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88
188. 후원하는 성좌가 되었다(2)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성유나는 살짝 피로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D급 각성자라 크게 지장이 있진 않았다.
어젯밤, 마침내 찾아온 성좌를 거절한 이후, 그 성좌는 더 이상 자신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계약할 걸 그랬나?’
살짝 아쉬움이 들긴 했다.
‘미쳤어? 신세 조질 일 있어?!’
정신 차려, 성유나!!
다시 제정신이 든 성유나다.
“어서 출근이나 하자.”
무겁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성유나는 출근을 했다.
“여어~ 유나 왔어?”
출근한다고 해도 그녀가 직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성좌도 없는 헌터에게 클랜 정규직을 제안할 클랜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헌터 인력 시장.
과거 아웃소싱 인력소처럼 하급 헌터들을 일용직 노동자처럼 부리는 곳이다.
“오늘은 좀 괜찮은 데 없나요? 어제는 시간만 많이 빼앗기고 돈도 쥐꼬리만 했다고요.”
성유나의 투정을 들은 헌터 인력소장은 허허 웃는다.
“하지만 급여가 센 곳은 위험하다니까.”
중년의 나이에 머리가 벗겨진. 헌터 인력소장.
각성자는 아니지만 헌터들 사이에서 이런 작은 사업체를 운영할 정도로 인맥과 사업 수완은 뛰어나다.
“위험해도 된다니까요. 저, 애 아니라고요, 아저씨.”
“유나야, 너는 성좌와 계약도 못 한 헌터야. 페이가 센 데는 죽을 수도 있다니까?”
인력소장의 말에, 성유나는 순간 어제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D급 성좌, 렌슬렛의 평기사가 떠올랐다.
“돈 없어서 굶어 죽는 것은 안 위험하고요?”
“최하급 헌터라도 각성자인데 굶는다고?”
인력소장이 이해 안 간다는 눈으로 성유나를 본다.
최하급 헌터라도 비각성자인 일반인보다는 수익이 훨씬 많다.
여기 다니는 최하급 헌터들도 못살아도 중산층의 지위는 유지한다.
“빚이 좀 많아요.”
장비 대출금에 보육원에 가져다주는 돈까지, 돈에 쪼들리는 성유나다.
“아이고, 사채가 무섭긴 하지.”
성유나의 사정을 잘 모르는,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인력소장은 이내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술집에서 몸 팔다가 약에 중독돼서 인생 조지는 것보단…….”
인력소장이 성유나의 몸을 훑는다.
“게이트에서 목숨 팔아서 돈 버는 게 수익 면에서는 낫지.”
그리고 이내 서랍 안에서 이런저런 서류들을 뒤적이다가, 서류 하나를 꺼냈다.
“그럼 오늘은 여기로 갔다 오렴.”
“옛 판교 지역인데, 이번에 새로 발견된 미분류 게이트가 있어.”
“미분류 게이트라면?”
“그래, 아직 등급 정의도 못 했지. 정부 소속 헌터들이 등급 측정을 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요즘엔 북한 쪽 관리하느라 바쁘잖냐?”
20년 전, 대균열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국가들이 무너졌다.
북한 또한 붕괴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안정은 되찾은 대한민국은 내부 수습이 어느 정도 되자마자, 바로 북으로 대규모 군대와 헌터들을 파견했다.
아직 내전 중인 중국과 러시아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무리해서라도 북한을 흡수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럼, 여기 게이트는 정부로부터 외주를 받은 곳이군요.”
“맞아, 그래도 외주 받은 클랜은 이터널 클랜이라고, 국내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중견 클랜이야.”
인력소장의 말에 살짝 불안했던 성유나의 표정에 안도가 서렸다.
중견 클랜이면 나쁘지 않았다.
“거기로 할게요!”
“오냐, 저기 트럭 택시가 판교부터 수원, 동탄까지 갈 거다. 저걸 타.”
“네! 고마워요!”
성유나는 인력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곧장 트럭 택시의 화물칸에 올라탔다.
그곳에는 성유나처럼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최하급 헌터들이 각종 장비들과 함께 몸을 싣고 있었다.
거대한 동굴 속.
다섯 사람이 헐레벌떡 뛴다.
다들 행색이 평범하거나 초라한 게, 최하급 헌터들이 분명했다.
“허억, 허억! 뭐 이딴 클랜이 다 있어!”
“이터널 클랜이라고 했지? 개자식들이!”
그들은 하나같이 이번 게이트 정찰을 맡은 이터널 클랜을 욕하고 있었다.
‘나, 지금 낙오된 거지? 여기 게이트 등급 B급이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이들 중에는 성유나 또한 껴 있었다.
“그러게 적당히 좀 줍자고 했잖아! 왜 중견 클랜에게 밉보여선!”
“다시없을 B급 게이트인데 어떻게 그냥 가냐고! 그리고 그쪽 배낭도 보통 꽉 찬 게 아니면서!”
성유나를 포함해 낙오된 다섯은 이제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다들 똑같은 주제에 남 탓 좀 그만합시다. 정찰 임무에 와서 잡템에 눈이 먼 우리 잘못이 커요.”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의 여성 헌터가 중재한다.
성유나도 그렇고 이들도 그렇고, 모두 메고 있는 배낭은 터지기 직전이다.
입장한 게이트의 등급이 B급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눈이 돌아갔던 것은 사실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를 버리고 쏙 나가 버리다니…….”
“명색이 중견 클랜이다 보니 우리 같은 놈들은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나 보지, 뭐.”
서로를 향했던 비난도 지쳤는지 이젠 자조적으로 변했다.
“쉿! 다들 조용히 좀 해요.”
뒤에서 투덜거리는 소리를 못 참고 성유나가 강하게 경고했다.
“앗, 죄송합니다!”
네 사람은 성유나의 말에 급히 입을 닫았다.
지금 여기 다섯 중 그나마 D급 헌터인 성유나가 제일 등급이 높았다.
나머지 넷은 E급 수준의 각성자들.
D급 헌터인 성유나가 잡몹들을 잡는다면, 이들은 짐꾼이 되어 떨어지는 잡템들을 주워 담는 역할을 맡았다.
“일단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버텨 봐요. 이터널 클랜도 정부도, 이런 B급 게이트를 그냥 버리지는 않을 테니.”
성유나가 냉철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B급 게이트야. 확실히 이터널 클랜 혼자만으론 힘들어.’
심지어 정찰대라 숫자도 적으니 망설임 없이 후퇴할 수밖에.
‘B급이면 중견 클랜 하나로는 힘들 거야. 분명 다른 클랜과 연합할 것이고.’
성유나는 게이트의 입구가 있을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몬스터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전체 은신 스킬을 가진 중상위 헌터가 없으면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길이다.
‘이런저런 시간을 고려했을 때 빠르면 3일 안으로 정식 공격대를 구성해서 재진입할 거야.’
희망을 가지고 계산을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제 그 계약을 해야 했었나?’
살짝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 우리 전력으로는 이 게이트의 잡몹 하나도 간신히 잡는 수준이에요.”
B급 게이트면 말단의 잡몹들도 C급에서 D급은 됐다.
성유나 입장에선 잡몹 둘만 잘못 걸려도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
‘끄응, 저 사람들을…….’
순간 자신도 이터널 클랜처럼 저들을 버리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여기서 비상식량으로 버텨 봐요.”
동굴 내부에서 그나마 아늑하고 외진 곳을 찾았다.
몬스터들을 피해 다니며 파악한 곳인데, 여기는 굳이 순찰하지 않는 듯싶었다.
“뭣들 하세요, 어서 짐을 풀…….”
아무리 조용히 하라고 해도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싶어 뒤를 돌아봤다.
“흐읍!”
성유나는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이 왜 조용한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이곳에 몬스터들이 오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꺼억, 끅!”
“사, 살려 줘…….”
성유나의 뒤에 있던 네 사람 모두가 거미줄에 목이 졸려 질식 중이었다.
“자이언트 타란큘.”
성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자이언트 타란큘. B급 정예 몬스터야…….’
보스 몬스터는 아니다. 하지만 절대 만만한 몬스터도 아니다.
저기 밖에 어슬렁거리는 C, D급 몬스터와 급이 다른 정예 몬스터다.
D급의 자신은 목숨이 열 개 있어도 절대 이기지 못하는 몬스터.
퀴르르르.
자이언트 타란큘의 수백 개의 루비 같은 눈이 성유나를 노려본다.
“커억, 억…….”
앞서 거미줄에 당했던 넷은 꺼억거리며 부르르 떨더니, 이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죽었어? 벌써?!’
잠깐 사이에 죽음에 이른 듯싶었다.
단순한 질식이 아니다. 아무리 E급의 최하급 헌터라고 해도 일반인보단 신체적으로 월등하다. 숨도 오래 참을 수 있고.
그런 그들이 불과 몇 초 만에 죽었다.
‘저 거미줄에 독이 묻어 있어.’
성유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검을 들었다.
과거 각성을 한 기념으로 무리하게 대출까지 해서 마련한 C등급의 검이다.
그리고 현재 월세와 보육원과 함께 성유나의 고단한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애증의 장비기도 했다.
촤앗, 촷.
놈의 입에서 거미줄이 김을 내면서 쏘아졌고, 성유나는 자신에게 쏘아지는 거미줄을 검으로 쳐 냈다.
서걱, 서거걱!
지금만큼은 이 C등급 검의 값을 제대로 보고 있다.
‘안 돼, 내구도가!’
하지만 자이언트 타란큘은 B등급 몬스터, 성유나가 쥔 검은 C등급이다.
검의 날이 눈에 띄게 무뎌지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허억, 헉, 더 이상은……!’
거기다 검의 내구도보다 더욱 빨리 그녀의 체력이 소모되고 있었다.
거미줄을 쳐 낼 때마다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어깨와 팔 관절이 뒤틀린다.
퍼억, 챙그랑.
이윽고 성유나는 들고 있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촤아악.
기다렸다는 듯이 거미줄이 성유나를 향해 쏘아졌다.
“꺄아악!”
거미줄이 순식간에 성유나의 몸을 휘감았고, 거미줄에 묻은 독이 그녀의 피부를 상처 내며 중독시켰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것 같은 고통이 성유나를 강타한다.
“아아아악!”
너무나 고통스러워 눈물까지 났다.
‘이렇게 개죽음을.’
억울하고 원통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 알았다면…….
‘저축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을걸!’
죽을 때가 되니깐 그제 그렇게 당겼으나 끝내 먹지 않았던 치킨이 떠올랐다.
‘어제 그냥 계약할걸…….’
그리고 마침내 찾아왔던 성좌와 계약하지 않은 것이 큰 후회로 다가왔다.
‘그때 계약을 했다면 얘 정도는 이길 수 있었을까?’
희미해져 가는 시야와 함께, 이제는 전신을 뜨겁게 달구던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의식이 나락의 저편으로 향할 때였다.
[성좌 렌슬렛의 평기사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 렌슬렛의 평기사가 당신과 계약하고자 합니다]“아아!!”
절망 속에서 작은 희망이 찾아왔다.
“할게요! 계약……할게요!”
[성좌와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계약 성립으로 성좌 포인트 100을 획득하였습니다]성유나의 온몸에 밝은 빛이 번졌고, 그녀의 눈앞에 상태 창이 펼쳐졌다.
[성좌명 : 렌슬렛의 평기사(D)직업 : 평기사
스킬 : 평기사의 기초 검법(D), 번개검(C), 치료(C), 전투 마검술(C)
스탯 : 힘(B), 정신(C), 민첩(B), 마나(C), 신성(D), 의지(D), 생명력(B)…….
특성 : 알 수 없음……]
계약을 하니, 계약하기 전만 해도 알 수 없었던 성좌의 세세한 스탯들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잖아?’
성좌의 등급은 실망스럽지만, 스킬과 스탯이 어지간한 C급 성좌 이상이었다.
[생명력이 10% 이하입니다. 자동으로 스킬 치료(C)를 사용합니다]“힘이……!”
계약과 함께 그녀의 부상이 치료되었다.
[무기가 없습니다. 검술 대신 스킬 전투 마검술(C)을 사용합니다]“마, 마검술?!”
경악 섞인 그녀의 외침과 함께, 몸을 압박하던 거미줄이 불타 녹았다.
“이게 무슨 평기사야?”
마법과 검을 사용하면 마검사지!
성유나는 자신의 손에 발현된 화염 마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키에에엑!
촤아앗.
다시 거미줄을 난사하려는 자이언트 타란큘을 보았다.
“흐읍!”
성유나는 숨을 크게 들이쉰 후, 냅다 손에 발현된 화염구를 던졌다.
화르르륵.
화염구는 어찌나 강력한지 난사한 거미줄을 불태우며 더 커졌고, 자이언트 타란큘의 머리에 적중했다.
“키에에엑!”
천장에 매달려 있던 자이언트 타란큘과 거미줄 전체가 불타 녹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타란큘(B-)를 처치했습니다] [성좌 포인트 15를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