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11)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11화(111/235)
#111 집으로 가까이 갈수록
#111 집으로 가까이 갈수록
나무 위에서 내려다본 거라 머리 윗부분과 몸통의 일부만 언뜻 보였다.
검은색에 가까운 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거리가 제법 멀기도 하고, 나무에 가려 전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환은 놈이 굴속으로 들어가는 걸 본 뒤, 재빨리 나무에서 내려왔다.
다시 마력으로 주변을 탐지한다. 굴이 있는 장소에 바람이 닿으면서 놈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까 나무에서 보았을 때 생각한 것보다 큰 놈이었다.
2미터에 가까운 자신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큰 게 아니다. 탐지한 느낌으로는 훨씬 더 큰 것 같다. 두 배 까지는 안 되더라도 1.5배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놈의 품에 뭔가가 있었다.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딱딱하지도 않았다. 마치 죽어있는 생물을 안고 있는 듯한….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주환은 마력 탐지로 놈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조용히 숲길을 달렸다.
키 큰 나무에 열대 야자나무 같은 것이 듬성듬성 섞여 있다. 그 나무 밑을 한동안 달리자, 놈이 있는 굴 근처에 도착했다.
주환은 탐지 범위를 조금 좁히고 굴속을 세밀하게 훑기 시작했다.
굴 속은 제법 넓은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몇 명 들어가도 넉넉하게 움직일 것 같다.
‘….’
주환은 굴의 입구를 노려보았다.
이상한 일이다. 굴 속 바닥 여기저기에, 아까 놈의 품 안에 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의 것이 있었다.
움직이지는 않는다. 뭔가가 그냥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살아있지 않다. 딱딱한 물건도 아니었다.
거기에서 떠오르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시체.’
싫은 상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굴에서는 괴이한 악취가 풍겨오고 있었다.
동물인지, 인간인지, 그런 것은 모르겠다. 하지만 굴속으로 들어간 놈보다는 훨씬 작은 것이다. 먹이로 잡아온 짐승인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왜 먹지 않았을까가 의문이지만.
주환이 한 발 앞으로 내디뎌 굴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속에서 검은 형체가 튀어나왔다.
크어어어!
위협적인 소리를 내지른다.
아까 굴속으로 들어갔던 놈이었다.
주환의 냄새를 맡았는지, 놈은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곧바로 나무 사이를 달려오고 있었다.
햇빛 아래서 놈을 보고, 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뭐야, 저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릴 만큼, 놈의 모습은 어딘지 괴상해 보였다.
녀석의 몸은 생각했던 대로 검은색이었다.
네발로 엎드린 형태인데도 주환보다 시야가 높다. 굉장히 큰 놈이었다. 시선을 약간 위로 올려야만 놈의 얼굴이 보였다.
머리 위에는 큼직한 귀가 두 개 달려 있고, 얼굴 가장자리에는 거칠어 보이는 검은 털이 둥글게 나 있었다. 사자처럼 얼굴 주위에 짧은 갈기가 나 있는 느낌이다. 이마와 콧등, 입 주위는 노란색이었다.
하지만 사자와 달리 놈의 얼굴에는 털이 없다. 원래 털이 없었다기보다는 모두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더 컸다.
놈의 몸에도 털은 거의 없었다. 매끈해진 가죽에, 아직 빠지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검은 털이 듬성듬성 있을 뿐이다.
몸을 덮고 있는 검은 가죽은 마치 풀로 잘못 붙여 들뜬 종이처럼 군데군데 구겨져 있었다.
그리고 놈의 앞발에는 새끼 곰이 안겨 있었다. 얼핏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죽어 있었다. 팔다리가 축 늘어져, 놈이 뛸 때마다 흔들흔들 움직였다.
‘설마, 이거 곰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면, 곰의 모습이 남아 있다. 곰의 털이 모두 빠지면 이런 모습이 되는 모양이다. 혹시 병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곰은 순식간에 주환의 앞까지 달려와 앞발을 들고 일어섰다.
털 빠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괴상한 소리를 지르더니, 비어있는 팔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휘두른다.
주환은 바람을 두른 팔로 곰의 앞발을 막았다.
펑, 소리가 나며 바람이 곰의 팔을 튕겨냈다.
인간 따위가 자신을 막아낸 것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곰이 어리둥절한 것 같더니,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품에 새끼의 시체를 꼭 안은 채 다시 다시 주환에게 덤벼든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와 달리, 주환의 손에 화살이 한 대 들려 있었다.
주환은 마력 두른 화살을 허공으로 던졌다. 화살이 바람을 타고 치솟아 오르며 곧바로 곰의 얼굴을 향했다.
하지만 연습과 실전은 조금 달랐다. 몸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머리로만 화살을 조종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른 때처럼 자유자재로 화살을 움직이기 어렵다. 아무래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생각이 분산되었다.
주환은 곰의 공격을 피하면서 동시에 허공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화살이 그의 손아귀에 잡힌 것처럼 각도를 꺾는다.
‘좋았어. 됐다.’
생각만으로 어려우면 동작도 함께 하면 된다.
단지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은 주환의 생각을 확실하게 잡아냈다.
마치 공간을 이동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화살을 잡은 것 같다. 가상현실 속의 아바타를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주환은 곰의 눈을 향해 팔을 힘껏 눌렀다. 화살은 그의 동작에 따라 곧바로 아래를 향했다.
핑.
짧은 바람 소리를 내며 화살이 곰의 눈을 파고들었다.
나무를 뚫고 들어가는 정도의 힘이다. 화살은 곰의 눈으로 들어가 뒤통수로 빠져나왔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피 묻은 화살이 바닥에 박혔다.
곰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한 손으로 눈을 막는다. 비틀거리며, 곰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주환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미 곰이 도망치려는 듯 몸을 돌렸다. 피를 뚝뚝 흘리며 굴의 입구를 향해 곰이 달렸다.
하지만 여전히, 곰은 팔에 새끼를 안고 있었다. 죽은 새끼 곰의 몸이 커다란 어미의 등 너머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미안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고통 속에서도 죽은 새끼를 놓지 못하는 어미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없었다면 계속해서 나름의 일상을 살아갔을 터인데, 공연히 인간이 짐승의 숲에 들어와 그들의 삶을 방해한다.
둘 중에서 고르라고 하면, 곰이 아니라 주환 자신이 나쁜 것이다.
하지만 불쌍하다고 해서 내 가족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주환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도끼를 들었다.
곰의 덩치가 너무 커서 화살로 죽이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가급적 고통을 주지 않고 단숨에 죽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끼로 목을 자르는 게 가장 빠르다.
주환의 거구가 곰을 향해 달렸다.
그것을 느낀 듯, 곰의 발이 더욱 빨라졌다. 자동차 정도의 속도는 되는 게 아닐까. 거대한 몸집에 맞지 않게 빠르다.
주환은 다리에 바람을 둘러 땅을 박찼다. 몸이 훌쩍 위로 뛰어오른다.
동시에, 주환은 곰의 몸 근처에 마력을 펼쳤다. 긴 시간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짧은 순간이라면 공기의 흐름을 조종할 수 있다.
도적들을 죽일 때와 요령은 비슷했다. 단지 이번에는 범위가 다소 넓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린 것처럼, 곰이 그 자리에 멈춘 채 발버둥 쳤다.
주환은 곰의 등으로 떨어지면서,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팔에 바람 마력을 두른 상태라, 도끼는 단숨에 곰의 목을 파고들었다. 도끼가 두터운 살집을 파고들어, 목뼈를 반쯤 잘랐다. 곰의 머리가 옆으로 기우뚱한다.
애통한 비명소리가 허공으로 울려 퍼졌다.
한 번 더.
주환은 다시 도끼를 높이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곰을 억제하고 있던 마력이 뚫렸다.
“!”
마치 곰의 몸에서 날카로운 뭔가가 나와 주환이 친 마력 그물을 찢어버린 것 같다.
곰이 갑자기 버둥거리며 몸을 움직이면서, 주환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곰은 약간 건들거리는 머리를 흔들며 굴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저놈, 보통 곰이 아니구나.’
어쩌면 마수인가. 아니, 마수일 수밖에 없다. 목이 반이나 잘렸는데 멀쩡하게 달려가다니, 마수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거다.
‘하지만 아까 그 새끼는 분명히 그냥 곰이었는데.’
곰의 털이 빠진 건 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짐승이 마수로 바뀌는 과정이었을지도.
‘마수는 마수로 태어나는 건 줄 알았지만 아니었나. 짐승이 마수로 변하는….’
아니, 아니, 머리 둘 달린 오르토스나 유니콘이 마수로 존재하는 걸 보면 처음부터 마수로 태어나는 놈도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게 대부분이지 않을까.
하지만, 보통 짐승이 마수가 되는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상한 일이다. 살아있는 것이 다른 존재로 바뀌다니. 다른 곳에 있는 마수도 그런 건지, 아니면 이곳이 특별한 건지.
주환은 곰이 뛰어든 굴속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까부터 풍겨오던 악취가 더욱 심해졌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굴은 입구가 나뭇가지로 반쯤 막혀 있기 때문에 어두침침했다. 빛은 입구에서 가까운 거리까지 밖에 닿지 않는다.
주환은 손에서 작은 불을 냈다. 어스름한 손바닥의 빛이 동굴을 비췄다.
“맙소사. 이게 무슨.”
굴 안은 작은 동물의 썩은 사체로 가득했다. 새끼 곰, 토끼, 늑대, 어떤 건 거의 백골이 되었다. 개중에는 인간의 어린아이도 있었다. 어느 것이나 모두 새끼들이다.
주환의 시선이 구석을 향했다.
어미 곰은 굴 안쪽에 선 채 주환을 보며 으르릉거리고 있었다. 머리가 약간 기우뚱, 깨끗하게 반쯤 잘린 목뼈가 찢어진 피부 밑으로 조금 보였다.
어미는 여전히 새끼 곰을 안고 있다.
저 녀석의 새끼라고만 생각했는데, 굴에 있는 사체들을 보면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닥치는 대로 어딘가에서 새끼들을 훔쳐 온 것 같다.
어쩌다 새끼를 잃었던 거겠지.
병으로 죽었거나 다른 짐승에게 죽었을 수도 있다.
그 상태에서 마수가 되었거나 발광했거나, 어쨌든 자신의 새끼가 죽은 걸 모르고, 저 녀석은 어딘가 새끼가 있다고 믿은 채 지금도 계속 찾아 헤매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안고 있던 새끼가 썩어 버리면 그게 제 새끼가 아닌 걸 깨닫고, 혹은 이미 죽은 제 새끼라고 생각해 이곳에 둔 채 다시 새로운 새끼를 찾아….
주환은 바람으로 어미 곰을 휘감아 밖으로 끌어냈다.
질질 끌려온 곰을 햇빛에 뒤집는다.
어딘가에 마석이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전신의 힘을 모두 끌어올려 발버둥 치는 곰을 강하게 눌렀다.
버둥거리며 허공을 휘젓는 곰의 발톱 하나가 햇빛을 받아 번쩍 빛났다.
‘저건가.’
주환은 화살을 한 개 꺼내 곰의 발을 노렸다. 마력으로 휘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된 발을, 곧이어 화살이 꿰뚫었다.
반짝거리는 작은 돌이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까이 다가간 주환의 도끼가 허공을 가르며 곰의 목 위로 떨어졌다.
거의 동시에, 곰이 허공을 향해 비통한 울음소리를 냈다. 바람 빠지는 듯한 호흡이 그 뒤를 이었다. 영혼이 입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서히 동작이 느려지는 곰에게 몸을 굽혀 발을 들여다보자, 발톱과 발바닥을 잇는 부위에 마석이 있었다.
그리고 발바닥에서 발목에 이르는 부위까지 작고 동그란 달팽이 무늬가 그려져 있다. 젠탱글이다.
곰의 다른 발바닥도 마찬가지였다.
마석은 한 군데뿐이었지만, 젠탱글은 네 발 모두에 그려져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혹시 연화가 한 짓일까.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있던 이상한 덩굴의 모양을 떠올렸다. 그것도 동그랗게 말린 달팽이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곰의 몸을 살펴보았지만 더 이상의 무늬나 마석은 없었다.
녀석이 안고 있던 새끼 곰은 보통의 짐승이었다.
주환은 어미 곰을 거꾸로 뒤집어 밧줄로 나무에 묶었다. 피 빼기 작업이다.
마석이 있으면 엄연한 마수다. 불쌍한 마음은 있었지만, 비싼 마수 가죽을 그냥 버릴 생각은 없었다.
바람을 이용하면 곰의 몸도 어렵지 않게 허공에 올릴 수 있다. 작업은 토끼를 처리하는 것보다도 쉬웠다.
곰 마수의 피를 빼는 동안, 주환은 죽은 새끼 곰의 사체를 굴에 넣고, 마른 나뭇잎과 잔가지 들을 모았다.
항상 들고 다니는 송진 가루를 굴 안에 뿌리고, 불을 붙인다.
거기에 마력을 조금 더하면, 굴속에 있는 사체는 순식간에 타올랐다.
불은 굴속에 있는 모든 것을 태우고 한참 뒤, 시커먼 그을음과 재만 남긴 채 꺼졌다.
곰마수의 가죽과 고기를 챙겨 돌아가는 길, 주환은 돌돌 말린 괴상한 덩굴이 얼마나 있는지 유심히 나무를 살폈다.
집 근처에서는 심심찮게 보이던 젠탱글 무늬의 덩굴이, 이곳에는 없다.
걸음을 계속 옮기며 점점 집에 가까워지자, 나무를 타고 올라간 기생 덩굴이 젠탱글 무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으로 가까이 갈수록 젠탱글 무늬로 동그랗게 말린 덩굴의 수가 조금씩 늘어났다.
‘뭐지?’
확인을 위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집을 향해 가는 동안, 주환은 이상하게 집 주위에는 그런 덩굴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