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70
70. 누구든 작은 아스카를 건들면 × 되는 거예요
아스카는 온몸의 마나를 잔뜩 올리고 자리에 일어섰다.
눈앞의 로지가 조금이라도 가까이 오면 바로 불태워 버릴 각오.
털썩.
하지만 아스카의 예상과 다르게, 로지는 아스카에게 무릎을 꿇었다.
“정말 염치없는 짓이지만…… 도와 다오.”
“뭐, 뭐래?!”
로지의 태도에 아스카가 오히려 당황했다.
그리고 당황 뒤에는 짜증과 분노라는 감정이 밀려온다.
“도와 달라고? 죽여 달라는 말이 헛나온 게 아니고?!”
아스카에게 에르카네 여왕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 줬다.
어차피 돌아가실 운명이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망친 로지를 용서하고 싶지 않다.
아스카는 다시 한 손에 마나를 분배하고는 로지를 태워 버리려고 했다.
로지는 아스카의 의도를 뻔히 알고 있음에도 무릎을 꿇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한편으로 아스카는 로지의 태도에 호기심이 동했다.
무엇보다 로지에게서 느껴지는, 정확히는 친근한 냄새 같은 기운에 막 모질게 대하기가 어렵다.
“……죽기 전에 그 부탁이라는 게 뭔지 들어 봐 주마.”
아스카가 한 손에 여전히 화염 마법을 발현한 상태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로지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흔들린다.
그런 로지의 얼굴을 본 아스카의 감정도 흔들렸다.
낡고 작은 저택 공터에 갑자기 마법진이 그려졌다.
우우우웅, 피슈슛.
마법진은 진한 분홍빛으로 환하게 빛나더니, 두 사람을 빛과 함께 소환한다.
‘이게 되네?’
율카네스 그 노인네가 사용한 공간 이동 마법이었다.
혹시나 해서 어깨너머로 보고 전승받은 기억을 참고하여 따라 한 것인데, 손쉽게 되었다.
‘아직 숙련이 안 돼서 중급 마석 하나를 통으로 써야 하지만, 유용해.’
아스카는 눈앞의 낡고 작은 저택을 보았다.
아무리 무너진 왕실이라고 해도, 왕족이 기거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내게 정신이 나갔지. 어쩌자고 한밤중에 이런 놈이랑 적국의 수도까지 왔을까…….”
“…….”
아스카의 투덜거림에 로지가 면목 없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어서 안내해라. 위중하다고 하지 않았나?”
아스카는 목석같은 로지를 재촉했다.
로지가 소개한 올리비아라는 시녀의 상태는 심각했다.
‘악마의 기운?!’
정확힌 올리비아의 가슴에서 짙은 마족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흉터가 생명체처럼 꿈틀거렸고 친근하면서도 역한 검은 연기가 끝없이 흘러나온다.
‘이게 뭐지?’
아스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에르카네로부터 전승받은 모든 기억을 뒤졌다.
하지만 그 기억 어디에도 이것과 비슷한 저주는 없다.
‘이미 늦었어.’
이 저주를 가진 소녀는 아스카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아스카는 조심히 저주의 흉터에 손을 올려 봤다.
피지지짓!!
“!!”
흉터가 마치 살아 있는 악귀처럼 검은 연기를 스파크처럼 튀기며 아스카의 손을 위협한다.
‘마치 기생충 같아……. 이 소녀의 모든 생명력을 끝없이 흡수하고 있어.’
로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런 올리비아를 슬프게 보고 있다.
“전에 유모라는 자는 나중에 어떻게 됐어?”
아스카가 나직히 묻자, 로지가 물기 섞인 목소리로
“유모는 결국 모든 생명력이 빨려 죽었다. 흉터는 검은 알이 되었고, 그 알이 부화하지 못하게 불태워 없앴다.”
로지의 말을 들으면서 아스카는 눈에 마나를 분배했다. 그리고 작게 주문을 읊었다.
몸의 내부까지 볼 수 있는 마법이 있길래 사용해 보았다.
‘저 흉터를 몸에서 떼어 낼 수도 없어. 심장과 척추, 뇌에 아주 깊게 뿌리박고 있어.’
아마 로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할 뿐이지.
한편으론 아스카는 마법사의 호기심도 발동됐다. 저 검은 알이 부화하면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아서, 오라버니가 괜히 사고 치지 말라고 그랬어.’
아스카는 심호흡하고는 로지에게 말했다.
“미안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
“……아니다.”
로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는지, 아스카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렇긴 한데…… 이 소녀는 지금도 너무 고통스러울 거야…….”
아스카의 조심스러운 말에 로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올리비아에게 다가갔다.
로지가 올리비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다신 못 볼 얼굴이다. 죽을 때까지 잊지 않기 위해 보고 또 봤다.
그리고 올리비아의 창백한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기분 탓이겠지만, 올리비아의 표정이 살짝 편해진 느낌이다.
“사랑해. 그리고 잊지 않을게, 올리비아.”
푸욱!
로지는 그 말을 끝으로 올리비아의 심장에 검을 박았다.
끼이이잉!
췩췩췩.
올리비아가 죽자, 그녀의 가슴에 난 흉터가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더니, 검은색 알로 변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아스카가 재빨리 그 검은색 알을 화염 마법으로 불태웠다.
“혹시 모르니 화장을 해도 될까?”
아스카의 물음에 로지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유모도 그렇게 했어.”
올리비아의 가슴에 발현된 화염이 점차 그녀의 몸 전체로 번진다.
올리비아는 결국 그녀가 누웠던 침대와 함께 재가 되었다.
모처럼 먼 걸음을 했지만 해결된 것 하나 없는 찜찜함에 아스카는 기분이 울적했다.
그녀는 이런 울적함을 조용히 견디기 싫었다.
그래서 옆에서 더 우울하게 있는 로지에게 말을 건넸다.
“이젠 어떻게 할 거야? 무엇보다 펠리오엔 왜 간 거야? 네가 아르미다츠의 적통인 건 알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었다고! 나랑 네 누나랑 얼마나 친한데?!”
“……그래, 내가 어리석었지.”
너무 순순히 인정하는 로지의 태도. 아스카는 맥이 빠졌다.
“닥치고! 이젠 꼼짝 말고 오스카에 있어! 너 하나 잡으려고 몇 명이 고생 중인지 알기나 해?!”
‘헤헷! 얘를 데리고 가면, 오라버니가 좋아하겠지?’
아스카는 로니아드를 떠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어머니를 해한 처벌도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아스카의 로지를 향한 태도는 어느새 많이 바뀌어 있었다.
처음의 적대적이던 태도는 많이 수그러졌고, 지금은 잔소리하는 누나의 모습이다.
“나중에 네가 왕위에 오르면, 이자까지 전부 해서 받아 낼 거야!”
로지를 데리고 저택 공터로 왔다. 아까 올 때 그려진 마법진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아스카는 품에서 중급 마석을 하나 꺼내고는 다시 공간 이동 마법진을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말을 타고 수 명의 사람들이 로지와 아스카를 향해 우르르 달려왔다.
자세히 보니, 총 10명이었는데, 일곱은 기사 제복을 입었고 셋은 관리의 복장을 했다.
특히 펠리오 소속 아니랄까 봐, 고급 비단으로 된 제복과 관복을 입었다.
“저택에서 갑자기 불길이 감지되어 급히 왔습니다, 왕세자님.”
펠리오의 고위 관리로 보이는 자가 로지에게 말했다.
그의 말을 다시 해석하면 그들은 로지를 늘 감시하고 있었다는 뜻이 되었다.
“흐응~.”
아스카는 이 상황을 흥미롭게 보았다.
“옆에 계신 레이디는 혹시 아스카 여왕님 되십니까? 초상화와 너무 비슷하셔서요.”
말로는 물어보는 것이지만 그들의 얼굴은 이미 확신으로 가득 찬 모양이다.
“그래, 맞아.”
아스카는 굳이 부인하지 않고 순순히 인정했다.
‘대박이다! 로지스트 왕자가 오스카로 급히 간 것까지는 알았는데, 이렇게 거물을 데려올 줄이야.’
관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거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게 아닌가?
‘그나저나 언제, 어떻게 온 것이지? 감시자의 말로는 마법의 빛 같은 게 잠시 나타났다고는 했는데…….’
관리는 의뭉스러운 눈으로 아스카와 로지를 봤다. 하지만 공간 이동 마법은 마도사 정도는 되어야 쓸 수 있는 고위 마법이다.
눈앞의 철부지 여왕과 호구 왕자가 사용할 수 있다는 가정은 떠올리지도 않았다.
‘나중에 정보부를 싹 물갈이해야겠어. 어떻게 일을 처리하면 이런 거물이 수도 하이타이로 오는 것도 포착을 못 해?’
관리는 아스카를 향해 정중하지만 그다지 예를 차리지 않으며 말했다.
“오스카의 여왕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렵게 발걸음하셨으니, 우리 하이타이의 비단궁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관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사들의 손이 검 손잡이에 슬그머니 올라간다.
말이 초청이지 실제로는 납치.
‘눈앞의 최상급 기사 일곱에 숨어 있는 정예 어새신 100, 상급 마법사도 다섯이나 있어. ……너무 많아.’
로지는 어떻게든 아스카라도 무사히 탈출시키려 했다.
하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다. 실력도 최상급들뿐이다.
아스카의 탈출은커녕 로지 혼자서도 빠져나가기가 힘든 견적.
“그대들의 초청에 응하노라.”
로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스카는 순순하게 웃으며 저들을 따라간다.
“…….”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자, 로지도 기회를 엿보며 묵묵히 아스카를 따랐다.
“오호~ 여기가 이카디아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펠리오의 비단궁이구나.”
비단궁에 도착한 아스카는 관광 온 것처럼 비단궁의 화려함을 구경했다.
“그나저나 펠리오에서는 여왕이 방문했는데 이따위로 예를 표하나?”
왕족을 안내하는 것이라면, 못해도 시종장급이 나와서 예를 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아스카와 로지를 안내하는 자는 일반 시종이다.
그가 입고 있는 비단옷의 색은 파란색. 심지어 중하급 시종이 그녀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는 오스카의 순백궁이 아닙니다. 펠리오의 비단궁입니다, 여왕님.”
아스카의 말에도 이 버릇없는 시종은 똑같이 무례한 언행을 계속 한다.
“네놈들의 애국심 따위를 나에게 가르치려 들지 마라! 기본적인 예법도 없는 왕궁이라니. 하긴~ 거지 새끼가 갑자기 돈이 생겨 봤자 졸부일 뿐이지.”
아스카의 말에 그녀를 안내하던 시종과 주변에 있던 다른 시종, 시녀가 인상을 찌푸린다.
저들 중 어느 누구도 아스카에게 제대로 예를 표하는 자가 없다.
비록 느슨한 연합이지만 펠리오도 왕국이다.
공화국에서도 타국의 귀족이나 왕족을 이렇게 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저들의 행동은 고의가 다분하다는 것.
“말이 너무 심하시군요.”
“네놈들의 무례도 너무 심하구나! 여기서 제일 높은 새끼 데려와!!”
아스카가 차갑게 외쳤고, 그녀의 고성과 함께 접객실의 문이 열리며 붉은색 비단을 입은 중년인이 등장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실시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상인 군주?”
“푸웁!”
“크크크큭.”
아스카의 말에 시종장을 비롯한 이곳의 모든 시종, 시녀, 기사가 비웃는다.
그것도 아주 대놓고.
“하하하하! 제가 입은 비단옷 때문에 착각하셨군요. 저는 크라운 폐하가 아닙니다. 이 비단궁의 시종장일 뿐이죠.”
“상인 군주는 어딨지?”
“폐하께서는 지금 비단궁에 안 계십니다.”
“그래? 아쉽네.”
시종장의 말에 딱히 거짓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펠리오에서는 왕족 접대를 이따위로 하나?”
“여왕님, 이곳은 펠리오 연합의 수도 하이타이입니다. 그리고 여왕님의 오스카와 우리 펠리오는 지금 적대 관계에 있지요.”
한마디로 너는 지금 인질이니깐 닥치고 있으라는 시종장의 태도다.
그런 시종장의 태도에 로지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리고 아스카에게 미안했다.
“아스카 여왕,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너를…….”
로지가 아스카를 안심시키기 위해 작게 귓속말을 하려 했다.
“아하!”
아스카는 로지의 말을 듣지 않고는 비릿하게 웃으며 시종장을 보았다.
“그럼 볼일은 다 끝났네. 상인 군주도 없고, 비단궁이라 기대했더니 졸부가 부를 과시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고~.”
아스카의 말에 수상함을 느낀 시종장이 옆에 있던 기사에게 눈짓을 한다.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뽑는다.
“여왕, 그냥 얌전히 계시…….”
기사가 검으로 아스카를 위협하려 했다.
“닥쳐! 나를 거칠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오라버니뿐이야!”
아스카는 그렇게 외치며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짧은 불꽃이 생겼다 사라졌다.
화르르르륵.
“으, 으아아악!!”
아스카에게 검을 뽑았던 기사의 전신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이 불 좀…… 끄으으으!”
기사의 온몸이 순식간에 불타서 재가 되었다.
무척이나 순식간이라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죽어 버렸다.
“뭐, 뭐…….”
“마법사! 마법사!!”
“당장 저들을 죽여!”
다급해진 기사와 시종장이 외쳤다.
“너도, 너도, 너도, 너도, 너도, 너도, 아까 나 비웃었지?”
따악, 따악, 따악, 따악, 따악, 따악!
아스카의 손가락은 끝없이 튕겨졌고.
“으아아악!”
“꺄아아악―.”
“사, 살려 줘!!”
“너무 뜨거워!!”
그때마다 그녀를 위협하고 비웃던 시종, 시녀, 기사가 불에 타기 시작했다.
“전~부 태워 주마아~! 크하하핫!”
“…….”
로지가 벌벌 떨리는 눈으로 광녀가 된 아스카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