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17)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17화(117/235)
#117 피난민
#117 피난민
젠탱글의 의미도, 현재 부모님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도, 현재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죽은 듯 죽지 않은 듯,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조차 모른다. 십 년 이십 년 후에도 이런 상태일지,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부패하게 되는 건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확실한 건, 지금의 주환으로서는 어떻게 해도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림에서도 되살아나는 장면은 그려져 있지 않았다. 동화 속에서는 왕자의 키스로 살아났지만 그림에는….
조금 전까지 희망으로 부풀었던 마음에 급격히 절망이 스며들었다. 조금 전까지 열려 있던 문이 코앞에서 닫힌 것 같다. 산타에게 조롱당한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여기까지 와서.”
주환은 주먹으로 땅을 쾅 내리쳤다.
* * * * * * * * * *
어려운 것은 잘 모른다. 촌 무지렁이 농민의 딸로 태어나서, 항상 주환이 말하는 것의 반 정도만을 대강 이해하고 있었다.
어쩌면 절반조차 아닐지 모른다. 주환은 언제나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을 선택해서 그녀와 대화해 주니까.
지금의 현상도, 리지는 잘 모르겠다. 이 덩굴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주환이 젠탱글이라고 말하는 저 무늬들은 과연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루돌프가 뭔지조차, 어쩌면 자신은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걸 거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제대로 된 것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주환이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두 발로 서 있던 남자가, 누구보다 강하게 보이던 남편이, 지금은 울고 있는 아이처럼 연약해 보였다.
‘이 사람도 누군가의 어린 자식이었어.’
지금 처음으로 그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가슴이 아프다.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온 어떤 것보다도 날카롭게 베이는 것처럼 아파졌다. 타인 때문에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 울지 않게 해주고 싶어, 이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요.
리지는 뒤덮는 것처럼 주환을 위에서부터 끌어안았다.
주환이 내리친 땅이 움푹 파여있다. 마력을 두르지 않은 채 맨주먹으로 내리친 것 같다. 주먹에 피가 배어 있었다.
주먹보다 이 사람의 마음은 더욱 아플 거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는 주환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살릴 수 있어. 몇십 년, 몇 백 년 이렇게 변치 않고 있었던 거잖아요. 분명히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시간은 많아요.”
주환이 항상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리지는 남편의 머리에 입술을 댔다.
“오래된 산타 마을이 있었다면 어딘가에 산타도 있겠죠. 이주해서 어딘가에 마을을 만들어 다시 살고 있을 거예요. 그들을 찾아 방법을 알아내면 돼요. 우리, 그자들을 찾아봐요.”
“….”
주환이 리지를 끌어안았다. 허리가 부서져라, 주환의 팔에 힘이 담겼다.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남편을, 리지도 힘주어 꽉 안았다.
“산타를 만나기 전이라도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 몰라요. 분명히 어딘가에 이 무늬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루돌프도, 산타의 계약자도, 과거에 여러 명 있었으니까. 그들을 만난 사람, 그들의 일을 기록해놓은 사람도 분명히 있어요. 있을 거예요.”
“…리지.”
“우리 찾아봐요. 우리는 아직 젊고, 시간은 많잖아요. 마수 사냥을 하러 다니면서 산타와 저 무늬를 아는 사람을 찾아보면 돼요.”
“리지.”
남편의 약한 모습에, 눈물이 난다. 한편으로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나도 줄 수 있는 게 있어. 이 사람에게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돌려줄 수 있어.’
리지는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행복하게 해 줄게요. 비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마누라에 불과하지만, 내가 당신을 웃을 수 있게 할게요.’
도로시가 타박타박 걸어와 리지와 주환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면서, 아이가 말했다.
“아빠, 도로시가 찾아줄게. 걱정하지 마. 오즈랑 함께라면 금방 찾을 수 있어.”
주환이 겨우 웃는다.
“그래, 우리 도로시가 찾아주면 금방이겠지.”
“응, 아빠.”
“….”
주환이 힘 있게 리지와 도로시를 안았다. 이름 모를 산의 봄꽃이 눈처럼 조금씩 날려 나무관 위에 떨어진다. 그 꽃을 가만히 보면서, 주환이 중얼거렸다.
“앞으로 한 걸음.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돼. 여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아주 멀리까지 왔지만 이제 금방이다.”
그 말에 대답하는 것처럼 꽃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꽃이 날아온 걸까. 고개를 들어 위쪽을 쳐다보자, 나무 높이 달려 있는 덩굴 마디마디에 예쁜 봄꽃이 묻어 있었다.
*
주환 부모님의 시신은 다시 무덤 속에 묻었다.
실온에 두는 것보다는 보호하는 덩굴이 있는, 마력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땅이 더 나을 거라고 주환이 말했다. 어쩌면 무덤 속에 녹아들어 있는 마력이 시신의 유지를 위해 뭔가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리지는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주환이 꼼꼼히 무덤가의 흙을 확인해보고 내린 결론이니 확실히 그런 거겠지.
주환은 다시 한번 단서를 찾으러 산타마을에 다녀왔다.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주환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실망했던 모양이다. 등이 약간 처져 있었다.
그 뒤 한동안은 마을에 내려갈 준비를 했다. 마을에 가면 부모님을 되살리기 위한 정보를 찾아볼 예정이었다. 아마 한동안은 집에 돌아오지 못할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할 일은 많았다.
주환은 평상시처럼 사냥을 나가고, 리지는 길드에 팔아넘길 가죽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마지막 손질에 주력했다.
그리고 가족이 먹는 음식에 더욱 신경 썼다. 조금이라도 주환이 더 좋아하는 걸 만들고, 향신료의 조합을 조금 다르게 하여 남편 마음에 흡족한 음식이 되도록 노력했다.
주환은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거의 없는 사람이다. 아무거나 잘 먹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마 굉장히 맛있는 음식을 먹어온 사람일 거다. 소금이나 허브의 양과 종류를 달리하거나, 고기 전처리에 신경을 쓰면, 그 작은 차이로 먹을 때마다 조금씩 표정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분간할 수 없었지만, 매일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씩 알게 되는 법이다.
아, 오늘은 조금 맛없었구나.
오늘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오늘은 그저 그랬나.
지금 먹은 건 싫어하는 음식이구나.
그냥 먹을 수만 있으면 만족하고, 소금기가 있으면 맛있게 느끼는 리지나 도로시와는 다르다. 보기와는 달리, 주환은 은근히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아마 오랫동안 좋은 맛에 길들여져 있었던 탓이겠지 싶었다. 그런 걸 알게 된 것도 최근이지만.
“….”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런 것뿐이라는 게 조금 억울해졌다. 조금 더 힘낼 수 있게, 뭔가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리지는 그걸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리고 틈틈이 시간을 내서 문자를 익혔다. 도로시는 아빠와 함께 공부하는 게 즐거운 모양이다. 비 온 뒤 쑥쑥 크는 식물처럼 문자와 온갖 이야기를 흡수해갔다.
그에 비해 리지의 발전은 느리다. 주환의 말에 따르면 아이의 머리는 무슨, 스퐁지? 스펀지? 그런 것과 같아서 뭐든지 빨리 흡수한다고 한다. 어른은 아이만큼 빠르지 않은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주환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사실이겠지.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리지는 빨래할 때, 식사를 만들 때, 짬짬이 문자표를 가지고 다니며 그걸 외웠다.
마을에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마을에는 아네트가 있다. 그녀를 떠올리고 리지는 작게 숨을 쉬었다.
아네트가 주환을 신경 쓰고 있는 건 누가 봐도 확실한 사실이었다. 주환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고, 또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여자가 진심이 되면 상당히 변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리지의 언니와 동생한테 혼담이 있기 전만 생각해 봐도 확실하다. 조금이라도 좋은 혼처를 잡기 위해서 없는 살림에서도 외모를 가꾸고 돋보이게 하던 당시의 두 사람은 굉장했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못 알아볼 뻔한 적도 있었으니까.
‘나 역시 조금 더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건지도 몰라.’
이번에 마을에 가면 다른 부인이 추천해 주었던 상점에 한 번 들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리지를 만날 때마다 여러 번 말하고 있었다.
리지, 명심해요. 엉덩이가 퍼지고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 끝이야. 한 번 나온 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아. 영원히 그 꼴이 된다구. 하지만 그런 미래를 막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 언젠가는 반드시 오게 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모습이 망가지기 전에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놔야 해. 그게 바로 그 상점에 모두 있다구. 알겠어?]
리지는 자신의 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직은 납작하지만, 주환을 만난 이후 잘 먹다 보니 얇았던 살가죽이 조금씩 두꺼워지는 것 같다. 피부가 포근포근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그 상점에서 이것저것 배우고 익히면 주환도 조금쯤 기운을 차려줄지 모른다. 그 사람은 리지와의 밤 시간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니까.
“….”
마을의 여자들이 애용한다는 그 상점에, 이번에는 꼭 한 번 들러보자.
* * * * * * * * * *
이 세계의 음식은 밍밍한 편이다. 평민은 기껏해야 소금과 허브를 약간 가미하는 정도가 요리법의 전부이고, 그나마도 허브는 없는 경우가 많다. 리지도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소금만 약간 뿌리는 정도로 음식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즉석에서 채취하거나 잡아먹는 이 세계의 음식은 상당히 맛있는 편이었다. 지구의 음식과 달리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고 해야 하나. 단순히 소금 하나 뿌렸는데도 상당히 맛이 괜찮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자극적인 양념이 없어 심심하다고 느꼈지만 금세 적응했다. 그가 호불호 없이 아무것이나 잘 먹는 성격인 것도 한몫했을 거다.
하지만 요즘 들어 더욱 음식이 맛있어졌다. 언제부터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먹는 음식마다 정말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소스가 달라지거나 다른 재료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똑같은 소금과 허브 정도뿐인데도 왠지 어딘가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난 뒤 유심히 보니, 무심코 맛있다고 생각한 다음 날에는 다시 그 음식이 나오고, 조금 맛이 싱겁다거나 별로라고 생각하면 그 뒤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주환은 리지가 자신에게 음식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끔 식사하다 말고 리지가 자신을 가만히 쳐다보는 일이 있는데, 그의 반응을 살폈던 모양이다.
그런 것이 얼마나 주환의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지, 리지는 아마 모르고 있겠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건 마음이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고 신경 써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을 촉촉하고 풍족하게 만들어준다. 그냥 충족되었다.
한밤중, 주환은 잠든 리지의 몸을 가만히 품에 안았다.
산타는 분명히 그의 소원을 이루었다. 그냥 이루어준 게 아니라, 바라던 것 이상으로 훨씬 많이 행복해졌다.
분명 어머니의 소원도 기대 이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반드시 만날 수 있어. 리지와 도로시가 그걸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하고 이상하더라도, 산타는 바라는 것 이상을 이루어주는 존재라고.
다음 날, 주환은 마차에 마수와 짐승 가죽을 싣고, 베른 모험가 마을로 향했다.
오두막집은 문을 잠그기만 하면 아무 걱정 없다. 무덤에서 자란 덩굴이 며칠 사이 점점 늘어나 집의 마당까지 늘어져 있었다. 그 덩굴이 집을 지킨다.
집에서 리지와 도로시를 위협하는 일은 없지만, 무덤에 가까워지면 덩굴은 슬금슬금 다가와 두 사람을 감았다.
오즈나 연화가 마력을 조금 내면 금세 풀린다. 하지만 리지나 도로시만 있을 때는 거의 풀리지 않았다. 특별히 사람을 죽이려고 하지는 않지만,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만히 덩굴이 몸을 감고 있었다.
이건 느낌이지만, 아마 리지와 도로시이기 때문일 거다. 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서서히 덩굴이 옥죄어 결국 죽지 않았을까.
리지는 그걸 안 뒤부터 무덤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도로시는 가끔 무덤에 접근해서 덩굴에 잡혀 있는 경우가 있었다.
가끔은 오즈까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마력을 조금만 흘리면 금세 풀려나는데 일부러 하지 않는다.
어쩐지 오즈와 도로시에게는 그게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오즈도 아직 어리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마수가 어린아이 같다니, 조금 이상한 일이지만 그렇다.
그런 집이니, 누군가가 침입해서 훔쳐 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집에 들어온다면, 아마 생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마을까지는 하루가 조금 넘게 걸린다. 언제 출발하더라도 하룻밤은 마차에서 자야 했다.
그 준비와 한동안 먹을 것들, 여행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챙겨 마차에 올린 뒤 집을 출발하자, 덩굴이 슬금슬금 길게 늘어지며 마차를 쫓아왔다.
“아빠, 덩굴이 인사하고 있어요.”
도로시가 마부석 등받이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서더니 뒤를 향해 마구 손을 흔들었다. 덩굴이 대답할 리 없는데도 큰 소리로 다녀올게, 소리친다.
덩굴이 아이 몸을 감고 있었던 것은 공격한다는 의사표시였는데, 도로시에게는 친구로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마부석에 서 있는 도로시가 걱정됐는지, 연화가 천천히 마차를 몰면서 가끔 뒤쪽에 신경을 썼다. 주환이 도로시를 잡고 있는데도 걱정인 모양이다. 연화가 점점 오즈와 도로시의 언니처럼 변해가는 것 같다.
아이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주환은, 어느 정도 집에서 멀어지자 도로시를 무릎에 올렸다.
“덩굴하고 친구가 됐니?”
“응, 아빠. 덩굴이 도로시를 좋아한대. 무지무지하게 좋은가 봐.”
글쎄, 그런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주환이 빙그레 웃자, 도로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진짜야, 아빠. 덩굴은 도로시를 굉장히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
“덩굴은 아빠도 좋대.”
도로시가 리지 얼굴을 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도 좋아해. 덩굴은 우리 가족을 모두 좋아한대.”
리지가 후후 웃으며 도로시를 보았다.
“그럴지도 모르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덩굴이니까.”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지. 덩굴이 그런 가족 관계까지 꿰고 있지는 못할 거다. 주환이 웃자, 리지와 도로시가 한 목소리가 되어 말했다.
“정말이에요.”
“정말 그럴지도 몰라요, 주환.”
글쎄, 나중에 어머니 아버지가 깨어나게 되면 물어보자. 정말 덩굴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부모님을 덩굴이 생각하는 걸 알 수 있는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느긋하게 웃으며 길을 나선 주환과 리지의 얼굴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세상과 단절되어 오두막에서 사는 동안, 바깥에서는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마을로 가는 길, 주환은 고향마을을 떠나 도망친다는 피난민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