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68
168. 외모 지상주의
‘뭐지? 옷이 이상한가?’
옷을 점검했지만 멀쩡하다.
아스카와 아이들이 철저히 코디해 준 코디다. 오히려 너무 잘나서 문제지.
‘가만, 너무 잘나서?’
대충 남자들의 시선이 왜 몰리는지 알 것 같다.
로니아드는 아까 아이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여자가 된 교수님은 뭔가 달라요.”
“뭐가 말이냐……?”
“교수님에게서 요염한 색기? 그게 엄청 강하게 느껴져요.”
“새, 색기?”
“맞아요! 여자인 우리들도 이 정도인데, 남자들이 보면 진짜 환장하겠는데요?”
“뭐, 교수님 실력이면 어디서 고생하지 않을 테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어디서 함부로 웃음 흘리지 마세요.”
“가볍게 손을 잡거나 어깨나 등을 치는 행동도요. 장담하는데, 당하는 남자는 엄청 치명적일 거예요.”
‘내가 무슨 서큐버스도 아니고.’
그때는 쉴 새 없이 옷을 입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거의 반지 벗은 아스카 수준인가?’
하지만 지금 이렇게 남자들의 시선을 느끼니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여자의 몸으로 기존에 머물던 숙소는 갈 수 없었다. 거기는 남교수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카데미 바로 앞에 있는 여관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스카에서 지원 온 사람들이 머무는 숙소가 있었는데, 아스카 말로는 시녀들이 머무는 방 중 하나를 비워 뒀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그곳에서 임시로 머물 예정이다.
‘덕분에 반쯤 하지 않던 수업도 합리적으로 뺄 수 있게 되었군.’
마리아에게는 율카네스가 대신 전해 주기로 했다.
치료 마법 때문에 몸살 같은 것은 말도 안 되니, 집안에 급한 사정이 생겨 휴가를 냈다는 이유로 수업을 빠지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아서가 대신 수업을 할 것이다.
‘아서가 잘 관리해 주겠지? 그동안 연극이랑 카페 일이나 돕자.’
일주일 동안, 이 몸으로 어떻게 지낼지 생각하면서 길을 걸으니, 어느덧 숙소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숙소 근처에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여어~ 아서.”
로니아드는 습관적으로 아서에게 다가갔다.
그러다가 급히 자신의 상태가 떠올랐다.
“아서…… 교수님.”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뒤에 교수님을 붙였다.
“누, 누구?”
로니아드를 본 아서의 두 눈이 몽롱해진다.
“어 그…… 안녕하세요? 아서 교수님이죠?”
로니아드는 속으로 급히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지어내야만 했다.
“네, 두 눈에 진홍 달을 품은 레이디는 누구십니까? 그대의 눈동자에…….”
‘이 새끼, 멘트가 왜 이래?’
녀석은 당장이라도 코피를 쏟을 것 같은 얼굴로 횡설수설한다.
“으음~ 저는 루카스 교수님의 동생인…… 로니아 브라만이라고 해요.”
로니아드의 소개에 아서의 눈동자가 크게 커졌다.
“루, 루카스 그 자……, 크흠. 루카스 교수님의 여동생이셨구나.”
‘너, 분명 그 자식이라고 하려 했지?’
로니아드는 속으로 아서를 째려봤다.
하지만 로니아의 얼굴은 나긋나긋하게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찌릿, 찌릿.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그런 아서를 질투하는지 노려보기 바쁘다.
“전혀 몰랐습니다. 루카스 교수님에게 이런 아름다운 진홍 달의 여신 같은 여동생이 있는 줄은.”
‘진홍 달의 여신은 뭐야? 그거 마왕 아니냐?’
“저희 오라버니가 가족 얘기를 잘 안 하세요, 호호호호……. 하지만 아서 교수님에 대한 얘기는 종종 들었어요.”
“루카스 교수님이 제 얘기를 로니아 양에게 한다고요?!”
아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충성할걸”이라고 대놓고 중얼거렸다.
“그럼요~ 평소 저희 오라버니를 아주 잘 도와주신다고 몇 번 칭찬하셨어요.”
로니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아서를 본다.
그녀의 미소를 받은 아서도 바보처럼 헤헤헤, 웃는다.
‘가만, 아서에겐 미안하지만 한번 시험해 봐?’
바보로 변해 버린 아서의 얼굴을 본 로니아드는 자신의 외모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로니아드는 아서에게 천천히 가까이 다가갔다.
쿵쿵쿵쿵쿵!
아서의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가 대놓고 들렸다.
로니아는 그런 그의 귀에 대고 촉촉하게 속삭였다.
“부족한 오라버니를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드릴게요.”
아서는 로니아가 다가와도 붉은색 석상이라도 된 듯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로니아의 숨결이 촉촉하게 아서의 귓가에 맴돌았다.
“아아……아!”
아서는 마약에 취한 놈처럼 헤실거린다.
“안 돼!”
“제르다시여, 저딴 놈에게 어찌!!”
주변에서 이를 보는 모든 남자들이 발정 난 늑대처럼 울부짖는다.
“그나저나, 제가 아서 교수님께 작은 부탁이 하나 있는데…….”
그러든 말든 로니아드는 아서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뭐, 뭘 해 드릴까요?”
단지 짧은 속삭임이었지만.
“보증이라도 서 드릴까요? 혹시 돈이 필요하신가요? 대신 제 이름으로 대출도 해 드릴게요. 이래 봬도 명망 있는 아카데미 학부장입니다. 지장은 어디다 찍으면 될까요? 아니면 제가 이번에 쓰고 있는 논문이 있는데 거기에 루카스 교수의 이름도 넣을까요?”
아서는 완전히 넘어간 모양이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눈앞의 로니아와 결혼하여 딸 셋, 아들 둘을 낳고, 루카스의 인맥으로 얻은 작은 남작령을 다스리는 행복에 겨운 상상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와, 이거 재밌는데?’
그런 아서를 보는 로니아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남자든 여자든 외모가 짱이다.
“다름 아니라, 저희 오라버니가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저런 그랬군요!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겼나 보군요. 급전이 필요하시면 바로 말하세요. 제가 바로 전 재산을……!”
“정말 친절도 하셔라. 하지만 돈은 필요 없어요.”
어떻게든 퍼 주려는 아서를 만류했다.
“대신, 오라버니가 안 계시는 동안 임시로 수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본래라면 마리아로부터 내려올 지시를 미리 부탁했다.
“무, 물론입니다! 완전 제 수업처럼 여기겠습니다.”
장군 앞에 선 말단 병사처럼 아서의 외침이 우렁차다.
“고마워요~. 나중에 식사나 한번 해요.”
“감사합니다!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오히려 아서가 감사해하는 이상한 상황.
“그럼, 저는 이만.”
용건이 끝난 로니아는 아서에게 인사를 한 뒤 숙소로 올랐다.
아서는 뭐가 그리도 아쉬운지 한 시간 정도를 숙소 앞에서 서성이다 아카데미로 사라졌다.
“휴우, 재미는 있는데 피곤하다.”
숙소로 올라온 로니아드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지정된 호실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여왕님께 얘기는 들었어요.”
“정말로 여성체가 되셨네요, 마스터.”
“와아, 근데 진짜 예뻐요!”
그의 침실 앞에 브리기트와 세레나데, 세이나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스카, 그 입 싼 녀석 같으니.’
로니아드는 속으로 아스카를 욕하곤 세 여자에게 말했다.
“뭐, 1주일 동안 잘 부탁하지.”
“저희야 말로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인사를 마치고 로니아드는 침실로 들어갔다.
하루 사이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피곤했다. 옷만 대충 벗고 침대에 누워서 바로 잠자려고 했다.
“……왜 안 가고?”
그런데 브리기트와 세레나데 그리고 세이나가 여전히 가지 않고 있었다.
세 여자는 로니아드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바로 자려고요?”
“그럼, 같이 자요!”
세 여자가 로니아드의 양팔을 붙잡고 말한다.
“뭔 소리야?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잘 알면서?”
그러면서 침대를 슬쩍 봤는데 혼자서 자기엔 꽤 큰 침대였다.
‘혹시 미리 준비한 건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꼭 그걸 해야만 잘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그냥 마스터의 숨소리와 목소리 그리고 마나를 느끼고 싶은 거라고요!”
세레나데와 세이나가 말했고.
“저도 요즘엔 혼자 자기가 무섭고 외로워서…….”
브리기트가 얼굴을 붉히며 합류한다.
“하아, 마음대로 해라.”
심신이 지치고 혼란하다.
로니아드는 침대에 누웠고, 세 여자 또한 각자의 베개를 가지고 와서는 로니아드 옆에 나란히 누웠다.
다음 날, 몸 상태 때문에 로니아드는 무사히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는 푹신한 세이나의 가슴에 반쯤 파묻힌 고개를 들었다.
‘좁아.’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아무리 큰 침대라 해도 넷이서 자기엔 좀 좁았다.
오늘 밤부턴 제발 순서대로 한두 명씩만 오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카페부터 가 볼까나?’
오전엔 카페 일을 돕고, 오후에는 연극 준비나 도울 생각이었다.
그렇게 가볍게 씻은 후, 옷을 입고.
환기를 시킬 켬 창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로니아드 님!”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갔던 브리기트가 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창문 열면 안 돼요!”
그리고 로니아드가 창문을 열려는 것을 막는다.
“왜?”
“밖을 보세요.”
브리기트의 말에, 창문을 열지 않고 살짝 숨어서 창밖을 보았다.
“왜 저렇게 몰려 있는 건데?”
밖에는 꽤 많은 남자들이 숙소 앞에 모여 있는 것이었다.
“설마 나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로니아드가 디자인했던 옷을 입은 브리기트가 난감한 얼굴을 했다.
“카페 일은 돕지 못하겠는데?”
“네, 가뜩이나 바쁜데 로니아드 님까지 오면 정말 힘들 거 같아요.”
“흐음, 일주일 동안 나가지 말아야 하나?”
“그 정도는 아니죠. 적당히 로브 같은 거 쓰고서 돌아다니면 괜찮을 거예요.”
뒤이어 일어난 세레나데와 세이나가 카페 종업원 옷을 입으면서 말했다.
결국 로니아드는 카페로 가지 못했다.
대신 계획을 변경한 뒤, 로브를 쓰고서 뒷문으로 나갔다.
‘오전 수업은 할 테니까 연극 연습은 당장 안 할 테고.’
로브를 눌러쓰고 막연히 시내로 나온 로니아드는 그냥 룬-페스티아를 즐기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혼령들은 요즘 들어 더 많이 달라붙네?”
문제는 혼령들. 워낙 도시 전체에 혼령들이 많아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특정 혼령들이 로니아드 주위에 돌아다니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하나같이 일반 혼령들과 달리 크고 빛이 환했다.
“도대체 왜 나를 따라오는 것인데?”
로니아드가 묻자, 혼령 중 하나가 깜빡인다.
―그대는 정체가 뭔가?
“또 그 얘기야? 나도 모른다니까.”
놀랍게도 로니아드는 테노바처럼 혼령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가 굳이 남들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 중 하나다.
“이렇게 따라다닐 거면 댁들 봉인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든가.”
만약 로니아드가 용의 혈통이라면 차라리 자신이 환상 군단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봤다.
―아직은 곤란하다. 누구를 인정할지 우리끼리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대가 연극이라는 것을 했다면 선택하기가 훨씬 편했을 텐데.
고위 혼령으로 추측되는 존재의 말에 로니아드는 속으로 아쉬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연극에 참여할걸 그랬나?’
연기에는 자신이 없어서 안 했다.
‘이제라도 배역 하나 만들어서 들어가 봐?’
카론 같은 애들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 나도 저것보단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도시에 끔찍한 존재가 셋이나 있다.
혼령의 말은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끔찍한 존재? 심연의 존재를 말하는 거야?”
―그래, 그 존재. 마왕 시누크스가 그 존재의 힘을 빌려 우리를 가뒀다. 헌데, 그 존재가 이제는 직접 강림해 버렸어. 그것도 무척이나 가까이! 가증스러운 변절자, 어둠의 정령도 돌아다닌다! 그대와 그대가 준비한 페스티아가 아니었다면 매우 위험했을 것이다.
혼령들이 부르르 떨면서 로니아드 주변을 돌아다닌다.
“저 사람 봐.”
“저렇게 혼령들이 따르는 사람이 있던가?”
“혹시 왕족 아닐까?”
주위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실프!”
곤란해진 로니아드는 급히 실프를 소환했다. 과거 데이지에게서 강탈한 실프였다.
―왜요, 주인님?
실프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쟤들이랑 놀아 줘라.”
―알았어요~. 꺄하하핫, 나랑 놀자아~.
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기에 실프는 능숙하게 혼령들과 어울렸다.
동시에 실프의 영향으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로니아드는 바람에 로브가 벗겨지지 않게 잡고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걸었다.
“로지와 데이지 그리고 알렉스, 이렇게 셋을 말하는 거겠지?”
끔찍한 존재 셋. 누군지 짐작이 갔다.
“이참에 세 명의 뒤나 밟아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