고. 아리아와 이노는 지금 여유가 없을 테고. 앨리스는 가출했고. 이소레타와 테노바는 말할 것도 없고.’
사실상 지금 로니아드에게 금전적 지원을 해 줄 사람도 아스카뿐이다.
과연 아스카의 말처럼 프리미오가 흔쾌히 도와줬는지는 모르지만, 로니아드가 보유했던 각종 자산(영약 수익, 몬스터 웨이브에서 얻은 부산물 등)까지 보태니 무난히 마련됐다.
“자, 그럼 다들 나와 스카이의 노력이 담긴 것들을 널리널리 뿌리도록!”
“지금 학생들을 사적인 일에 이용하는 겁니까?”
로니아드의 지시에 로지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이의를 제기했다.
“사적인 일이라니! 룬-페스티아를 위한 준비다!”
하늘을 우러러 전혀 부끄럼 없는 로니아드다. 실제로도 맞는 얘기고 말이다.
“로지, 너는 지금 당장 다른 학생들도 데리고 오도록!”
그는 오히려 자신에게 이의를 제기한 이 괘씸한 학생에게 심부름까지 시켰다.
정말이지 빠꾸 없는 교수다.
“우리 반 애들에게 이 전단지 홍보를 과제로 내리겠다! 그래, 수행평가, 수행평가다!”
제인은 얼떨떨한 눈으로 로니아드가 나눠 준 전단지라는 것을 보았다.
‘살롱은 너무 부담스럽다고요? 여기 스타북스가 개장합니다! 살롱과 다른, 편안한 분위기로 맛 좋은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세요!’
‘연극에 출연한 미모의 소년 소녀들이 근무하는 환상의 카페 스타북스!’
앞장에는 이런 내용이 어여쁜 그림과 함께 새겨져 있었다.
“이거, 우리 아니야?”
분명 자신들을 그린 듯한 그림들도 있었다.
“연극?!”
문구에서 본 연극이라는 글자에, 제인은 황급히 뒷장을 보았다.
‘사랑과 권력 그리고 복수! 지금까지 이런 연극은 없었다!’
‘총 5부작! 음악과 마법이 함께하는 연속극! ‘왕녀의 복수!’’
그 뒷장에는 로지, 이소레타, 제인을 중심으로 반 학생들 전체가 그려져 있었다.
전단지의 효과는 탁월했다.
무리하게 비싼 고급 종이에다 비싼 마법 처리까지 한 값을 했다.
“5부작의 연속극?”
“카페는 또 뭐지?”
“이렇게 생동감 있는 인쇄가 가능했던가?”
“이 전단지란 종이는 소장 가치가 있겠어.”
어수선하고 전운이 가득한 수도의 분위기가 이 전단지 하나로 많이 환기됐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가듯이, 전단지는 3일도 되지 않아 왕도는 물론 왕도 인근 영지까지 쫙 퍼졌다.
“이번 페스티아는 위험해서 가지 않으려 했거늘, 한번 가 봐야겠어.”
“이런 이색적인 행사가 있다고 하는데 안 갈 이유가 없지.”
“위험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다면 사교계에 고개들도 다니지 못해.”
“킁킁, 냄새가 난다. 돈 냄새가!”
귀족이든 평민이든 수도와 수도 인근의 좀 여유 되는 사람들이 그렇게 룬-페스티아를 즐기러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 로니아드.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아카데미로 끌다니.”
아카데미의 총장 마리아와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을 이용했다지만 이런 식의 인쇄술은 처음 보는군. 그 꼬마 여왕이 도와줬나?”
로니아드와 마리아 둘만의 만남이 아니었다.
총장실에는 로니아드를 포함해 총 네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나저나 연속극? 거기에도 마법을 쓴다고요? 재밌겠는데요? 지금까지 연극에 마법은커녕 아티팩트도 쓴 적이 거의 없었는데. 애초에 종이에 이렇게 돈 지랄을 한 적도 없지만요.”
율카네스와 루키엘, 이렇게 두 사람도 함께 있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흔쾌히 도와 드리죠.”
루키엘이 대표로 흔쾌히 답했다.
“마법 통신 아티팩트를 아주 크게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이론상 가능하기도 하고요. 다만 통신 자체가 기밀의 영역이라,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가능하면 소리뿐만 아니라 모습까지 보였으면 하는데?”
“모습까지요? 무슨 용도인지 자세히 알아야 견적이 나올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쓸 것이냐면…….”
로니아드는 루키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가 생각한 것은 지구로 치면 대형 전광판, 심지어 이 세계의 마법을 적용한 홀로그램 전광판 되시겠다.
‘그 전광판으로 연극을 상영하는 것이지. 5부작으로 구성했으니, 사실상 광장 드라마 정도려나?’
5부작이면 지구의 기준으로 연속극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선 소설책이 아닌 이상 모든 극은 단편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니 5부작이면 연속극 수준이지.
심지어 극의 내용도 금서에서나 볼 법한 내용.
하지만 금서는 아니다.
‘극히 일부 귀족들이 비밀리에 돌려 본다는 금서를 제외하면 이 세계의 장르 대부분은 전부 제르다나 기사, 용사물이지.’
전에 이소레타가 황궁에서 시녀들과 보았다던 이상한 책이 금서 중 금서다.
황족이나 왕족 또는 앨리스 정도 되는 최고위 귀족 정도나 돼서야 구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쓰는 작가도 소수 귀족들의 익명의 후원금을 받아 몰래 쓰는 정도.
만약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들키게 되면 작가는 바로 화형이다.
‘물론 이소레타가 읽었다는 망측한 책보단 수위가 아주 낮겠지만, 그래도 보통 충격이 아닐걸?’
로니아드는 속으로 음흉스레 웃었다.
교단의 이단심판관이 본다고 해도 자신 있다!
‘중간중간 교단의 교리를 홍보하고, 제르다의 가호로 고난을 이겨 내는 장면 몇 번 넣어 주면 끝이지.’
심히 충격적이고 불쾌하지만 그렇다고 이단까지는 아니다.
작두 타기에 가까운 선 지키기.
그런 영상물을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왕도 이곳저곳에 설치해 동시 상영하는 것이다.
‘돈이 엄청 깨지겠지만 환상 군단을 얻을 수 있다면야.’
살아남아야, 세상이 문명 세계의 꼴을 유지하고 있어야 돈도 쓸 수 있는 법.
일단 환상 군단부터 얻은 후, 이 모든 난리가 진정되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론 제인이나 이소레타가 환상 군단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한편으론 그런 환상 군단의 선택을 두 소녀가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론은 물론 로지 녀석도 이젠 못 믿겠단 말이지.’
그랬기에 배역도 최대한 의도해 짰다.
“……해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지.”
루키엘에게 구상 중인 아티팩트의 용도를 최대한 세세하게 말했다.
로니아드의 설명을 들은 루키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말했다.
“흐음, 마석을 엄청 먹을 텐데요?”
“마석이라면 그걸 쓰면 되지.”
루키엘의 우려에 로니아드는 드라센의 레어에서 얻은 마석을 제시했다.
“아아, 그거라면야.”
“만약 그것도 부족하면 전에 몬스터 웨이브에서 얻은 마석, 그것에 대한 지분을 사용하고.”
거기에, 과거 몬스터 웨이브에서 얻은 마석의 지분 또한 언급했다.
로니아드의 통 큰 제안.
“확실친 않지만, 왕도의 동서남북 정도에 가능할 겁니다.”
루키엘은 잠시 계산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저 혼자 하면 최소 1년.”
1년이라는 말이 나오자 로니아드의 표정이 굳는다.
하지만 이내, 루키엘이 바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분들과 아스카 여왕님의 도움이 들어가면 두세 달 정도?”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아를 넌지시 바라본다. 재밌어 보이는데 같이 해 줬으면 좋겠다는 루키엘의 시선.
“좋아요.”
마리아는 흔쾌히 수긍했고, 반면 율카네스는 뚱한 반응이다.
“내가 그딴 일에 참여할 거 같아? 아무 대가 없이?”
역시나 율카네스는 한 번 튕긴다.
“뭐가 필요하신데요?”
로니아드가 율카네스에게 물었다.
“리바이어던의 마석. 그거라도 준다면 협조하지.”
‘이거 완전 양아치 아니야?’
속으로 율카네스를 욕한 로니아드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리바이어던의 핵은 이미 판매되었습니다.”
“……뭐라?”
“아직 말씀 안 드렸나요? 총장님.”
아카데미라서 로니아드는 마리아에게 다시 존댓말을 썼다.
“깜빡했네요. 안타깝게도. 리바이어던의 핵은 야만 군단의 거신병을 복구하는 데 전부 써 버렸어요…….”
“야만 군단? 거신병?!”
늘 거만하고 고고하던 율카네스의 표정에 금이 갔다.
―루키엘, 저 노인네의 도움이 꼭 필요하냐?
로니아드가 율카네스의 꼬장에 짜증 나서 루키엘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있는 게 확실히 낫죠. 과거 해적 놀이할 때 쓴 그 많은 아티팩트들, 저 양반이 없었으면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비싼 값은 한다는 거군.’
그래, 괜히 율카네몽이 아니지.
로니아드는 계산을 마친 후 율카네스에게 제안했다.
“대신, 드라센 제도에 있는 드라센의 레어를 한번 구경시켜 주죠.”
“……드라센의 레어라고 했나?”
“네, 드래곤은 아니지만, 이무기의 레어입니다.”
“어디 계속 말해 봐라.”
“그 이무기의 레어를 관광할 기회를 드리죠.”
“관광할 기회? 그럼 그 안에 있는 것들은? 이무기의 레어면 황금시대의 유물이 분명 있을 텐데?”
역시나 노인네. 이런 얕은수에는 안 넘어가는구만.
“일부 마음에 드는 아티팩트는 두 개까지 가져가시는 걸로…….”
“열 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율카네스가 말했다.
“세 개.”
로니아드는 반발했다.
“아홉 개.”
“네 개.”
“일곱.”
“다섯.”
두 사람은 난데없이 숫자 협정에 들어갔다.
“일곱.”
“다섯. 싫음 말고. 그냥 타르타트나…….”
“젠장, 다섯으로 하지.”
로니아드가 타르타트를 언급하자, 결국 율카네스는 다섯 개로 수긍해 버렸다.
이후 네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몇 가지 대화를 더 나눴다.
“괜찮겠군. 그 연극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즐거운 감정을 뿜는다면, 영혼석의 혼령들도 영향을 많이 받겠지.”
“왕도의 부지는 제가 알아볼게요.”
그렇게 대략적인 계획이 수립됐다. 각자 어떤 일을 할지, 시간과 수단을 정했다.
“그럼 이만 끝내도록 하죠.”
마리아가 자신의 염력으로 손수 빈 찻잔을 치웠다.
다들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얘기가 끝나자 바로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져야 했다.
“아! 율카네스.”
막 헤어지려는데, 로니아드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율카네스를 불렀다.
“뭐냐?”
“변신 물약. 그거 다 떨어져 갑니다.”
나이 들어 보이게 해 주는 율카네스의 변신 물약.
역시나 변신 마법의 천재답게 효과는 정말 좋았다.
일주일마다 한 병씩 마셨는데, 최근 세 병도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끄응.”
율카네스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를 뒤진다.
“그쪽만 귀찮은 게 아닙니다. 저도 귀찮아요.”
로니아드도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이 짓도 보아하니 이번 학기까지만 하면 끝나겠죠.”
“알았으니 이거나 받고 꺼져라.”
율카네스는 아공간 주머니서 작은 물약들이 담겨 있는 물약 주머니를 꺼내 던졌다.
“고마워요.”
로니아드는 웃으면서 그 변신 물약을 받고는 바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후.
“끄응, 대마도사인 나를 이렇게 편히 부려먹는 놈은 저놈이 유일할 거야.”
율카네스는 한숨을 쉬고는 아공간 주머니를 정리했다.
“어……?”
그러다가 문득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뭔가 다른 걸 섞어 준 거 같은데…….”
그의 시선이 로니아드가 사라진 방향을 향했다.
그렇게 3초 정도 흘렀을까.
“뭐, 죽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특별한 경험이 되겠군.”
율카네스는 피식 웃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신의 교수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