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201
201. 후원하는 성좌가 되었다(15)
어떻게 보면 아스카가 원인이었다.
“성좌의 거울 만들겠다고 진홍 달에 갔을 때만 해도, 마계에서도 게이트에 대해 잊고 있었더라고……. 에헤헤!”
아스카가 자신의 뒷머리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랬던 것이 내가 가서 어머니한테 조르고 마계의 깊은 던전을 막 뒤지니까, 다들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지…….”
“진홍 달은 시간의 흐름이 여기와 다르지?”
이소레타가 아스카에게 물었다.
“응…… 이번에 가 보니까 벌써 두 번째 차원을 침공 중이더라.”
“그렇단 말이지.”
로니아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응, 미, 미안.”
아스카가 괜히 기가 죽어 사과한다.
“아니, 어차피 언젠간 일어날 일이야. 아스카는 잘못 없어.”
로니아드는 고개를 저으며 아스카를 위로했다.
“여보!”
살짝 감동한 아스카가 로니아드의 팔을 안았다.
다른 부인들만 없었으면 바로 침실로 끌고 갈 기세다.
“그런데 다른 차원에서 게이트를 열고 침공하다 죽으면 진짜 죽는 거야? 아니면 역소환되는 거야?”
“과거 악마 문 때처럼, 역소환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번엔 제인이 대답했다.
“대신 역소환당하게 되면, 가지고 있는 마력 중 일부를 부산물이나 마석의 형태로 잃게 되고요.”
“설마 걔네랑 우리랑 같은 차원에서 조우하지는 않겠지?”
“그럴 확률은 낮겠죠? 설마 그럴까요?”
어차피 신마 전쟁처럼 서로 소멸을 각오하는 멸망전이 아니니. 상관은 없긴 하다만.
“그럼, 이 성좌의 거울, 얼마나 만들 수 있어?”
로니아드의 물음에 아스카가 잠시 계산하더니 답했다.
“재료만 있으면 만들 수는 있는데, 재료들이 하나같이 귀해. 당장 보고에 있는 재료로는 20개 정도 더 만들 수 있어.”
“다들 각자의 보고에 있는 재고 목록 좀 뽑아서 가져와 줘. 나도 제르다와 대천사 보고에 있는 재료 목록을 아스카한테 줄 테니까.”
로니아드의 선언에 아스카의 얼굴이 굳어진다.
“여보…… 갑자기 왜 그렇게?!”
로니아드의 팔을 껴안고 있던 아스카가 팔을 풀고는 뒷걸음질 친다.
“진홍 달에서 게이트로 대규모 침략을 하는데 우리도 대비는 해야지.”
다른 차원에서 신앙을 얻을수록 해당 성좌의 신성이 더더욱 오른다.
‘마계 놈들도 타 차원에서 악명을 떨칠수록 힘이 강해질 게 분명해.’
지금은 별 차이 없지만 이대로 둔다면 훗날에는 돌이킬 수 없다.
“최대한 성좌의 거울을 많이 만들 거야.”
이를 예비하기 위해선 미리미리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순백 달의 고위 천사들부터 시작해서, 곧 동면에서 깨어날 드래곤, 중간계의 영웅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야.”
로니아드의 힘찬 말이 이어질수록 아스카가 울상이다.
“그런데 나 혼자 그 많은 걸 언제 만들어, 여보…….”
문제는 이걸 만들어야 할 사람이다.
“물론, 혼자서는 힘들지. 그러니 아리아도 불러오자. 뿐만 아니라, 제국의 수준 높은 마도사들도 불러 줄게. 신성 마도 황제의 칭호를 이럴 때 쓰지, 언제 쓰겠어?”
로니아드의 호언에 결국 아스카는 항복의 의미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럼 여보의 차원 우물, 그것도 분석할 수 있게 해 줘.”
“내 차원 우물?”
“응. 이왕 만드는 거 참고하고 싶어.”
진홍 달의 게이트도 본 아스카다.
그런 그녀가 제르다의 차원 우물까지 본다면?
“얼마 안 걸릴 거야. 며칠만 빌려 줘.”
그걸 응용해 성좌의 거울을 만든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다.
“그래, 알았어.”
로니아드는 아스카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 * *
성유나는 성좌의 밤에서 정말이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아악!! 성좌님이 나를 얼마나 병신같이 보셨을까!!”
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즐거운 기억이 남았다는 것은 아니다.
때론 즐거웠던 시간이 흑역사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때, 왜 술을 마셔 가지고…… 흐으으으…….”
지금의 성유나가 그랬다.
성좌의 밤으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아직까지 성유나는 이불에 발을 차면서 후회하고 후회했다.
“분명 그때의 내 모습에 실망하셔서 안 오는 걸 거야…….”
울기 직전의 얼굴.
그도 그럴 것이 성좌의 밤 이후로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의 성좌가 한 번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성좌님들도 각자의 세계를 책임지느라 바쁘시다고 들었어……. 오히려 우리 성좌님이 특이할 정도로 자주 오시는 거고.”
성좌가 화신을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화신은 싸우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오히려 성좌가 너무 자주 찾아오면 사생활 문제 때문에 부담스러워한다.
“바쁘신 거겠지? 예를 들어, 관리하시는 이카디아라는 세계에 마왕이 쳐들어 왔다거나…….”
성유나는 애써 행복 회로를 돌렸다.
“하아, 그래도 가끔은 오셔야 하는데. 그래야…….”
성유나의 눈에 아른거리는 성좌 포인트.
로니아드가 없는 동안 성유나가 죽어라 올린 성좌 포인트다.
만약 당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셨다면, 다시 왔을 때 이 성좌 포인트로 그 실망을 거둬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았다.
성좌 B등급부터는 승급 시 요구되는 포인트가 사기에 가까울 정도로 팍팍 올랐다.
하지만 처음에는 언제 모으나 싶던 포인트도 두 달 동안 열심히 사냥하니까 모으게 되었다.
“흐윽, 잘못했어요. 나 버리지 마요. 우두머리도 많이 잡아서 드셔야 할 업적도 많단 말이에요…….”
무엇보다.
“성좌님 없으면 저 승급 못 한단 말이에요! 아이템도 못 사고!”
하지만 그녀의 성좌는 1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언니, 괜찮아요?”
“뭐가?”
한유진이 성유나를 걱정스레 보며 물었다.
“근래 더욱 말이 없어진 거 같아서요.”
한유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성유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유진아, 네 성좌님도 아직 안 오셨니?”
유나는 대화의 주제를 바꿔 물었다.
“네, 평소에도 잘 안 오셨지만 이렇게 길게 안 오시는 것은 저도 처음이에요.”
“그래.”
한유진의 말에 성유나는 살짝 안도할 수 있었다.
“언니도 너무 우울해하지 마세요. 저랑 언니뿐만 아니라 세용 오빠랑 경영 아저씨의 성좌님들도 비슷하게 안 오시고 있대요.”
“그래, 고마워.”
성좌가 있어야 승급과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성유나와 달리, 다른 헌터들은 성좌가 없어도 싸우는 데 지장이 없다.
물론 성유나 또한 기존의 워낙 사기적인 칭호로 S급의 효율을 내고는 있었지만.
“그나저나 요즘 말도 안 되게 게이트의 몬스터들이 강해지고 있어요.”
“……그러게.”
종종 버거울 때가 있었다.
최근에는 더더욱 버거웠다.
지금까지의 등급 체계를 갈아엎어야 하나, 싶을 정도다.
이전의 B등급 몬스터가 A등급의 공격력을 가지고 1년에 한두 번 뜰까 말까인 AAA급 게이트가 이젠 한 달에 한두 번씩 발생했다.
심지어 최근엔 대균열 이후 최초로 SS급 게이트가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전 세계 곳곳에 4개의 SS급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세상은 공황 그 자체였다.
전 세계 헌터들이 연합을 맺었고, 엄청난 희생 끝에 3개의 SS급 게이트를 닫았으나…….
중국 우한에 있던 SS급 게이트는 공략하지 못하고 끝내 폭발했다.
중국 내륙의 3할이 몬스터와 독가스가 우글거리는 죽음의 땅이 돼 버린 것이다.
“언니, 요즘 아무리 게이트가 많이 터진다고 해도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종말을 부르짖을 정도로 암울한 시대다.
이를 막을 유일한 희망인 헌터들이 쉴 틈 없이 바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중 성유나는 유독 자신을 심하게 혹사시켰다.
김세용과 이경영이 몇 번인가 만류했음에도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괜찮아.”
[현재 성좌 포인트 : 11,885,778]성유나는 눈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을 응시하면서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어디까지 승급할 수 있을까? 남은 포인트로 어떤 아이템까지 살 수 있을까? 다시 오셨을 때 이 포인트를 보면 기뻐하시겠지?’
그녀는 자신의 성좌가 놀라 기뻐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비상! 고등급 게이트 발생이다!”
그때, 김세용이 다급히 외쳤다.
“설마 SS급입니까?”
한 클랜원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쩌면 SSS급…….”
김세용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
“이럴 수가…….”
“정말 세상이 망하려나?”
“SSS급이면 지구가 터진다고 하지 않았어?”
“못 막으면 터지나 보지…….”
휴식실에 모인 모든 헌터들이 중얼거렸다.
“역대급 초위험 게이트다. 다들 단단히 각오해.”
김세용이 휴식실에 있는 공격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우리 대한민국 대표 공대는 현 시간부로 세계헌터연합에 소속된다. SS급 사태 때처럼 진행될 거야.”
문득, 김세용의 시선이 성유나에게 향했다.
그렇게 몇 초간 머물고는 이내, 몸을 돌리곤 사라졌다.
성유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장비를 챙겼다.
검회색의 기사 제복과 보급형 기사검, 현재 이 두 개가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SSS급 게이트는 시베리아의 야크추크에 발생했다.
“시베리아가 춥지 않다니.”
“오히려 선선하군.”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등에서도 공격대가 집결했다.
내륙에 SS급 게이트가 터져 수습하기 바쁜 중국은 참가하지 못했다.
“마치 성좌의 밤 같은데?”
“SS급 때와 달리 이번엔 한곳에 전부 모였으니까.”
“전 세계의 유명한 헌터란 헌터는 전부 모였어.”
“만약 이들도 실패한다면…….”
“그때는 인류 멸망이지.”
세계적인 헌터들이 집결했다.
다들 처음에는 묘한 경쟁심을 보이며 서로를 쳐다봤지만, 이내 저 앞에 떠다니고 있는 거대한 게이트를 보고는 말이 없어졌다.
시베리아에 나타난 게이트는 그 모양부터가 특이했다.
작은 도시 크기의 블랙홀 같은 구멍, 그 검은 구멍 안에는 붉은색의 달이 보였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검룡 클랜의 성유나와 공격대는 곧바로 게이트로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
게이트가 언제 터질지 몰랐기에, 가능한 한 빨리 작전을 시작하려 했다.
“우리는 C구역으로 진입할 거다.”
세계헌터연합으로부터 할당받은 구역을 보면서 다시 한번 작전을 복기했다.
“우리가 무너지면 인류는 끝난다.”
평소 말이 없던 김세용은 오늘따라 더욱 과묵했다.
“다들…… 힘내자!”
이경영 또한 긴장했는지 말이 없었다.
“큰일입니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때,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한 헌터가 급보를 알렸다.
“게이트 폭발?!”
“지구가 터지는 거야?!”
그 말에 모두가 공황에 빠졌다.
“폭발은 아닙니다! 그냥 SSS급 게이트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급보를 들은 헌터들이 밖으로 나와 게이트 쪽을 보았다.
“미쳤군.”
망원경으로 게이트 방향을 본 김세용이 신음을 흘렸다.
“공략은커녕 흘러나오는 몬스터도 벅찰 것 같은데요?”
이경영이 끊었던 담배를 입에 댔다.
그들의 말처럼 게이트 바로 앞은 지옥이었다.
“놈들이 이쪽으로 옵니다!!”
게이트에서, 정확히는 게이트 안의 붉은 달에서 흘러나온 괴물들은 하나하나가 지금껏 본 몬스터와 달랐다.
유령처럼 투명한 몬스터도 있었고, 발록처럼 전형적인 육중한 악마형 몬스터도 있었다.
흉악한 발톱과 뿔을 가진 거미형 괴물도 보인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위압적인 것은 검은 날개에 뿔을 단 인간형 몬스터였다.
“꿀꺽!”
“저건 뭐야, 저것도 몬스터인가?”
“날개랑 뿔만 빼면 사실상 사람인데.”
“바보야! 저놈들에게서 나오는 기운을 보고도 사람 소리가 나냐?”
“내 성좌님께서 그러시는데, 저 인간형 몬스터 하나가 어지간한 성좌님과 맞먹는다고 하시네……. 성좌님들은 보통 저걸 마족이라고 부르신대.”
“미친…….”
확실히 그들이 풍기는 마기와 기세는 멀리서도 느껴졌다.
생긴 건 흉악하지 않고 고귀하고 아름다운 외모의 마족들이지만, 오히려 헌터들은 그런 마족을 더욱 두려워했다.
“무슨 몬스터 주제에 저런 걸…….”
거기에 더더욱 놀란 것이 있다면, 게이트 상공에 빼곡히 떠다니고 있는 거대한 배들이었다.
생긴 것은 SF에 나올 것 같은 커다란 우주 함선처럼 생겼다.
그런 게 하늘에 족히 수백 척이 떠 있었다.
이것이 바로 SSS급 게이트.
“저걸 어떻게 이겨?”
“반칙이잖아, 이건?!”
숫자로도 실력으로도 압도적으로 밀리다 보니, 아무도 선공할 엄두를 못냈다.
므우우우우.
오히려 적 쪽에서 불길한 나팔 소리와 함께 진격을 시작했다.
“다들 전투 준비!”
집결한 공격대 모두가 떨리는 표정으로 무기를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