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49
49. 전설의 탄생
제일 먼저 왼손의 전류가 전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여덟의 라이칸스로프가 갑작스러운 전기 충격에 몸이 마비됐다.
마비의 지속 시간은 대략 5초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
서거걱.
1초. 오른손에 든 검을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검기와 함께 눈앞의 세 마리가 동시에 두 동강 났다.
3초. 이어서 양옆에 있는 두 마리를 각각 1회씩 목을 썰어 줬다.
5초. 제일 후미에 있던 놈의 복부에, 들고 있던 검을 쑤셨다. 심장이 있는 쪽이다.
푸욱!
검 끝이 놈의 등을 뚫고 위로 나왔고, 이어서 뒤에 있던 또 한 놈의 목을 뚫었다.
6초. 이제 남은 라이칸스로프는 한 마리.
들고 있던 나의 검이 검 손잡이만 남기고 깊게 들어가 있다.
검을 뽑아 쓰기엔 타이밍이 안 좋다.
“크아아아!”
막 마비에서 풀린 라이칸스로프가 나를 향해 발톱을 휘두른다.
가죽 갑옷에 있는 마법 방어막을 믿고 그대로 놈에게 몸통 박치기!
파지짓.
마법 방어막이 찢어졌지만, 몸은 무사하다.
내 몸통 박치기를 받은 라이칸스로프가 성벽에서 떨어졌다.
푸욱, 푹, 찍!
성벽 아래서 창을 들고 서 있던 놀 무리 위로 떨어졌다.
놈은 창 세 개에 꿰뚫려 즉사했다.
라이칸스로프의 습격으로 생긴 공백을 나 혼자 채웠다.
뒤이어 기어 오는 고블린 무리를 썰고 있는데,
“으아아악!”
바로 옆에서 병사 둘이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졌다.
비행 몬스터인 가고일이었다.
‘소설 보면 하늘 나는 탈것도 생기고 그러던데. 나는 왜 아직도 없는 거지?!’
화르륵!
나는 왼손에 화염구를 생성하고는 가고일을 향해 던졌다.
퍼엉-!
놈의 등에 명중했고, 놈의 몸이 활활 타면서 추락한다.
안타깝게도 추락 데미지로 병사 둘은 죽었다.
부우우웅, 쿠와아앙!
저 멀리서 커다란 바위가 날아온다. 날아온 바위는 성벽 바로 아래에 떨어졌다.
성벽 아래에 밀집해 있던 몬스터 수십 마리가 즉사했지만 티도 안 난다.
오히려 그 바위를 타고 올라 성벽 꼭대기와 더 가까워지려 한다.
커다란 바위가 날아온 곳을 보니, 오거 몇 마리가 바위를 던지고 있었다.
저거 처리 안 하면 × 된다.
마법사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들은 성벽을 두들기는 미노타우로스 다섯 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부우웅, 쿠웅!
뒤이어 커다란 바위가 투석기에서 쏘아진 것처럼 성벽과 성문을 가격했다.
성벽 성문에 인챈트된 강화 마법과 마법 방어막이 당장이라도 깨질 것 같다.
“사령관! 탑에 설치한 마법포를 써야 하오!”
내가 마나를 담아 하몬에게 외쳤다. 외치면서 손으로 오거를 가리켰다.
그는 내 목소리를 듣고는 저 멀리서 바위를 던지는 오거를 보았다.
“……마법포를 사용해!”
“예!”
마지막까지 아껴두려 했던 샹타페 비장의 무기를 생각보다 빨리 쓰게 되었다.
성벽과 성벽을 잇는 탑 중 두 곳에서 집채만 한 수정구가 하나씩 올라왔다.
샹타페가 보유한 두 문뿐인 마법포다.
이 충전식 아티팩트에는 각각 상급 전기 마법과 상급 광열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다.
마법포 한 문당 최대 다섯 번까지 쏠 수 있다.
재충전하려면, 셋 이상의 상급 마법사가 오랜 시간 가공한 최상급 마법석이 필요하다.
렌슬렛에서는 설치할 엄두도 못낸, 아주 비싼 물건이다.
샹타페처럼 왕국의 5대 도시 정도 되니까 두 개씩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광열 마법이 인챈트된 수정이 작동했다.
지이이잉, 파앗.
마법포에서 레이저처럼 생긴 광선이 발사됐다.
광선은 저 멀리 있던 오거에게 꽂혔다.
오거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인지 못 하고는 상체가 증발되어 버렸다.
발사된 광선은 오거의 상체를 증발시키고도 화력이 남았는지, 뒤에 있던 몬스터 무리를 녹여 버렸다.
지지지지직, 쿠루쾅!!
상급 전기 마법이 인챈트된 수정도 가동됐다.
수정에서 여러 갈래의 번개가 전방으로 무작위로 뻗어 나갔다.
마치 테슬라 코일의 모습과 흡사했다.
번개는 전염병을 퍼트리듯 한 번 쓸고 지나간 곳에 엄청난 열기와 스파크를 남겼다.
온갖 것이 타는 악취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제르다시여! 그대의 종들에게 기운을!”
뒤에서 따듯하고 영롱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체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자잘하게 났던 상처가 회복되었다.
용기가 났고 두려움이 사라진다.
나뿐만 아니라 몬스터와 싸우는 모든 병력에게 일어난 일이다.
팔라딘과 함께 온 고위 사제가 전체 회복과 버프 주문을 영창한 것이다.
“신은 위대하다! 아한-제르다!”
신성력을 회복한 팔라딘들이 몸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낸다.
그들은 빛나는 메이스를 휘둘렀다.
팔라딘의 메이스가 성문과 성벽을 위협하는 중대형 몬스터의 두개골을 부쉈다.
격렬한 전투는 계속 이어졌다.
어느새 해가 떴고 해는 중천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사이 사제들의 전체 회복 주문은 15번이나 영창되었다.
마법사들의 합창 캐스팅도 20번을 넘겼다.
현재 마나를 회복 중인지, 한 시간 전부터 보이지도 않았다.
전략 무기인 마법포는 다 쓴 지 오래다.
샹타페 기사들의 기사 제복은 본래 흰색이었다.
하지만 몬스터의 검은 피로 검정색이 되었다.
그들의 손에는 검이 아닌, 부러진 창이나 둔기, 잘린 몬스터의 발톱 등을 들고 있었다.
처음 자신들이 쓰던 검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린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땅에 떨어진 아무 무기나 몬스터 부산물을 주워 들고 싸웠다.
처절하고 또 처절한 싸움.
얼마나 많은 희생이 발생했는지 모른다.
레인저 용병대원 중에서 몇 명이 살아남았을까?
그나마 기적적인 것은 아직까지 성문이든 성벽이든 아직 뚫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놈들의 수가 줄고 있어!’
무엇보다 끝도 없을 것 같던 몬스터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아까는 저 넓은 평원을 새까맣게 채웠다면, 지금은 3할정도만 차 있는 느낌?
‘이걸 희망이라고 봐야 하나?’
하지만 그만큼 우리도 지쳐 있다.
이 상태로 남은 몬스터들을 모두 무찌를 수 있을까?
“대장님, 조심……!”
어디선가 나에게 경고를 보내는 목소리가 들렸다.
펏!
그 목소리와 함께 내 몸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비행 몬스터 하피가 커다란 발톱으로 내 몸을 잡아챈 것이다.
여성의 상체에 새의 날개와 하체를 가진 몬스터.
황금시대에는 오크와 함께 대륙 문명을 구성하는 지성체였지만, 암흑시대의 도래로 지성을 잃고 몬스터가 된 존재.
‘언젠가 이렇게 하늘을 날 거 같더니만.’
들고 있던 검은 아까 하피에게 채이면서 놓쳤다.
나는 허리에 찬 쇼트 소드를 뽑으려다 말았다.
지금 여기서 쇼트 소드로 하피를 난도질하면 같이 죽는다.
“흐읍!”
대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음, 하피의 발톱을 벌렸다.
“끼에엥?!”
말도 안 되는 힘에 자신의 발톱이 벌어지자, 하피가 당황한다.
발톱에서 벗어나자마자, 하피의 등 뒤로 올라탔다.
내가 등 뒤에 서자, 하피가 놀라 나를 떨어트리려 한다.
‘잡을 거! 잡을 게 필요해!!’
다급해진 나는 양손을 더듬어 잡을 만한 것을 찾았다.
물컹.
뭔가 커다란 것을 잡았다. 손에서 물컹한 그립감이 느껴졌다.
“끼아아아!”
하피가 더 발작했고, 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것을 잡아야만 했다.
물컹, 꽈악!
하피의 크고 물컹한 양 젖가슴이 내 손에 꽈악! 하고 쥐어졌다.
“끼야아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하피가 공중에서 날뛴다.
“워~워~.”
말의 고삐를 다루듯 하피의 양젖을 움직여 공중에서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하피의 귀에 속삭였다.
“착륙해.”
“끼에에…….”
지성을 잃은 몬스터가 과연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못 알아들었어도 본능으론 이해했을 것이다.
지금 잡은 인간은 무섭다. 아프다. 떨쳐 내고 싶다.
당장 하늘에서 떨어트리고 싶지만, 워낙 세게 잡힌 가슴 때문에 고통스럽다.
이놈을 떼 놓으려면 착륙밖에 답이 없다.
하피의 몸이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간다. 마치 추락하는 것처럼, 전속력으로.
“이 미친 몬스터가!”
문제는 이 하피가 착륙한 곳이 성벽 아래, 몬스터 웨이브 한복판이라는 것이다.
“다시 올라가! 다시!!”
나는 다시 하피의 젖가슴을 쥐고 흔들었다.
“끼에에에엑!!”
하피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기절해 버렸다.
“크르르르…….”
“키에에엑!”
“우워오오오!”
하피가 추락한 곳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몬스터가 몰려든다.
나는 허리에 찬 쇼트 소드를 빼 들었다.
다른 한 손에는 광역 마법 성격이 짙은 전격 마법을 발현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유사한 상황…….’
렌슬렛 저택에서 겪었던 전투가 먼저 떠올랐다.
가장 앞에 있던 트롤 하나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트롤의 돌진을 피한 후, 놈의 목에 올라타고서 전격 마법이 발현된 왼손을 트롤의 왼쪽 눈에 쑤셔 넣었다.
푸욱!
팔뚝까지 들어간 왼손에서 놈의 뇌가 만져졌다.
바로 전격 마법을 쏘았다.
파지지직!
놈의 뇌가 타 버렸다. 트롤의 눈, 코, 입, 귀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뇌의 녹은 파편들이 흘러나온다.
트롤을 처리하고 손을 닦을 겨를도 없이 몬스터들이 몰려왔다.
쇼트 소드로 놈들의 멱을 따고 화염과 전기 마법으로 태우고 또 태웠다.
그렇게 최소 수백 마리는 잡은 거 같았는데…….
아직 몬스터의 장벽이 나를 압박 중이다.
퍼억, 퍽!
푸욱, 푹!
내 몸에 놈들의 이빨 자국부터 발톱 자국, 무기 자국 등이 나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정신도 육신도 완전히 지쳤을 때!
시야가 흐릿하고 의식이 꺼지기 직전!
―!!!!!
“커허업!”
머릿속에 생전 처음 보는 기억이 짧게 났다가 사라졌다.
‘로니아드의 잃어버린 기억?!’
지금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보다 훨씬 많은 적을 앞에 두었던 기억.
몬스터와 인간의 군대가 오직 나 하나만을 응시하고 있던 기억.
찰나의 짧은 기억이었지만, 그걸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하아, 하아, 휴…….
거칠게 내쉬던 숨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게 바뀌었고, 막막하기만 했던 눈앞의 무수한 적들이 만만하게 보였다.
지금 쓰고 있는 마법과 검술이 답답했다.
스윽.
자세를 살짝 바꾸니 오히려 내가 몬스터들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크르르르…….”
내 입에서 짐승의 소리 같은 것이 났다.
붉은색의 내 눈동자가 용암처럼 이글거렸다.
남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이 불지 않음에도 강풍이 분 것처럼 휘날린다.
“!!”
이 세상 소리가 아닌 듯한 기합이 내 입에서 나왔고, 기합과 함께 왼손에 발현된 마법이 몬스터를 쓸었다.
결과를 확인할 생각도 없이, 이어서 오른손에 든 쇼트 소드를 휘둘렀다.
무수한 몬스터들이 불타고 조각났다.
이성이 없는 몬스터들은 나를 향해 죽어라 달려들었고, 샹파테를 공격하던 몬스터들도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진격을 멈췄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난전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싸움.
들고 있던 쇼트 소드가 부서졌다.
바닥에 있던 블랙 오크가 쓰던 둔기가 보였다.
그 둔기를 한 손에 집었고 다른 한 손에도 마찬가지로 메이스를 집었다.
모양을 보아하니, 인간을 죽이고 빼앗은 모양이다.
양손에 둔기를 들고는 양 둔기에 각각 전기 마법과 화염 마법을 부여했다.
마법사들이 보면 경악할 인챈트가 그 자리에서 이뤄졌다.
지금 로니아드는 무아지경에 이른 상태.
의식이 있지만 생각이 없었고, 생각이 없지만 이지가 있었다.
퍼억, 퍽퍽!
콰앙, 화르르륵.
번쩍, 촤르르르르, 지지지직!!
퍽퍽퍽!
지지고, 태우고, 부수고, 터트리고.
저 멀리서 샹타페의 성문이 열리더니 팔라딘과 기사 그리고 레인저 용병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럴 수가!”
“오오, 제르다시여!”
“말도 안 돼…….”
막상 용기를 내어 도착한 그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무릎을 꿇고 멍하니 경외를 표하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경외를 표하는 존재는 오직 단 하나!
산처럼 쌓인 몬스터의 시체를 밟고 서 있는 자.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광오한 지배자였다.
‘이게 무슨?’
로니아드는 무아지경에서 막 정신이 돌아왔다.
부스스스.
양손에 들고 있던 둔기가 쩍쩍 금이 가더니 부서졌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익히 알고 있으나, 이것을 과연 내가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한다.
‘그나저나 이젠 꼼짝없이 제르다의 화신 노릇을 해야 하나?’
팔라딘과 기사, 마법사, 용병, 병사 할 것 없이 저 아래서 무릎을 꿇고 자신을 우러러보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서 있어야 하지?’
피곤하고 지쳤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내려온다면 굉장히 귀찮아질 것 같았다.
그때 마침!
뿌우우우!
군대의 행진을 알리는 뿔 나팔 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수천에 달하는 인간의 군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군대의 행렬을 앞서 알리는 선전관이 먼저 도착했다.
“몬스터는 전부 처리한 것인가?! ……장하도다!”
그는 산처럼 쌓인 시체를 보곤 잠시 말을 잊었다.
뻔뻔한 선전관의 태도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늦었지만 고맙군. 덕분에 시선을 돌릴 수 있겠어.’
뒤늦게라도 나타난 군대에 로니아드는 감사함을 느꼈다.
“크흠! ……우리는 오스카의 적법한 군주이신 에르카네 여왕님의 유일한 후계자! 아스카 테오스 데 오스카 공주님의 군대다! 모두 공주님께 예를 갖춰라!”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