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14)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14화(114/235)
#114 이상한 마을을 발견했다
#114 이상한 마을을 발견했다
바람이 휙휙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주환은 즉시 바람 마력을 자신의 앞에 펼쳤다.
방어막이다.
자신이 마법사였으니 망정이지,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피부가 쩍쩍 갈라졌을 것이다. 사람의 피부는 이런 속도를 견뎌내지 못한다.
어느 정도 승마에 익숙해진 뒤, 주환은 간신히 엎드려 있던 상체를 조금 들어 올렸다. 유니콘 갈기만 보던 상태에서, 이제야 겨우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막상 빠르게 지나가는 주변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오히려 몸이 굳었다. 주변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채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솔직히 진짜 무섭다.
상당한 시간을 연화와 함께 지냈지만, 유니콘이 제대로 달리는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기껏해야 마차를 조금 빨리 달리게 한 정도였다.
‘유니콘이라는 게 이렇게 빨리 달릴 줄이야.’
이 정도면 자동차보다 확실하게 빠르다. 지금은 주환이 타고 있으니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한 상태일 거다. 유니콘이 진짜 마음먹고 달리면 제트기보다 빠를지 모른다.
‘산타가 하룻밤 만에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선물을 나눠준다는 것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닐 것 같은데.’
무엇보다 산타라는 존재가 진짜 이 세상에 있으니, 그들이 할 수 있다는 수많은 것들도 실제로 가능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별로 좋은 쪽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산타는 어딘지 모르게 일처리가 허술하다고 할까, 마무리가 좋지 않다. 부모님의 경우에도, 자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조금 더 좋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꽈배기처럼 비틀어 꼬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 길드에 갔을 때 산타가 마수와 신의 중간쯤 되는 존재라고 들었는데, 딱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
걸어서라면 며칠 혹은 그 이상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주환은 어느새 사방의 풍경이 변한 것을 깨달았다. 몇 분 걸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열대 나무가 즐비한 곳으로 들어와 있었다.
납작 엎드려 있던 주환은 연화의 목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연화가 속도를 늦춘다.
주변의 풍경은 여전히 휙휙 지나갔지만, 이제는 사방의 모습을 확인하고 마력 탐지 마법을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속도가 되어 있었다.
아까는 연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탐지 마법을 펼칠 여유가 없었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주변의 상황을 가늠하기도 전에 지나쳐버린다. 심지어 몸 주변에 흘린 마력이, 지나친 속도 때문에 몸에서 빠지자마자 허공으로 흘러버린 듯한 감각까지 있었다.
혹시 연화가 리지와 도로시를 태울 일이 있으면 속도를 너무 높여서는 안 된다고 꼭 주의를 주자.
그렇게 생각하자, 연화가 톡톡 말발굽 소리를 내며 푸드득거렸다. 그 정도는 자신이 알아서 처리한다는 뜻인 것 같다.
“그래, 그래. 너는 똑똑한 아이지. 미안하다.”
주환의 달래는 말에, 연화가 새침한 모습으로 갈기를 약간 흔들었다.
주환은 사방에 마력 탐지를 펼쳤다. 사방에 바람을 보내 주변 사물을 건드려간다.
크고 낮은 나무, 풀, 돌, 동물들, 다양한 것들이 그의 마력에 걸리고 다시 새로운 것이 다가왔다.
차례차례 주변 사물을 확인해가던 주환은 마력 그물에 걸린 것들을 확인하다, 문득 숨을 삼켰다.
이상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없지만, 마력 탐지에 걸리는 마수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다른 곳에 한 마리 정도 있다면, 여기에는 같은 넓이에 서너 마리 이상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지역보다 마수가 많았다.
연화가 이동할 때마다 조금씩 탐지 범위도 변한다. 그때마다 범위 안에 들어오는 마수의 숫자도 달라졌다. 어떤 때는 열 마리 정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해.’
주환은 다시 한번 사방을 둘러보았다. 계속 열대 나무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가 정확하게 어디쯤인지는 모르지만, 이전에는 다른 나무가 섞여 있던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중심부에 상당히 근접해 있는 것 같다.
마력 탐지를 펼치고 있던 주환의 몸이 문득 긴장했다.
멀리 거리를 두고 있던 마수 몇 마리가, 서로를 견제하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직 거리가 멀어서 정확하지 않지만, 주환과 연화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것 같다.
‘나를 먹이라고 생각한 건가.’
주환은 연화의 목덜미를 가볍게 두드렸다.
“너와 내가 합치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생각될 때는 곧바로 도망치자.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마. 우리에게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히이잉. 연화가 가볍게 우는 순간, 가까이 접근해오던 마수가 간격을 무너뜨리고 움직였다.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온다.
연화는 계속해서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마수도 조금씩 연화와 주환을 쫓아 간격을 좁히며 이곳으로 이동해왔다. 확실하게 주환이 먹이로 인증된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 뒤, 마치 연화와 주환의 앞을 가로막는 것처럼 열대나무 사이로 마수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늑대를 닮은 마수가 한 마리, 오소리를 닮은 게 둘, 남은 한 마리는 토끼와 똑같았지만 크기가 컸다. 귀를 제외한 머리가 주환의 허리보다 높다.
‘뭐야, 저거. 괴물인가.’
주환의 눈에는 거대한 토끼 마수가 가장 놀랍게 보였다. 있을 수 없는 크기였다.
이곳의 마수는 오르토스나 유니콘과 달리 원래 동물이었던 것이 변화한 게 많은 모양이다. 곰 마수도 그렇고, 이것들도, 놈들의 모습을 보면 짐승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우연히 그렇게 변했다고 보기에는 수가 많다. 뭔가가 이곳에 사는 동물을 마수로 바꾸는 것 같다.
곰 마수를 봤을 때부터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 이 마수들을 보고 나니 그렇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 거의 확실할 것이다.
‘연화와 오즈 덕분에 집 근처로는 마수가 오지 않는 것 같지만.’
왠지 기분이 불안불안하다. 거리가 멀기는 해도 계속 마수가 생기고 있다면 언젠가는 포화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역시 원인을 알아두는 게 좋겠어.’
주환은 생각하며 연화의 목덜미를 두드렸다.
“처음은 내가 해볼 테니 연화 너는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주환은 그렇게 말한 뒤, 대나무 화살을 여러 개 손에 들었다. 가볍게 마력을 손에 흘린다.
대나무 화살은 쇠촉 없이 끝부분만 뾰족하게 갈아놓은 것이다. 이전에 곰마수를 죽일 때 사용해본 뒤 여러 개 만들어 두었다. 마력이 있으면 굳이 쇠촉이 없어도 된다. 이 정도로도 충분한 위력이 나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름대로 준비도 했으니까.’
화살에는 진득한 송진을 약간 묻혀 놓았다. 집에서 먼 지역에 상당히 넓은 소나무 숲이 있었다. 이것은 그곳에서 채취해온 송진액이다.
숲은 인간에게 지극히 너그럽다. 조금만 눈 돌려보면, 맨몸뚱이 하나로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것들이 선물처럼 놓여 있었다.
주환은 마수의 개수에 맞춰 화살 네 개를 허공에 뿌렸다. 네 개의 화살은 마수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 속도는 느리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화살을 잡아 천천히 허공을 옮기는 것 같았다.
화살이 마수의 코앞까지 날아갔을 때, 주환은 손을 흔들어 마력을 진동시켰다.
화살 네 개가 갑자기 속도를 내며 마수의 목에 각각 박혔다.
화살이 바로 코 앞에 날아올 때까지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고 있던 마수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마수를 죽이지 못한다.
주환은 송진가루를 손가락으로 조금 집어 불을 일으켰다.
손바닥 위에서, 송진 가루가 알갱이 수만큼 작은 불꽃들을 만들어냈다. 마치 소인 나라의 화려한 횃불이 주환의 손바닥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불 마력은 처음 생겨나 그의 몸에 닿아 있을 때는 주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것이 주인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건 손에서 떠난 이후였다.
막상 손에서 떠나면, 조금 전까지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던 마력의 불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을 위협하는 무기가 된다. 그 불길을 만들어낸 마법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손바닥 위에 접해있는 지금은 전혀 뜨겁거나 아프지 않다.
주환은 요정의 장난감처럼 귀여운 불꽃에 마력을 실었다. 불꽃이 화륵 피어올랐다. 보기에는 귀엽지만, 그 안에 포함된 마력은 크기에 비해 어마어마하다. 조금만 마력을 진동시켜도, 불꽃은 순식간에 폭발하듯 커질 것이다.
주환이 손을 뿌리자, 작은 폭탄같은 불꽃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손바닥에 있을 때는 콩알보다 작았던 불꽃이, 순식간에 공기를 잡아먹으며 커졌다.
마수에 도착할 무렵에는 귀엽던 불꽃이 커다랗게 자라, 집채만 한 호랑이도 집어삼킬 정도의 크기가 되어 있었다.
불꽃은 순식간에 마수의 몸을 뒤덮었다. 미처 피하거나 도망칠 겨를도 없었다.
불꽃이 마수를 감싸자, 쾅! 공기가 폭발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마수의 목에 꽂힌 화살이 터졌다.
불속에서 일어난 폭발 때문에 마수의 목이 반쯤 끊어졌다. 마수의 머리가 저마다 기묘한 모습으로 불속에서 퍼덕거리며 움직인다.
고통을 못 이겨 비명을 지르며, 어떤 놈은 바닥을 구르고, 어떤 놈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했지만 여전히 놈들은 살아있었다. 마수는 마석을 파괴하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죽지 않는다.
주환은 다시 화살을 허공에 띄웠다. 이번엔 여덟 개. 화살의 숫자를 두 배로 늘렸다.
주환은 바람 마력으로 화살을 잡아 마수의 발을 향해 쏘았다.
하지만 먼저와 달리 속도는 일정하지 않다. 한두 개는 빠르고 몇 개는 느렸다. 어떤 건 약간 어긋난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직까지는 네 개가 한계인가.’
제대로 화살을 부리기에는 아직 집중력이 모자란 것 같다.
주환은 최대한 비슷한 속도로 화살을 유지한 뒤, 네 마리 마수의 앞발에 각각 꽂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송진가루를 뿌려 화살을 폭발시키자, 네 마리의 마수 중 세 마리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숨이 끊어졌다.
‘추측대로군.’
곰 마수처럼 놈들의 발에 마석이 생겨 있었다.
하지만 한 마리는 목과 앞다리가 모두 폭발한 상태에서도 살아있다. 녀석의 마석은 앞발이 아니라 뒤쪽이었던 것 같다.
주환은 연화의 등에서 내려 거대한 토끼에게 다가갔다. 주로 뒷발로 서는 토끼의 습성 때문이었을까. 살펴보니 오른쪽 뒷발의 발꿈치에 둥근 마석이 생겨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주환을 향해 덤비려고 하는 토끼를 마력으로 누른 뒤, 주환은 주먹으로 마석을 내리쳤다. 싱거울 정도로 쉽게 마석이 조각조각으로 깨졌다.
토끼의 몸은 풀썩거리다 조금씩 바닥에 가라앉더니 마침내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
주환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말 못 하는 짐승들에게 고통을 주어 미안하지만, 한 번에 앞발 여덟 개를 노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지 못했다.
움직일 수 있는 화살의 개수는 조금씩 늘고 있어도 여전히 집중력이 모자라다. 만일 몸으로 싸우는 와중이었다면 이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두 번에 나눠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너덜너덜한 마수들의 몸을 보고, 다시 한숨이 나왔다. 이런 식이라면 마수 사냥꾼으로서도 실격이다. 최대한 가죽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잡아야 하는데…. 아직도 갈 길은 먼 것 같다.
마력으로 주변을 탐지하자, 여전히 걸리는 마수들은 여럿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놈은 더 이상 없었다. 주환이 내뿜은 마력 때문에 강하다 생각하고 경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원래 마수로 태어난 것보다, 동물에서 마수가 되면 조금 약한 것 같다.
가죽의 질도, 놈들이 가진 힘도 그렇다. 오르토스를 상대했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이놈들이 상대하기 쉬웠다. 재생 능력도 거의 없는 것 같고.
단순히 오르토스가 다른 마수보다 강한 걸 수도 있지만, 아마 그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는 또 모르지만.’
수십 년, 수백 년쯤 지나면 동물에서 마수가 된 놈들도 더없이 강해져 있을 수 있다. 마석이 생겼기 때문에 마수가 된다고 하면, 마석에 마력이 많이 모인 마수는 그만큼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땅에는…
한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마수가 불에 탄 냄새가 흔들흔들 바람에 실려 사방으로 퍼졌다.
“….”
주환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어 몸을 굽혔다.
이곳의 공기 자체는 다른 곳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손바닥을 바닥에 대어 보면 다른 곳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땅에 마력이 스며 있었다.
‘이 땅이 동물의 몸에 마석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발바닥에 마석이 생기는 것을 보고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곰 마수를 발견한 땅은 그저 토양이 약간 따뜻한 정도였다. 이토록 뚜렷하게 마력을 느낄 수 없었다.
이곳이 마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모든 동물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조건이 맞으면 아마….
‘이런 식으로 마수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사람이 살지 못하는 마수의 숲이 된 건가.’
주환은 다시 연화의 등에 올라탔다.
“가자.”
이 너머, 열대나무의 중심지에 아마 그 해답이 있을 것이다.
연화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가볍게 달려갔다.
*
열대 나무의 중심은 이상한 곳이었다. 야자수 형태의 나무들이, 한겨울 노르웨이에서나 볼 것처럼 헐벗은 나무와 함께 어울려 서 있었다.
주환이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의 종류를 아는 건 아니다. 단지 보이는 것이 그렇다.
추운 한겨울 눈 속에 서 있는 게 딱 알맞은 듯 보이는 나무들이, 하얀 껍질과 겨울 안개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멀리에서 봤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나무들이다. 어쩌면 열대 나무가 너무 크고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이 나무들이 무슨 신기루이거나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인식 저하 같은 거. 어쨌든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곳은 더욱 이상했다.
“이거, 사람이 살던 곳인가?”
고대 유적처럼, 한때 마을이 존재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버섯처럼 생긴 크고 작은 집에, 둥글거나 사각으로 된 예쁜 굴뚝이 있다. 어떤 집은 꽃처럼 생겼고, 어떤 집은 그저 평범한 오두막이었다.
하지만 굴뚝이 없는 집은 없었다. 벽돌로 만든 굴뚝, 식물 줄기처럼 생긴 것, 형태도 다양하다.
빛바래고, 또 어떤 집은 약간 부서지거나 삭은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단지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먼지가 켜켜이 앉아있었다.
크기로 보면 사람이 살았던 집은 맞는 것 같은데, 분위기는 요정이나 스머프가 살 것처럼 보인다. 묘한 느낌이었다.
혹시 연화는 이런 곳을 알고 있을까 싶었지만, 모르는 모양이다. 연화 역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기저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을은 제법 컸다. 중심에 커다란 광장을 두고, 집이 그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밭이나 논의 흔적은 없다. 일반적인 마을이라면 그런 곳이 없을 리 없는데, 이것도 이상한 일이다. 귀족이 사는 것은 당연히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사람이 사는 마을도 아니었던 것 같다.
마을을 둘러싼 외벽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숲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마을이 언제 생긴 건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 당시에도 이 광대한 숲에는 여전히 짐승과 마수가 살고 있었을 거다. 그런 곳에 마을을 지으면서 외벽을 전혀 만들지 않다니, 정말 이상하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