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202
202. 후원하는 성좌가 되었다(16)
적은 압도적이다.
졸개까지도 강했다.
졸개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A급 게이트의 우두머리 수준이다.
미쳐 버린 난이도, 절망적인 밸런스.
서거거걱, 촤악.
“허억, 허억…….”
성유나도 힘겹기는 마찬가지.
방금 두 동강 낸 몬스터는 SSS급 게이트에서도 정예 수준의 몬스터.
S급 게이트였다면 우두머리를 하고도 남았을 위력을 지녔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끄아아악”
“도, 도망쳐!”
사방에 공포와 절규가 가득하다.
성유나를 포함한 극소수의 고위 헌터들만이 제대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실정.
[그나마 쓸만해 보이는군] [간만에 몸을 풀 수 있겠어]그때, 성유나의 앞에 두 인영이 착륙했다.
창백한 피부에 검은 뿔과 검은 날개를 한 미남과 미녀.
“마족.”
성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게이트 밖으로 흘러나온 모든 몬스터가 날뛸 때, 무료한 눈으로 움직이지 않았던 부류가 있었다.
바로 인간과 놀랍도록 비슷한 마족이라 지칭된 존재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성좌 수준이라고 했던가?
[너무 자만하지 말라고. 저 인간 여자, 거의 우리 수준이야. 계약한 성좌가 보통이 아닌 듯해] [그래 봤자 소멸이 아닌 역소환인데, 뭐. 오랫동안 중간계에 갈 수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해소해야지] [역소환 시 빼앗길 마력은 부담 안 되나? 마계 서열 떨어졌다고 나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마]둘은 그들만의 얘기를 나누며 성유나를 보았다.
[선공을 양보하지, 용맹한 인간이여]둘은 성유나와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섰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어느덧 성유나 주변으로 다른 마족들이 날아왔다.
그러더니 관중처럼 두 마족과 성유나를 둘러쌌다.
마치 콜로세움의 검투사가 된 것 같은 모양새.
“너희는! 우리의 목숨이! 투쟁이! 장난이야?!!”
그런 마족들을 향해 성유나가 소리쳤다.
그리고 동시에 앞의 두 마족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아아앙!
강렬한 파동음.
남자 마족이 묵 빛의 검으로 성유나의 검을 막았다.
[장난이라. 그래, 맞아. 우리에게도, 성좌들에게도, 너희는 그저 찰나의 유희일 뿐이야]비릿한 마족의 미소.
“아니야! 아니라고!”
성유나는 마족의 말에, 1년 넘도록 연락 없는 자신의 성좌가 떠올랐다.
“우리는! 가지고 놀다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야!”
악을 쓰며 검과 마법을 휘둘렀다.
하지만 못해도 SS급으로 보이는 두 마족에게 성유나의 공격은 여흥에 불가했다.
[생각보다 시시하군] [이 인간이 여기에 있는 인간 중 가장 강한 거 같은데] [지난번 침공했던 차원보다 더 시시할 거 같군]관중들처럼 하늘에서 지켜보던 마족들이 혀를 찼다.
꽤 기대했건만, 이번의 유희는 시시할 것 같았다.
“커헉, 으으…….”
싸운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성유나가 쓰러졌다.
[흥이 식기 전에] [나의 몫이 줄어들기 전에]마족들이 각자 입을 열었다.
[학살과 파괴를 시작하자!]쿠오오!
이미 땅 위에 서 있는 헌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조각나 쓰러졌고, 또 누구는 반쯤 송장이 된 상태로 숨을 헐떡였다.
“허억…… 아악……!”
성유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흐릿한 시야에, 하늘에 빼곡히 들어선 마족과 거대한 함선.
“제발…… 성좌님…….”
지평선을 꽉 채운 몬스터가 보였다.
“새벽녘의 대천사니임!!”
성유나가 마지막 힘을 모아 외쳤다.
[……저 인간이 뭐라고 한 거지?] [새벽녘의 대천사?] [그 칭호는 설마?]그러자 놀랍게도 하늘에 떠 있는 마족들이 웅성거린다.
[설마,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데…… 천사가 있는 차원이 어디 한둘인가?] [새벽녘이라는 칭호를 쓰는 천사 한둘쯤은 있겠지.] [하지만 이거 느낌이 쌔한걸?]성유나는 의식이 희미해짐을 느꼈다.
마족들이 뭐라고 웅성거리는지 모르겠다.
‘이제 끝인가…….’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젠 쉬고 싶어. 가지고 놀다 버리든, 지구를 박살 내든, 알아서 하라지.’
다 포기하고 싶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남아 있었지만.
‘내가 모은 성좌 포인트는 보여 주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성유나는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눈꺼풀의 무게를 받아들이려 했다.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접속하였습니다]“……?”
꺼져 가던 희망이 다시 불씨를 키우기 시작했다.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화신의 상태에 놀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웠던 성유나의 눈꺼풀이 부릅떠졌다.
다시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빌어먹을……!] [순백 달 놈들이 여기서 성좌 놀이를 하고 있었구나?!]마족들이 멈칫했고, 그들의 비릿했던 표정이 찡그려졌다.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아아! 어어어엉…… 으흐아앙!”
성유나는 아이처럼 울었다.
우느라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이거, 이거! 내가 그동안, 그동안!!’
말을 하는 대신, 그동안 그녀가 열심히 모은 성좌 포인트를 보여 줬다.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크게 놀랍니다]그녀의 엄청나게 쌓인 포인트에 놀랐다.
[알림. 업적 달성이 충족되어 여러 제한이 해제됩니다] [성좌 테오스의 재림(B)이 더 크게 놀랍니다]성유나가 그동안 이룬 업적에 한 번 더 놀랐다.
[성유나, 나의 화신]“?!”
갑자기 성유나의 귀에 성좌의 목소리가 울렸다.
[잘했다]작년, 성좌의 밤 이후로 다시는 들어 보지 못했던 목소리.
[네가 나의 화신이라는 게 자랑스럽구나]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투쟁을 극찬했다.
[승급을 제안하마]성좌는 제안해야 하고, 화신은 이를 수락해야만 포인트를 쓸 수 있다.
“네, 승급하겠습니다!”
눈물을 닦은 성유나가 몸을 일으켰다.
[테오스의 재림(B)에서 제르다의 화신(A)으로 승급하였습니다]가장 먼저 A등급으로 승급하였다.
‘제르다의 화신.’
승급하자마자, 성유나의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머리에는 헤일로가 반짝였다.
후광과 함께 성유나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고, 어둡고 추웠던 시베리아에 환한 태양이 밝았다.
[스킬 광역 치료(S)를 사용합니다]이윽고 성유나의 몸에서 거대한 빛이 퍼지더니, 쓰러져 숨을 헐떡이던 헌터들에게 쏟아졌다.
[스킬 광역 버프 용기(AA)를 사용합니다] [스킬 광역 버프 절대 방어(S)를 사용합니다] [스킬 광역 버프 신성(S)을 사용합니다] [광역 버프를 받은 모두가 어둠의 적에게 특화된 공격력을 가집니다]이윽고 이어지는 광역 버프들.
“우와아앗!”
“새벽녘의 대천사님이다!”
“싸우자!”
“우리는 이길 수 있다!”
회복된 것도 모자라 각종 버프로 도핑된 헌터들이 함성을 질렀다.
[성좌 포인트가 다음 승급 포인트를 충족합니다]이어서 다음 승급과 관련된 시스템의 안내음이 들렸다.
[정말 많이도 모았구나!]성유나의 성좌인 로니아드가 감탄했다.
[다음 칭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약탈제독 샤락(S)] [이무기 슬레이어(S)] [야만 군단의 주인(S)]하나같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칭호들.
“성좌님, 어떤 걸 선택할까요?”
[우리의 숫자가 부족하군. 거기에 진홍 달의 마법함이라……]그녀의 성좌는 잠시 고민했다.
[일단 헌터들을 돕는 게 우선이다. 야만 군단의 주인을 제안하마]로니아드의 제안에 성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르다의 화신(A)에서 야만 군단의 주인(S)으로 승급하였습니다]“……딱히 바뀐 게 없는데요?”
승급했지만 어쩐 일인지 크게 변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로니아드의 말과 동시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성유나의 귀를 덮쳤다.
[개조된 차원 우물로 소환 스킬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획득한 업적으로 소환 스킬이 대규모 소환 스킬로 확장됩니다] [스킬 야만 군단 소환(S)이 발동되었습니다]화아아악, 파바바바밧.
이윽고 SSS급 게이트의 검은색과 반대되는, 화이트 홀처럼 생긴 순백의 커다란 구멍이 전장 곳곳을 가득 채웠다.
10층 건물 크기의 하얀색 게이트가 수십 개씩 열렸다.
[신성 마도 제국, 아한의 야만 군단! 여기 대령했습니다!] [신성 마도 태상황님의 명을 따릅니다!] [야만 군단 거신병대 전투 준비 완료!] [취익! 야만 군단 오크 돌격대, 췩, 돌격 준비 완료! 췩!] [야만 군단 다크 엘프 마법병단 캐스팅 준비 완료]수적으로 심하게 기울었던 무게추가 순식간에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야만 군단이여, 공격하라!]“야만 군단이여, 공격하라!”
로니아드의 외침이 화신 성유나를 통해 전장의 공기를 울렸다.
[공격!] [크와아아앗!!]지구에서, 다른 세계의 두 군대가 맞붙었다.
[성좌 포인트가 다음 승급 포인트를 충족합니다] [신성 연합군 총사령관(SS)으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막 성유나가 뛰쳐나가려고 하는데, 또다시 시스템이 다음 승급을 알린다.
성유나가 멈칫하고는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마족과 거대한 마법함이 여전히 위용을 떨치고 있었다.
하지만 성유나가 보고 있는 것은 적들의 위용 따위가 아니었다.
[승급을 제안하마. 제공권도 장악해야 하니까]그녀의 성좌는 이제 감탄하는 것도 지쳤는지, 바로 승급을 제안했다.
“네!”
[야만 군단의 주인(S)에서 신성 연합군 총사령관(SS)로 승급하였습니다]성유나는 곧바로 승급했다.
[스킬 신성연합군 소환(SS)이 발동합니다]이제는 공중에서도 하얀색 게이트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맙소사!”
“지원군이야! 다른 차원에서 온 지원군이야!!”
거대 로봇같이 생긴 거신병이 악의 군대를 휩쓸었고, 몬스터로 오해할 뻔한 오크들이 자신들을 도와줬다.
후방에선 매혹적인 다크 엘프들이 화살과 마법을 퍼부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하늘에서도 지원군이 오기 시작했다.
“천상의 군대야…….”
거대한 하얀 문에서 SF영화에서 볼 법한 거대한 우주함선 같은 게 등장했다.
적들의 붉고 어두운 전함과 달리, 이번에 등장한 함선은 하얗거나 푸른색이었다.
피슈우웅.
청량한 소리를 내며, 전투기처럼 생긴 비공정이 하늘의 악마들을 요격했다.
번쩍, 콰아아악.
마법함의 함수에서 주포가 나와 마족들의 지옥 전함을 공격했다.
“이게 대체…….”
김세용은 멍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화신이여,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지?]그때, 김세용의 머릿속으로 그녀의 성좌, 빙결의 바다 군주(S)의 목소리가 울렸다.
“서, 성좌님?! 어떻게?”
지금은 성좌의 밤도 아니다.
[그간 우리가 왜 지구에 방문하지 못했겠니? 다 이런 걸 준비하기 위해서였다]“성좌님…….”
김세용은 그간 자신의 성좌에게 가졌던 원망이 순식간에 녹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말이라도 해 주셨다면…….”
[미안하구나. 아스카 고년이 갑자기 해 버리는 바람에.]“네? 세용 오빠, 왜 저를 째려보세요?”
세레나데가 옆에 있던 아스카를 째려본다.
덕분에 그녀의 화신인 김세용 또한 자동으로 몸이 움직여 버렸다.
“아니다. 성좌님들 간의 얘기인 것 같구나.”
김세용은 간신히 한유진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어서 사냥을 하자꾸나. 우리도 이젠 성좌 포인트를 모을 수 있게 되었어!]“성좌 포인트요?”
[얘기할 시간도 없다. 어서 나의 권능을 사용하거라!]성좌의 재촉에 김세용은 전장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는 중에도 하늘과 땅에서 계속 하얀색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땅에서는 이제 은빛을 휘날리는 요정 군단이 등장했고, 성유나의 제복과 비슷한 옷을 입은 인간 기사단이 나타나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