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4)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4화(14/235)
#014 부부의 밤은 달콤
연기가 집안 가득 자욱하다. 제대로 마르지 않은 장작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뭐, 대강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난로에 괜히 연통이 붙어 있는 게 아니지.
매운 연기에 콜록콜록, 도로시가 기침을 한다.
근데도 뭐가 즐거운 건지, 아이는 작은 새처럼 집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뿌연 연기 속에서 아이가 슈퍼생쥐처럼 이쪽에서 번쩍, 저쪽에서 번쩍 모습을 나타냈다.
집안에 바람이 들어오는 게 싫었던지 연기를 견뎌내던 리지가, 결국은 못 견디고 나무 창문을 열었다. 그녀 옆에서 도로시가 작은 손을 뻗어 돕는 척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처음에는 불이 죽을 듯 말 듯 약하던 장작에 확실하게 불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겨우 연기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독안개처럼 뿌연 연기가 중앙에서 모여 굼실굼실 천장 너머의 하늘로 빠져나갔다.
고기를 훈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훈연 장치를 만들면 될지 알 것 같았다.
‘올해 부지런히 장작을 해서 말려두면 내년에는 연기가 좀 덜하려나.’
주환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연기 때문에 눈물을 찔끔거리는 리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내년이라.’
내년도 이 오두막에서 맞게 된다면 조금 더 나은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토끼든 늑대든 잡아 훈제도 하고, 작은 밭도 일구고 싶다. 쌀은 힘들어도 보리 정도는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보리 짚을 침대에 깔고 벽과 지붕을 덮으면 겨울도 조금쯤 쉽게 날 수 있겠지.
사냥도 열심히 하자. 야생 토끼를 산 채로 잡을 수 있으면 사육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조금 더 많은 고기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을 거다. 아직 제대로 된 사냥은 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상상만 어린꿈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
어쨌든 넉넉하게 고기가 남게 되면 좋겠다. 리지와 도로시를 풍족하게 먹이고 남는 건 파는 거다.
이 작은 마을에 행상이 오면 남은 고기를 물건과 바꾸자. 어쩌면 돈을 받고 팔수도 있을지 모른다. 은화, 금화, 머릿속에서 돈이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쌓였다.
리지와 도로시의 옷은 거의 넝마 수준이다. 저런 것도 사람이 입는구나 싶을 만큼 낡아 있었다.
두 사람에게 옷을 사주고, 기뻐하는 리지와 도로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좋겠다. 그런 미래가 오면 참으로 좋겠다.
*
제대로 불이 붙은 걸 확인한 뒤, 주환은 나무를 더 해왔다. 도끼질을 해 장작을 만드는 동안 하늘이 캄캄해졌다.
작은 그릇에 등잔 기름과 심지를 넣고 불을 붙인다. 등잔불을 켜도 집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커다란 집에 겨우 등잔 하나, 밝아질 리가 없다. 사람의 얼굴에 그림자가 져 음산해 보였다.
등잔불은 냄새도 좋지 않았다. 동물 지방으로 만든 것인지 역하다.
아, 혹시 늑대의 지방도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걸까. 늑대의 하얀 지방 덩어리를 보고 기뻐하던 리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매운 연기에 등잔불 냄새가 섞여 속이 느글느글 해진다. 주환이 그러니 리지와 도로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두 사람은 내내 기분이 좋았다.
그날 저녁은 냄비에 물과 늑대 고기, 소금을 넣고 끓여서 먹었다. 내용물이 없는 탓에 고기의 맛이 더욱 두드러졌다.
늑대 고기는 숙성을 하면 더 맛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꽤 맛있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에 와서 먹은 게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리지와 도로시가 너무 맛있게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로 그렇더라.
도로시는 밥을 다 먹을 무렵에는 반쯤 잠이 들어 있었다. 고개가 끄덕끄덕 앞으로 내려갔다 올라가며 몸이 앞뒤 좌우로 흔들렸다. 그러면서도 입에 문 고기를 놓치지 않는다. 아이의 탐욕이라는 건 어른보다 원시적이고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환은 리지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소리 없이 웃었다.
리지가 도로시를 안고 있는 동안, 주환은 구석에 놓여있던 침대를 화덕 옆으로 가져왔다. 집이 너무 추워서 구석에서는 잘 수 없다.
침대는 세 명이 자도 괜찮을 만큼 충분히 컸다. 지푸라기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아래에 한 겹 골고루 깔아두고, 보따리에 들어있던 천을 펼쳐 위에 올렸다.
불기운이 따뜻하게 닿는 자리에 도로시를 뉘이자, 아이는 동그랗게 몸을 말고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고기를 꽉 물고 있던 입도 어느새 반쯤 벌어져 있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장작이 끊임없이 불을 뿜는다. 밤새 불이 꺼지지 않도록 장작을 몇 개 더하고, 주환은 짐이 담겨 있던 커다란 천가방을 바닥에 깔았다. 그 위에 다시 얇은 천을 깐다.
주환이 가만히 리지를 바라보자, 그녀는 불빛에 익은 듯 새빨갛게 되어 고개를 숙였다.
주환이 손을 내밀자, 리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주환의 손을 잡는 대신 어색한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이어 리지가 화덕 위에 올려두었던 솥에서 물을 조금 덜어냈다.
긴 손잡이가 달린 철 바가지에 뜨거운 물을 담아 작은 통에 옮긴다. 사냥꾼 작업실에서 찾아내 잘 닦아 햇빛에 말렸던 것이다.
통에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은 뒤, 리지는 거기에 수건을 적셨다.
불 옆은 따뜻하지만,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매우 춥다. 리지는 옷을 벗는 대신 조금씩 들춰 따뜻한 물수건으로 전신을 닦았다.
그리고 다가와 주환의 몸도 닦아준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주환의 근육을 더듬고 천과 함께 살갗을 문질렀다.
피부에 닿는 리지의 손은 거칠었지만 그래도 부드러웠다. 여자의 손이라는 느낌이다. 리지의 손이 몸을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숨이 올랐다.
이곳저곳을 닦은 뒤, 리지가 조용히 등잔불을 껐다.
두 사람은 바닥에 깔아둔 천 위에 겹치듯 누웠다.
조용히 타오르는 불빛 아래서, 두 사람의 체온이 불보다 뜨거워졌다. 숨소리를 억제하며 입술을 깨무는 리지의 얼굴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하루 내내 둥둥 떠다니던 감정이 마침내 바닥에 발을 디디고 선 것 같았다.
아, 이 여자가 정말로 나의 아내구나. 두 사람이 내 가족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눈물이 나왔다.
부디 이 행복이 삶의 한가운데에서 이어지기를, 부디 이 두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지 않기를.
주환은 괴상한 소리로 웃고 있던 기억 속의 산타에게 소원을 빌었다. 주었으면 부디 빼앗아가지 말라,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이 여자가 아이가 웃게 해달라고.
***
영주님과 같은 귀족님들은 조금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리지와 같은 평민은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 아이들은 백이면 백 모두 부모와 같은 공간에서 자랐다. 아주 어린 아기 때부터 혼인하여 집을 나갈 때까지 계속 한 공간이다.
그것은 밤에도 다르지 않아서, 아이들은 나이를 먹어가며 부부가 어떻게 밤을 지내는지 알게 된다.
언니, 오빠, 동생, 모두 밤에 부모가 하는 행위를 알고 있었다.
어릴 때는 그게 뭔지 몰라도 시간문제다.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결국 언젠가는 알게 된다.
리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른 형제와 달리 그녀는 계속 부부가 하는 밤의 시간에 혐오를 가지고 있었다.
그 시간은 거칠고 잔인하다. 아버지의 윽박지르는 소리는 항상 무서웠다. 아버지가 잠든 뒤 어머니는 가끔 혼자 울곤 했다. 그런 게 자신의 미래가 된다고 생각하면 두려워졌다.
‘….’
새벽, 아무도 깨지 않은 시간에 잠이 깬 리지는 조용히 타오르는 장작 소리 속에서 작게 웃었다.
깜박 잠이 들 때는 분명 바닥이었는데, 어느새 그녀는 침대 속에 들어가 있었다. 남편이 된 남자의 팔을 베고 파묻듯이 딱딱한 가슴에 얼굴을 묻은 상태다.
등에는 작고 따뜻한 몸이 찰싹 붙어 있었다. 도로시의 작은 다리가 눅진한 송진처럼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다.
그녀와 도로시는 나란히 주환의 팔을 나눠 베고 있었다. 두꺼운 남편의 팔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혀져왔다.
‘이 팔에 안겨서….’
남편과 아이 사이에 끼인 채 리지는 또다시 수줍게 웃었다. 부끄러움에 얼굴과 몸 전체가 붉어지고, 머릿속은 연이어 떠오르는 이런저런 행위로 가득해졌다. 어쩔줄 모르겠다. 그런데도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계속 혐오감을 가지고 있던 부부의 시간이 이렇게 달콤할 수 있다니, 이전의 자신이라면 절대로 믿지 않았을 거다. 그런 게 저런 게 된다니 말도 안 돼. 이 남자를 만난 순간부터 세상이 계속 달라진다.
그녀가 꼼지락거리는 바람에 주환이 깬 것 같다. 춤추는 불빛 아래 주환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또 부끄럽다.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 얼굴을 남편의 가슴에 대자, 주환이 한꺼번에 도로시와 그녀를 끌어안고 작게 말했다.
“###.”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다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왠지 더욱 부끄러워졌다.
리지는 눈을 감았다.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가 자신의 것인지 남편의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의 것인지도. 심장 뛰는 작은 소리 속에서 어느새 다시 잠이 들었다.
얼핏, “고기, 고기”라고 잠꼬대하는 도로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꿈에서도 고기를 먹고 있는지 아이의 입이 우물우물, 등에 맞닿은 채 꼬무락거리며 움직였다. 잠 속에 빠져들면서도 웃음이 새나왔다.
***
뻥 뚫린 천장에서 옅은 햇빛이 들어왔다. 눈을 뜨자 침대에는 그와 도로시뿐이었다.
리지는 어느새 일어나 화덕에 쌓인 재와 빨간 불덩이를 골라내고 있었다.
리지는 불덩이를 불에서 떨어진 가장자리로 옮긴 뒤 물을 조금 부었다.
빨갛던 덩어리에서 치칙, 소리와 함께 연기가 조금 나더니, 그것은 주환이 익히 알고 있는 숯이 되었다.
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리지의 손에서 쇠꼬챙이와 삽을 빼앗았다. 리지가 했던대로 빨갛게 화끈거리는 불덩이를 골라 물을 붓는다. 몇 개 되지 않는 불덩이를 모두 골라내고 다시 장작을 덧댔다.
가만히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리지가 작은 목소리로 뭔가 말했다.
“##,###.”
분위기와 말투를 보면, 잘 잤느냐는 인사일 거다. 주환이 그걸 흉내 내 말하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앞의 말을 빼고 뒷말만 다시 반복했다.
어쩌면 앞의 말은 남편을 부르는 호칭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보, 라든가 서방님 같은 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호칭이라 생각되는 걸 말하자, 리지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지는?”
자신을 가리키고 남편의 호칭을 말한 뒤 리지에게 손가락을 옮기자, 리지가 작은 소리로 몇 가지 언어를 말했다. 그걸 되풀이해서 따라 하자, 부끄러웠는지 구석으로 도망쳐 버렸다.
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그 뒤를 쫓아갔다. 리지가 가르쳐준 대로 반복해서 말한다.
“부인, 아내, 마누라.”
등을 돌린 리지의 목덜미가 빨갛다. 약간 장난기가 생겨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자, 리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움찔했다.
건드리고, 만지고, 부인이라고 속삭여주고, 거기에 약간씩 달콤함과 야한 것이 들어갔다.
하지만 잠시 동안의 달콤함은 활기찬 소리에 의해 깨졌다. 도로시가 “##!”하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났다.
리지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가 킥킥 웃는다. 그녀가 늑대 고기 담은 통을 가리키며 “##”라고 몇 번 되풀이해 가르쳐주었다.
도로시가 꿈에서 고기를 보았는지, 아니면 먹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고기에 발이 달려서 도망이라도 갔는지, 아무튼 고기 꿈을 꾼 것 같다.
“고기.”
주환이 발음에 주의하며 따라 하자 리지가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소리에 이끌린 것처럼 도로시가 침대에서 뛰어내려 고기담은 통으로 달려갔다. 어디로 도망가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처럼 나무 뚜껑을 열어 본 뒤, 도로시가 안심한 표정으로 해쭉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주환은 속으로 다짐했다.
‘사냥, 열심히 하자.’
고기, 고기가 필요하다.
*
보글보글 끓는 물을 식혀가며 한 잔 마시고, 주환은 밖으로 나갔다.
어제 장작을 패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찌꺼기를 치우고, 작업실에 있던 숫돌로 도끼를 갈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하늘이 완전히 밝아졌다.
“!”
문득 뭔가가 피부를 기어가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홱 몸을 돌려 숲속을 노려본다. 도끼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나무 사이에서 저벅저벅 걸어 나온 것은 다리를 저는 사냥꾼 노인이었다.
사냥꾼 노인의 시선은 늑대의 이빨 자국이 남아있는 주환의 왼팔을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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