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42)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42화(142/235)
#142 거짓말쟁이 바보
#142 거짓말쟁이 바보
“헤, 예쁘다. 꽃 요정 같아.”
“뭐, 뭐, 뭐, 감히 남자한테.”
“예쁜 걸 예쁘다고 하면 안 돼?”
“…흥.”
남자애가 왠지 모르지만 얼굴이 빨개졌다. 정말 예쁘다. 도로시는 한 발 남자애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넌 이름이 뭐야?”
“뭐, 뭐? 너? 무엄하다. 너의 그 말투, 대체 뭐야. 너무 난폭….”
남자애가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더니 오즈를 빤히 보았다. 그리고 흥, 코웃음 치며 얄밉게 웃었다.
“아, 오늘 평민이 하나 온다고 했지. 아버님에게 들었다. 우습게도, 변경백 님의 호의로 파티에 참석하는 평민이 있다고.”
남자애가 거만하게 가슴을 내밀면서 말했다.
“평민 주제에 마수라니. 그 뿔토끼, 너에게는 과분하구나. 그것을 내게 내놓아라. 그러면 아버님께 말씀드려 평민인 네가 상상도 못 할 보상을 주마.”
이상한 애다. 그리고 바보 같아.
“거절. 아무리 예쁜 애라고 해도 남의 것을 빼앗으면 안 돼. 그건 나쁜 거야. 엄마한테 혼난다.”
“뭐! 평민 주제에, 감히 반항하는 거냐.”
남자애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화를 냈다.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도로시가 잘못된 말을 한 건 아닐 텐데.
도로시는 갸우뚱하고 할머니 선생님이 한 말을 떠올렸다. 이상한 트집을 잡는 애가 있으면 말해주라고 했다.
“리붸 할머니가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어. 나쁜 짓을 하면 쫓아온대.”
“헉!”
남자애 눈이 동그래졌다.
“뭐, 너, 그 할망구를 아느냐?”
남자애가 사방을 둘러보더니 중얼거렸다.
“젠장, 어디에 숨어있는 거지? 그 할망구는 산타 모험가한테 갔으니 여기에 없을 텐데.”
“어, 산타 모험가? 그거 우리 아빤데.”
“뭐?”
남자애가 가만히 도로시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뭐야. 평민이라는 게 산타 모험가였어? 흥, 그 할망구는 여전하냐?”
“왜 할망구라고 불러?”
“할망구니까. 마귀가 인간 모습을 하고 있다면 분명히 그 할망구처럼 생겼을 거다.”
“마귀가 뭔데?”
“마귀도 모르는가?”
“마수야?”
“….”
남자애가 입을 다물었다. 모르는 것 같다. 이번에는 도로시가 흥, 하고 웃었다.
“너도 모르지? 마수 본 적 있어?”
“흥! 계집애, 너야말로 잘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뿔토끼 같은 건 마수 축에도 못 들어. 진짜 마수는 엄청나게 크고 무서운 거다. 아이는 볼 수 없어.”
“나는 봤는데? 아빠가 마수 잡는 거 봤어. 머리 두 개 있는 마수하고, 몸에 이상한 무늬 있는 아주 커다란 거하고, 그리고 또.”
“뭐….”
남자애가 약간 고민하는 것 같더니 코를 흥, 울렸다.
“좋아, 평민아. 내게 마수에 대해 설명할 영광을 주마. 말해봐라.”
아무래도 이 남자애는 좀 바보인 것 같다. 예쁘니까 상관없지만.
남자애와 이야기하는 동안, 테이블 쪽에 있던 남자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처음 도로시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애는 무슨 공작의 손자라고 한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남자애가, 공작의 후계자의 아드님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도로시보다 한 살 어렸다. 네 살이라고 한다. 그러면 좀 바보 같은 게 당연한가. 도로시보다 어리니까.
공작의 후계자의 아들은 어리고 조금 바보 같았지만, 아이들의 대장이었다. 나이가 많은 남자애들도 모두 부하인 것 같다. 예쁘게 생겨서 그런가.
공작의 후계자의 아들은 굉장히 잘난 척을 한다. 말할 때마다 가슴을 쑥 내밀고 깔보는 것처럼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하지만 키가 작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 역시 바보인 것 같다.
“좋아, 너는 바지를 입고 있으니 여자가 아니야. 그러니 내 종자로 받아주마.”
왜인지 공작의 후계자의 아들이 도로시를 종자로 해주었다. 종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게 안 되면 여자들하고 놀아야 한단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좀 싫다. 말을 걸어도 자꾸만 눈을 이상하게 뜨고 노려보기만 했다.
게다가 여자애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있다 조금 걸어 다니기만 한다. 재미없다.
결국, 도로시는 여자애들과는 거의 말하지 않고 남자애들한테 섞여 놀았다.
“그 뿔토끼는 뭘 할 수 있느냐?”
공작의 후계자의 아들이 또다시 눈을 내리깔고 도로시에게 물었다. 다른 애들도 모두 궁금한 것 같다.
“오즈는 뭐든지 구부릴 수 있어. 완전히 부러뜨릴 수도 있거든. 보여줄까?”
“좋아, 허락 하마.”
“고마워.”
왠지 고마운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자, 공작의 후계자의 아들이 얼굴을 홱 돌렸다. 뺨이 빨갛다. 열이 있는 것 같다.
도로시는 오즈를 가방에서 꺼내 안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적당한 게 없을까.’
꽃은 너무 가느다랗기 때문에 폼이 나지 않고, 쟁반은 물건 담는데 쓰기 때문에 망가뜨리면 안 된다.
당연히 컵도 안 된다. 그 안에는 맛있는 음료수가 잔뜩 들어 있으니까.
의자나 탁자도 부러뜨리면 혼날 테고…생각하던 도로시의 눈에 숟가락과 나이프가 들어왔다.
“좋아! 저걸로 하자.”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고, 누군가가 들고 다니거나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이들이 먹을 때만 쓰는 거니까 괜찮을 거다.
“하지만 오즈, 부러뜨리면 안 될 것 같아.”
도로시가 오즈에게 주의를 주자, 삐이 하고 대답한다.
“오!”
“와아!”
왜인지 아이들이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가는 거야!
도로시가 손으로 신호를 주자, 오즈가 빨간빛을 내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있던 숟가락과 작은 칼이 서서히 구부러진다.
“우와!”
남자애들 모두가 손뼉을 쳤다.
왠지 대단해진 느낌이다.
오즈도 그런 것 같아. 작은 코가 하늘로 뻗었다.
“한 개 더!”
도로시가 외치자, 남자애들이 다시 손뼉을 치고, 오즈가 뿔에서 빨간빛을 냈다.
약간 떨어진 곳에 주르르 서 있는 하인과, 다니엘이나 안젤리카와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오즈를 보았다.
신난다.
“좋아, 평민 계집! 조금 더 해보아라.”
공작의 후계자의 아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눈동자가, 마치 엄마가 달고 있는 보석 같다.
“좋아.”
테이블에 있는 숟가락과 나이프가 자꾸만 구부러지고, 모두가 즐거워했다. 도로시도, 오즈도 너무 재미있었다.
잠시 놀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공작의 후계자의 아들이 도로시 손을 잡아끌더니 구석으로 데려갔다.
“이봐, 네 아버지, 용사하고 아는 사이냐?”
“어…몰라?”
“흠, 그런가. 모르는가. 허긴 너는 어리니까.”
“네가 더 어리잖아.”
“입 다물라, 평민 계집!”
“도로시라고 해. 왜 자꾸 계집이래.”
“….”
공작의 손자는 어른처럼 혀를 쯧쯧 차더니, 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너에게 은혜를 내려주마. 네 아버지는 용사와 혼인하게 될 거다. 용사가 원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되어 갈 데가 없어지면 나에게 오라. 네 마수와 함께 종자로 키워줄 테니.”
“…뭐…? 거짓말!”
도로시는 발로 땅을 쾅쾅 찼다.
“거짓말쟁이! 엄마랑 아빠는 이미 엄마랑 아빠야! 용사인지 뭔지는 아빠랑 혼인 못 해!”
“뭐, 뭐, 혼란하지 마라. 괜찮아. 그렇게 되면 내가.”
“거짓말! 거짓말이야! 이 거짓말쟁이야!”
도로시는 화를 내다 와락 공작의 손자에게 덤볐다. 그러려고 했다. 아무리 예쁜 애라도 그런 거짓말을 하면 용서하지 않아.
하지만 갑자기 누군가에게 덥석 허리를 안겨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아가씨, 진정하세요. 공작가 도련님께서는 호의로 하신 말씀입니다.”
고개를 위로 올려보니 다니엘이었다. 아까 분명히 아빠랑 함께 있는 걸 봤는데 언제 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도로시가 분해서 입술을 떨며 뭔가 말하려 하자, 다니엘이 빙그레 웃었다.
“괜찮아요, 아가씨. 도련님께서 하신 말씀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죠, 도련님?”
다니엘이 공작의 손자를 보고 말하자, 왠지 뻣뻣하게 굳은 손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도련님, 집안에서 있었던 일을 아무한테나 말해서는 안 되는 거, 잊어버리셨습니까. 그리고, 이 아가씨 가슴에 있는 브로치가 어느 가문의 문장인지 확인하셨나요? 변경백 가문의 문장은 중요한 거라고 몇 번이나 알려드렸는데, 설마 문장이라는 것도 몰라보신 건 아니지요?”
다니엘의 말에, 손자가 얼굴을 다른 곳으로 향한 채 가만히 있다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 아이는 내 종자가 될….”
“도련님, 종자가 될 사람이라고 해도 말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이분은 남자가 아니에요. 제가 아가씨라고 부르는 걸 보면 모르시나요?”
“하지만 바지를….”
“그건 이 아가씨가 그냥 아가씨가 아니라 모험가 파티의 한 명인 모험가이기 때문입니다. 이 아가씨는 산타급 파티의 일원으로 참가한 거예요.”
도로시는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라 물었다.
“어, 그랬어?”
“….”
다니엘이 입을 다물고 도로시를 본다.
공작의 손자가 약간 의기양양한 듯 말했다.
“바보구나.”
바보가 바보라고 한다. 도로시는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린 채 손자를 노려보았다.
“네가 바보야, 이 바보야!”
“뭐, 이 평민 따위가!”
손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 아이를 노려보면서, 조금, 정말로 아주 조금 걱정이 되었다. 용사라는 건 우리 아빠랑 정말로 혼인하게 되는 걸까. 그러면 엄마랑 도로시는 어떻게 되지?
문득 다니엘이 중얼거렸다.
“맙소사, 은 스푼과 은 나이프가 모조리 구부러졌네.”
왠지 조금 곤란해하는 목소리였다.
어, 연화한테 혼나려나. 어쩌지.
가방 안에 있던 오즈가 움찔 움직였다. 오즈도 걱정되는 것 같다.
* * * * * * * * * *
변경백 부부는 아직도 홀을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인사가 끝난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음료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변경백 님은 상대하기가 좀 어려워요.”
길드장 퍼셀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분은 산타급 모험가가 어떤 건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가장 먼저 주환 씨에게 말을 걸었겠지만, 다른 귀족이었다면 그렇게는 안 됩니다. 아무리 산타의 계약자가 어떤 건지 알아도 사회의 룰이라는 게 있으니까.”
레너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렇겠죠. 다른 귀족이었다면 아마 주환 씨가 몇 번째 정도로 밀렸을 겁니다. 변경백 님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상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죠. 다른 귀족과 다르니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주환은 근처에 있는 귀족들의 시선이 점점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레너드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는군요. 주환, 자네는 대화에 주의하게. 언질을 주어서는 안 돼. 상대가 뭔가 소개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는 특히 조심하게나. 잘못하면 혼담이나 방문 약속으로 발전해버릴 거야.”
이번에는 퍼셀이 덧붙였다.
“산타의 계약자가 어떤 건지 아는 사람은 굉장히 드뭅니다. 상당한 신분의 고위 귀족이 아니라면 모를 수도 있어요.”
길드장 퍼셀이 재빨리 가까이 다가오는 귀족들의 얼굴을 보고 속삭였다.
“저 끝에 있는 사각형 얼굴, 조심해요. 수법이 지저분한 사람입니다. 지금 다가오는 사람 중 상당수는 그저 산타급 모험가라는 것만으로 덤비는 거예요. 1급 모험가만 해도 엄청난 실력이니, 산타급은 더 좋겠지 생각하는 거지요. 그래서 조금 무리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도 언질은 주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주환은 고개를 약간 숙여 대답하면서 리지 쪽을 보았다.
파티에 참석할 때는 남녀가 함께라도, 항상 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남자들끼리 사업이나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서로 떨어진다.
‘괜찮을까.’
이런 때를 대비해서 안젤리카와 레너드의 부인 등 여성진이 붙어 있지만, 그래도 약간 걱정이 되었다.
문득 리지가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빙긋 웃는다. 걱정 말라는 듯이, 리지가 아주 조금 얼굴을 숙였다.
주환은 리지의 뒤쪽에 안젤리카가 단단히 서 있는 것을 보고 시선을 돌렸다.
대단히 화려한 차림의 남자가 주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오려다 말고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레너드가 작은 소리로 공작의 적남이라고 알려주었다.
‘공작의 적남이면….’
머릿속에 다니엘이 가르쳐 주었던 것들을 떠올린다.
이 나라에 공작은 한 명뿐이다. 현 공작가는 왕실에서 갈라져 나온 가문으로, 지금 공작의 여동생이 변경백의 부인이었다. 그 외에도 왕실과 여러 유력 가문에 혼인으로 얽혀있는 모양이다.
지금 가까이 오고 있는 공작의 적남은 공식적인 후계자라고 들었다.
‘성격은 조금 오만, 이었나.’
하지만 공작은 왕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고위 귀족이다. 산타의 계약자에 대한 것은 알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공작의 후계자가 가까이 오자, 주환은 고개를 숙였다.
“만나서 반갑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역시 회유로 나오는 모양이다. 공작의 후계자가 힐끔 레너드를 보았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 나라 귀족의 상당수가 밀러 상회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레너드가 있으면 함부로 하지 못한다. 굳이 이 자리에 레너드가 참석한 것도 그래서였다.
공작의 후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몇 명이 끼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마수의 것으로 바뀌었다. 연화와 오즈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몇 명은 주환의 모습이 용사와 비슷하다며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다. 용사와 같은 지구 출신이라는 걸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다 넘어 먼 나라라고 은근슬쩍 넘겼다.
공작의 후계자가 주환을 정중히 대했기 때문에 다른 귀족의 태도도 조심스러웠다. 크게 모가 나는 일은 없었다.
변경백이 연회장을 한 바퀴 모두 돈 모양이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변경백 부부가 가운데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귀족들이 서로의 파트너와 함께 거기에 동참했다. 공작의 후계자도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그 안에 들어갔다.
몇 곡이 흐른 뒤, 왈츠와 비슷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에 맞춰 남녀가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
주환은 리지의 모습을 찾았다. 부인들이 여러 명 모여 있는 곳에 몇 명의 남자가 다가가 춤을 신청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리지를 향하는 것을 보고, 주환의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남자가 리지의 앞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주환은 살짝 바람을 일으켜 남자의 걸음을 방해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방해받은 남자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사이, 주환은 리지의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한 곡 추실까요, 부인?”
그렇게 말하자 리지가 기쁜 듯이 눈을 빛냈다.
한 달가량 예절 교육을 받으면서, 한 종류의 댄스 만을 익혔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춤을 익히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파티에 참석하면서 아예 춤을 추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 가지 정도는 출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딱 하나, 노부부는 가장 익히기 쉬운 것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여러 가지를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는 한 가지를 확실하게 출 수 있는 것이 좋다. 춤은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남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부부는 그렇게 말하며 지독할 만큼 여러 번 되풀이하게 했다.
그렇게 배운 것이 지금 사람들이 추고 있는 댄스였다.
리지가 주환이 내민 손을 잡고 사뿐사뿐 걸었다.
주환은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을 곳을 택해 가장자리에 접근하면서, 리지의 얇은 허리에 손을 댔다.
하나 둘 셋.
소리 없이 눈으로 박자를 맞춘 뒤, 부드럽게 사람들 사이에 끼어든다. 빙글빙글, 화려한 색색의 드레스가 크게 원을 거리며 돌아갔다.
그중 제일은 리지라고 생각했다.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는 그녀는, 마치 보석 가루를 흩뿌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나비 같았다. 지금 보여주는 미소도 특별할 만큼 환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귀족 사회를 동경하고, 또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