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51)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51화(151/235)
#151 악신의 짐승 (삽화)
#151 악신의 짐승
바람이 강하게 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오두막 창문으로 귀신 울음 같은 바람 소리가 들렸다. 지붕까지 덜컹거리는 것 같다.
이 정도의 바람이라면 마부석에 앉아있는 건 위험할지도 모른다. 리지와 도로시가 걱정되어, 주환은 오두막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
밖은 조용했다. 어디에도 바람은 불지 않는다. 오두막에서 몇 발 자국 나와 올려다보았지만 지붕이 흔들릴 정도의 바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빠!”
주환을 보자, 도로시가 빨리 오라는 듯 손을 마구 흔들었다. 이곳을 떠나고 싶은 것 같다.
리지가 주환을 걱정스럽게 보며 도로시를 안았다. 그만두라고 말한 모양이다. 귀에 뭔가를 속삭이자 도로시가 우울한 표정이 되어 손을 내렸다.
주환은 조금만 기다리라는 뜻으로 작게 웃어 보였다.
아이 어깨가 축 늘어진다. 도로시는 힐끔 엎드려 있는 마을 주민들을 쳐다본 뒤 리지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 줘.’
주환이 소리 없이 입 모양만으로 말하자, 리지가 걱정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자 바람이 불어온다. 집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다. 어느새 바람이 더 강해져 있었다.
주환은 오두막 문을 열어둔 채 촌장 앞에 앉았다.
“이야기를 계속해 주세요. 어쩌다 부인이 죽었습니까?”
“…인간의 탐욕 때문입니다. 인간이 추해서, 우리가 더러워서 그렇습니다.”
촌장이 마른 가지 같은 얼굴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본래의 악신은 매우 온화하고 평범한 신이었다고 합니다. 신 중에서는 그리 힘이 강하지 않은, 눈에 띄지 않는 신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신도 인간 틈에 섞여 살기 위해서는 몸을 바꿔야 합니다.”
신의 몸은 이 세계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악신은 몸을 인간 세상에 맞추기 위해 몇 년에 한 번 집을 떠나 신의 나라에 돌아갔다.
문제는 악신이 집을 떠났던 그때 일어났다.
“악신은 자신이 신이라는 걸 숨기고 외딴 숲에서 살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한 곳에 정착해 살다 보면 누군가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마련입니다. 인간 세상에 소문이 났어요…시간이 흘러도 젊고 아름다운 미녀가 숲에서 살고 있다는 게….”
촌장이 부들부들 떨며 이마를 바닥에 문질렀다.
“…그리고 그 미녀가 신의 아내라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죠. 신의 정기를 가득 담은 그 여자의…그….”
끝으로 가면서 촌장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입속에서만 웅얼웅얼한다. 주환이 몸을 숙여 귀를 기울이자, 촌장이 다시 한번 소리를 죽여 말했다.
“…살점을 먹으면 영원히 젊게 살 수 있다고…사람들이 떠들고 있었습니다….”
“맙소사.”
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붉은 무덤에 시선을 주었다.
너무 끔찍한 말에, 뒷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주환이 일어서려고 하자, 촌장이 바닥을 기듯 손을 더듬어 주환의 신발에 손을 얹었다.
“부디…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벌레만도 못한 저희의 참회를 받아주세요…제발…제발…오랫동안 이 몸뚱이를 가지고 살아온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촌장 뒤에 있던 여자가 바닥에 엎드린 채 기어 왔다. 주환의 앞에 납작 몸을 엎드린 채 애원한다.
“우리의 이 몸은 점점 메말라 갑니다. 죽을 무렵이 되면 매미 허물처럼 변해요. 적은 수분조차 모두 빼앗겨 바스락거리며 조금씩 죽어갑니다. 하지만 정말 두려운 것은 그 뒤…우리는 다시 태어납니다. 죽을 수 없어요.”
다른 남자가 울면서 말했다.
“우리 마을 사람 중에 부부는 없습니다. 타인과 접촉할 수 없을 만큼 피부가 말랐기 때문이에요. 어딘가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죽을 만큼 아픕니다. 그런데도 우리 마을 사람은 아이를 낳아요.”
낳은 아이는 자라다 보면 누군가의 할아버지였거나, 아버지 어머니, 혹은 그 이전의 조상이었다. 어딘가 행동이 비슷하다.
너무 여러 번 되풀이해 태어난 탓에, 정확하게 자신이 언제의 누구였는지는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예전에 이 마을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되풀이해서 태어나 다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고통스럽게 죽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태어나요.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우리 안에서 계속 멈춰져 있어요.”
촌장은 주환의 신발에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손가락을 올린 채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부디 들어주십시오. 우리의 참회를…우리를 불쌍히 여겨 들어주세요.”
“나는 악신과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그냥 알아요. 당신이 우리를 용서해 줄 분입니다…부디….”
어쩔 수 없어서, 정말 어쩔 수 없어서 주환은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귀를 막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 처음 이 장소에 들어왔을 때 느낀 충격과 애절함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심장에 바위를 얹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각지에서 사람이 모였습니다. 어떤 왕국에서는 왕자와 기사를 보냈고, 어떤 나라에서는 마법사를 보냈죠. 마녀를 발견해 토벌한다는 거짓말 아래,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만일 악신이 유명하거나 강한 신이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악신은 인간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이었다. 작고 초라한 신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인간들이 그런 일을 벌여도, 어느 신전에서도 경고가 내려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신에게 허락받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하자, 그것이 마치 신탁인 것처럼 바뀌어 사람들 사이에 속삭임 되었다.
“악신이 신의 나라로 돌아가자, 인간이 움직였습니다. 악신의 숲을 포위하고 공격해 들어갔죠.”
악신은 아내를 위해 하얀 짐승을 한 마리 집에 남겨 두었다. 이름이 루돌프라고 하는 짐승은 하얀 털로 뒤덮인, 동글동글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다리가 달린 하얀 털공 같았다.
“루돌프?”
“예, 악신의 부인은 그 하얀 짐승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상하다. 왜 여기에서 루돌프라는 말이 나오는 걸까. 이 마을 사람들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산다고 들었다. 아마 산타의 계약자나 루돌프라는 건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촌장은 주환의 의문을 모른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몰려갔지만 악신의 짐승은 매우 강했습니다. 몇 날 며칠 동안 인간을 하나하나 죽여갔어요.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인간은 각지에서 뽑아온 강자들로만 구성한 군대를 이끌고 갔으니까요.”
악신의 짐승은 마침내 인간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찔리고 베여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악신의 짐승은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자신이 여주인을 지키지 못할 것을 알자, 짐승은 마지막 힘을 모두 모아 신의 나라로 자신의 울음소리를 보냈다. 주인이 듣고 알아차려주기를 빌면서, 목이 터지고 눈에서 피눈물이 날 때까지 계속 하늘을 보고 울었다.
“마침내 짐승이 쓰러지자, 인간은 악신의 집에 흙 묻은 발로 들어가 부인을 끌어냈습니다…유린하고 매달아 죽인 뒤 그녀의 살점을…. 악신은 울음소리를 듣고 서둘러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너무 늦었어요. 부인은 이미 처참하게 죽은 뒤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인간을, 악신은 분노에 가득 차 모조리 찢어 죽였다. 산 채로 팔과 다리를 찢고 머리를 뜯어냈다.
“그날의 공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그 자리의 모두가 자신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가는 걸 보았습니다.”
하지만 공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악신은 그 자리에서 저주를 내렸다.
[더럽고 천박한 인간아, 마음이 사치인 인간들아.너희들이 그토록 영생을 원한다면, 그래, 가져라. 영원토록 살게 해 주마.
정을 악으로 갚고 친절을 배신으로 갚는 비열한 자들아, 나의 저주받아라.
긴 인생 돌고 돌아라.
내가 너희를 용서하지 않는데 어찌 감히 죽을 수 있으리.
영원의 삶을 살면서 끝없이 후회하여라.
언젠가 너희들이 진심으로 이 일을 후회하고 뉘우칠 때 겨우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악신이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피를 확 뿌리자, 그 자리에 죽어 있던 자들 중 몇몇의 찢긴 몸이 서로 붙었다. 한 사람의 몸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각기 다른 이의 머리와 팔다리가 모여 한 사람을 만들었다.
그렇게 수십 명.
저주받은 사람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면서, 어떤 식으로든 악신 부인의 습격에 가담했던 인간들이 이곳저곳에서 하나둘 죽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쓰러져 죽거나, 갑자기 피를 토하다 죽기도 했다. 어떤 이는 악신의 모습을 헛것으로 보면서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공포가 전염되어갔다.
저주받은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몸에 있는 수분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을 느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매미 허물처럼 되어 죽은 사람이 생기고 다시 아이가 태어나자, 인간들은 그제야 악신이 내린 진정한 저주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먼지 한 톨만큼이라도 악신의 부인을 해치고자 마음먹었던 사람은 저주받은 인간으로 거듭 태어난다. 하나의 몸에, 영혼이 바뀌어가며 태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저주받은 인간의 수는 줄지도 늘지도 않는데, 그 삶을 사는 영혼은 나날이 늘어났다.
“저주받은 사람은 본디 악신의 숲이었던 이곳에 모여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초라한 신전을 세우고 매일 용서를 빌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악신은 아마 겸손한 신이었을 것이다. 신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힘을 뽐내지 않은 채 작고 소박한 것을 즐기며 조용히 살았지만, 가지고 있는 힘과 잠재력은 그 누구보다 강하고 높았던 모양이다.
악신의 분노와 슬픔이 너무 커, 이 세상에 비가 내리지 않게 되었다. 호수가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숲의 나무가 죽어갔다. 가축도, 인간도 죽었다. 가뭄에 이어, 지진 혹은 해일이 밀려오기도 했다.
인간 세상 전체에 악신의 저주가 내린 것처럼 보였다.
결국 신과 악신의 전쟁이 벌어졌다.
“….”
주환은 조용히 사람들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이 마을 사람들이 악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부디…용서해 주십시오…한마디…용서한다는 말 한마디만 내려주세요….”
이들의 삶이 고통스러웠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이런 삶을 수없이 되풀이해 산다고 하면, 그것은 정말 공포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악신이었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아닌 데도,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사람들이 불쌍하기보다는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굉장히 냉정한 사람인가.’
주환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사람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우는 것처럼 웅성웅성 빌었다. 용서해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벌이 웅웅거리는 것 같다.
“…부디…부디…용서한다는 한마디만 내려 주세요….”
신전에 가달라고 말했던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눈꺼풀이 잘 닫히지 않는 듯 눈을 반쯤만 껌벅거리면서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이대로 계속 살게 된다 해도 괜찮습니다. 그날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여전사로 참가해 웃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가 남자들에게 유린되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며 웃었지요. 지금은 그녀의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공포와 분노 슬픔, 그때는 왜 그걸 몰랐는지 모르겠어요. 그저…그때 정말 잘못했다고 빈 뒤에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습니다…제발….”
주환은 사람들의 모습을 휘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좋아요. 내 말은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신들이 그토록 원한다면 말해드리겠습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면…용서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구석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엎드려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자신의 얼굴까지 손을 들었다. 자신의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죽어간다…몸이…죽어가…내 영혼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
남자의 몸은 순식간에 압축되는 것처럼 쪼그라들었다. 음료수 종이팩에 빨대를 꽂은 채 쭉쭉 공기를 뽑아내는 것 같다.
말라비틀어진 몸으로,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정말 죄송….”
남자는 말하던 중간에 머리를 툭 바닥에 떨궜다. 매미 허물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 바삭하게 말린 피부만 남은 것 같다. 뼈도, 혈액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진 채, 남자는 그대로 죽었다.
바깥에 있는 사람 몇 명도 그런 식으로 죽었다. 하지만 촌장도, 전사였다던 여자도 죽지 않았다. 말라 주름진 몸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왜…왜…나는….”
“…어째서야…왜….”
죽지 못한 채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혼란스럽게 중얼거렸다.
주환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설마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당신들이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나는 아까 용서한다는 말에 단서를 붙였습니다.”
주환은 악신의 부인 무덤에 가까이 가서 잠시 눈을 감고 더 이상의 고통과 슬픔은 없기를 빌었다.
지금은 애절함이 느껴지는 것도, 눈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가슴이 아프다.
‘불쌍하게도. 그런 고통스러운 끝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는데, 갑자기 붉게 물들어 있던 무덤에서 색이 빠지기 시작했다. 붉은색이 마치 흑백사진처럼 평범한 흙색으로 바뀌어갔다.
“….”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이 불행한 여자가 어쩌면 이제야 진실로 안식을 찾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틀림없을 거다. 분명 그녀의 육신은 물론 영혼과 애통함, 분노, 공포, 그런 것들이 모두 저 먼 곳 어딘가로 가버렸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분명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겠지. 그러길 바랐다.
“…안돼…안돼…제발…우리를 용서해 주세요…한 번만 더…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말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제발….”
사람들이 아우성치듯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주환은 밖으로 나왔다. 리지와 도로시의 얼굴을 보자 왠지 눈물이 난다.
이 행복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의 이 순간과 다음에 오는 웃음이 모두 신의 축복,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주환은 마차에 오른 뒤 고삐를 잡았다.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연화가 걸음을 옮긴다. 마차 주위를 따라 습기가 이동해갔다.
문득 고개를 돌려 마을을 바라보자, 조금 전까지 그 자리에 스며있던 습기가 바짝 말라 있었다. 주변을 확인해 보니, 숲의 다른 땅도 마찬가지다. 모두 바짝 말라가기 시작했다.
아마 저 마을은 앞으로도 계속 저런 상태일 것이다. 마지막 한 명까지 진심으로 뉘우치고 누군가에게 용서를 받을 때까지.
‘하지만 어째서일까. 왜 이 마을에 있는 것들이 내게 반응한 거지?’
사람은 거듭 환생하며 인생을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산타도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런 말을 했었다.
“….”
어쩌면 먼 옛날 저들이나 악신, 혹은 그 부인과 무슨 관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다. 지금의 그에게는 상관없다. 그런데도 왜인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그날 밤, 주환은 꿈을 꾸었다. 자신이 악신이 되어 아름다운 여성과 웃고 있는 꿈이었다. 굉장히 온화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자면서도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