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45
45. 첫 활약
일단 적들의 수가 50이 아니었다.
그리고 적들의 수준 또한 잘 훈련된 투모크 정예병이었다.
“정찰병 데려와라.”
중급 기사가 낮은 음성으로 명령하자, 잠시 후 아까 정찰을 갔다 온 기병 하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소환됐다.
“저게 어딜 봐서 50이라는 거지? 대충 봐도 200은 되어 보이는데?”
기병은 일반 병사와 달리 흔하지 않다. 만약 일반 병사였다면 벌써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억울합니다! 제가 봤을 땐 분명 50 정도였습니다.”
기병은 정말 억울한 듯 보였다.
“둘 중 하나군. 저 녀석이 숫자도 못 세는 병신이거나, 아니면 함정이었거나.”
“어쨌든 200 정도라도 우리의 전력이면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지원군의 수는 보급까지 합쳐 약 700이다.
하급 기사의 말에 중급 기사 하몬은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우린 한시라도 빨리 가야 하는 지원군이란 말일세. 저 정도 병력과 붙게 되면 병력 손실도 손실이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돼. 어쩌면 그게 놈들이 노리는 것일 수도 있고.”
중급 기사의 지적은 예리했다.
‘그래, 저 정도는 되어야 기사라고 부르지.’
몬스터 웨이브에서 한심하게 죽어 간 20명의 병신 기사들이 떠오른다.
중급 기사 하몬은 불타고 있는 마을을 보았다.
거만하게 자신들을 바라보는 투모크 군대도 보였다.
놈들은 200, 우리는 700이다. 그럼에도 놈들은 도망치긴커녕 도발하듯이 마을을 방화한다.
‘첫 전투부터 패배라니, 좋지 않아.’
가장 좋은 것은 저들을 무시하고 가는 것이다.
200 정도 되는 병력으로 샹타페를 위협할 순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군의 사기가 떨어진다.
특히 용병은 미신에 약하다. 처음부터 이렇게 재수 없으면, 잘 싸우려 하지 않는다.
‘저 레인저 용병대에게 의뢰해 볼까?’
첫 이미지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용병대다. 살짝 기대감이 들었다.
하몬은 짧은 고민을 마친 후 입을 열었다.
“레인저 용병단의 용병대장을 불러오게.”
힘들게 키운 내 부대를 선보이는 것.
모든 장교들의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일이다.
기대감과 걱정, 자부심이 동시에 든다.
내가 말없이 손짓으로 진격을 명하자, “레인저 진격!”이라며 패가스가 크게 진격을 외쳤다.
지원군 중 레인저 용병대가 가장 규모가 컸다.
이런 이유로 나의 레인저 용병대가 저들을 상대하게 되었다.
숫자는 약 140 대 200.
심지어 상대편은 무장도, 훈련도 잘된 정규군이다.
도대체 뭘 하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추측해 보면 지원군을 방해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정말 레인저 용병대만으로 괜찮겠소?”
“네, 충분합니다.”
지원군의 지휘관 하몬은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하몬은 결국 저 거슬리는 투모크군을 치우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가장 시선을 끌었던 레인저 용병대를 선두에 세웠다.
양옆에 다른 용병대가 지원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레인저 용병대의 용병대장은 지원을 거절했다.
오만해 보였지만 뭔가 믿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여하튼 하몬의 우려를 뒤로하고 로니아드의 용병대는 발걸음 맞춰 놈들에게 전진했다.
샹타페 지원군에서 또다시 일부 부대가 나오자, 투모크군도 방화를 멈추곤 전열을 재정비했다.
약 200의 병사들이 열을 맞춰 집결한다.
그리고 철저한 수비 진형을 이뤘다. 마치 올 테면 와 보라는 자신감!
만약 지원군 전체가 움직였다면 후퇴했겠지만, 아까처럼 일부만 움직이자 상대해 주겠다는 모습이다.
“첫 줄 앉아! 두 번째 줄 서서쏴!”
남색 머리의 젊은 용병대장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지휘한다.
“석궁으로 저기까지 맞춘다고?”
“이 거리면 차라리 활이 더 나을 텐데.”
레인저 용병대의 전술은 특이했다.
근래 전장에서 거의 안 쓰이는 활과 석궁 같은 원거리 무기가 그들의 주무기다.
석궁은 명중률이 낮다. 지금의 거리에서 쏴 봤자, 빗나갈 것이다.
기사들은 물론이고 함께 구경 중인 용병대장들이 의아한 얼굴이다.
“발사!”
슈슈슈슛, 슈슝!
로니라는 용병대장의 구호에 수십 발의 석궁이 일제히 발사된다.
“끄악!”
“으아아악, 내 눈!!”
대부분의 화살이 집결해 있던 투모크군에게 적중했다.
“저기서 맞는다고? 어떻게?”
놀라운 명중력에 기사와 용병들 모두 놀랐다.
자세히 보니, 일부 석궁에 비싼 망원경을 장착했다.
그 외 석궁에도 십자가 모양의 뭔가를 위에 달았다.
하지만 놀라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줄!”
석궁은 다시 쏘려면 힘들게 줄을 감아야 한다. 강한 파괴력의 대가다.
활과 달리, 한 번 쏘면 재장전까지 시간이 걸린다.
“준비!”
젊은 용병대장이 외치자, 레인저 용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줄을 바꾼다.
먼저 사격한 1, 2열이 뒤로 빠지고 뒤에 대기 중이던 3, 4열이 앞으로 나왔다.
마치 정교한 기계의 톱니바퀴가 맞아 돌아가는 모양.
말이 쉽지, 열이 엉키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것은 어지간한 훈련 없인 힘들다.
즉, 징집병이나 군기 없는 용병들은 할 수 없는 전술이다.
어쨌든 줄이 바뀌었다. 그들은 몇 초도 안 돼 자리를 잡았다.
“쏴!!”
피슈슈슈슛, 피슛!
두 번째 일제 사격이 가해졌다.
“방패! 방패를, 끄억!”
“쿨럭, 크어어어.”
쏘기 좋게 밀집해 있던 투모크 군대가 고슴도치처럼 석궁에 맞아 쓰러졌다.
“젠장! 공격해!”
결국 견디다 못했는지, 투모크군의 기사가 진격 명령을 내렸다.
어느새 방패를 챙긴 투모크 병사들이 복수를 위해 진격한다.
“다음! 발사!!”
5, 6번째 열이 앞으로 나오더니 일제 사격을 가했다.
레인저 용병대의 전열을 보니, 저 세 번째 열이 마지막이다.
맨 뒤의 1, 2번째 열은 이제 막 재장전이 끝나 가고 있다.
세 번째 석궁이 발사되었다.
피슈슈슉.
파바밧, 파밧!
하지만 이번엔 아까처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투모크 병사들이 그사이 방패를 들었다.
무엇보다 적에게도 마법사가 한 명 있었다.
마법사는 옅은 방어 마법으로 석궁의 파괴력을 깎았다.
활과 석궁이 전장에서 잘 쓰이지 않는 이유가 이래서다.
하급 마법사만 있어도 방어 마법으로 어지간한 화살은 막아 준다.
해상전이나 공성전이 아니면 사실상 활과 석궁은 쓰일 일이 없다.
처음 예상외의 석궁 명중력에 당황했지만, 이내 대응을 마친 투모크군.
하지만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화학탄 발사!”
레인저 용병대는 또 처음 보는 일을 벌였다.
‘아티팩트?!’
고참으로 보이는 용병들이 무려 망원경이 달린 석궁을 들고 앞에 섰다.
그들은 화살촉에 촉 대신 아티팩트가 달린 석궁을 쏘았다.
“가스, 가스!”
뒤에 있던 용병들은 이상한 구호를 외치며 복면을 썼다.
그들이 쏜 아티팩트 화살은 진군하는 투모크군 바로 앞에 떨어졌고.
연기와 함께 펑! 하고 터졌다.
“루키엘 바람 마법.”
“예.”
이윽고 레인저 용병대에 속한 마법사가 바람 마법을 사용한다.
마법사는 저 연기가 아군 쪽으로 오지 않게 조율했다.
“이게 뭐야! 푸엣취!”
“에췻, 끄아아!! 눈이 따가워!”
연기에 닿은 투모크군은 병사나 기사, 마법사 할 것 없이 눈과 코를 비비며 고통스러워했다.
마법사의 집중력이 흩어지자, 방어 마법이 사라졌다.
“대장, 재장전 끝났습니다.”
“1, 2열부터 순차적으로 발사. 루키엘은 저 연기를 걷어 주고.”
연기가 걷혔음에도, 생전 처음 당한 화학 공격에 투모크군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피슈슈슈슛, 피슛!
그리고 그들을 향해 아까와 같은 화살이 쏟아졌다.
화살 공격은 똑같이 반복됐다.
1파, 2파, 3파.
200에 달하던 투모크의 병사들이 녹아 없어지듯 쓰러졌다.
“네 이놈!!”
간신히 살아남은 투모크 소속 기사 둘이 나타났다. 둘은 충혈된 눈을 간신히 뜨며 달려들었다.
마침 용병대 전체가 재장전 중이라 무방비 상태였다.
허리에 찬 쇼트 소드가 있었지만 그걸로 기사와 싸우는 것은 가망 없는 짓이다.
그때, 옆에서 지휘만 하던 젊은 용병대장이 나섰다.
채르릉.
그는 소름 돋을 정도로 깨끗한 동작으로 검을 뽑았다.
번쩍! 서거거걱.
번개 같은 속도로 달려오던 기사 둘을 베었다.
너무 빨라서 중급 기사인 하몬도 놓칠 정도였다.
“미, 미친!”
딱 봐도 최상급 검사다. 하지만 저 젊은 나이에?
무엇보다 저 실력을 가지고 왜 용병 일을 하는 걸까?
하몬은 많은 의문이 들었다.
“와아아아!”
“이겼다!”
그러나 뒤에서 울리는 승리의 함성에 잠시 그 의문을 접기로 했다.
‘이상하든 말든 전쟁에 도움만 된다면 상관없지.’
“레인저! 레인저!”
지원군 모두가 젊은 용병대장과 그의 레인저 용병대를 연호했다.
레인저 용병대원들 또한 첫 승리에 신나 했다.
‘장전 속도가 너무 아쉽군. 지금이야 통했지만 나중에 난전이 일어나면 힘들겠어.’
부대와 부대 간의 첫 전투였다.
‘석궁을 대대적으로 개조해야 해. 석궁용 화살도 마찬가지야.’
남들은 승리의 함성을 지를 때, 나는 아쉽고 모자란 부분을 체크했다.
‘지구의 볼트처럼 크기도 줄여서 연사가 가능하게 하는 거야.’
지구의 게임에서 보았던 석궁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볼트로 만들면 화살의 깃을 없애야 하는데, 그러면 사거리가 또…….’
하지만 공학적인 지식이 없어서 제법 고민을 해야 할 듯싶었다.
뭐, 정 안 되면 마법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세계에는 인챈트라는 치트키가 있으니까.
‘석궁에 어떤 인챈트를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
문제점들을 체크하다 보니 어느덧 생각이 딴 길로 샜다.
나중에 루키엘과 다시 한번 토론이나 해야지.
나는 생각을 마치곤 전투가 끝난 전장을 살폈다.
“아군 피해 전무합니다, 대장님.”
패가스가 경외가 담긴 얼굴로 나에게 보고한다.
패가스의 말을 들은 나는 어느새 다가온 중급 기사 하몬에게 말했다.
“저들의 전리품은 우리가 챙겨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하몬은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최대한 서두르시오. 우린 먼저 출발할 테니, 전리품을 챙긴 후 바로 따라오면 되오. 그리고 포로가 있으면 우리에게 보내 주시오.”
나는 하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말했다.
“화살 회수하고 전리품은 한곳에 모은다. 작고 실속 있는 것만 챙겨! 그리고 생존자 있으면 따로 분류하고.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라!”
“우와아아!!”
용병들이 고슴도치가 된 투모크군 시체에 달려들었다.
다른 용병들이 부럽다는 시선을 던졌다.
그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나와 레인저 용병대는 첫 정식 승리를 자축했다.
전리품을 챙겼다. 그 과정에서 경상을 입은 생존자 30명도 챙겼다.
부상이 심한 자들은 그 자리에서 편히 보내 줬다.
그렇게 분류를 한 뒤, 앞서간 지원군을 쫓으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밤이라 더 이동할 수 없어 군대 전체가 야영을 준비 중이었다.
나도 부하들에게 야영 준비를 시킨 뒤, 각 용병대장과 기사들이 모여 있다는 천막으로 향했다.
아까 하몬이 요청한 포로들을 데리고 말이다.
“어서 오시오.”
“오늘의 영웅이 오셨군.”
“여기 앉으시게!”
천막 안에서 나를 향한 다양한 감정이 보였다.
호의, 감탄, 질투, 경계 등, 나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포로들과 함께 들어왔다.
“포로 중에 마법사가 있었습니다.”
“호오~ 생각보다 고급 정보를 얻겠군.”
중급 기사 하몬이 마법사를 보면서 기뻐했다.
마법사는 고급 인력이자 장교로 취급된다. 또 기사와 달리 입이 가볍다.
“투모크의 본대는 어디 있지? 또 샹타페군의 상황도 말하라.”
하몬이 험악한 분위기를 잡으며 마법사를 윽박질렀다.
험상궂은 용병들과 사나운 기세의 기사들의 시선을 받은 마법사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
“아까 당신들이 전멸시킨 것이 우리의 마지막 군대입니다.”
그리고 마법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무슨 소리냐? 너희가 우리 본대를 포위했던 거 아니었나?”
“어제 점심까진 그랬죠. 하지만 어젯밤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마법사는 절망 어린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마찬가지로 투모크의 병사들도 침울한 얼굴을 했다.
“몬스터 웨이브…… 루트파흐의 절망급 몬스터 웨이브가 투모크까지 덮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