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16)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16화(116/235)
#116 산타는 항상 일의 마무리가 허술
#116 산타는 항상 일의 마무리가 허술
유니콘은 처음부터 인간 세상에 사는 생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의 세계에서 이곳에 떨어진 짐승일지도….
살아있는 생물인데도 어찌 이리 빠른지. 산타마을을 향했을 때와는 달리, 눈 깜짝할 새에 집에 도착했다. 정말 빠르다.
산타마을에서 집으로 가는 방향에서는 무덤이 먼저 나왔다.
주환은 집에 들르지 않고 굴러떨어지듯 무덤 앞에 내려섰다.
커다란 봉분은 평상시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하기는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 항상 같은, 그저 커다란 흙더미일 뿐이니까.
하지만 주환의 눈에, 오늘의 봉분은 왠지 달라 보였다. 마른 풀로 뒤덮인 무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빠, 엄마.”
봉긋하게 솟은 무덤에 손을 대고 작게 두 사람을 부른 뒤, 주환은 몸을 구부려 이마를 댔다.
“미안해요. 관을 파내야 해. 만일 내가 틀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라면 엄마 아빠가 바라는 대로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하지만 아니라면 정말 죄송해요.”
아무리 부모가 살아 있다 생각해도, 무덤을 파헤치는 데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주환은 몇 번이나 미안하다, 죄송하다 속삭였다.
히이잉, 옆에 서 있던 연화가 답답한 듯 발을 굴렀다. 자신이 스스로 발을 땅에 박으며 파내려고 한다.
이 아이는 아마 무덤이라는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 거다. 사람이 죽어 들어가는 곳이라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을지 몰라도, 그게 인간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자식이 부모의 무덤에 어떤 경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는 거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봉분을 크게 만들고, 꽃 대신 무덤에 풀을 바치는, 부모에게 정성을 다해준 이 아이가 주환은 귀여워졌다.
게다가 주환을 기다리는 절망의 시간 내내, 부모님은 정말로 이 아이에게 많은 구원을 받았겠지. 어머니가 써놓은 편지 속에서 어렴풋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감사의 마음을 담아, 주환은 연화의 앞가슴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진정해.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게 아니야. 단지 무덤 속의 부모님께 양해를 구한 거다.”
연화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갈기를 흔들었다. 역시,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저 빨리하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주환은 연화의 재촉을 받으며 땅을 파기 시작했다.
도구는 사용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힘이 강한 주환이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관이나 시신에 손상을 줄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몸이 살아있는 상태라면 아무리 조심해도 모자랄 것이다.
주환은 손에 약간의 마력을 두른 뒤, 봉분 밑부분에서부터 서서히 파내기 시작했다.
급해지는 마음을 눌러,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끝에 닿는 것을 확인해간다.
무덤의 겉 부분은 일반적인 흙이었다. 딱딱하게 다져져 있었다.
하지만 몇 센티미터 밑으로 들어가면 토양은 완전히 달라졌다. 따뜻하고 포근포근, 마치 솜사탕처럼 흙이 부드러워져 있다. 마력을 두르지 않아도 그냥 파낼 수 있을 정도였다. 산타마을 근처의 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나무줄기가 보였다. 뿌리가 아니다. 덩굴줄기처럼 생긴 것들이 흙에 파묻힌 채 얼기설기 서로 뒤엉켜 있었다. 끝이 동그랗게 말려 있다.
줄기는 땅속에 있을 것들이 아니다. 보통의 무덤이었다면 분명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돌돌 말린 덩굴줄기를 여기저기서 보았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림을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감한 일이다.
주환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흙을 파냈다. 덩굴에 손이 막혀 방해가 된다. 하지만 덩굴을 끊어버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연화가 부모님을 위해 그린 문양이다.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산타마을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 그림을 보고 난 뒤에는 확신이 생겼다.
그림 속에서 덩굴은 시체처럼 누워있는 미녀의 주변을 꽁꽁 둘러싸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아마 이것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하고 있는 거겠지 싶었다. 그런 걸 끊을 마음이 생길 리가 없지.
문득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고맙다.”
주환은 손을 멈추고 덩굴을 보았다. 왠지 모르게 덩굴이 꿈틀 움직인 것 같다.
“….”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식물이 아무리 특별한 힘에 의해 의사를 가지고 있다 한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움직인다 해도 아마 식물이 성장하는 속도에 맞춰 매우 느릴 거다. 방금처럼 순간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주환은 다시 손을 움직였다.
“주환?”
뒤쪽에서 리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환이 뒤를 돌아보자 리지와 도로시가 서 있었다.
리지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크게 떠져 있다. 갑자기 무덤을 파기 시작한 주환을 미친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리지.”
갑자기 웃음과 함께 눈물이 나왔다.
“산타마을을 발견했어.”
당신과 도로시를 내게 데려다준 그 자가, 이번에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살려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렇게 말하자, 리지가 안심한 표정이 되어 그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주환의 근처에 왔을 때, 파헤쳐진 흙에서 덩굴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스스스스, 덩굴줄기가 흙을 헤치며 나오는 소리가 음산하게 들렸다.
뱀처럼 흔들흔들 허공으로 올라온 덩굴의 끄트머리가 서서히 리지의 얼굴을 향한다.
바닥에서도 가느다란 덩굴줄기가 땅을 기어가는 것처럼 바닥에 붙어 이동하고 있었다. 주환이 있는 자리만을 피해서 간다.
“멈춰! 그녀는 적이 아니야.”
주환은 당황해서 리지의 주변에 자신의 마력을 흘렸다. 주환의 마력을 보면 멈추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덩굴은 주환의 마력을 느끼자 잠시 멈칫했을 뿐 다시 서서히 기어갔다. 좋지 않다. 느리게 움직이지만 이건 공격하려는 것이다. 그냥 알 수 있었다.
“어, 아빠! 이거 막 기어 와.”
리지 뒤에 서 있던 도로시가 당황해서 외쳤다.
오즈가 아이 머리 위에서 삐이, 삐이, 울더니, 뿔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리지와 도로시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발현하려는 모양이다.
혀를 차면서, 주환도 손에 마력을 모았다. 무덤을 지키고 있는 덩굴에 손을 대기는 싫지만 가족을 위협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히이잉. 연화가 발을 구르며 울더니, 훌쩍 몸을 날렸다.
단숨에 허공을 넘어 리지 앞에 선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로 리지와 도로시를 조금 밀었다. 무덤에서 떨어지라는 뜻인 것 같다.
“….”
설마 그 정도로 공격이 멈출까 싶었지만, 주환은 곧바로 리지와 도로시를 각각 양손에 안고 훌쩍 물러났다.
덩굴은 리지와 도로시가 1미터 이상 떨어지자 느리게 움직이던 몸을 멈추고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스스스 소리를 내며 다시 무덤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땅이 파헤쳐진 걸로 위기의식이 생긴 건가.’
평상시에는 리지와 도로시가 무덤에 가까이 가도 접근을 막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덤을 파헤치기 전의 일이다. 누군가가 무덤을 건드리면, 덩굴은 1미터 가까이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모양이다.
그리고 자신이 정해놓은 범위 밖으로 사람이 물러나면 덩굴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어쨌든 다행이다. 이 덩굴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
잘했다고 연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기다란 얼굴이 잘난체하는 것처럼 약간 허공으로 올라갔다.
‘알기 쉬운 녀석.’
주환은 리지와 도로시가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주의를 준 뒤,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덩굴은 가만히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마치 조금 전에 움직였던 것은 눈의 착각인 것 같다.
‘어쩌면 이 식물, 마수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식물이 움직일 리는 없다. 아마 어딘가에 마석이 생긴 걸 거다. 부모님의 몸에 그려진 젠탱글과 마력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수가 된 덩굴은 마수와 인간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이 어두운 땅속에서 계속 부모님을 지키고 있었던 거다.
‘이 숲에 퍼져 있는 덩굴도 그렇게 해서 생긴 건가.’
무덤 속에서 자란 덩굴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둥지에서 떨어져 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덤 주변으로 퍼진 덩굴도, 자신이 무엇 때문에 태어났는지 잊지 않은 채 근처의 나무에 기생해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주환에게는 모두가 무덤을 지키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땅을 파는 데는 역시 덩굴이 방해였다. 흙보다 덩굴이 더 많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시간을 많이 들여, 조금씩 흙을 파내고 덩굴을 치워가자 얽힌 덩굴 너머로 관이 약간 보였다. 관 근처의 덩굴에는 동그랗게 말린 문양이 더욱 많았다.
주환은 관 근처에 있는 덩굴을 떼어내거나 바람을 조금씩 일으켜 흙을 털어냈다. 간신히 관이 공기 중으로 드러났지만, 일부 덩굴이 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어 관을 에워싼 탓에 뚜껑을 열 수 없다.
손으로 덩굴을 약간 당겨 보았지만 풀 수 없었다. 조금 전에 움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덩굴은 마치 진짜 식물이 된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덩굴을 끊지 않고서는 관을 열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죽이고 싶지 않다. 주환은 손끝에 마력을 약간 둘렀다.
‘이게 통하려나.’
마력을 덩굴에 약간 주입했다. 이 덩굴이 그의 마력에 반응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관을 파내는데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그가 원한다고 해서 덩굴이 관에서 물러나 줄까 하는 점이었다.
처음 한두 번은 마력을 주입해도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 마력을 주입하면서 물러나라고 말을 걸자, 드디어 약간의 반응을 보였다.
덩굴이 가지 끄트머리를 약간씩 들어 주환의 몸에 뻗었다. 더듬더듬, 주환의 몸을 타고 올라오면서 손가락과 팔을 휘감는다.
약간 떨어진 곳에 있던 오즈가 이상하다는 듯이 삐이, 소리를 냈다.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즈도 연화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이 무덤에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야.’
주환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마력을 다시 흘리자, 덩굴은 잠시 주환의 몸을 감고 있다가 마침내 스르르 물러가기 시작했다.
관을 에워싸고 있던 덩굴이 모두 물러난 뒤, 주환은 관 뚜껑 위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도록 만들어서겠지만, 지구에서 보았던 관보다 훨씬 크다.
아마 이 관은 아버지의 솜씨였던 것 같다. 편지에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솜씨가 서툴다. 뚜껑과 상자가 잘 맞지 않아 뚜껑 한쪽이 약간 남았다.
‘혹시 흙이 들어간 건 아닌가.’
마음이 조마조마 해졌다.
떨리는 손으로 무거운 관 뚜껑을 올리자, 부모님이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관속은 깨끗했다. 어디에도 흙이 있거나 살이 썩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땅속에 묻혀 있었는데 벌레 한 마리 없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피부에는 온통 기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살아 있어.”
문양이 피부를 뒤덮고 있어서 본래의 색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살아 있다. 시체가 아니었다.
“….”
두 분 모두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그리고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특히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과 다르다. 활발하고 거침없는 성격 때문이었는지 기억 속에서는 상당히 큰 몸집이었는데, 작다. 굉장히 작다. 아버지보다도 작은 게 아닌가.
아니, 원래 이런 모습이 맞는데 기억이 이상한 거였을까.
어머니가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강하게 뭔가를 주장할 때마다, 아버지는 조용히 들으며 웃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아버지가 작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본 아버지는 주환과 비슷한 키에 약간 마른 몸집을 하고 있었다.
‘기억이라는 게 정말 믿을 게 못 되는구나.’
주환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손을 아버지의 이마에 살짝 대보았다.
피부가 시퍼렇거나 창백할 만큼 하얀 것은 아니었는데, 실제 체온은 서늘하다고 느낄 정도의 온도였다. 죽은 건 아닌데 살아있다고 말하기에도 약간 미묘하다.
맥박은 뛰지 않았다. 심장도 마찬가지다. 호흡도 없다.
피부에는 여전히 탄력이 있었지만, 손을 약간 들었다 놓으면 툭 밑으로 떨어졌다.
보기에는 그저 잠이 든 것 같은데, 그것뿐이다. 살아있다는 징후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진정되었던 주환의 심장이 두근두근 세차게 뛰었다. 불길한 예감에 가슴 한구석이 섬뜩해졌다.
주환은 우선 치유 마법을 사용해 보았다. 아주 약간, 마력을 흘린다. 특별한 반응은 없지만 그의 마력을 거부하는 느낌은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과 감각은 비슷했다.
마력을 조금 더 흘려, 강도를 조금 높였다.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조금 더, 조금 더, 몇 번이나 단계를 높여 치유 마법을 사용했지만 동일했다.
주환의 마력을 거부하는 반응은 없는데, 제대로 치유가 된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강물에 물을 더하는 느낌이다.
‘치유마법이 전혀 먹히지 않아.’
연화나 오즈에게 힘을 발현하도록 요청할 수는 없었다. 그 둘의 힘은 뭔가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연화가 예전에 뜻을 모르고 사용했던 젠탱글은 사람을 가사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다. 지금 부모님의 상태를 보면 그렇다. 더 사용하게 한들 아무 의미도 없다.
어쩌지. 뭘 해야 부모님이 되살아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주환은 망연히 부모님을 내려다보았다.
사람을 이런 상태로 만들었으면 그 뒤에 어떻게 되살리는지도 알려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산타는 정말 일의 마무리가 허술, 항상 뭔가가 어긋나있다.
‘빌어먹을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