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73
173. 뜻밖의 성전(1)
카론과 함께 차를 마시는 세 사람.
원래는 방학 초까지 왕국 수도에 있었던 자들이다.
그러다 제국에서 일이 터지자, 급히 교국으로 사라졌던 자들.
그랬던 이들이 최근에 신성 연합군이라는 군대와 함께 재방문한 것이다.
그리고 카론은 무책임하고 무능한 아버지와 형들을 대신하여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악황제와 암흑 제국과 결전을 벌이기 전에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후방의 안정이라고 할까요?”
문제가 있다고 왕자 앞에서 대놓고 말한 추기경.
“문제라면 어떤?”
추기경의 말에 카론은 인상을 찌푸렸다.
‘문제가 어디 한둘이어야지.’
교국에서 트집을 잡으려면 어디 잡힐 게 한둘인가?
“카론 왕자님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트집을 잡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고요.”
이윽고 크샤트가 카론의 의문을 풀어 주기 시작했다.
“요즘 폰테임이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추기경이 폰테임을 언급했다.
“네, 저도 들었습니다. 후작령 저택에서 굉장히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하더군요.”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또 그를 따르는 귀족들과 회동을 가지지도 않았고, 거기에 저택에서 별별 이상한 것들이 목격된다고도 했지.’
크샤트의 말에 카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폰테임이야 전부터 수상하기로 이름 높았던 가문이다.
흑마법, 친제국 등등, 지금까지 교단에서 어떻게 눈감아 줬는지 모를 정도다.
“그리고 이를 수상히 여긴 후작령 인근의 교단에서 후작가로 사람을 몇 보냈었습니다.”
“그랬군요. 후작가에서 헌금을 적게 내서 사람을 보낸 것은 아닌가 봅니다.”
카론이 비꼬듯이 말했지만.
크샤트는 못 들은 척하고서 말을 이었다.
“그러다 이단심판관 몇이 잠입했다가 실종되었죠.”
“실종이요? 이단심판관이?!”
크샤트 추기경의 말에 카론은 마냥 비아냥거릴 수는 없었다.
‘이단심판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리 교단이라고 해도 못 넘어가지. 빌어먹을 폰테임!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근래 폰테임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이야.
“확실히 폰테임 후작이 최근 이상하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단심판관이 실종되다니, 이건 처음 듣는군요.”
믿어지지 않는다는 카론의 태도.
“제르다께 맹세코 사실입니다.”
이번엔 아고르가 성호를 그으며 말했다.
“그렇게 맹세까지 하신다면 사실이겠군요.”
카론은 속이 타들어 갔다. 무능한 아버지와 형들도 모자라 폰테임까지 사고를 쳤다.
‘빌어먹을.’
이젠 교국의 간섭을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가 없다.
“왕실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최선을 다해 조사하고 협조하겠습니다.”
결국, 카론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폰테임에게서 이단의 징후가 명확히 나온다면, 왕실에서 앞장서서 성전을 돕겠습니다.”
“왕자님과 왕실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군을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끄응, 그렇게 하십시오. 대신 백성들에게 피해는 가지 않게 주의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빌어먹을 아버지, 빌어먹을 형놈들! 아무리 폰테임이 무섭다고 해도 외세를 끌어들이다니.’
카론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자들을 속으로 욕했다.
아무리 이단심판관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국왕의 허락이 없으면 저렇게 군대가 들어올 수는 없다.
본래라면 기껏해야 100명 이내의 조사대가 왔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저들은 국왕의 허락을 무기 삼아 군대를 이끌고 왔다.
신성 연합군이라는 수천의 군대가 수도 앞에 떡하니 주둔 중이었다.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뒷수습은 나보고 하라니!’
외세의 힘을 대놓고 끌어들인 국왕과 형들.
그런 실망스러운 왕실의 모습에, 그나마 남아 있던 대다수 충성파조차 떠났다.
카론만이 남아서 한 줌 남은 충성파를 이끌고 있을 뿐.
귀족과 관리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고 3왕자 카론 주위에 몰려들자, 국왕과 형들은 오히려 잘됐다며 카론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을 떠넘겼다.
‘이건 독이 든 성배도 아니야. 그냥 독이야!’
카론이 잘 해내면 그 과실을 빼앗을 생각이고, 카론이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3왕자에게 돌리겠다는 수작이기도 했다.
‘이딴 상황에서 전권을 가져서 뭘 어쩌라고!’
너무 갑갑했다.
“카론 왕자님은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분이신 거 같아요.”
그때, 조용히 차를 홀짝이던 성녀 미샤가 호호 웃으며 카론을 칭찬한다.
“카론 왕자님처럼 뛰어나신 분이 이 나라의 왕족이라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요.”
순수한 척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순수한 것인지 모를 성녀의 목소리.
“감사합니다…….”
성녀답게 정말이지 아름다운 외모다.
아리아, 앨리스, 이소레타와 같은 여자를 보면서 눈이 높아진 카론마저도 감탄할 정도.
평소의 그였다면 성녀의 칭찬을 축복처럼 여겼을 것이다.
‘놀리는 건가?’
하지만 카론에게 지금 성녀가 한 말은 전혀 와닿지 않았다. 기분이 나빴다.
‘로니아.’
오히려 성녀 덕분에 어제 우연히 만났던 묘령의 여인, 로니아가 떠오를 뿐이다.
‘로니아, 당신은 지금쯤 뭘 하고 있소?’
아무리 성녀 미샤의 아름다운 천상의 외모라고 해도, 어제 만났던 로니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외적 아름다움은 비슷할지 몰라도, 로니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기운 그리고 위로는 비교할 수 없었다.
‘로니아.’
다시 한번 어제 만났던 그녀가 떠올랐다.
“…….”
성녀 미샤는 자신의 칭찬에 언짢아하는 카론을 보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땡땡땡.
그때, 왕궁에서 경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냐?”
카론이 고개를 돌려 근처에 서 있던 근위 기사에게 물었다.
“왕도 상공에 어떤 인간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흐음? 법으로 무단으로 하늘을 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나, 이렇게 종을 울릴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종종 일부 마법사와 그리폰 같은 귀한 탈것을 소유한 귀족들이 하늘을 비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알렉스가 묻자 기사가 대답했다.
“그게 하늘을 나는 사람의 모습이 좀 이상합니다.”
“망원경을 줘 보게.”
근위 기사의 말에 불길한 예감이 든 카론은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았고, 옆에 있던 성녀와 추기경 그리고 이단심판관 또한 눈에 신성력을 집중해서 하늘을 보았다.
그렇게 하늘을 본 네 사람은 곧바로 얼굴을 굳혔다.
“저건, 악마의 형상?”
크샤트가 눈을 부릅떴다.
“얼굴을 보니 폰테임 공자 알렉스인 것 같군.”
폰테임 후작가를 사전 조사했는지 아고르가 알렉스의 얼굴을 알아봤다.
“옆에 어떤 의식 잃은 여성분을 끼고 있네요? 납치일까요?”
성녀도 한마디를 보탰다.
성녀의 말을 들은 카론이 알렉스가 납치했다는 여성을 유심히 보았다.
“……!”
그리곤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망원경을 떨어뜨렸다.
“로, 로니아!”
어제 만났던 로니아가 알렉스의 옆구리에 의식을 잃고 붙잡혀 있었다.
“아는 여자입니까?”
발을 동동 구르는 카론의 모습에, 옆에 있던 추기경이 물었다.
“추기경, 저 레이디를 구해야 합니다.”
늘 자세를 유지하던 카론의 흐트러진 모습.
크샤트는 묘한 눈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려운 자는 힘껏 도와라. 그렇게 마음 가는 것이 곧 나의 뜻이니라. 경전 7장 47절.”
그는 경전의 구절을 읊었다.
“저 여자가 누구든 악으로부터 구하는 것이 도리지요.”
그렇게 말한 크샤트는 자신과 함께 선 이들을 둘러보았다.
“폰테임, 기어코 본색을 드러냈군!”
이단심판관이자 팔라딘인 아고르가 코에서 김을 뿜어내며 외쳤다.
여자를 납치한 남자의 행색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악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심지어 그 존재의 정체가 폰테임 후작가의 공자인 알렉스다.
“상공의 적! 북동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그때, 알렉스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북동쪽이면 폰테임 후작령인가요?”
성녀 미샤의 물음에,
“그렇습니다. 저 사악한 녀석이 아름다운 레이디를 인신 공양 제물로 쓰려나 봅니다!”
아고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안 돼!’
아고르의 말 때문일까?
카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왕궁 마법사! 그리고 기사들은 저 하늘에 떠 있는 악마를 추적하라!”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나도 함께하겠다!”
그리고 바로 왕궁을 나서려고 했다.
“왕자님, 오늘 연극은 어쩌시고요!”
시종이 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폰테임 놈들이 기어코 악마와 계약을 했다.”
늘 전쟁에 신중하던 카론이 순식간에 매파가 된 상황.
‘그만큼 저 여자가 중요한 것인가?’
‘사랑의 힘이란 참…….’
‘체스카드의 3왕자는 참으로 신앙심이 투철하군!’
카론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세 명의 성직자는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예상치 못하게 일이 잘 풀리는군.’
대놓고 폰테임이 이단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를 함께 목격한 전권을 가진 왕자는 사랑에 미쳤는지, 전쟁을 부르짖는다.
‘3왕자는 자연스레 환상 군단에서도 멀어지겠군.’
크샤트는 미소 지었다.
‘만약 3왕자가 환상 군단을 손에 넣으면 곤란했는데 다행이야. 환상 군단은 제인 왕녀가 가졌으면 좋겠는데.’
일단 장애물 하나는 치웠다.
‘문제는 로지 왕세자인데. 흐음, 원래라면 카론 3왕자와 헤어지면 바로 로지 왕세자를 만나러 가려고 했거늘.’
그럴 틈이 없게 되었다.
‘어차피 로지 왕세자야 연극 놀이에 정신없을 테니, 후딱 다녀온 후에 설득하든지 견제하든지 해야겠어.’
그렇게 대략 계산을 끝낸 크샤트는 카론을 보았다.
“시종은 나의 기사 제복과 검을 가져와라! 그리고 당장 가용 가능한 병력을 집결시켜!”
지금 눈앞의 카론은 흑마법을 목격한 이단심판관보다 더 적극적이다.
“왕자님의 용기 있는 결단을 제르다의 이름으로 축복하겠나이다.”
성녀가 그런 카론을 축복했다.
“왕도 인근에 있는 신성 연합군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추기경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성전! 성전이다아!”
이단심판관이자 팔라딘이 메이스를 뽑아 들었다.
“갑시다.”
카론 또한 결심이 섰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놈은 마차를 타고 날아가지.’
로니아는 자신을 거칠게 잡고서 날아가는 알렉스를 속으로 욕했다.
‘이 정도 속력이면 최소 반나절은 걸릴 거 같은데.’
너무 불편해서 당장이라도 담이 올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 발로 갈걸. 괜히 연기하다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끄응, 고생한 보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납치당해서 간다면 폰테임 놈들은 방심한 상태로 그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연극은 잘되고 있겠지?’
실눈을 떠서 해의 기울기를 본다.
곧 연극이 시작될 시각, 연극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부르르르.
그때, 로니아의 품속에 있는 무언가가 급히 울어 댔다.
‘마법 통신구가?’
보아하니 휴대용 마법 통신구였다.
아이들에게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알림을 주는 기능이었다.
전에 아스카가 개조해 줬던 기능.
‘뭐지?’
왕도에 있을 아이들이 걱정됐다.
‘폰테임 관광은 추후로 미루자.’
로니아는 우선순위를 정했고, 눈을 번쩍 뜨고는 알렉스의 손과 촉수를 치웠다.
“미안한데 후작령은 다음에 가야겠어.”
로니아가 깨어나자 공중에 멈춰 선 알렉스가 피식 비웃는다.
“지금 네년의 처지를 모르나 본데…….”
알렉스의 등 뒤에서 다시금 검은 촉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방금 전에도 마법으로 반항하던 로니아를 이걸로 제압했다.
“아니, 너무 잘 알아.”
하지만 로니아는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다.
우우웅.
로니아의 몸에서 환한 빛의 기운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약간의 회색이 섞여 있지만, 이제는 순백에 가까웠다.
“……?!”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기운에 알렉스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거라.
광오하고 찬란한 로니아의 목소리.
“이게 무슨……. 네놈은!”
쫘아아악!
알렉스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로니아의 손바닥이 알렉스의 뺨을 휘갈겼다.
뺨을 맞은 알렉스의 몸이 동북 방향으로 운석처럼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