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92
192. 후원하는 성좌가 되었다(6)
그렇게 성유나가 경영지원실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3개월째.
‘하아, 나는 언제 게이트에 들어가냐. 성좌 포인트 올려야 하는데.’
[성좌 군주의 비서관이 무료해합니다]성유나, 그리고 성유나를 후원하는 성좌는 무료함을 느껴야만 했다.
본래 신입 사원이라면 업무에 이제 막 적응했을 시기지만, 둘은 업무에 적응은커녕 권태를 느끼는 수준.
“성유나 씨,”
그때, 경영지원실의 차장직을 맡고 있던 중년 남자가 성유나를 불렀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C급으로 2차 각성을 했지만, 전투를 무서워해서 사무직으로 온 화이트칼라였다.
“네, 차장님, 부르셨어요?”
“일단 발령 축하해요.”
“……예?”
갑작스러운 차장의 축하에 성유나는 어리둥절했다.
‘인사 발령 공문 온 게 있던가?’
생각해 봐도 없었다.
“아아, 구두로 먼저 내린 지시라서 정식 공문은 이따 오후에 올 겁니다.”
“제가 발령이 났다고요?”
“그래요. 전략비서실로 가게 될 겁니다.”
“저, 전략비서실요?!”
차장의 말에 성유나는 기쁨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전략비서실이면, 그…….”
“맞아요. 클랜장이신 김세용 헌터님을 현장에서 보필하는 일입니다.”
전략비서실. 전원이 B급 이상의 각성자이면서 대학 교육을 받은 수재들이 있는 곳이다.
“인사팀과 비서실에서 성유나 씨의 사무 능력을 좋게 본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도 안 나왔고 C급인데 어떻게…….”
성유나의 의문에 차장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첫날 성유나 씨가 작성한 서류, 그게 위에 좋게 보인 모양이에요.”
첫날에 그녀를 엿 먹이려고 했던 그 오류투성이 파일 말인가?
“그게요?”
“네, 만약 성유나 씨가 잘못된 부분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면 큰일 났을 겁니다. 게다가 표나 그래프의 디자인도 굉장히 좋아서 회의 때 유나 씨가 몇 번 언급이 되었나 봐요.”
말을 하던 차장은 살짝 목소리를 낮추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던 중에 특급 추천서 얘기도 나왔고요. 비서실에서 왜 성유나 씨가 특급 추천서를 받았는지 조사도 한 모양입니다.”
“아아…….”
“대충 납득이 되신 모양이군요.”
“네…….”
검룡 클랜의 정보력이면 성유나가 제출한 전투 보고서는 쉽게 얻었을 터, 거기에 입사 후 성유나가 보인 사무력까지 생각하면.
‘날 안 데리고 올 수가 없지!’
성유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27층으로 출근하시면 되겠어요. 참고로 오늘부턴 성유나 주임으로 불리겠군요. 축하해요. 짧은 시간이지만 수고하셨습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성유나는 너무나 기뻤다.
승진에, 발령까지 받은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김세용 헌터님과 만나게 되다니!!’
마침내 자신의 최애를 바로 옆에서 보필하게 된 것이다.
‘비서관으로 칭호 변경하길 잘한 거 같아.’
비록 처음 상상했던 것과는 좀 다른 과정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성유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의 성좌가 웃는다.
[성좌 군주의 비서관이 그대를 보면서 웃습니다]정확히는 비웃음에 가까운 것 같았다.
‘아아~ 정말 저는 성좌 운이 좋은 거 같아요! 도대체 성좌님의 정체가 뭐예요? 어쩜 이리도 다재다능하세요?’
성좌의 비웃음에도 성유나는 기쁘게 웃어넘겼다.
다음 날.
성유나는 부푼 가슴을 안고 검룡 클랜의 빌딩으로 출근했다.
어제까지는 20층에서 근무했다면, 오늘은 27층이다.
대균열과 몬스터, 게이트로 인해 고층 건물은 사라진 상태다.
예전에는 서울에 100층이 넘는 건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30층 이상 되는 건물이 하나도 없고 하나같이 과거 일본 수준으로 내진 설계가 잘되어 있다.
검룡 클랜의 빌딩 또한 30층이 최고층.
“인사드립니다. 오늘부로 전략비서실로 발령받은 성유나 주임입니다.”
3개월 만에 비서실로, 직급도 주임으로 승진했다.
“어서 와요, 성유나 주임. 저는 당신의 사수인 오경훈 대리예요.”
자신을 오경훈 대리라 소개한 남자가 성유나를 환영했다.
“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성유나 주임의 업무 능력은 익히 알고 있으니, 바로 업무에 투입하겠습니다.”
“네!”
‘김세용 헌터님은 없으시려나?’
늘 게이트 공략하기 바쁘신 분이니, 바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없었다.
“일단 이 짐부터 받으세요.”
사수는 성유나에게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철제 박스들을 던지듯이 건넸다.
각성자인 그녀는 아무 무리 없이 그 철제 상자들을 챙겨서 정리했다.
“이게 뭐죠?”
“클랜장님의 훈련용 장비입니다.”
“클랜장님이요?!”
“첫날 출근하자마자 정신없겠지만, 외근부터 가야 합니다.”
성유나의 사수 오경훈 대리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말했다.
단순한 외출복이지만. 허리에는 그의 각성 능력에 어울리는 마법 보주가 달려 있었다.
보아하니 발현계 각성자인 듯싶다.
“지금 클랜장님께서는 협회에 계십니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다른 클랜장님들과 대련한다고 하시네요.”
“클랜장님의 대련이요?!”
성유나는 흥분해서 순간 코피가 나는 줄 알았다.
“네, 그래서 서둘러 이걸 가지고 협회로 가야 합니다.”
“가야죠! 무조건 가야죠!”
성유나는 지옥 끝까지 가겠다는 일념으로 외쳤다.
* * *
콰앙, 콰르르륵.
“하아앗!”
채앵, 파바바밧!
협회에 마련된 각성자들을 위한 대련실.
그곳에서 마법과 검이 섬광을 내뿜으며 충돌했다.
콰드드득! 콰앗.
차가운 빙결 마법이 검을 든 중년의 남성 주변을 포위했다.
“같은 방법에 안 속는다!”
중년 남성은 기함을 내지르며 빙결 포위를 베었다.
하지만 본래 노렸던 것은 이때의 틈이다.
은발의 장신, 조각 같은 얼굴.
김세용은 몰래 만들어 뒀던 얼음 창을 던졌다.
“으읏?!”
상대는 빛나던 검으로 급히 창을 막았다.
파앗, 파앙.
그러나 얼음 창은 무척이나 강해서 검으로 막았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쿠웅.
결국 땅으로 추락해 버렸다.
“끄응, 졌다.”
김세용의 상대였던 중년의 남성이 패배를 인정했다.
“네놈, 갈수록 강해지는구나.”
“제가 강해졌다기보단 형님의 나이 때문이죠.”
김세용은 남자에게 다가가 손을 건넸다.
“싸울아비 클랜장직도 이젠 넘겨 줘야 될 것 같군요.”
“하여간 말하는 싸가지 하곤.”
싸울아비의 클랜장은 피식 웃으며 김세용의 손을 잡고는 일어났다.
“아직 퇴물 취급은 일러. 걱정 마라, 네놈이 규격 외지. 나, 신세훈은 아직까진 현역이야!”
김세용의 딱딱하고 정 없어 보이는 말에도 신세훈은 그다지 기분 나쁜 것 같지 않았다.
“특히나 요즘처럼 게이트 발생과 폭발 빈도가 높아지는 때에는 은퇴하고 싶어도 못해.”
신세훈의 나직한 어조.
늘 지긋지긋해 하던 클랜장 노릇을 계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협회의 마력 탐지 위성에서는 이상 없다고 하니까, 이것도 한때의 재해로 끝나길 바라야죠.”
“흥, 그놈들 말을 믿나?”
“못 믿을 놈들은 아닙니다. 무능해서 그렇지.”
김세용이나 신세훈이나 협회를 딱히 좋게 보지 않는 듯싶었다.
“하여간 공무원 놈들은. 그나저나, 동해에서 진행한 AA급 게이트 공략은 잘 봤다. 고생 좀 했나?”
신세훈은 협회 얘기는 꺼내기 싫다는 듯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잇는다.
“전략을 잘 짜서 생각보단…….”
“하긴, 네놈 비서실장이 보통 잘 짰을까?”
신세훈의 시선이 멀리서 김세용을 보고 있는 검룡 클랜의 비서실장을 보았다.
“이경영 저 자식, 나랑 같이 A급 게이트 간신히 공략하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김세용 또한 신세훈의 시선을 따라 비서실장 이경영 쪽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비서실장의 뒤에 선 한 여성을 보았다.
‘저 아이가 성유나인가?’
연갈색의 단발머리에 작은 체형. 하지만 두 눈에는 고집이 담겨 있다.
이목구비는 전반적으로 귀엽다.
귀여우면서 예쁘다.
대충 꾸며도 길에서 남자들이 휘파람 불면서 시선을 줄 정도는 되었다.
“다음에는 성좌의 밤 때 만나게 되나?”
신세훈의 말에, 김세용은 시선을 돌렸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래, 그때 보지.”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김세용이 신세훈에게 고개를 까닥 숙이며 인사를 했고, 신세훈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싸울아비 클랜원들이 있는 곳으로 멀어졌다.
“결국 쓰지 못했군.”
김세용의 시선이 비서실 직원들 옆에 쌓여 있는 철제 상자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김세용의 말에 비서실 직원들이 고개를 90도로 숙인다.
비서실장 이경영 또한 고개를 숙였다.
“아니야. 워낙 갑작스레 진행된 대련이었으니.”
“감사합니다.”
김세용의 말에 다들 속으로 안도한 표정이다.
물론, 그러다가 이경영의 굳은 눈을 보고는 울상을 지었지만.
그렇게 정신없는 첫 외근을 마치고 본사로 복귀하는 길.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으아아.’
성유나는 혼란 상태였다.
‘미쳤다! 이게 꿈이야?’
하지만 그 혼란이 부정적인 혼란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꿈만 같고 기적 같아서 혼란스러울 뿐.
“이번에 새로 비서실로 온 사원인가?”
“네, 네!!”
맞은편에 앉은 김세용이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자, 성유나가 놀라서 답했다.
지금 김세용과 성유나를 포함한 일부 비서진들은 길쭉한 리무진 안에 있었다.
일반 리무진은 아니고, 외부에는 각종 장갑과 대몬스터 마법이 걸린 전차에 가까운 리무진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부 또한 고급스럽다기보다는 투박했다.
“저번에 보고드린 성유나 주임입니다.”
김세용 옆에 앉아 있던 비서실장 이경영이 귓속말로 전했다.
이미 성유나에 대해 알고 있던 김세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성유나 주임의 전투 보고서는 잘 읽었어.”
‘헐…….’
최애이자 우상인 김세용이 내 전투 보고서를 읽었다니!
성유나는 당장이라도 혼절할 것만 같았다.
“전투 보고서에 있는 내용들이 사실인가?”
“네, 맞습니다!”
협회도 이터널 클랜도 믿어 주진 않았지만.
‘오히려 축소했으면 했지, 과장 되진 않았어.’
성유나의 자신감 가득 찬 대답에 김세용은 눈을 빛냈다.
“보고서에는 검술뿐만 아니라 마법도…….”
“클랜장님! 게이트 폭발입니다!”
그때, 제일 앞 조수석에 앉아 있던 헌터가 김세용의 말을 끊었다.
“어디서?!”
김세용 대신 이경영이 물었다.
“바로 여기 서울 상공입니다!”
“모두 전투 모드로.”
조수석에 앉은 헌터의 말이 떨어지자, 김세용이 탔던 리무진이 속력을 높였다.
동시에 리무진 앞뒤로 함께 주행하던 다른 장갑차들 또한 속도를 높였다.
‘서울에서 게이트 폭발이라고?!’
게이트 폭발. 일반적으로 공략을 통해 없어지는 게이트와는 다르다.
기습적으로 예고도 없이 게이트 내의 몬스터들을 산탄총처럼 뿜어내는 재해를 게이트 폭발이라 불렀다.
“무슨 대균열 때도 아니고…….”
성유나가 멍한 눈으로 서울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블랙홀처럼 거대한 구멍이 열려 있었고, 수많은 괴물이 비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성좌 군주의 비서관이 칭호 변경을 제안합니다] [제안 칭호 : 렌슬렛의 평기사] [변경 성좌 포인트 : 500] [현재 성좌 포인트 : 988] [변경 후 예상 포인트 : 488]성유나의 성좌 또한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한 모양이다.
‘칭호 변경!’
상황이 심각하다. 성유나는 곧바로 칭호를 변경했다.
[성좌의 칭호가 렌슬렛의 평기사로 변경되었습니다] [500포인트가 감소되었습니다] [현재 성좌 포인트 : 488]‘크으…….’
또 줄어드는 포인트에 성유나는 눈물이 찔끔 흐른다.
‘아니지. 저기 하늘에서 성좌 포인트가 내리고 있는데!’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 기회에 등급 업을 하자! 다음 등급에는 무엇이 있을까?’
포인트 1,500을 찍지 못해서 다음 등급의 칭호와 등급을 보지 못했다.
“다들 무기 챙겨!”
김세용을 중심으로 한 차량 행렬은 속도를 높이다가 도심의 대피소 앞에 섰다.
“꺄아아악!”
“게이트 폭발이다!”
“엄마~ 으아앙, 엄마!”
대피소 주변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질서를 지키세요!”
“군경과 헌터들이 있습니다. 안심하시고 대피소로…….”
급히 군인과 경찰들이 총을 들고 진지를 구축했다.
투타타타탓.
피슝, 콰앙.
도심 빌딩 곳곳에 설치한 기관포와 미사일 등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가격했다.
“화기로는 얼마 못 버틴다. 다들 준비해.”
상당히 많은 탄약을 쓴 것 같지만 몬스터에겐 큰 효과가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