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86
86. S와 M극
나는 패드립을 던진 앨리스를 저리 밀쳤다. 그리고 마법을 캐스팅한 아스카를 말렸다.
“아스카! 일단 진정해!”
아스카의 양어깨에 내 손을 올렸다.
“하, 하지만…….”
“나도 알아. 근데 앨리스는 현재 취했으니까, 이따 깨어나면 그때 싸대기라도 때릴 수 있게 해 줄게.”
내 말에 아스카가 조금은 진정한 모습이다.
“역시 마녀였어. 오드 아이에 마법 캐스팅이라니…….”
“아오!”
하지만 이 눈치도 없는 술 취한 악녀는 계속 불을 지핀다.
“너, 또 한 번 나한테 마녀라고 해 봐……!”
앨리스는 술기운 덕분인지 아스카의 살기를 태연히 받아치는 중이다.
‘조만간 콘택트렌즈도 만들어야 하나?’
아스카는 못 참고 손에서 다시 화염 마법을 발현했다.
한숨을 쉬면서 다시 한번 아스카를 말렸다.
“아스카, 마법 집어넣어.”
아스카의 눈이 갑자기 왜 저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보아하니, 아스카 본인도 잘 모르는 듯싶었고.
“하지만…… 쟤가 먼저……!”
내 말에 아스카가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인다.
‘돌아 버리겠군.’
앨리스가 그런 나를 보더니 배시시 웃는다.
그런 앨리스를 보는 아스카는 당장이라도 화병에 걸려 쓰러질 모양이다.
‘저거 술에서 깬 거 같은데?’
아까와 달리 앨리스의 눈에 초점이 생긴 게 보였다.
만약 이게 맨정신으로 한 도발이라면?
“앨리스, 폰테임은 체스카드가 오스카를 침공할 때 무엇을 지원하기로 했지?”
“그게 무슨 소리죠? 저는 일개 영애라서 그런 건 잘 몰라요.”
‘깼군.’
언제부터 술에서 깼는지 모르겠다.
‘그럼, 아스카를 도발하고도 겁을 먹지 않은 것은…… 내가 아스카를 말릴 걸 알고 그랬다는 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혈압이 초고도로 상승하는 느낌이다.
“앨리스, 아스카에게 사과해.”
마치 초등학생을 화해시키는 기분을 느끼며 앨리스에게 말했다.
“……싫어요.”
내 말에 앨리스가 갑자기 표정을 굳힌다.
“허허, 허허허.”
아스카는 이제 분노를 넘어서 해탈을 했는지 허허, 웃었고, 웃는 아스카의 눈에 초점이 없다.
아스카가 곧 이성을 잃고 폭주할 것 같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았다.
“앨리스, 분명 네가 먼저 아스카에게 무례한 언행을 했다. 어서 사과해!”
“싫어요!”
점점 내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후우…… 먼저 시비를 걸고, 사과도 안 한다……. 그래, 그게 너의 선택이라면.”
마음 같아선 죽여 버리고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것도 히로인이다. 그것도 원작의 메인 히로인인 것을…….
‘니들은 내게 큰절이라도 해야 한다.’
속으로 내 두피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들에게 한마디 했다.
“간만에 꺼내는군.”
나는 아공간 가방에서 길쭉한 뭔가를 꺼냈다.
내 가방에서 나온 무언가를 본 아스카가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얘, 잡아라.”
“알겠습니다.”
나직한 내 말에 카디나가 번개같이 움직이더니 앨리스가 못 움직이게 잡았다.
“뭐, 뭐야? 무슨 짓이에요!”
“넌 이제 큰일 났다.”
당황한 앨리스의 모습에 아스카가 고소해 한다.
나는 앨리스의 치마를 걷었고.
그녀의 하얗고 여린 종아리가 보였다.
찰싹, 찰싹, 찰싹! 익숙한 손목 스냅으로 회초리를 휘둘렀다.
“끅, 끄아항!”
치료 마법도 쓰지 않고 연이어 10대를 때렸다.
그리고 몇 초 있다가 10대를 추가로 더 때렸다.
“으으, 흐으으응…….”
‘신음 소리가 이상한데? 설마 그런 취향은 아니겠지?’
앨리스의 신음은 고통보단, 다른(?) 분야의 신음 같았다.
‘얼굴을 보니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참 많은 오해를 주는 아가씨네.’
혹시나 해서 그녀의 얼굴을 봤는데, 쾌락보단 고통과 수치심이 가득한 얼굴이다.
“어떻게! 하급 시녀에게나 하는 처벌을…….”
태어나서 처음 받은 대우, 그녀는 종아리를 쥐어 잡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고통이 심한지 몸을 잘게 계속 떤다.
‘그래도 늘 발작에 시달리던 아이라서 그런지 맷집이 좋네.’
“오라버니, 뭔가 약하다.”
반면, 아스카는 그런 앨리스의 처벌에 만족하지 못한 듯 보였다.
“뭐가? 얘는 지금 치료 마법도 없이 20대를 연속 맞았어. 여기서 더 때리면 위험해.”
“아니이~ 나는 말 안 들으면 엉덩이도 때렸으면서! 왜 얘는 종아리만 때리는데?!”
“…….”
“어, 엉덩이?!”
아스카의 말을 들은 앨리스가 고통도 잊고 멍하니 아스카를 바라본다.
그런 아스카의 말에 나는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그야, 너는 특별하니까 그렇게 했던 거고…….”
나도 내가 뭐라 말하는지 모르겠다.
“트, 특별하니까?! 크흠, 그, 그랬구나!”
하지만 내 말에 아스카는 만족했는지 오히려 얼굴을 붉힌다.
‘하긴 가족끼리니깐 엉덩이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거겠지?’
아스카는 간만에 망상의 12차원에 빠진 듯, 홍조 가득한 얼굴로 딴생각하기 바쁘다.
방금까지 분노와 불만에 가득 찼던 여왕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도……!”
그때 방바닥에 쓰러져 있던 앨리스가 힘겹게 기어 오더니, 내 옷깃을 당겼다.
“나도……! 엉덩이 때려 줘요. 나도 맞을 수 있다고, 엉덩이!!”
“가문 망신 다 시키는군.”
앨리스의 말에 카디나가 이마를 짚었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여자가!”
나는 어이가 없어, 비명 비슷한 고함을 질렀다.
“나도 특별 대우 해 달라고!! 왜 나는 특별 대우 안 해 주는데?!”
앨리스의 외침에, 뒤늦게 망상의 12차원에서 깨어난 아스카가 태클을 건다.
“야, 꺼져! 엉덩이는 나만 맞을 수 있거든?!”
“왜 너만 맞는데?! 나도 잘 맞을 수 있다고!”
“다들 미쳤어…….”
두 소녀의 정신 나간 대화에 카디나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는지 조용히 방을 나갔고, 나는 두 정신 나간 소녀에게 이후로도 계속 시달려야 했다.
* * *
“폐하, 코리스 침략 때 낙오된 해적을 붙잡았습니다!”
시종장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저택을 울렸다.
근래 불운 가득했던 하이타이에 드물게 들어온 희소식이다.
‘하다 하다 이걸 희소식이라고 받다니.’
크라운은 쓰린 속을 참으며 시종장이 들고 온 보고를 반겼다.
“놈들이 코리스를 노린 이유가 뭐라고 하더냐?”
“해적놈들은 코리스에 마법 함이 있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해적 따위가 마법 함을 노린다고?”
크라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코리스에는 마법 함을 역설계 중이던 실험용 배가 한 척 있긴 했다.
안 그래도 코리스가 털리면서 그 배를 빼앗겼던 것이 무척이나 속 쓰렸는데…….
‘마법 함을 노리는 해적들이라. 그러고 보니 이 해적들은 유례없이 마법 아티팩트들을 잘 다뤘어. 하이타이의 마법사들도 못 만드는 정체불명의 아티팩트도 가지고 있었고…….’
생각에 잠긴 크라운의 머리에 이 모든 일의 용의자가 떠올랐다.
“율카네스, 이 빌어먹을 노친네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국 모든 배후는 율카네스가 되었다.
“그래서 놈들의 거점은 알아냈느냐?”
“그게, 드라센 제도라고 하옵니다.”
시종장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흐음…….”
시종장의 말에, 크라운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 말을 믿어야 하나? 우리를 드라센 제도로 유인해서 골탕 먹이려는 수작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좋아……. 함정이어도 들어가 주마! 차라리 이번 기회에 드라센을 잡고 드라센 제도를 식민지로 만들어 주지.’
바다에서 펠리오는 무적이니까.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배를 동원해!”
상인 군주가 시종장을 비롯한 모든 대신들을 향해 외쳤다.
“항로의 방향은 드라센 제도다!”
* * *
다사다난한 첫날이 지나고, 뒤이어 닥친 문제는 앨리스의 처리 문제였다.
“앨리스, 너는 언제 가문으로 돌아갈 건데?”
“그냥 로니아드 경과 쭉 함께 지내면 안 돼요?”
내 물음에 앨리스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묻는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
아스카는 당연히 혼잣말로 쌍욕을 했다.
“저 ×발년이?”
카디나는 한숨을 깊게 내쉴 뿐이다.
“하아…….”
아스카와 카디나는 앨리스를 최대한 무시하겠다는 방침인 듯했다.
어차피 공간 이동 준비가 끝나면, 다신 안 볼 사이니까.
두 여자는 앨리스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았고, 이는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졸지에 세 사람 사이의 메신저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앨리스한테서 더 얻을 정보도 없고,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고.’
결국 나는 잠깐이지만 앨리스를 데리고 있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아스카보다 더 난이도 높은 히로인 같아.’
앨리스에게 회초리가 효력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하급 시녀나 받을 법한 체벌은 처음에나 수치스러워했을 뿐이다.
이 14살의 귀족 소녀는 점차 이 체벌에 익숙해지더니, 어느새 이를 즐기는 것 같은 신음과 표정을 보였다.
‘미치겠군. 뭐 이딴 인물 설정이 다 있어? 원작에선 악녀이기는 했지만 미친 변태는 아니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나까지 이상해질 거 같다.
‘이런 변태 악녀를 때려죽인 원작의 로지스트는 도대체…….’
그토록 욕했던 원작 주인공놈의 행실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결국 나는 회초리를 집어넣었다.
묘하게 아쉬워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저 표정도 고도의 연기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 본다.
“그래, 일단 같이 다니자. 하지만 괜한 분란을 일으키면 너를 그냥 후작가에 내버릴 거다?”
“네! 조용히 있을게요.”
오히려 앨리스에게 효과적인 말은 그녀를 버리겠다거나, 폰테임으로 보내겠다는 말이었다.
‘폰테임에서 가정 폭력 같은 게 있던가? 그래 봤자, 황궁에서 흑마법 홍차로 암투 벌이고 있을 이소레타보단 폰테임이 천국일 텐데?’
가문을 싫어하는 앨리스가 의아했다.
원작의 내용을 떠올려 봐도 나름 폰테임에서 꽤 편하게 지냈던 앨리스였기에, 짐작 가는 것도 없었고.
“저, 마스터?”
그때 갑자기 카디나가 내게 조용히 접근했다.
그리고 앨리스를 힐끔 보면서 조용히 묻는다.
“마스터, 그냥 그랑블루를 타고 가면 안 되겠습니까?”
앨리스를 두고 셋이서 그랑블루를 타고 가자는 카디나의 제안.
“그랑블루는 1인승이야.”
그게 가능했다면 진즉에 했겠지.
“그렇군요.”
카디나는 바로 수긍하고는 다시 갈 길을 갔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카디나는 등장은커녕 언급조차 되지 않았어.’
문득 앞서 걷고 있던 카디나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렇다는 것은 카디나 또한 나로 인해 운명이 바뀐 존재라는 걸까?’
남장을 했지만 자세히 보면 여성 특유의 굴곡 있는 몸매가 보인다.
‘오스카에서 드레스를 입었던 모습은 꽤 예뻤지.’
갑자기 왜 그때 생각이 난 것일까?
나와 앨리스, 아스카, 카디나는 항구도시 롱페리우스를 관광 중이었다.
겸사겸사 앨리스의 지갑에 있는 돈으로 공간 이동에 필요한 마석도 구할 겸 말이다.
아스카와 앨리스가 내 양옆에 거머리처럼 붙어 있다.
순례자처럼 후드를 덮어쓴 아스카와 앨리스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물론 그렇게 싱글벙글 웃다가도 둘의 시선이 맞닿으면 바로 정색하지만.
“그나저나 로니아드 경.”
마법 길드에서 중상급 마석을 구입 후 나오는데, 갑자기 앨리스가 내게 말을 건넸다.
“어? 왜?”
당연히 마석 대금은 앨리스의 지갑에 있는 금화로 냈기에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약탈 제독 샤락이라는 해적에 대해 아세요?”
“……딱히?”
마치 다 알고 있다는 그녀의 물음.
나는 태연한 얼굴로 앨리스에게 전혀 모른다는 투로 답했다.
‘고마워, 세레나데.’
기사 제복으로 갈아입고 오길 잘했다.
나는 속으로 드라센 제도에 있을 세레나데에게 감사의 인사를 돌렸다.
“…….”
“크흠.”
옆에서 아스카와 카디나가 살짝 어깨를 떨었지만, 앨리스의 신경은 오직 나에게만 쏠려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흐응~ 그래요?”
‘로니아드가 대해적 샤락이 맞는 거 같은데? 만약 샤락이 맞으면, 해적 놀이에 껴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는데.’
본인이 부정하는데 더 추궁하기도 그랬다.
“그럼, 요즘 뭘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앨리스는 유도 질문을 선택했다.
“흐흐흐, 오라버니는 근래 굉장히~ 바빴다고!”
그런 앨리스의 질문에 답한 사람은 뜻밖에도 아스카였다.
아스카가 끼어들자, 앨리스의 표정이 싹 굳는다.
“너한테 물은 게 아닌데?”
“나한테 안 물어봤어도 이 질문의 답은 나만 할 수 있단다, 애송아.”
‘저거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속으로 걱정됐지만 일단 아스카를 믿어 보기로 했다.
내가 침묵하자, 앨리스 또한 아스카에게 한번 말해 보라는 듯 무언의 기다림을 보인다.
“우리 오라버니가 침대에서 엄청 대단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