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76
76. 그들의 수명이 짧은 이유(1)
세이렌. 바다의 엘프라 불리는 종족이다. 몇몇 호사가들은 세이렌을 아쿠아 엘프라고 찬양한다.
그만큼 세이렌의 외모는 고혹적이다. 특히 오랜 항해로 여자 구경 못 한 남자들에겐.
“흐흐흐흐.”
“지금까지 살아 있길 잘했어…….”
“꿀꺽.”
아닌 사람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선원들은 범죄자 출신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금은 그들의 과거가 범죄자든 선량한 시민이든 상관없이 평등하게 아랫도리가 뇌를 지배한 상태지만.
내가 뭐라 하지 않아도 해적들은 자연스레 세이렌들을 포위했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수십의 세이렌이 우리의 포위 대형에 갇혔다.
잠깐의 대치가 이어졌다.
“에라, 못 참겠다!”
“먼저 먹는 자가 임자지!”
참지 못한 해적 몇몇이 세이렌들에게 달려들었다. 나와 선장들이 말릴 새도 없이.
“꺄아아악!”
푸억, 퍼억.
가장 앞에 있던 세이렌 하나가 바지까지 벗고 달려온 해적의 사타구니를 발로 찼다.
“어어?!”
여린 여인의 발차기에도 치명적인 부위다. 그런 연하고 중요한 부위가 세이렌의 발에 적중했다.
사타구니를 맞은 해적은 알이 터진 것도 모자라 골반 전체가 으스러져 그 자리서 즉사했다.
그 해적이 시작이었다.
“으, 으아악! 살려 줘!”
“무슨 여자가 이렇게 쎄?!”
세이렌들이 자신에게 달려든 해적들의 팔을 뽑아 찢었다.
그리고 목을 잡은 뒤 뽑아 버린다.
에메랄드, 실버, 코발트색 머리카락을 지닌 세이렌의 머리에 해적들의 피가 뿌려졌다.
청아하고 아름다운 외모에 조개와 해초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린 세이렌들이 죽은 해적들의 팔다리를 들고 입맛을 다신다.
“……미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어색하지 않은 그로테스크한 광경.
그 광경에 방금까지 하체에서 나는 열기로 후끈했던 분위기가 싸해진다.
물론 극소수는 이 광경을 보고서 더더욱 불끈한 놈도 있지만.
“샤락 제독님! 아티팩트 사용을 허가해 주십시오!”
몇몇 해적들이 얼굴이 파랗게 되어 내게 요청한다.
냉병기를 들어도 도저히 저 세이렌의 괴력을 이길 방도가 나지 않았나 보다.
“세이렌은 겉모습과 달리, 오크 이상의 체력과 완력을 가진 종족이야! 마법 저항력도 있어서 아티팩트도 큰 효과가 없어.”
나를 대신해 루키엘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 그런……!”
“눈앞에 두고도 먹지…… 아니, 동료의 복수를 하지 못하다니!”
해적들이 분통해 한다.
이대로 계속 있어 봤자 해결될 일도 해결되지 않을 듯싶다.
결국 내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세이렌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아까처럼 세이렌들이 경계의 눈빛을 세운다.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샤락이라 불리는 인간이다. 그대들의 시험을 통과했으니, 우리는 그대들과 어울릴 자격이 충분한 게 아닌가?”
세이렌의 노래에 넘어가 세뇌당하면, 씨를 취한 세이렌에게 보통 잡아먹힌다.
하지만 노래를 이겨 내면 잡아 먹히지 않아도 된다.
“맞아요. 당신들은 우리의 유혹을 이겨 낸 멋진 수컷이에요.”
“당신들의 씨가 탐나요.”
내 말에 지금까지 고운 목소리로 노래만 부르던 세이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들의 마을로 안내할게요.”
“세이렌의 마을이면, 물속에 있지 않나?”
내 의문에 세이렌이 내 손목을 잡으며 나를 이끌었다.
나를 이끄는 세이렌의 미소가 아름답다.
“육지에도 우리의 마을이 있어요~ 어서 오세요~.”
세이렌들은 너도나도 해적들의 손목을 잡는다.
그리고 매혹적으로 웃으며 우리들을 안내했다.
“드디어…….!”
“임자, 나는 아이를 못해도 셋 이상은 낳고 싶소.”
“헤헤, 헤헤헤헤”
해적들 모두가 행복 가득한 얼굴이다.
이미 그들의 뇌는 성욕에 의해 지배당한지 오래.
“에라, 모르겠다!”
“죽어도 상관 없어!”
늘 이성적이었던 루키엘과 니콜라마저 세이렌의 뒤를 졸졸 쫓는다.
‘특별히 마력 같은 게 느껴지지는 않아. 하지만 좀 수상쩍긴 하군.’
그나마 나는 이들과 달리 나름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지만, 내 손목을 잡고 앞서 걷는 세이렌의 실룩실룩한 엉덩이를 보니…….
‘일단 한번 가 보자!’
오히려 누구보다 빠르게 세이렌의 뒤를 따랐다.
세이렌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세이렌의 마을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집채만 한 조개와 소라를 뚫어 집을 만들었고. 바다와 이어진 커다란 웅덩이가 마을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꺄하하하~.”
“우와아?!”
우리들이 마을에 들어서자, 마을에 있던 세이렌 모두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얼굴을 내민다.
‘아직까진 수상한 점은 없군.’
애써 긴장을 잡으려 했지만, 조개껍데기와 해조류를 비키니처럼 입은 세이렌들을 보면.
대놓고 나를 위협해도 순순히 위협당하고 싶은 마음만 든다.
“여긴 천국이야…….”
패가스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중얼거린다.
“어? 어?! 임자, 어디 가시오!”
“안 돼! 내가 뭘 잘못했지?! 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미안해!”
하지만 나를 포함한 해적 모두가 마을 안으로 들어오자, 우리를 안내했던 세이렌 모두가 스르르 몸을 뺀다.
그리고 마을의 다른 세이렌들과 마찬가지로 한곳에 모여 우리들과 대치하듯 바라본다.
“그래, 어쩐지 너무 순순히 허락한다 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탐지했다. 검 손잡이에 손을 대고서 언제든 발검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아직 어떤 적의도 어떤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 세이렌 무리 안에서 한 세이렌이 나왔다.
구릿빛 피부에 은발이 잘 어울리는 건강미 넘치는 세이렌이었다.
“당신이 방문자들의 우두머리인가요?”
그녀는 나를 보면서 물었다.
“그렇다.”
나는 짧게 답했다.
“우리 일족은 그동안 외부인을 받지 못했어요. 이로 인해 딸들을 낳지 못해 그 수가 많이 줄었지요.”
“그 씨를 주러 우리가 온 것 아닌가?”
내 대답에 해적들 모두가 “음!음!”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요. 그것도 우리의 유혹을 이겨 낸 건강한 수컷이죠. 당신들이 온 것에 감사할 뿐이에요.”
세이렌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당신들의 씨를 받을 수 없어요.”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아니, 왜!”
“뭣 때문인데?!”
나를 포함해 모두가 울분 섞인 의문을 표했고, 우리 못지않게 세이렌들 또한 아쉬운 얼굴을 한다. 그녀들이 아쉬워하는 표정에 더더욱 애가 타는 우리였다.
“저희 일족에겐 오래전부터 일족을 이끌던 여왕이 계세요. 여왕이 없으면 우리는 외부인의 방문을 받을 수 없어요. 여왕께서 정화의 의식으로 축복해야만 당신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어요.”
“만약 여왕의 축복 없이 그…… 행복을 나누면 어떻게 되지?”
내 물음에 세이렌 모두가 두렵다는 얼굴을 한다.
“하체가 오염돼서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될 거예요.”
‘무슨 성병 같은 건가?’
“저런, 그러면 안 되지.”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이야.”
세이렌의 사연을 들은 해적들이 어느새 손수건까지 꺼내 눈물을 훔친다.
“그래서 그 여왕은 어디에 계시는데?”
“그것이…….”
“말해도 될까?”
“너무 무서워…….”
세이렌들이 말하기를 망설인다.
“걱정 말고 말하시오!”
“우리가 해결해 주겠소!”
“내 목숨을 바치리다!”
해적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취해 외쳤다.
“말해 보도록. 가능한 도와줄 테니.”
나 또한 뜨거워지는 몸을 느끼며 외쳤다.
내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구릿빛 피부의 은발 세이렌은 결심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세이렌보다도 훨씬 발달한 흉부가 출렁인다.
더더욱 용기가 치솟았다.
“지금 우리의 여왕께서는 이 땅의 지배자 빙룡 드라센에게 납치되어 있어요…….”
‘……응?’
“빙룡 드라센은 죽음을 준비하면서 우리 여왕님을 순장시키려고 해요!”
“참으로 못된 드래곤이에요!”
“사악한 용과 함께 여왕님이 돌아가시면, 우리 일족은 멸종하게 될 거예요…….”
세이렌의 말에 뜨겁게 타오르던 나의 모든 것이 빠르게 식는다.
몸의 위아래 모두.
하체와 함께 솟았던 용기도 어느새 고개를 숙였다.
“……빙룡 드라센이 아직 살아 있다고?!”
“네! 죽어 가고 있지만, 아직 살아 있어요.”
‘빌어먹을……. 날짜 계산을 잘못했나?’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그깟 용 따위! 잡아 죽이자!”
“무찌르자, 사악한 용!”
“드라센인지 드라군인지 하는 도마뱀을 죽이자!”
그런 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적들 모두가 전의에 불탔다.
‘어쩐지 세이렌 이것들이 은근히 튕기면서도 순종한다 싶었어.’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더니, 오히려 화대 비용치고는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다.
“닥쳐, 멍청이들아! 용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고서 소리 질러!”
일행 중 나를 포함해서 유일하게 이성을 차린 루키엘이 해적들에게 소리쳤다.
고위 마법사다 보니까 용의 무서움을 잘 아는 듯싶었다.
“에이~ 죽어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 아니면 마법 포까지 동원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해적들의 천진난만한 말에 루키엘이 답답한지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멍청한 놈들! 용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강해진다. 죽을 때가 되어도 골골거리며 죽는 게 아니라 전성기 상태에서 마나의 일부가 되는 것을 기다리는 거란 말이다!”
“그래 봤자 덩치 크고 마법 좀 쓰는 도마뱀 아닙니까!”
“마법사님께서는 너무 조심스러우신 거 같습니다.”
“그 빙룡을 잡으면 사체부터 용의 보고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저 아름다운 레이디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루키엘의 설명에도 이미 아랫도리에 뇌를 지배당한 해적들은 당장이라도 드라센의 레어로 달려갈 기세다.
“로…… 샤락 제독님! 이건 자살 행위입니다. 당장 떠나야 합니다!”
루키엘이 내게 간절히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용은 용이다.
‘원작에서도 마누스가 잠깐 나타났을 때, 악황제의 4천왕 모두가 숨기 바빴지.’
원작을 본 나는 용의 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미 우리가 이 섬에 도착한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이렌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이 아니면 떠나지도 못해.’
놈이 지금까지 가만있는 이유라면 죽을 때가 다 돼, 어지간한 일은 귀찮아서…….
―크오오오오오.
내가 희망 회로를 굴리며 탈출을 결의하려 할 때였다.
―쿠오오오오오.
천지를 뒤흔드는 거룩하고도 공포스러운 울음소리가 충격파를 타고 몰아쳤다.
숨이 턱 막히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아…… 이미 늦었어…….”
루키엘이 머리를 쥐어 잡고는 주저앉았다.
“꺄아아아!”
“살려 줘요! 도와줘요!”
용의 울음소리에 세이렌들 또한 벌벌 떨면서 발작을 일으킨다.
“미, 미친…….”
“……뭐 이런 울음소리가 다 있어!”
방금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해적들도 용의 울음소리에 적지 않게 동요했다.
“거기 구릿빛 은발!”
나는 혼비백산하는 세이렌 중 아까까지 대표로 나와 말을 전했던 세이렌을 불렀다.
덜덜덜덜.
하지만 내 부름에도 그녀는 응답하지 않았다.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용의 울음소리에 반쯤 패닉에 빠진 구릿빛 은발 세이렌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덥석, 그녀의 양볼을 포개듯 감싼 뒤, 약간의 마나를 전달했다.
내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은발에 사파이어색의 눈동자가 피부색과 잘 어울렸다.
세이렌의 사파이어색 눈동자에 내 얼굴이 담겼다.
나와 세이렌은 서로 포옹하듯이 아주 가깝게 붙어 있었고, 세이렌의 유독 발달한 흉부가 내 명치를 베개처럼 감싼다.
두근, 두근, 두근.
조개껍데기를 비키니처럼 가린 그녀의 가슴에서 쿵쿵, 심장 소리가 크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