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Law School Genius RAW novel - Chapter (63)
천재 로스쿨생이 되었다 63화(63/159)
천재 로스쿨생이 되었다 63화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한설의 출신 고등학교도 성문고였다.
졸업한 뒤에도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 활동 등에 자주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이런 데서 보게 될 줄이야.
내가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니, 강소희가 스마트폰을 홱 거두어 갔다.
“눈 돌아간 거 봐. 선배님이 예쁘긴 하지만, 당신 같은 인간이 넘볼 분은 아니니까 꿈 깨요.”
강소희는 계속 뭐라고 주절댔지만, 나는 깔끔히 무시했다.
대신 주머니에서 내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깐, 당신 뭐 하는…….”
“어. 난데.”
– 여보세요?
스피커폰을 켜 두었기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 한설 선배님?
그 익숙한 음성에, 강소희가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바쁘냐?”
– 당연히 바쁘지. 우린 늘 그렇잖아. 너야말로 열람실 안 나오고 어딜 쏘다니는…….
“잠깐 일이 있어서. 그건 그렇고, 뭐 하나만 물어보자.”
– 뭔데?
“너 성문고등학교 후배 중에 강소희라는 애 아냐?”
– 강소희? 으음…….
전화 너머의 한설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꾸했다.
– 잘 모르겠네. 멘토링 할 때 본 앤가? 그러면 기억하기 좀 힘들 수도 있어. 그거 워낙 많은 애들 상담해 줘야 하는 활동이라, 한 사람 한 사람 다 머리에 담아 둘 수가 없거든.
“그러냐? 알겠다.”
– 잠깐. 근데 고등학교 후배는 왜 묻는 거야. 너 혹시 옛날 버릇 살아나서…….
“끊는다.”
– 야, 박유승!
“그러시다는데요?”
나는 강소희를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그녀가 인맥이랍시고 자랑했던 한설은 정작 강소희를 기억하지도 못하지 않느냐, 하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설은 대체로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드물었다.
강소희에게 잘 대해 주었더라도 그것은 수많은 후배들에게 똑같이 베푼 친절일 뿐.
강소희라는 개인을 알아준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그만한 관심을 기울였다면 진작에 내면을 꿰뚫어 보고 멀리했겠지.’
강소희의 이런 모습을 알았다면 칼같이 쳐냈을 사람이다.
강소희는 넋이 나간 얼굴로 이쪽을 본다.
“하, 한설 선배님은 어떻게…….”
쐐기를 박아 줄 때다.
“동기거든.”
나는 품을 뒤져서 두 장의 카드를 꺼냈다.
“대학도, 로스쿨도 말이야.”
한 장은 한국대 경영의, 다른 하나는 한국대 로스쿨의 학생증이었다.
그걸 본 강소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 * *
이제 출발하시죠, 도련님.
행사 참여를 마치고 돌아온 최 기사는 행복해 보였다.
오랫동안 미련으로 두고 있었던 일이 해결된 것이다.
그는 멀찍이서 걸어오는 내내 최수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내 앞에서는 그래도 체면을 차리는 것인지 살짝 떨어져 있었지만.
“괜찮겠습니까? 따님과 더 시간을 보내지 않으시고요.”
“이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시간에 맞추려면 슬슬 출발해야 해요. 자, 너도 인사하렴.”
그러더니 최 기사는 곁에 선 최수빈을 툭 쳤다.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총총 걸어 나온 최수빈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얌전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이 아가씨가 강소희에게 아이스커피를 들이붓던 장면을 나는 잊을 수 없었다.
‘이 친구도 여간내기는 아니야.’
강소희와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었다.
그녀는 제발 오늘 있었던 일을 한설에게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애걸했고, 나는 그렇다면 최 기사 부녀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 죄송, 합니다…….
강소희는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으며, 다시는 최수빈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설은 그녀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여전히 강소희에게 한설은 중요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어차피 진심 어린 반성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교화주의자이다.
그러나 강소희가 자연스럽게 내뱉었던 모진 말들을 생각하면, 그녀가 이걸로 정신을 차리고 올곧은 사람이 될 거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것은 잘못된 교육과 학습으로 물들여진 천성이었다.
스스로 오늘의 일을 반추하며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게 된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으나, 그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일단은 최 기사와 그의 딸을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고, 더는 그러지 못하도록 고삐까지 쥐었으니 이걸로 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은 사과를 받는 당사자인 최수빈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 용서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이걸로 됐어.
그렇게 매듭지은 후, 그녀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강소희를 내버려두고 등을 돌려 교실을 떠났다.
“아빠, 아니 아버지께서 오실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한 건 없습니다. 그냥 전화드렸더니 회장님께서 허락해 주셨을 뿐이에요.”
“그래도요. 감사합니다.”
최수빈이 꾸벅, 하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할 일은 그것만이 아니란다.”
최 기사가 끼어들었다.
“저번에 갖다준 문제집 기억하니? 그거 찾아주신 분도 도련님이셔.”
“정말요? 그거 풀면서 성적 엄청 많이 올랐는데.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그 문제집은 유명 학원의 재수종합반에서 만들고 쓰는 자료였다.
원칙적으로 유출이 금지되어 있는 만큼, 기숙 생활을 하는 그곳 원생들이 아닌 한 좀처럼 얻을 수 없는 물건이기도 했다.
아무리 딸의 교육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 최 기사라도 내가 아니었더라면 구할 수 없었으리라.
‘나도 영양사분 아드님이 아니었다면 못 구했겠지.’
다만 선물이라고 줘 놓고 생색을 내는 건 멋 없는 짓이었기에, 나는 애매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넘어갔다.
“그럼, 가시죠.”
최 기사와 함께 돌아서서 걸어가고 있으려니, 등 뒤로 멀찍이서 최수빈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저기…….”
최수빈이 외쳤다.
“저,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해서, 어, 도련님처럼 멋진 로스쿨생이 되고 싶어요!”
오늘 하루 동안 두 번째로 듣는 로스쿨 목표 선언이었다.
물론 첫 번째와는 듣는 기분이 판이하게 달랐다.
그 와중에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도련님’을 고른 게 퍽 웃겼다.
하기야 제 아버지도 그렇게 부르니까 별수 없었을 것이다.
대답 대신 손을 흔들어 보이고, 우리는 박건의 저택으로 향했다.
“오늘 일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아잇, 뭘 또 그러십니까. 최 기사님이야말로 고생하셨죠. 새파랗게 어린 친구한테 그런 말까지 듣고…….”
“하하, 아이들이 뭘 알고 하는 소리겠어요. 다 어른들 보고 배운 거지. 저희 세대의 잘못이 큽니다.”
그보다 더한 말도 숱하게 들어봤답니다, 하고 최 기사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 살펴 가세요.”
본가의 정문 앞에서 최 기사와 헤어진 나는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 가정부 한 분이 나와 나를 맞이해 주었다.
묘하게 얼굴이 눈에 익다 했더니, 저번에 왔을 때 내가 방을 청소하는 걸 보고 놀랐던 그 가정부였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도련님.”
기분 탓인지 저번보다 대하는 태도가 싹싹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일곱 시에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방에 도착하자 가정부는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그대로 물러났다.
저번에 왔을 때와 같은 방이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그 뒤로도 관리 좀 한 것 같은데?”
방치된 실내 특유의 쌓인 먼지나 꿉꿉한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침대며 책상 등의 가재(家財)들은 깔끔하고 가지런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었고, 어딘가 상쾌한 향기까지 공기 중에 맴돌고 있었다.
저번에 왔을 때 내가 청소했다고는 해도 벌써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른 참이었다.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방이 이런 상태일 수는 없었다.
폐품창고처럼 방치되고 있던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나 다름없었다.
‘보고 있냐, 박유승. 내가 이 집에 네 자리를 만들었다.’
이제는 박유승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이 집구석에서 없는 것, 내지 없어져야 할 것 취급을 면했다는 뜻이리라.
뿌듯한 마음을 품고, 책상 앞에 앉았다.
“일곱 시라고 했지.”
지금 시간은 얼추 오후 여섯 시 십 분 즈음. 시간이 애매하게 붕 뜬다.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물론 하나뿐이었다.
“즐거운, 객관식, 공부.”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고 있노라니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런 자투리 시간에 손에 집히는 대로 객관식 문제 풀이를 돌리는 버릇을 들여 두면 좋다.
깊이는 별거 없지만, 압도적인 양 탓에 막상 시험이 닥쳐서 대비하려고 하면 부담스러운 게 바로 객관식이니까.
평소에 한 번씩이라도 더 봐 두면 좀 더 자신 있고 편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아무 페이지나 적당히 집어 펼쳤다.
[문 75. 불법행위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불법행위라.’
너무나 중요한 개념이 아닐 수 없었다.
현대에 와서 벌어지는 민사소송은 결국 크게 나누면 둘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저놈이 나한테 뭘 주기로 했는데 안 줬다며 다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놈이 못된 짓을 하는 바람에 내가 이렇게 손해를 봤으니 배상하라고 다투는 것이다.
전자는 계약상의 채무와 관련된 분쟁. 후자가 바로 불법행위와 관련된 분쟁이다.
다만 중요도에 비해 수험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은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다.
결국엔 저게 정말로 나쁜 짓인가, 나쁜 짓이라면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얼마인가, 이를 책임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만 규명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부분들과 얽힌 쟁점들을 머릿속으로 가볍게 떠올려 본다.
‘위법성, 인과관계, 일실이익의 계산, 과실상계, 공동불법행위자의 연대책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민법, 특히 채권법은 제대로 보지 못한 지 좀 되어서 걱정했는데 역시 반복 숙달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① 유효한 고용관계는 없지만 사실상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지휘, 감독 아래 그 의사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관계에 있을 때도 사용자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맞는 지문이네.’
일찍이 요양원 사건에서 문제되었던 사용자책임과 관련된 지문이다.
당시에는 요양원의 직원인 보호사의 행위가 문제였으므로, ‘사용자-피용자 관계’가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명확한 고용관계가 없을 때도 있다.
예컨대 남편이 운영하는 가게에 나와 일을 돕는 아내를 생각해 보자. 이들이 고용계약서 같은 것을 썼겠는가?
하지만 아내가 실질적으로 남편 휘하의 직원들이 하듯이 미용실의 업무를 하고 있었다면, 남편으로서는 직원을 대하는 고용주가 그러하듯이 아내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고용 유사한 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좋아, 다음.’
② 미성년자에게 책임능력이 있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라면,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더라도 감독의무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게 답이네.’
미성년자는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없는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얘가 뭘 알고 그랬겠느냐는 소리다.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전시된 사탕을 가져갔다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부모까지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사탕값을 물어야 가게 주인도 억울하지 않을 것 아닌가.
그렇게 해맑은 아이 대신 부모에게 사탕값을 받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소위 감독의무자의 책임이라는 개념이다.
다만 이 지문은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를 묻고 있다.
아이가 세 살배기가 아니라 열여덟 살쯤 됐다면, 돈 안 내고 사탕을 가져가는 게 범죄라는 것쯤은 알 나이다.
그때도 아이 대신 부모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라도, 감독의무자한테 과실이 있으면 일반불법행위는 성립하지.’
결론은 된다. 판례를 기억하고 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몇 문제인가 더 선지를 뜯어보며 풀이를 점검하고 있으니, 똑똑 하고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
박건에게 약속한 보상을 요구하러 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