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40)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40화(140/235)
#140 엄마가 꽃이 됐어
#140 엄마가 꽃이 됐어
베른 변경백령은 아주 오래전, 이 땅에 사람이 살고 촌락을 이룰 때부터 외적의 침략에 시달리던 곳이다.
그래서 이 땅을 지키는 가문의 사람은 계속 무력을 기르는데 모든 힘을 집중해왔다.
힘이 없으면 유린당한다. 아무리 자애롭고 현명하게 통치해도, 힘이 없으면 결국 잔인하고 야만적인 적에게 모두 빼앗기고 죽게 될 것이다. 내 가족과 영민과 가축을 지키는 강한 힘이야말로 정의다.
그 경험과 믿음은 뼛속까지 스며 대대로 이어져왔다. 그야말로 뇌가 뼈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될 만큼.
‘그래서인가.’
주환이라는 남자를 만난 이후, 가슴속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 남자와 한 번 겨루고 싶어. 이번의 초대도 그런 마음의 결과였다.
마수 사냥이라면, 꼭 손을 섞어 싸우지 않아도 겨룸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몸속의 피가 펄펄 끓어올랐다. 내가 질쏘냐, 생각한다.
‘정말, 이제 젊은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혈기가 넘치는군.’
변경백은 쓴웃음을 지으며 집사장이 돕는 대로 옷을 걸쳤다.
집사장이 나직한 소리로 약간의 보고를 했다.
“카일 수석 보좌관이 산타급 마법사의 처소에 시녀를 붙이려 하다 실패했습니다. 자신의 시녀와 시종을 데리고 왔더군요. 리붸 가문의 쌍둥이입니다.”
카일은 이번 기회에 그를 이쪽으로 가져오려고 획책하는 모양이지만, 글쎄, 그렇게 쉽게 나부낄 리 없다. 변경백은 쓰게 웃었다.
“길드 쪽에서도 이번에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군. 리붸에까지 도움을 청한 건가.”
고위 귀족의 상당수가 리붸 가문의 사람에게 예절 교육을 받는다. 그 교육을 받는 이는 대부분 후계자나 다른 고위 귀족, 혹은 왕족에게 시집가는 여성이었다.
거기에서 리붸의 힘이 생긴다. 실질적인 권력은 없지만, 리붸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나름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리붸 가문 사람들은 무시할 수 없다.
“아마 도련님이 추천했을 겁니다. 도련님은 모험가들이 이쪽으로 기우는 걸 싫어하시니까요.”
“쫓겨난 녀석한테 도련님이라는 말을 붙여서는 안 되지.”
집사장이 히죽 웃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일부러 길드 마스터에게 거둬달라 부탁까지 하시고…설득력이 없습니다, 주인님.”
“…부탁하지 않았네. 그저…마스터가 넘겨짚고 그 아이를 데려간 것뿐이지.”
“예.”
“…그 아이는 그대로였으면 진짜 죽었을 거야. 칼 한 번 제대로 휘두를 줄 모르는 녀석이니까. 그 녀석 때문에 화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잖나.”
“예.”
“하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제가 주인님의 비밀을 퍼뜨릴 리가 없지요.”
“그래. 하지만…안사람에게도 말하지 마.”
“이제 그만 부인에게 말씀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계속 원망받고 계실 바에는.”
“….”
변경백은 잠시 침묵하고 한숨을 쉬었다. 아내와의 관계는 여전히 겉으로 좋다. 잠자리도 며칠에 한 번은 함께하고 있고, 거친 함성이 오간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 밑을 보면, 원망에 원망이 거듭 쌓여 있었다. 전쟁터에 내몰리면서 여러 아들을 잃었다. 그때마다 원망이 쌓인다.
거기에 더해 살아있는 아들을 내쫓았다고, 아내의 원망은 더욱 깊고도 깊어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면 분명히 아들을 만나러 갈 거다. 그러면 다른 사람도 진심으로 아들을 내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건 곤란하다. 아들은 귀족 사회에서 암묵적인 룰을 깨뜨렸다. 그걸 당주인 자신이 용납한다고 알면 반발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가문의 통치가 어려워질 것이다.
변경백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절연장은 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내 마음을 좀 짐작해 주면 좋겠는데.”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의 말을 흘리자, 집사장이 안됐다는 듯 그의 얼굴을 보았다.
절연장을 귀족들에게 돌려 버리면 관계를 복구할 수 없다. 완전히 남이 된다.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만 하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를 봐서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
“그 정도는 짐작해 줄 사람이었는데….”
하지만 아내는 아들을 내쫓은 걸로 마음이 얼어붙어 있다.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아들을 곁에 두지 못한 일로 원망, 가끔 그를 바라볼 때마다 얼음장 같은 아내의 마음을 느꼈다.
“이건, 그 녀석을 다시 불러들일 때까지 절대로 안 풀릴 거야.”
하아, 한숨을 쉬자, 집사장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듯 입을 열었다.
“산타 마법사는 밀러 상회의 레너드 씨의 마음에도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파티에 참석한다는 연락은 받고 있었습니다만,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뜻밖에도 그제 도착했습니다.”
“호오. 이 시기에? 보통 때라면 지금쯤 다른 나라에 가 있었을 텐데.”
“마법사 때문에 그쪽 일을 서둘러 처리한 것 같더군요. 어지간히 그 산타 마법사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변경백은 턱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서 씨익 웃었다.
“아, 그 마법사, 왠지 모르게 끌리더군. 뭔가 사람을 잡아끄는 게 있어.”
“저는 언뜻 보았습니다만, 그저 거한이라는 느낌 밖에는….”
“직접 말해 보면 아네. 그 사람 눈에는 뭔가 힘이 들어 있어.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게 있다네.”
변경백은 옷을 모두 입은 뒤 집사장이 들고 있는 거울을 보았다. 많이 늙은 남자가 거울 속에서 자신을 쳐다본다. 마치 늙은 광대가 분장한 것 같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이런 옷이 어울리지 않아.”
주환, 그 남자도 자신처럼 몸이 크고 건장하다. 그 역시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니 약간 미안해졌다.
어색한 자리에 불러들였다는 건 알고 있다. 보통의 평민 가족을 이런 귀족들만의 자리에 내세우는 건, 어떻게 보면 괴롭힘의 일종 인지도 모른다.
알지만, 그래도 내일의 사냥 시즌에는 그 사람과 함께 말을 달리고 싶었다. 그 남자를 보면 젊었을 무렵의 호기가 끓어오른다. 다시 예전 힘이 펄펄 나던 젊은 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이봐, 나는 배려가 모자라는 사람일까?”
그렇게 물으며 집사장을 보자, 대답 대신 눈꼬리를 내리며 웃는다.
“역시 그렇군.”
씁쓸하게 중얼거리는데, 하인이 전갈을 가져왔다.
“부인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아.”
변경백은 무거운 몸을 서서히 움직였다.
* * * * * * * * * *
여자의 준비는 신비로워야 하죠.
그렇게 말하며 안젤리카 리붸가 리지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간 뒤, 주환은 다니엘의 도움으로 옷차림을 갖췄다.
“하아.”
한숨이 수백 번.
다니엘이 킥킥 웃는다.
“굉장히 싫어하시네요.”
“….”
그야 싫다. 이 시대의 옷은, 평민과 귀족의 것이 다르다. 많이 다르다.
평민은 헐렁한 셔츠에 바지가 대부분이었다. 사냥꾼은 거기에 가죽으로 된 조끼나 코트, 가방을 더한다. 허리와 어깨에 필요한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면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귀족은 풍성하게 부풀린 주름이 목에도, 팔에도 붙어 있는 옷을 입는다. 자신의 왕비를 뎅강뎅강 죽이는 걸로 유명한 헨리 8세 초상화에 있는 옷과 비슷했다.
바지는…타이즈 같은 거야. 딱 달라붙어 있는 놈. 무릎까지 내려온 바지에, 긴 양말을 신고 끈으로 고정한다.
쪽팔림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더 큰 게 남아 있었다.
‘죽고 싶어.’
주환은 다리 사이에 불룩 나와 있는 괴상한 주머니를 보았다. 거시기를 담는 거다. 하아. 잘못 말한 게 아니야. 진짜 거시기를 담는 거다.
이 시대의 남자들은 왜인지 모르지만 딱딱한 형태의 천 주머니 같은 걸 만들어 거기에 덮는다. 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왜 이런 걸…. 심지어 장식도 예쁘게 되어 있었다. 만든 이의 진심이 느껴진달까.
그나마 다행인 건 상의가 살짝 내려와 있어 조금은 덮어준다는…아니야, 안 덮인다. 고개를 내리면 툭 튀어나온 거시기 주머니가 보이는 거야. 미치겠다.
“우와, 엄청난데요. 멋져요.”
다니엘의 말에, 주환은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빈말이어도 아니어도, 그냥 죽고 싶을 뿐이다.
‘하아. 그 재봉사와 조수들한테 분명히 이 주머니는 좀 줄여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오히려 커졌어.’
속으로 구시렁구시렁하고 있는데, 리지의 방문이 열렸다.
도로시가 쪼르르 달려오다가 멈칫 걸음을 멈췄다.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주환의 모습을 보고 놀란 모양이다.
하지만, 도로시보다 주환이 더 놀랐다. 도로시는 목부분에 나폴나폴 날아갈 것 같은 얇은 천을 매듭지어 달고 있었다.
옷은 주환처럼 딱 붙는 타이즈 바지에, 팔과 허리 부분에 부풀린 주름이 달린 상의였다. 상의의 색이 주환과 같다. 커플룩인 모양이다. 주환과 다른 점은 거시기 담는 천이 없다는 것. 허긴, 있으면 큰일이지.
주환은 몸을 조금 굽혀 도로시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았다.
“도로시. 정말 귀엽구나.”
그제야 도로시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평소에 알고 있는 아버지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안심한 표정으로 활짝 웃는 표정이 되었다.
“아빠! 엄마가 꽃이야. 꽃이 됐어. 정말 예쁘다.”
그 소리에 이끌린 것처럼 저편 방에서 리지가 나왔다.
“….”
주환은 아무 말 없이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 * * * * * * * * *
고래뼈로 만들었다는 코르셋으로 가슴과 허리를 조이고, 둥근 링이 위아래로 여러 개 달려 있는 종 모양의 뼈대 치마를 입었다.
그 위에 다시 여러 겹의 상의와 치마를 걸치고, 잠자리 날개 같은 천으로 모양을 만들어 가슴 일부분을 가린다.
머리는 크게 부풀려 작은 모자를 얹었다.
얼굴과 목, 팔 등의 드러난 부분에는 하얀 분을 두드리고, 눈썹에서 입술, 볼에 이르기까지 난생처음 보는 화장품을 발랐다.
마지막으로 보석을 옷과 스카프, 모자에 달면 끝이었다.
마을에 있을 때도, 몸이 익숙해지기 위해 드레스를 입었다. 하지만 간소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본격적인 걸 입어본 적은 없었다.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해 줄까.
나는 그 사람의 마음에 흡족하려나.
다른 여성보다 아름다운 걸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 옆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나를 더욱 조금 더 욕심내도록.
리지는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 부디, 부디, 이 모습이 그 사람 두 눈에 욕심을 일으켰으면. 다른 여자에게 아주 작은 흥미조차 일으키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으면. 그러면 정말 좋겠다.
치장을 마친 안젤리카가 한 발 뒤로 물러서더니 입술에 손가락을 얹었다.
“내가 했지만, 이건 정말 예술이에요. 나, 정말 신의 솜씨 아닌가.”
먼저 방을 뛰쳐나간 도로시가 주환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꽃이 됐다고.
안젤리카가 히죽 웃었다.
“부인, 정말 꽃처럼 아름다우세요. 주인님께서도 마음에 들어 하실 거예요.”
안젤리카는 우아하게 몸을 돌려 문으로 다가갔다. 문 너머에 있는 주환을 향해 안젤리카가 말했다.
“부인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안젤리카의 곧은 등을 보면서, 리지는 크게 심호흡했다.
도로시도, 안젤리카도, 예쁘다, 괜찮다고 했다. 주환도 마음에 들어 해 줄지 모른다. 아니, 다정한 그 사람이라면 분명히 아름답다고 해주겠지.
‘괜찮아, 괜찮아, 이상한 모습은 아닐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주환이 기다리는 공간으로 들어가던 리지는 숨을 삼켰다.
남편은 검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웅장한 느낌의 원단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만일 전쟁의 신이 지상에 내려온다면 저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모습만 보아온 리지에게는 왠지 낯설어,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도로시에게 미소 짓던 주환의 얼굴이 그녀를 향한다.
“….”
한 마디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아름답다던가, 예쁘다던가, 아니면 귀엽다 같은, 평상시에 자주 해주는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왠지 주환의 이마에 주름이 새겨진 것처럼 보였다. 점점 더, 조금씩, 주환의 얼굴이 험상궂어졌다.
심장이 뚝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평상시와 다른 낯선 모습에 무뚝뚝한 얼굴까지 더해져, 다른 때에는 보이던 남편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환이 무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역시…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거야. 이렇게 아름다운 드레스와 보석은 나에게는….’
그렇게 생각하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수분이 조금씩 눈에 모이기 시작했다.
‘어쩌지.’
도로시가 계속 꽃 같다고 해서 들떴었다. 안젤리카가 아름답다고 말했기 때문에 조금 우쭐했었는지 모른다. 주환이 마음에 들어 해 줄까 걱정했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히 그럴 거라는 자만도 조금 있었다. 안젤리카가 거울을 보여주지 않는걸, 깜짝 놀라게 해 주려는 거라고만 생각했어. 어쩌면 보기 흉해서….
벗어버리자. 귀족의 파티고 뭐고, 이대로는 주환의 수치가 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리려고 하는데, 주환이 씹어 뱉는 것처럼 말했다.
“안 돼. 이대로 데리고 나가면 납치당한다. 이 세상이 얼마나 흉악한데 저런….”
“…?”
너무 이상한 말에, 머리가 정지한 것 같다. 어, 하고 주환의 얼굴을 보는데, 도로시가 물었다.
“아빠, 엄마 꽃 같지 않아?”
“꽃에서 지금 막 태어난 요정 같아.”
“그래서 납치당하는 거야?”
“…그래.”
다니엘과 안젤리카가 웃기 시작했다.
“주인님, 확실히 아름다운 여성에게는 남자가 몰려들기는 합니다. 특히 결혼한 여성은 그런 대상이 되기 쉽죠. 귀족 남성은 여성을 찬양하고 은밀히 유혹하는 걸로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가끔 마음대로 안 되는 여성한테는 미약을 쓰기도 하고, 신분이 낮으면 강제로, 뭐, 그런 경우도 많기는 해요. 체면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해도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다니엘이 눈꼬리에 묻은 눈물을 닦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무리가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부인한테는 변경백의 문장이 떡하니 박힌 브로치가 있잖아요. 술에 취했거나 정신이 완전히 돌았으면 모를까. 함부로 그런 실력행사는 못해요.”
아, 그랬다. 리지는 자신의 가슴께에 천을 모아 꽂은 브로치를 내려다보았다.
남편의 망토에 새겨져 있던 문장과 똑같은 모양이 금속과 보석으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방패 문양 좌우에 독수리와 사자 비슷한 모양의 동물이 있다. 둘 다 날개가 그려져 있는 걸 보면 상상의 동물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마수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도로시의 옷에도 이것과 똑같은 문양이 그려진 브로치가 꽂혀 있었다. 크기만 약간 다를 뿐이다.
주환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리지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에 살짝 입술을 대고 가만히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주환의 두 눈에 열정이 담겨 있었다.
‘다행…다행이다….’
열망해 주고 있어. 남편의 눈이 자신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우르르 힘이 빠졌다.
주환이 그녀의 허리에 손을 더한 뒤 귓가에 속삭였다.
“정말 아름다워, 리지.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
몸을 굽혀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올리고, 주환이 중얼거렸다.
“아, 정말, 누가 훔쳐 갈까 봐 무서워 죽겠다.”
아니요. 무서운 건 오히려 나죠. 당신을 누군가가 데려갈까 봐, 심장에 수십 개의 칼이 겨눠진 것처럼 떨고 있는걸요.
리지가 그렇게 귀에 작은 소리로 말하자, 주환이 웃었다. 우리 둘 다 똑같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자, 겨우 마음이 놓였다.
언제 와서 모두 듣고 있었는지, 도로시가 두 사람 사이로 고개를 쑥 들이밀더니 말했다.
“그러면 엄마랑 아빠가 서로 지키고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아무도 안 훔쳐 갈 거야.”
“도로시, 똑똑하구나.”
주환이 웃는다.
리지도 이끌린 것처럼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