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204
204. 에필로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지구는 구원 받았다.
신이 없던 지구에 신이 생겼다.
지구에 주인이 생기자, 더 이상 게이트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구의 인류는 이카디아처럼 신의 중재와 가호를 받으며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때론 발전을 거듭했고, 때론 심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제부터 우리가 이카디아를 관리하겠습니다, 대천사여.
―동면 중에 많은 일이 있었군요. 대천사님의 노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깊은 동면에 빠졌던 두 드래곤, 마누스와 힌미르가 깨어나 이카디아를 관리하게 되었다.
“맡기지. 대신, 과거 황금시대 때처럼 방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른 건 몰라도 악마 문 같은 것은 생기지 않게 하라고 로니아드는 충고했다.
―물론입니다.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마누스와 힌미르는 반드시 그리하겠다고 마나의 맹세를 했다.
이카디아를 두 용에게 위임한 로니아드는 지구와 순백 달을 오가며 지냈다.
그렇게 100년, 200년, 300년, 400년, 500년이 흘렀다.
“이젠 성좌 놀이도 질리는 거 같아요. 안식을…….”
로니아드의 부인들이 하나둘씩 영원한 안식을 청했다.
또다시 500년, 1,000년, 1,000년 또 1,000년이 흐르고 흘러, 7,000년이 흘렀을 때, 로니아드에게 남은 필멸자 연인은 테노바뿐이었다.
“사랑했고 또 사랑했어요, 여보.”
“안식을 축하해.”
“고마워요.”
요정의 숲에서 정령들과 엘프들의 축하를 받으며, 테노바는 세계수의 일부가 되었다.
―제가 늦었군요. 테노바는 안식을 취한 건가요?
쓸쓸해하는 로니아드의 뒤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노.”
두 쌍의 천사 날개를 한 이노였다.
그녀는 빛의 가루가 되어 세계수에 흡수되는 테노바를 보았다.
―테노바 정도면 저와 미샤처럼 천사로 살 수 있었을 텐데.
“각자의 선택이 있는 것이지. 제인도, 이소레타도, 세레나데도, 세이나도, 천사가 되기를 포기했으니까.”
아무리 오랜 세월을 버틸 정신세계를 가졌다고 해도 천사나 신, 마족이 아닌 이상,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로니아드의 부인들 중 대다수는 영원한 안식을 택했다.
기억을 지우고 영원한 윤회를 떠난 것이다.
―연옥에서 오랜 시험을 거치고 마침내 천사가 되었는데, 남아 있는 사람이 적어서 씁쓸하네요.
이노가 로니아드를 뒤에서 안으며 말했다.
연옥에서 필멸자의 영혼에서 천사의 영혼으로 성장한 이노는, 정신세계가 재구성되었다.
―이제 제게 남은 인연은 아스카와 미샤 그리고 당신뿐이군요.
아스카는 본래에도 대마왕의 영혼을 받은 존재, 지금은 진홍 달에서 서열 3위의 마왕이 되었다.
미샤는 성녀 출신에 반쯤 천사의 경지에 올랐던 존재라서, 이노처럼 연옥을 통하지 않고 스스로 승천하여 현재 중급 천사로 지내고 있었다.
―그럼, 저 먼저 올라가 볼게요.
“그래, 나도 곧 따라가지.”
이노는 로니아드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다시 다시 날아올랐다.
“이젠 내 차롄가?”
로니아드는 혼잣말을 했다.
우우웅.
그는 말없이 선악검을 소환하더니,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심장을 찔렀음에도 천사에게서 나는 빛나는 피, 성혈이 나오지 않았다.
“나의 일부, 필멸자로서의 또 다른 나여, 함께해서 즐거웠어.”
이윽고 심장을 찔렀던 선악검을 뽑았다.
선악검의 끝에는 주먹만 한 빛의 구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지구에서 이 세계로 빙의한 영혼.
지금까지 로니아드에게 필멸자의 감성과 정신세계를 느끼게 해 줬던 존재다.
―아아, 드디어 안식이군.
빛의 구가 반짝이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와 인연을 맺은 모든 필멸자들이 안식을 취했어. 이제 남은 것은 영원을 버틸 수 있는 신성들뿐이야.”
―그것도 아주 영원한 것은 아닌 거 같던데. 우주의 시간이니 더럽게 긴 정도군.
“그래, 아주 길 뿐이지. 영원한 것은 없어.”
‘빛의 구’의 말에 로니아드가 수긍했다.
―8,000년씩 사는 것은 할 게 못 돼. 부인들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자살했을 거야.
“그대가 버텨 준 덕분에 나도 즐거웠다.”
―이노와 아스카, 미샤를 잘 부탁해. 나에 대해선 말하지 말고.
“알겠다. 그냥…….”
로니아드는 망설이더니 마지막으로 제안했다.
“천사가 될 생각은 없나?”
―절대. 그렇게 무료한 공무원 짓은 하고 싶지 않아. 난 그냥 기억 리셋하고 윤회나 하려고.
“…….”
빛의 구의 말에 로니아드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다른 차원에서 기억을 잃고 윤회 중인 나를 발견하면…… 내 성좌나 되어 줘.
그런 로니아드를 향해 또 다른 로니아드가 부탁했다.
마치 위로라도 하듯이.
“……약속하지.”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빛의 구는 이제 너무나 지쳤는지 더 깜빡이지도 않았다.
“부디 망각을 통한 영원한 안식을 취하길.”
로니아드는 그 빛의 구를 조심스레 검에서 뽑고는, 세계수에 보냈다.
솨아아아아.
요정 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부르르 떨었다.
“…….”
로니아드는 자신의 커다란 일부가 평온한 안식을 취하는 것을 느꼈다.
“나의 일부이자 우리 세계의 은인이여, 고마웠네.”
빛의 구는 점차 빛의 가루가 되어, 테노바 때처럼 세계수에 흡수되었다.
로니아드는 빛의 날개를 펼쳐, 순백 달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