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Law School Genius RAW novel - Chapter (67)
천재 로스쿨생이 되었다 67화(67/159)
천재 로스쿨생이 되었다 67화
민법 제249조 (선의취득)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때에도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만약 내가 가게에 가서 프라이팬을 하나 산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알고 보니 가게 주인이 자기 소유의 프라이팬이 아니라, 옆 가게 사람이 잠깐 맡겨 놓은 물건을 멋대로 나한테 팔아먹었다.
옆 가게의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제 소유도 아닌 물건을 왜 마음대로 팔아먹는단 말인가.
애초에 판매용 프라이팬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어차피 팔아먹을 물건이었으니 수고를 덜었다고 생각하며 가게 주인한테서 프라이팬 대금을 회수하면 된다.
하지만 사실 팔 생각이 없는 물건이었다면 어떨까?
세상에 100개밖에 없는 한정판 단종 프라이팬이라면?
혹은 옆 가게 사람의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남긴 하나뿐인 유품이어서, 결코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건이라면?
이런 경우 프라이팬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정당하게 돈을 내고 물건을 구입한 고객인가, 원래부터 프라이팬의 진정한 소유주였던 옆 가게 사람인가.
옆 가게 사람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현행 민법은 고객의 손을 들어준다.
“그야 원래 소유주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 하나를 살 때마다 매번 ‘이게 정말 당신의 소유가 맞느냐’며 일일이 확인해야 할 테니까요.”
그것은 매우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심지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부동산, 그러니까 건물이나 토지 등은 등기를 통해서 진짜 소유주를 쉽게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물건, 즉 동산 경우에는 고객 입장에서 누가 진짜 주인인지 알아볼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네가 잘 알아보고 샀어야지’라고 몰아붙이며 고객에게서 물건을 뺏어가 주인에게 돌려준다면, 어마어마한 불신과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존중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선의취득인 셈이다.
– 그, 그게 말이 돼요?
“현행법이 그렇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동산, 그러니까 물건에 대해서는…….
– 그래요, 그거! 물건!
윤수아가 빽 소리를 질렀다.
– 지금 우리 솜이가 물건이라는 거예요?
“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민법 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판례는 동물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고 봐요.”
애초에 살아 있는 생명이며 스스로 감정이란 걸 느끼는 동물이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있고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법적으로는 물건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솜이는 물건이고, 물건인 이상 A씨와의 내막을 모르고 입양한 입양자는 솜이에 대한 소유권을 선의취득한다는 이야기다.
– 말도 안 돼.
윤수아가 분개했다.
– 그런 법이 어딨어요? 그럼 누가 내 물건 훔쳐 가서 팔아도 절대 못 돌려받는단 말이에요?
“아, 그건 아닙니다.”
나는 부연했다.
“도품, 유실물에 대한 특례라는 게 또 있거든요.”
제250조 (도품, 유실물에 대한 특례)전조의 경우에 그 동산이 도품이나 유실물인 때에는 피해자 또는 유실자는 도난 또는 유실한 날로부터 2년 내에 그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도품이나 유실물이 금전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선의취득을 인정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신뢰와, 정당한 소유권자의 권리의 가치를 비교했을 때 전자를 좀 더 보호해야 한다고 입법자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밑바탕에는 ‘그러게 네가 잘 간수했어야지’라는, 원래의 소유권자에게도 조금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비난이 포함된다.
한데 도둑질을 당한 경우나, 잘못 없이 잃어버린 경우에는 비난하고 자시고 할 게 없다.
원치 않게 물건을 잃은 소유주에 대해서까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 도둑질을 당했다면 물건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달아 두는 것이다.
– 그, 그래요, 그럼 그거!
윤수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 잠깐 맡아 둔 사람이 멋대로 물건을 팔아먹으면 그게 도둑질이랑 다를 게 뭐예요? 이걸로 돌려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나쁘지 않은 발상인걸.’
실제로 물품의 보관자가 멋대로 그 물건을 처분하는 경우, 절도죄는 아니더라도 같은 재산죄인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아울러 재산죄로 취득한 물건은 싹 다 형법상 장물로 취급한다.
장물이니까 도품이고, 도품이니까 반환특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은 나름 논리적이었다.
“안 됩니다.”
하지만 나는 이를 부정했다.
“점유보조자…… 그러니까 물건을 맡아 둔 사람이 처분한 경우는 민법상 도품으로 안 보거든요.”
‘그러게 네가 잘 간수했어야지’라는 비난의 연장선이다. 네가 믿고 맡긴 사람 아니냐, 맡길 사람을 똑바로 골랐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소유주는 맡길 사람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고객은 아무것도 모르고 돈 주고 샀을 뿐이니 딱히 잘못한 게 없다.
이를 비교형량한 결과 법은 고객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 무, 무슨 그딴…….
윤수아는 이를 갈았다.
– 당신, 그렇게밖에 답변 못 해요? 그게 진짜 최선이야?
‘응. 최선이야.’
사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솜이를 돌려받겠다고 하면 시도해 볼 만한 길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선의취득이 성립하려면 일단 고객이 아무것도 ‘모르고’ 물건을 샀어야 한다.
물론 서휘성 씨는 솜이가 A씨의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샀다고 확답했지만, 법정에서의 싸움은 결국 주장과 증거의 싸움이다.
어떤 식으로든 A씨를 구슬려 이쪽에 유리한 증언을 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거래 자체가 무효라거나 취소라는 쪽으로 다투어 볼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고양이의 매매를 결정했다.
이 당시 A씨는 만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고, 유효한 거래 행위를 할 수 있을 만한 의사능력이 없었으므로 무효라는 주장도 가능하긴 하다.
‘어느 쪽이든 A씨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지만.’
인간은 쉽게 타성에 길들여지는 동물이다.
오랜 시간 동안 윤수아의 시녀로 살아온 A씨다.
조금 어르고 달래 주면 원래의 사이로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8년이라는 세월은 길다.
그동안 A씨의 유약한 영혼은 잘못된 역학관계에 맞추어 이미 우그러지고 비틀렸다.
그걸 조금 흔들어서 장악하는 건, 그동안 지배력을 행사해 온 윤수아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다.
A씨와 윤수아 간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전과 같이 윤수아는 A씨를 이용할 테고, 그런 윤수아에게 A씨는 저항하지 못하고 또다시 휘둘리고 말 터였다.
솜이도 제대로 된 보호자를 잃고 윤수아의 막장 같은 사육 환경으로 되돌아가고 말리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훌륭한 변호사는 효율적인 일 처리를 미덕으로 삼는다.
그런 이에게라면 쓸데없는 절차 없이 분란을 해소하는 최적해(最適解)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목표는 훌륭한 변호사가 아니다.
세상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사람. 그러기 위해 검사가 되기를 꿈꿔 왔다.
그저 의뢰인이 주문한 대로 플랜을 짜 주는 게 전부라면, 법 따위 공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윤수아 씨.”
– 뭐, 뭔데요.
낮게 가라앉은 내 어조에 윤수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윤수아 씨가 진짜로 바라는 건, 뭡니까?”
– ……네?
“솜이, 사실은 그렇게 사랑하진 않으시죠?”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고양이의 모습.
동물애호가라면 학대라고 소리 높여 비난했을지도 모를 모습이었다.
“모처럼 키운 유튜브를 포기해야 할까 봐, 그 수익과 유명세를 지키고 싶어서 고양이를 필요로 하는 거 아닙니까?”
– 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
“만약.”
확인해야 했다.
“유튜브로 얻을 수 있었을 모든 수익, 아니 그 이상의 금전에 더해 솜이의 값까지 더해서 받을 방법이 있다고 하면.”
한 박자 숨을 들이쉬고, 묻는다.
“솜이, 포기하실 수 있습니까?”
– 뭐, 뭐라고요……?
어쩌면 내가 잘못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윤수아는 성정이 좋은 인물이라고는 못 하더라도 자기 고양이를 아끼는 마음은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단지 키우는 방법을 잘 모르고 어설픈 양육자였을 뿐이라면.
그렇다면 윤수아는 이 질문에서 엄청난 모멸감을 느낄 것이다.
무례한 상담가에게 잔뜩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정중하게 사과하고, 지금에라도 다른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면 된다.
그런 경우를 위한 대비책도 생각해 두었다.
‘하지만.’
– ……무슨 방법인데요?
유감스럽게도 윤수아는 나의 무례를 힐난하는 대신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사실상 내가 말한 내용의 전부를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야, 사양할 필요가 없겠지.’
여기서부터가 중요한 부분이었다. 윤수아의 속물적인 면모를 최대로 이용해야 했다.
나는 목소리를 낮춰,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될 비밀을 전하는 것처럼 속삭였다.
“차예솔 씨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세요.”
선악과를 가리키는 뱀처럼 간사하게.
“명목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741조의 부당이득반환청구입니다.”
-네?
“자기 소유가 아닌 고양이를 처분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불법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전부. 이 경우에는…… 솜이가 없어져서 유튜브를 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하는 손해와, 반려동물을 잃은 정신적 피해액을 포함할 수 있죠.”
– 어, 어…….
“상당한 액수가 될 겁니다. 증명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앞으로 벌 수 있었을 수입 전부를 한 번에 받아 낼 수 있는 거니까요. 고양이를 처분하고 받은 대금은 부당이득 명목으로 돌려받을 수 있고요.”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었다.
실제로도 거짓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해배상의 계산 방법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말한 바와 같다.
특히 영업의 주요 수단이 되는 물건을 손실케 하는 경우 영업이익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 유튜버에게 영업의 주요 수단이 무엇인가? 바로 반려동물 그 자체다.
차예솔의 처분행위 때문에 솜이를 잃게 되었다면, 당연히 그로 인한 손해에는 ‘앞으로 유튜브를 통해 얻을 수 있었을 수익’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 어, 아, 오……?
윤수아 또한 꽤나 솔깃한 것 같은 눈치였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진단서]내 손에 쥐어진, 그리고 이미 차예솔에게도 한 부 전송한 동물병원 진단서.
말할 것도 없이 이건 서휘성 씨가 병원에서 떼온 바로 그 진단서였다.
여기에는 진료 당시 솜이의 기대 수명이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는 수의사의 소견이 똑똑히 적혀 있다.
‘앞으로 얻을 수입? 웃기지도 않아.’
한 달도 못 살 고양이로 얻을 영업이익이 있으면 얼마나 있단 말인가.
조사해 보니 윤수아가 자기 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주기는 한 달에 많아야 네다섯 번.
그 영상들과, 기존 영상에 쌓이는 조회수로 얻는 돈이 전부일 것이다.
알고리즘은 냉정하다.
솜이가 죽어서 영상을 더는 올리지 못하게 됐다면, 그녀의 채널은 빠르게 잊혀졌을 것이다.
기존 영상의 노출도 점점 줄어들어 유입이 마르게 되겠지.
결국 어떻게 계산해 봐도 앞으로 기대할 수 있었을 수입이란 사실 푼돈에 불과했다.
“분명, ‘상상도 못 할’ 금액일걸요?”
그렇게 한마디 덧붙이자, 결국 설득당한 윤수아가 냅다 외쳤다.
– 하, 할래요. 너무 좋은 생각이다!
‘바보 같으니.’
이걸로 두 사람의 문제는 법정에서의 다툼으로 넘어갔다.
한번 발을 들인 이상, 물러설 길 없는 싸움터.
차예솔의 말을 떠올린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싸워 보고 싶다고, 했었죠.’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그녀의 손에는 내가 쥐여 준 무기가 있고, 그걸 휘두르지 않으면 막대한 배상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까지 무대를 준비해 주고 등을 떠밀었는데도 싸우지 못한다면야 별수 없다.
그런 폐급은 어차피 하느님이 와도 구제하지 못한다.
물론 차예솔의 말마따나 대가도 제대로 치르게 된다.
민사소송이란 결코 만만한 절차가 아니다.
상당한 시간과 심력을 소모하게 될 것이고, 비용도 제법 들어간다.
어찌 됐든 물어줘야 할 돈은 결국 물어주게 될 테고.
‘단지 그게 윤수아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금이 아닐 뿐이지.’
무엇보다도 큰 장점은 윤수아가 이번 상담에 대만족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르니까.
알게 되었을 때쯤에는, 글쎄.
“이미 늦었을걸.”
* * *
이튿날 아침.
나는 단톡방을 통해 최성철로부터 이번 상담에 대한 의뢰인의 만족도 평가 점수를 전해 받았다.
[사건 1 ——- 10/10]말할 필요도 없이, 만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