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82
182. 후회하는 자, 희망을 품은 자
아르미로 향하던 오스카의 마법함 또한 키를 돌려 국경으로 이동했고, 아우레의 실버 엘프 원정군 또한 국경에 집결했다.
이들 중 가장 늦게 합류한 군대는 헌스터의 야만 군단으로,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합류한 야만 군단은 국경 인근에 진을 쳤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로니아드가 친히 야만 군단의 병영으로 찾아왔다.
“뭘 그렇게 숨나, 타르타트.”
로니아드가 리치 타르타트를 보며 물었다.
“끄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천사님.”
리치라는 이유에서 그런지, 타르타트는 로니아드를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불편한가?”
“아시면서 물어보시는 겁니까? 그리고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대천사님.”
타르타트의 옆에는 마찬가지로 애써 먼 지평선을 보고 있던 이카본이 있었다.
“…….”
‘저 리치 새끼는 왜 나까지 끌어들여서…….’
이카본은 속으로 타르타트를 죽일 듯이 욕했다.
“너희를 적대할 생각은 없다. 진홍 달의 흔적 또한 세계의 다른 기둥 중 하나니.”
“가, 감사합니다.”
로니아드의 말에 타르타트가 무릎을 꿇고는 감사를 표한다.
마찬가지로 이카본 또한 엉겁결에 무릎을 꿇었다.
“대신, 너희에게 박혀 있는 심연의 조각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
“……네?”
이카본과 타르타트가 동시에 고개를 번쩍 들렸다.
어느새 로니아드는 선악검을 소환해 들었다.
―조금 아플 거다.
대천사의 날개를 펼쳤다.
“으, 으아아악!!”
“빌어먹을……!”
―정정하지. 되게 아프겠군.
두 사람의 비명이 하루 종일 야만 군단 병영을 울렸다.
“크흐흐, 이래서 상한 건 함부로 먹으면 안 돼.”
두 사람의 비명이 헌스터에겐 자장가처럼 들렸다. 그는 킥킥 웃으면서 낮잠을 잤다.
* * *
북부 사람들에겐 암흑제국의 심장부로 유명한 도시, 제국의 황도 고이트.
악황제 부활 당시만 해도 흥분으로 가득 찼던 도시가 지금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종말, 종말이다!”
제국 국교를 믿는 사제들이 성호를 그으며 입을 열었다.
“아한-제르다. 아한이시여,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그들은 저기 북동쪽에 두 번째 태양처럼 떠 있는 빛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안 돼……. 하늘이!”
하지만 등댓불처럼 생긴 작은 태양은 거대한 장막에 가려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제로 대제께서는 아직이신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백성들은 황제를 찾았다.
“황제 폐하! 어서 저 악을 무찔러 주소서!”
“제국군은 뭣들 하는 거야?!”
본래 신앙심보단 황제를 향한 믿음이 강한 제국민들이다.
그들은 너도나도 그들의 황제 제로니어드를 찾았다.
더불어 그가 이끄는 제국군도 함께,
그런 백성들을 황궁에서 내려다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저 장막이 폐하를 먹어 치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볼만하겠군.”
작은 키에 공처럼 뚱뚱한 체형.
하지만 입고 있는 복장은 예사롭지 않다.
“결국엔 이렇게 되었군. 황제의 고치마저 먹어 치운 것인가?”
얼마 전, 고치를 관찰하던 마법사에게서 다급한 통신이 왔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황제의 고치를 흡수하고 있다는 보고.
그리고 그 보고를 끝으로 어떤 마법사로부터도 통신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것을 숨기고 있었군, 폰테임……!”
그는 폰테임을 욕했다.
“세피로스, 네놈의 짓이냐? 하지만 왜?”
한편으론 짙은 의문도 들었다.
“재상님, 1군단에서 대대적인 탈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때, 지휘관으로 보이는 고위 기사가 나타나 보고를 올렸다.
“흐음, 이카본이 없어서 그런가?”
이카본이 군단장으로 있던 제국의 1군단, 암흑 군단이 흩어지고 있었다.
폰셔는 기사가 가져온 보고서를 훑듯이 읽었다.
“탈영한 자들 대부분이 심연의 힘을 받지 않은 이들이지?”
“네, 그렇습니다.”
일당백의 정예병이지만 싸우기도 전에 3할 정도가 사라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었다는 듯.
“보내 주게.”
폰셔는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지는 등댓불을 보며 말했다.
“하, 하지만!”
보고를 가져온 기사가 당황한다.
“자네도 어서 가게. 자네도 심연의 힘은 받지 않았지?”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뛰어다닌다는 것 자체가 제정신임을 의미했다.
“재상님……?”
지휘관이 경악한 눈으로 폰셔를 본다.
“우리의 선택은 틀렸네. 세피로스의 말이 맞았어.”
폰셔는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도 심연의 힘을 전군에 부여하지 않았지.”
“네, 아직 3할 정도의 병력은 힘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최강의 제국군을 만들어 이카디아는 물론 동방까지 정복하려고 했으나, 그 야망은…… 망상이었던 거야.”
폰셔의 말에 기사의 어깨가 축 처졌다.
“두 척의 마법함을 못 빼내는 게 너무나 아쉽군.”
어떤 이유인지 세피로스는 마법함을 움직일 수 있었다.
끝내 그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왜냐면 어느 순간 녀석과 연락이 끊겼으니까.
“하다못해 힌미르의 적통이라도 남겼다면…….”
폰셔의 한숨이 깊어졌다.
‘황제가 힌미르의 적통을 흡수하는 것을 막았어야 했어.’
당시 깨어났던 악황제는 자신의 힘을 회복하고 영혼의 순결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폰셔는 제국 내의 모든 힌미르의 적통들을 황제 앞에 데려왔고, 황제는 자신의 자식, 친척들을 흡수했다.
흡수당한 적통들은 미라처럼 변해 버려졌다.
‘그래도 이소레타 황녀만이라도 대피시켜서 다행이야.’
힌미르의 적통도 세피로스도 없는 지금, 제국에서 마법함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남은 병력을 데리고 황도를 떠나게, 당장. 우리의 전력으로 이 재앙을 이겨 내는 것은 불가능해.”
“…….”
“그 병력을 이끌고 북쪽 국경으로 향하게나.”
폰셔의 시선이 다시 하늘로 향했다.
“과욕을 부렸어. 저 힘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어.”
폰셔는 다른 사천왕들과 목표가 달랐다.
타르타트와 이카본이 악황제 몸속에 있는 심연의 힘을 경계했다면, 폰셔는 그 힘을 제국을 위해 사용하자는 주의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틀렸다.
필멸자가 이용하기에 이 힘은 너무 거대하고 깊었다.
“세피로스, 도대체 네놈은…….”
폰셔는 지금도 세피로스의 의도를 모르겠다.
언제는 누구보다 심연의 존재를 찬양했던 흑마법사였다.
하지만 어쩔 때는 누구보다 심연의 존재를 경계하던 모습도 보였다.
‘특히 마지막에는 더더욱 심연의 존재에 대해 거리를 두려 했어.’
마치 이중인격,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흑마법을 익히면 인격이 이상해진다고 하긴 했지.’
폰셔는 대충 지레짐작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없을 텐데? 아직도 안 가고 뭐 하나?”
보고를 올렸던 지휘관이 아직도 가지 않고 서 있었다.
지휘관은 어느새 무표정한 표정을 보였다.
푸욱.
곧바로 검을 뽑아 폰셔를 찔렀다.
“……?!”
폰셔는 크게 뜬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
“내 부하들을 저렇게 망가트려 놓고서!”
“끄, 끄으윽!”
“반대하던 이카본 군단장님을 파면시키고서!”
기사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제 와서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하면 어쩌자는 거지?”
“크윽, 말은 똑바로 하지? 이카본은 네놈들이 쫓아낸 것이잖아.”
“우리는 재상, 너의 세뇌에 넘어간 것이다!”
이카본은 자신만 심연의 힘을 얻고, 부하들에게는 그 힘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것에 대한 소소한 불만을 폰셔와 세피로스가 알아챘고, 둘은 흑마법을 이용해서 1군단을 세뇌하고 선동하고 장악했었다.
그리하여, 이카본을 향해 일어난 1군단의 대대적인 항명.
그런 암흑 군단에 실망한 이카본은 타르타트와 함께 야만의 땅으로 떠났다.
“그래, 내 잘못도 있겠지.”
폰셔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허탈하게 웃었다.
“네놈의 야망을 위해, 내 선배, 동료, 부하들이 타락하고 괴물처럼 변했다! 그들의 가족들이 어떤 슬픔과 충격에 빠졌는지 알기나 하나?”
지휘관의 말에 폰셔는 할 말이 많았지만, 굳이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이딴 최후로도 갚지 못할 만한 죄를 지었어.”
‘이렇게라도 너희들의 분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다면야.’
폰셔는 순순히 인정했다.
“모두가 재상, 그대의 말을 믿고 희생했다. 군단장도 배신했고, 평범했던 일상도 포기했다. 그런데…… 틀렸다고?!”
“…….”
폰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기 괴물로 변한 부하들이 네놈의 실험체로 보였나?”
기사가 폰셔의 복부를 더 깊게 쑤신다.
푸욱, 푸욱.
폰셔의 배에서 내장이 튀어나오고 피가 홍수처럼 흘렀다.
스르륵.
분노로 일그러진 기사의 눈동자가 검게 변한다.
그걸 본 폰셔의 눈이 커졌다.
“너도 심연의 힘을 먹은 것이냐?”
폰셔는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빌어먹을……! 이 힘으로 제국의 부흥을 열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엔 파멸로 가는 짓이었군.”
“……아한-제르다.”
폰셔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절명했다.
―키아아악!
폰셔를 죽인 기사의 몸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전에 아르미에 나타났던 ‘마인’의 형상과 똑같았다.
―끄아아아아!
―키맄킬키키킭
이어서 황도 전역에서 괴물들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황도 전체가 거대한 회색 장막으로 인해 돔처럼 갇혔다.
동시에 셀 수 없이 많은 마인들이 나타났다.
“괴물이다!”
“엄마, 살려 줘어!”
“경비대, 경비대는 뭐 하는……!”
“제국군이야, 저 괴물들 전부 우리 제국군이라고!”
“맙소사!”
마인들이 도시의 모든 사람을 죽였다.
―클클클클.
―키히히히히.
타락한 환상 군단이 혼령의 모습으로 생지옥이 된 도시를 유람했다.
그렇게 제국의 수도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제국의 수도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아니, 수도에 이상이 있기 전부터 이미 제국 전역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거대한 짙은 회색의 장막은 제일 먼저 악황제의 고치부터 먹어 치웠으니까.
“성전이다!”
“국경도, 종족도, 신분도 가리지 않는다! 용기 있는 자! 무기를 들 수 있는 자, 모두 신성 연합군에 합류하라!”
하지만 사람들은 절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기가 높았다.
“아한-제르다.”
“대천사시여, 제르다께서는…….”
“제르다께서 바쁘셔서 대천사 아한 님을 대신 보내셨다잖아!”
“맞습니다. 저런 마족 놈들 따위는 아한 님만으로도 충분하지요!”
그들은 자신이 마주한 적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도 모른다.
왜 제르다는 없고 아한만 왔는지도 모르고.
‘뭐, 무기에 축복이라도 내려 주면 환상 군단 상대할 때 길막이라도 해 주겠지.’
로니아드는 냉정하게 아군의 전력을 평가했다.
제대로 된 전력을 기대할 수 있는 군대는 몇 안 된다.
오스카의 마법함과 폴라라스 레인저.
헌스터의 야만 군단.
그리고 칸브라만 공국군.
그 외에는 너무 수가 적거나, 수가 많지만 수준이 심하게 떨어졌다.
‘부디 제때 와 줘야 할 텐데.’
로니아드는 잠시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화아아악.
그때, 로니아드 옆에서 환한 빛이 터졌다.
하늘로 가 있던 그의 시선이 빛이 터진 옆으로 향했다.
“다 되었습니다, 로니아드 님.”
그곳에는 엘프 여왕 아우레와 그녀의 동생 테노바가 서 있었다.
“선악검이 드디어 완성되었군.”
두 엘프가 조심스레 완성된 선악검을 로니아드에게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