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71
171. 마성의 그녀(3)
‘다크 노움?’
술 취한 데이지가 소환한 정령의 정체다.
전에 요정의 숲에서 봤던 땅의 정령과 많이 달랐다.
‘중급 노움 맞아?’
일반적인 노움이 모래와 돌로 이뤄진 디그다 모양의 샌드맨이라면, 눈앞의 다크 노움은 전체적으로 질퍽했고 구정물에 섞인 것처럼 검었다.
‘포켓몬스터의 질퍽이랑 닮았네?’
“데이지! 크으윽, 당장 소환을 멈춰!”
로지스트가 어둠의 정령 때문인지 고통스러워한다.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스르르 풍겨 오는 것이 지금이라도 강제 변신할 것 같았다.
“헤헤헤, 다크 노움~ 인사해! 이번에 알게 된 언니야아~.”
‘내가 왜 니 언니냐?’
술기운에 어둠의 정령까지 합세해서 그런가? 데이지는 점점 더 광란 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옆에서 데이지를 막아야 할 로지는 고통을 참고 있는 사람처럼 부르르 떨기만 했다.
‘이대로 있다간 크게 사고 나겠다.’
로니아는 다크 노움을 소환한 데이지에게 다가갔다.
“헤헤, 어때요?”
“그래, 그래, 우리 데이지, 참 대단하다!”
로니아는 싱긋 웃으면서 손을 데이지의 이마로 향했다.
―실프, 방음 좀 부탁해.
―알겠어요!
동시에 실프를 소환해 소리가 밖으로 못 나가게 조치했다.
“칭찬의 의미로 내가 데이지 머리를 쓰다듬어 줄게!”
“정말요?”
데이지가 냉큼 자신의 앞머리를 로니아의 손에 들이댄다.
“어……?”
그녀의 손이 데이지의 이마에 올라갔다.
“끼야아아악-!”
그러자 데이지가 감전된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면서 비명을 지른다.
전에 루카스와 접촉하면서 느꼈던 엄청난 충격과 고통, 공포가 되살아났다.
“이, 이건, 이건! 루카스? 당신은 누구…….”
경악한 눈으로 로니아를 쳐다보는 데이지.
‘역소환시키기엔 이거론 부족한가?’
로니아는 고개를 갸웃한 후, 데이지의 몸을 강하게 껴안았다.
“꾸웨에엑! 끄갸갸걋!”
그러자 데이지가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푸쉬이이…….
결국 감전된 사람처럼 몸에서 김이 나더니 실신한다.
다크 노움도 역소환됐다.
“진짜, 밥 먹다 말고 이게 뭔 짓이냐.”
이어서 로니아는 바닥에서 여전히 끙끙거리고 있는 로지를 보았다.
“어, 어서, 도망쳐. 더 이상은…….”
‘어둠의 정령과 뭔가 연관이 있나? 폰셔 녀석은 도대체 뭘 만든 거야?’
여전히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폰셔를 씹으며 로니아는 로지에게 다가갔다.
‘율카네스 이 노인네는 로지와 데이지를 맡았으면 관리 좀 잘할 것이지, 왜 방치 중인 거야?’
여러 의문이 생겼다.
“일단 얘부터 어떻게 해야 할 텐데.”
일단 의문은 집어넣었다.
지금은 눈앞의 일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로니아는 로지에게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상하게 막막하지 않았고, 자연스레 몸이 움직였다.
‘대충 이렇게 하면 되려나?’
로니아는 몸속의 마나를 순환했다.
‘몸이 아닌 영혼이 기억하는 느낌이야.’
그냥 이렇게 하면 될 거 같았다.
순환된 마나가 그녀의 손에 발현되기 시작했다.
―와아! 주인님, 마나가 전보다 더 깨끗해진 거 같아요!
로니아의 마나를 본 실프가 감탄한다.
‘확실히 야만 군단과 싸운 이후로 마나의 색이 밝아진 거 같군.’
전에는 회색이었던 것이 요즘 들어 밝고 연한 회색으로 바뀌었다.
“오, 오지 말라고.”
로지가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에게 다가온 로니아를 만류한다.
“자아, 어디가 아프니?”
그런 로지를 로니아가 살포시 안고는 등을 두들겨 주었다.
“…….”
그렇게 로니아가 로지를 만지자, 로지는 놀랍도록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늘 어둡고 음침했던 녀석의 분위기가 잔잔하고 밝아지기 시작했다.
꿈에 취한 눈으로 로지가 중얼거린다.
“어, 어마마마……?”
시선은 로니아의 붉은 눈동자를 응시했다.
‘……내가 왜 네 엄마냐!’
참으로 기분 더러웠지만 로니아는 참았다.
‘이참에 몇 가지 좀 물어봐야겠어.’
“그래, 착하구나, 로지.”
“네, 어머니.”
로니아는 속으로 로지에게 알아낼 두 가지를 정해 물었다.
“혹시 제국의 폰셔가 무슨 일을 준비 중인지 알고 있니?”
“……방학 이후로 직접 만나지 못해 몰라요. 다만, 거대한 군대를 준비 중인 걸로 알아요.”
“그 군대가 어디를 향할 예정이지?”
“그건 몰라요, 어머니. 전에 세피로스로부터 듣기론, 악황제가 깨어났을 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깨어난 악황제가 이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의 군대가 되고, 이성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를 막을 군대가 된다, 이거니?”
“네, 그런 거 같아요.”
“그래, 답변 고맙구나, 로지.”
“별말씀을요.”
로니아의 칭찬을 들은 로지는 눈물까지 글썽인다.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볼게. 방학 동안 율카네스와 함께 있었다고 했는데, 그와 뭘 함께 했지?”
그러자 로지는 평온했던 표정을 살짝 구겼다.
마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그는 저와 데이지를 계속해서 검사하고 연구했어요. 마치 실험 쥐처럼.”
“저런, 아주 나쁜 노인네구나!”
“맞아요. 저 대신 혼 좀 내주세요…….”
“그래, 언제 내가 가서 그 노인네 뺨을 때려 주마.”
세세하게 몇 가지 더 물어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듯했다.
그저 자신과 데이지를 어떤 마법진에 올려놓고 온갖 검사와 실험을 했다는 것 외엔.
그러다가 개학할 때쯤에 그냥 풀어 줬다는 것이다.
‘무슨 생각이야? 이 사람.’
일단 율카네스와 로지의 관계는 패스. 생각보다 더 알아낼 게 없어 보였다.
“미안하지만 진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겠니?”
“물론이죠. 어머니와 얼마 만에 하는 대화인데요…….”
어느새 변신 직전이던 로지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
잔잔해진 로지를 본 로니아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걸 먼저 물어볼걸.’
그녀는 속으로 살짝 후회하면서 질문을 이었다.
“혹시 율카네스는 로니아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단순히 마리아나 세피로스에게 듣는 것만으로 율카네스를 파악할 순 없다.
“처음 율카네스는 로니아드의 정체를 기억을 봉인당했거나, 아니면 힘을 숨긴 천사나 용으로 생각했어요.”
“왜 천사나 용이지? 마왕도 있을 텐데?”
“데이지가 로니아드에게 극단적으로 영향을 입는 것을 안 모양이에요.”
“그렇구나.”
‘뭔가 이상한데?’
교차 검증을 하니 좀 이상했다.
‘분명 마리아와 세피로스는 율카네스가 나를 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로지의 말대로라면 자신을 굳이 적으로 여길 이유가 없다.
“그가 나, 아니, 로니아드를 적으로 여기는 모습이 보였니?”
“네, 방학이 끝나기 전에 로니아드를 향한 생각이 바뀐 것 같았어요.”
“왜지?”
“자세한 것은 듣지 못했지만. 당시 마리아 총장이 율카네스를 찾아왔어요.”
‘이것 봐라?’
이거 완전히 이간질 아닌가?
“찾아와서 무슨 얘길 나눴지?”
“마법진의 막에 갇혀 자세히는 못 들었어요. 입 모양으로 추정한 건데.”
‘이래서 교차 검증, 교차 검증, 하는구나!’
“마리아가 자신이 있던 세계의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았어요……. 저도 처음에 그걸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마리아가 있던 세계?”
로니아는 속으로 알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마리아가 미래서 온 아리아라는 것을 로지도 알고 있다고?!’
“네. 저는 믿기지 않지만, 마리아 총장은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도망쳐 온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 세계는 심연의 존재에게 멸망했고요.”
‘로지는 마리아와 율카네스의 대화를 미래가 아닌, 다른 이세계에서 왔다는 식으로 해석한 모양이군.’
“그래, 믿어지지 않는구나. 어쨌든 계속 얘기해 보거라.”
시간이 촉박했지만 로니아는 침착하게 로지의 대화를 이끌었다.
“……특히 마지막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심연의 존재 중 일부가 자신을 따라왔고, 그것이 로니아드일 가능성이 높다고요.”
“붉은 눈이라고? 머리카락 얘기는 없었니?”
“네, 그건 못 들었어요.”
‘이러면 또 애매한데?’
마리아가 자신 앞에서 모르는 척 연기하면서 세피로스의 입을 빌려 했던 행위들은 상당히 가증스러웠다.
‘마리아 입장에선 이해 못 할 짓은 아니지.’
만약 그녀의 예상대로 로니아드의 본래 몸이 마리아와 함께 온 것이라면?
“하지만 여전히 의문스러운 점은 많아요.”
“어떤 점들이?”
“로니아드에게선 어떤 어둠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거든요. 회색 마나가 특이하긴 하지만.”
“그랬구나. 율카네스도 그렇게 생각하니?”
“네, 그는 로니아드도 적대하지만, 마리아도 신뢰하지 않는 듯했어요.”
역시 율카네스다. 이 양반은 지구에 떨어져도 적응 잘할 것 같았다.
“그래, 내 질문에 답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이제 좀 쉬거라. 요즘 잠을 못 잔 것 같으니.”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룬 로니아는 손으로 로지의 두 눈을 감겨 줬다.
“네, 어머니.”
로지는 착한 아이처럼 곤히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데이지와 로지를 대충 눕힌 후, 로니아는 로지에게 들은 내용을 정리했다.
‘뭐, 마음껏 적대하라지.’
마리아와 율카네스가 자신을 의심하고 적대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로니아드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이젠 율카네스와 일대일로 싸워도 해볼 만한 거 같으니.’
오히려 그들이 귀여워 보일 정도다.
최근 야만 군단과 싸우면서 얻게 된 자신감 같았다.
“식사는 어떠셨습니까?”
식당 칸을 나오니 종업원이 공손히 물었다.
“좋았어요. 그리고 안에 두 분은 과음해서 그런지 자고 있어요.”
“그, 그렇군요.”
로니아의 말에 종업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세계든 술에 취한 손님은 가장 대하기 어려운 법.
“고생이 많아요. 이건, 수고 비용으로 주는 팁이에요.”
로니아는 불쌍한 종업원에게 금화 한 닢을 던져 줬다.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종업원에게 짬 처리를 넘긴 후, 로니아는 식당을 나왔다.
정오였던 태양이 어느덧 제법 기운 상태였다.
다음 날 아침.
아침부터 로니아가 머무는 숙소로 아스카를 비롯한 소녀들이 몰려왔다.
덕분에 방이 꽉 찼다.
“아주 재미가 좋으신가 봐?”
아스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로니아에게 물었다.
“뭐가?”
로니아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물었다.
“세상에, 진짜 모르는 건가요,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예요?”
앨리스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어제 딱히 별일 없었는데?”
기껏해야 카론과 로지를 만났을 뿐이다.
그 외에는 로브를 쓰고 다녔다.
“흐응~ 수도에 나도는 소문은 그게 아닌 거 같던데.”
그럼에도 자신과 관련된 몇 가지 소문이 퍼졌나 보다.
대충 왕도에 엄청난 미녀가 나타났더라, 어느 왕국의 공주더라, 같은 소문이었다.
“뭐, 소문이야 늘 과장되니까.”
로니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나저나 오늘 연극 잘할 수 있지?”
“물론이죠!”
오히려 오늘 있을 세 번째 연극이 더욱 신경 쓰인다.
“특히 마법사가 된 제인이 요염한 여인으로 변해서, 국왕 앞에 짠! 하고 등장하는 장면, 그게 핵심이야.”
로니아는 구석에 서 있는 제인을 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세요.”
로니아드의 말에 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런데 대답하는 제인의 상태가 좀 이상한 거 같았다.
평소보다 조용하고 안색이 창백해 보였다.
“제인? 어디 아파?”
로니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고.
“아니에요. 좀 긴장해서 그런 거 같아요.”
“몸 상태 안 좋으면 나랑 아스카에게 바로 말해. 치료 마법이든 뭐든 바로 준비할 테니.”
“네.”
제인의 대답이 좀 이상했지만 일단 넘어갔다.
‘그나저나 로지, 그 녀석이 걱정인데.’
제인 못지않게 로지의 연기도 중요했다.
전혀 못 알아보게 변한 1왕비에게 첫눈에 반하는 연기를 해야 하니.
“로지. 그 녀석은 어때?”
어제 점심때 이후로 어떻게 복귀했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괜찮은 거 같던데요? 평소보다 몸 상태도 좋은 거 같고.”
평소 로지에게 관심이 있던 아리아가 답했다.
로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들 이번 연극도 무사히 끝내자!”
그렇게 아침에 잠깐 이뤄진 모임이 끝났고, 다들 각자 할 일을 하러 갔다.
‘그럼 오늘은 알렉스를 추적해 볼까?’
어제처럼 로브를 깊게 눌러쓴 뒤, 숙소 뒷문으로 나온 로니아는 알렉스가 머물고 있을 왕도에 있는 폰테임 후작가의 저택을 향했다.
그리고 로니아드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알렉스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