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44)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44화(144/235)
#144 용사의 등장
#144 용사의 등장
실패해서는 안 돼. 분명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테니까.
정화는 시녀에게 몸을 맡긴 채 몇 번이나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나라에 온 이후, 화려한 드레스를 몇 벌이나 맞췄다. 보석도 받았다. 타이론 왕국의 왕이나 왕세자와 달리, 이 나라의 폐하는 친절하다.
타이론에서는 매일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지구도 아닌데 왜 여기까지 와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공부해야 할 것들도 상상 이상으로 많다. 매너에 언어, 왕국의 역사에 대한 것들. 정해진 양을 해내지 못할 때마다, 가정교사들이 싫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아무도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언어 정도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그것조차 이해해 준다.
타이론과 시모니 왕국의 언어를 모두 할 수 있는 통역이 옆에 붙어서, 그녀가 알아들을 때까지 차근차근 몸짓을 섞어 설명해 주었다. 그래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많지만 그런 것도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매너는 익히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조금 서툴러도 용사이니까 허용된다. 이 세계에 익숙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고 모두가 이해해 주었다.
왕국의 역사나 영지에 대한 것들은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 걸 몰라도 용사는 꽃처럼 예쁘게 꾸민 채 사람들에게 웃어 보이면 된다.
용사는 신이 보낸 존재, 사람들 마음속을 따뜻하게 하는 희망의 불꽃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말해 주었다.
다만, 이 나라 사람들도 몇 번이나 산타를 만난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왕도, 공작도, 호위하는 기사도 마찬가지다. 잊을만하면 슬쩍 물어본다.
이번에는, 그때마다 만난 적이 없다고 제대로 대답했다. 그래도 실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습니까, 하고 웃을 뿐. 그저 겉으로만 그렇게 말하는 걸 수도 있지만, 타이론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했다.
사람들이 타이론 왕국에 있는 남자 용사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지만,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이 그 남자에게 넘어가는 건 싫다. 네크로맨서라고 대답하면 분명히 그를 탐내게 되겠지. 그건 절대로 안 된다. 이번에는 실패할 수 없어. 분명,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까.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화장과 머리의 세팅이 모두 끝난 모양이다. 시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뒤에서 말했다.
“정화 님, 다 됐습니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시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화는 방긋 웃었다.
“고마워.”
왕궁에 처음 도착한 이후 정화의 시녀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대부분 신전의 무녀였다.
나라마다 용사를 대하는 태도는 약간씩 다르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 용사는 신의 사자로 불린다고 들었다. 그만큼 다른 나라보다 백성들의 믿음과 선망이 강하다.
더구나 정화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드문 여자 용사. 신전의 무녀 외에는 그녀 곁에 두는 사람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용사를 탐내는 귀족들의 경쟁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누가 용사의 곁에 있어도 불평이 나올 것은 당연하니까. 그래서 가장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신전 무녀가 그녀의 시녀가 된 거라고, 첫 번째 무녀가 말해주었다.
“….”
지금 함께 있는 시녀는 일반 귀족이다. 무슨 백작의 딸이라고 했던가. 공작의 저택으로 잠시 이동하게 되면서 왕이 그녀를 시녀로 붙여 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시녀가 무녀보다 좋다. 왜인지 모르지만 무녀와 함께 있으면 답답해진다. 너무 조용해서 그런 걸까. 어쩌면 무녀들이 너무 고지식한 사람들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잘 웃지도 않고, 항상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재미없다.
게다가 무녀 옆에 있으면 왜인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딱히 비난하는 것도 아닌데 이 세계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 걸 나무라는 느낌이 든다. 보이지 않게 잘난척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시녀는 괜찮아. 항상 부드럽고 친절하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정화님, 생각해 보셨나요?”
“어…무얼?”
“폐하의 곁에 머무시는 거요. 그렇게 되면 모두가 굉장히 기쁠 거예요.”
“….”
“물론 정화님께도 굉장히 좋은 얘기예요. 만일 폐하의 아드님을 낳으신다면, 정식 왕비마마가 되는 것도 꿈은 아닌 거죠.”
“….”
이거다. 자꾸만 왕의 애첩이 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왕비도 아니고 애첩. 사람을 무슨 바보라고 생각하나.
타이론에서는 그래도 젊은 귀족을 배우자로 권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왕은 자신이 정화를 애첩으로 삼고 싶다고 말한다. 왕족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적어도 왕자를 내밀어야 하는 거 아닌가.
늙어 주름이 층층이 진 왕의 얼굴을 떠올리고, 정화는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싫다. 죽어도 왕과 결혼하는 건 싫어. 가까이 가면, 왕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 말할 때마다 입에서 썩은 내가 풍겼다. 그런 사람과 한 침대에서 자고 키스며 그 이상의 것까지 하다니, 절대로 싫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토할 것 같아.
정화는 그런 생각이 겉으로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긋 웃었다.
“그, 오늘은 산타급 모험가를 만나러 가는 거지?”
“…예, 조금 기다리시면 공작님이 오실 거예요.”
“언제까지 결정해야 하는 거야? 결혼 상대?”
“글쎄요. 늦어도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결정하시는 게 좋겠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세요. 저, 이런 말씀은 조금 그렇지만, 정화님은 나이가 좀 많으시니까요.”
시녀가 곤란한 듯 말하다 당황한 것처럼 머리를 조금 흔들었다.
“물론, 정화님이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은 아니에요. 정화님은 정말 아름답고 어려 보이시니까요.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여자들의 혼인이 이르답니다. 너무 늦으면 아이를 낳는 것도 힘들고, 아무래도 좀….”
정화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아.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해 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하고.”
정화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결혼 상대를 빨리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후보자라는 게 왕뿐인 거다.
몇 명의 귀족이 더 있었지만, 왕이 그녀를 애첩으로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는데 선뜻 정화에게 다가와 줄 리 없었다.
이대로는 정말로 왕과 혼인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머리를 짜내 생각한 것이 산타급 모험가였다.
산타급 모험가는 용사만큼 특별한 존재라고 들었다. 게다가 이름이 주환이라고…
그 이름을 들은 순간 머리에서 반짝 불이 켜진 것 같았다.
한국 이름이잖아,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고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자, 뭐, 이건 백 프로 전철에서 보았던 남자였다. 그렇게 커다란 덩치에 한국 이름을 가진 남자가 여러 명 있지는 않을 테니까.
들어보니 성격도 좋은 것 같고, 함께 이 세계에 온 태형과는 달리 여자에게 잘한다고 들었다. 함께 사는 여자와 사이가 좋다고.
그때부터 산타 모험가와 결혼하고 싶다, 아는 사람이다, 만나게 해달라고 계속 조른 끝에 겨우 얻어낸 기회가 오늘이었다.
정화는 거울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정화, 잘 해야 해. 좋은 인상을 줘야지. 주환이라는 남자를 잡지 못하면 왕과 혼인하는 거야. 그걸 피하고 싶으면 절대로 그 남자 마음에 들어야 해.’
외모만큼은 가족을 닮아서 뛰어난 편이다. 이렇게 차려입으면 자신이 봐도 상당히 예쁘다. 정화는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에 손가락을 대고 가만히 쓰다듬었다.
괜찮아. 분명히 잘 될 거다. 같은 지구인인걸. 분명 그 사람도 같은 지구 사람이 그리울 거야. 어쩌면 돌아가고 싶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정화를 보면 기뻐할 거다.
문득 주환의 부인이라는 여자가 생각났다. 다른 남자의 부인이었던 여자라고 들었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강제로 얻은 부인이라고.
불쌍하게도, 자신과 달리 그 남자는 왕궁이 아니라 저 험한 바깥세상에 그대로 내던져진 모양이다.
상처 받은 남자를 자신이 감싸 치유하고, 서서히 좋은 관계를 이뤄간다면, 분명히 이 세상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다.
“….”
주환과 결혼하게 되면 자신이 정실부인이 되고 그 여자는 둘째 부인이나 첩이 되는 걸까. 아니면 그 여자는 다른 곳으로 보내게 되는 걸까.
아직 정확하게 들은 것은 아니지만 첩으로 함께 있을 수도 있다. 이 나라에서는 남자가 부인 외에 첩도 여러 명 가질 수 있다고 하니까.
‘그건 조금 싫은데.’
정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지.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세상은 없다. 조금씩 자신에게 맞게 고쳐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종이 공작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을 가져왔다.
정화가 준비되었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커다란 문이 열렸다.
“이건….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요. 폐하께서 그토록 그대를 갈망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공작이 부드럽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아름답다는 말을 들으면 항상 기뻐진다. 아마 자신의 장점은 외모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화가 그 위에 손을 올리자, 공작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밖으로 이끌었다. 공작이 상체를 살짝 기울여 정화의 귀에 속삭였다.
“주환 씨와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작은 싫어하는 왕을 설득해 주고 여기까지 일을 진행시켜준 은인이다. 공작이 아니었으면 그녀가 주환을 만나볼 가능성은 없었을지 모른다. 이 사람은 믿을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화는 공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각하.”
“후후, 별말씀을요.”
이 나라는 좋다. 비록 왕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왕은 자신을 갈망해 주고,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다. 이전에 타이론 왕국에서 혼자 갇혀 있던 시절에 비하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주환이라는, 이 세계의 사고방식에 물들지 않은 남자도 있으니까.
마차에 탄 정화의 가슴이 조금 뛰기 시작했다.
* * * * * * * * * *
커다란 천막에서 요리사들이 연신 음식을 만들어 낸다. 김이 폴폴 나는 고기 요리와 재료가 뭔지도 모를 음식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대형 천막으로 옮겨졌다.
옆이 터진 대형 천막 안에는 테이블이 여러 개 붙여져 깨끗한 천으로 덮여 있다. 그 위에는 방금 만든 요리와 음료수가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음식 테이블 근처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깔끔한 옷을 입은 시종들이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귀족들의 시중을 들었다.
외부라 그런지, 어제와 달리 사람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웃고 떠들었다. 천막은 물론 사냥터 전체가 시끌시끌 들뜬 분위기였다.
대형 천막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원형 천막이 세워져 있다. 너른 벌판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원형 천막은 대부분 귀족들이 머무는 숙소다. 한 가문 당 한 개 정도로 배정되어 있다고 들었다.
몇 군데는 특정한 가문이 아닌, 아무나 들어가 쉴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아마 남녀의 교합 장소로 사용되는 모양이다. 다니엘이 말꼬리를 슬쩍 흘리는 모습을 보면 그런 것 같았다.
주환이 남자들과 떠난 직후, 리지는 한동안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몇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의 분위기가 변했다.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남녀가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거나 몇몇 사람은 원형의 천막 사이로 사라졌다. 그들이 뭘 하는 건지는 생각도 하기 싫다.
몇 사람은 잠시 쉬러 자신들의 천막으로 향했다.
그런 식으로 분위기가 흐트러지면서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어느 정도 리지의 주변에 몰려들어 있던 사람들도 잠잠해졌다.
그렇게 되자 겨우 리지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긴장이 풀리자 몸 전체가 물에 젖은 원단처럼 무거워진 느낌이 든다. 솔직히 말해 지쳤다.
리지는 약간 멍한 느낌이 되어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데 먹을 수 없다. 가슴과 허리를 죈 코르셋 때문에 숨 쉬는 것도 힘겹다. 먹을 게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너무 지쳤고.
“하아.”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샜다. 정말 아깝다. 평생에 단 한 번 있을 기회인데. 그래도 다행인 건 도로시가 마음껏 먹는다는 점이려나.
한동안은 먹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던 도로시가, 얼굴과 손에 뭔가를 잔뜩 묻힌 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도로시, 왜 그러니?”
왠지 이상해서 리지가 가까이 가 묻자, 도로시가 약간 실망한 것처럼 말했다.
“나를 종자로 만들어준 애를 찾고 있거든. 근데 없어, 엄마.”
“누구?”
“음, 도련님? 굉장히 예쁜 애야. 남잔데 눈썹이 이렇게 길고, 뺨이 하얗거든.”
공작님의 손자라는 귀족 아드님을 말하는 모양이다. 안젤리카가 도로시의 손과 입을 닦아주는 걸 보면서, 리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도로시,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해. 그리고 함부로 가까이 가서 말을 걸어도 안 되고.”
“왜?”
“….”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리지는 조금 망설였다.
주환은 산타의 계약자라는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리지와 도로시는 그냥 평민이었다. 주환이 두 사람을 끔찍하게 생각해 주기 때문에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그냥 평민.
주변 사람들이 리지와 도로시를 주환의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여주는 건 오직 주환이 그만큼 소중히 여겨주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귀족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변경백의 파티는 예외 중의 예외, 이런 대접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도로시는 타인의 엄격한 눈으로 볼 때 주환의 딸이 아니다. 피의 연결은 없으니까. 아무리 주환이 도로시를 진짜 딸로 생각하고 있어도 주변 사람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걸 도로시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대로 된 말을 머릿속에서 고르고 또 고르고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려보자, 멀리에서 화려한 마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마차도 모두 화려하고 크지만, 지금 오고 있는 마차만큼 훌륭한 건 보지 못한 것 같다.
그 마차를 보자마자, 리지 근처에 있던 다니엘과 안젤리카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부인,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로, 리지는 안젤리카의 안내를 받으며 걷기 시작했다. 안젤리카는 침착한 모습이지만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도로시는 다니엘에게 이끌려 리지의 뒤를 쫓아왔다. 아이는 여전히 먹고 싶은 모양이지만, 다니엘이 음식을 천막까지 가져다준다고 하자 두말 않고 따라왔다. 아마 도로시도 약간 피곤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마차는 곧바로 중앙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달려온 마차가 리지 바로 근처에서 멈췄다.
사람들이 모두 서서 마차를 바라본다. 다니엘과 안젤리카도 더 이상 걷지 못하고 멈춰 섰다.
마부와 함께 마부석에 앉아있던 하인이 재빨리 내려와 마차 문 밑에 예쁜 천을 입힌 계단을 놓았다. 그리고 마차 문을 연다.
먼저 나온 것은 나이가 많은 귀족 남자였다.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다. 안젤리카가 저분이 이 나라의 유일한 공작님이라고 작은 소리로 말해주었다.
공작님은 혼자가 아니었다. 마차에서 내리자 안쪽에서 나오는 여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화려한 드레스와 함께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
리지의 심장이 두근, 크게 울렸다.
‘맙소사.’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