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64)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64화(164/235)
#164 악신의 무덤
#164 악신의 무덤
두려움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있을 때 생긴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면 두려움도 없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지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살아온 중에서 지금이 가장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하아. 주환은 돌을 올려놓은 듯 묵직한 가슴을 누르며 가볍게 숨을 쉬었다.
악신이 봉인당했다는 저 숲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몸에 닥치는 위험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 숲에서 알게 되는 것 때문에 뭔가가 변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졌다. 그저 눈을 감고 외면하고 싶다. 단순한 인간 김주환으로 남고 싶어. 리지의 남편, 도로시의 아버지로, 하찮은 평민 그대로 사는 게 소원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주환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리지가 문득 그를 보더니 방긋 웃었다. 그녀의 손에는 약간 투박하게 생긴 생강빵이 들어 있었다.
“여기 음식은 변경백 님의 성에서 먹었던 것보다 단순하네요. 하지만 저는 이게 더 좋아요. 평민이라 그럴까요?”
리지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도로시가 입에 고기를 잔뜩 문 채 우물우물 말했다.
“도로시는 이것보다 그 성에서 먹은 달콤한 빵이 좋아, 엄마. 하지만 고기는 이것도 맛있어. 부들부들하잖아.”
손에 눅진한 소스를 잔뜩 묻힌 채 도로시가 고기 한쪽을 주환에게 내밀었다.
“아빠, 아빠도 먹어 봐. 굉장히 맛있어.”
길게 목을 빼 아이 손가락까지 덥석 입에 넣어 고기를 먹자, 도로시가 깔깔 웃었다.
“아빠 배고파? 도로시가 또 줄까?”
“…그래, 한 입만 더 줄래?”
도로시의 손에서 고기 한 점을 받아먹으며, 주환은 리지에게 시선을 주었다. 리지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를 보며 웃고 있었다.
‘리지, 계속 나를 보고 웃어줄래?’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신.
리지가 그걸 입에 담은 적은 없지만, 악신을 사랑하는 인간은 없다. 모두 이 세상이 어려운 건 악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악신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그걸 느낀다. 모두가 악신을 두려워하고 미워했다.
리지는 진실을 알게 되어도 여전히 그를 보고 웃어줄까.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녀의 삶이 이토록 어려워진 게 악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장이 바짝 조였다.
“리지, 나는 저 숲에 한 번 가볼까 해. 만일 당신이 가기 두려우면.”
“함께 가요.”
주환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리지가 빵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주환의 말에 끼어드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당신이 어딜 가든, 나는 따라갈 거예요. 절대로 따라가. 날 떼놓을 생각은 하지 말아요, 주환.”
리지가 그의 앞으로 와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았다.
“당신, 이곳에 온 뒤로 조금 이상해졌어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 느낌이 들어요.”
리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부탁이에요, 주환. 위험해도, 위험하지 않아도, 나를 데려가 주세요.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심할게요. 오즈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아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당신을 구하려고 하지 않을게요. 만일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망설이지 않고 도망갈 테니, 제발 나를 언제든 옆에 두어 주세요.”
“….”
괜찮아, 리지. 위험은 없어. 저 숲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사실을 안다. 다만 두려울 뿐이다. 그녀의 시선에 혹시 다른 감정이 섞일까 그게 두렵다.
주환이 리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자, 도로시가 입과 손에 음식을 잔뜩 묻힌 채 다가와 머리를 디밀었다.
“아빠, 도로시도.”
“그래.”
산타벼룩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두둥실 날아 창문으로 가까이 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즈가 번개처럼 허공을 튀어 오르더니, 잽싸게 발로 차 떨어뜨렸다.
“꾸엑! 버릇없는 토끼야! 팽! 그렇게 차 버리면 죽어버리지 않느냐! 팽!”
산타벼룩이 바닥에 널브러진 채 꽥꽥 소리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주환은 가볍게 숨을 쉬었다.
*
주환은 연화의 등에 리지와 도로시를 태운 채 서서히 걸었다. 신들의 전쟁이 있었다는 숲으로 향하는 중이다.
연화의 몸에는 변경백에게서 선물 받은 마구가 실려 있었다. 주환의 몸에 맞춘 거라 상당히 크다. 리지와 도로시 두 사람이 올라가 앉아도 자리가 넉넉하게 남았다.
마구에는 도톰하게 여려 겹으로 접은 천이 단단하게 매여 있다. 리지와 도로시가 조금이라도 편하도록 부착해 놓은 것이다.
두 사람의 몸은 바람으로 고정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마법에 익숙해지면서 이런 정교한 작업도 가능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리지와 도로시는 주환이 대단한 마법사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법사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주환이 악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회복마법을 사용할 때부터 그래 왔다. 누구도 사용하지 못할 수준의 회복마법이 가능한 것 자체가 주환이 악신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각하고 나니, 눈치채지 못한 것이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의 입구에 서자 한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서늘하다. 춥다기보다는 음습하다는 느낌이었다. 등줄기를 따라 한기가 섬칫하게 달렸다.
숲 밖은 밝은 낮인데, 숲 안쪽은 시커멓다. 나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태양의 밝은 빛이 숲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데도 어두컴컴한 기분이 든다. 아침이 오지 않는, 영원히 밤이 이어지는 곳처럼 보였다.
리지와 도로시도 그렇게 느낀 모양이다. 몸을 움츠리면서 두려운 듯 사방을 둘러보았다.
“괜찮아. 위험하지 않을 거야.”
주환은 두 사람을 안심시키며, 한 발자국 숲 안으로 들어갔다.
단 한 발자국.
외부에서 한 발자국 안으로 들어가자 풍경이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따뜻하게 피부를 내리쬐던 빛이, 서늘한 기운을 머금고 피부에 닿는다. 섬뜩해졌다. 물고기 비늘이 닿은 느낌이다.
방금까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숲에 한 발 디딘 순간 사방에서 귀신 울음 같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나뭇가지 사이를 감도는 바람소리가 마치 한겨울 불어오는 북풍 같다.
“아빠, 여기 귀신 숲이야?”
도로시가 무서운 듯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리지가 소곤소곤 이곳은 귀신 숲이 아니라, 신들의 전쟁이 있었던 곳이라고 말해준다.
도로시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도로시가 리지 목소리에 맞춰 소리를 줄였다.
“악신이 나쁜 신이라 그래? 그래서 신들하고 싸워서, 여기가 귀신 숲이 된 거야?”
“그게 아니야, 도로시. 여기에서 악신을 봉인했으니까 이렇게 분위기가 무서운 거야. 악신은 굉장히 강하고 무서운 신이었다고 하니까.”
“악신은 왜 무서운 신이야? 나빠? 왜 신인데 여기에 봉인됐어?”
“글쎄, 잘 모르겠어, 도로시. 아마 인간을 미워해서 그랬을 거야. 악신은 인간을 굉장히 미워한다니까.”
“악신은 왜 인간을 미워해?”
“글쎄, 엄마는 잘 모르는데…. 하지만 나쁜 신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그래?”
악신에 대한 인상이라는 건 그런 거겠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주환은 숲속으로 계속해 들어갔다.
사방이 어둡다. 분명 나무 위로는 푸른 하늘이 보이는데,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하늘에 보이지 않는 차광막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
“….”
주환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뭔가가 자신을 향해 살며시 날아든 것 같다.
아마도 눈송이처럼 작고 가벼운 것.
숲의 분위기와 달리 그것은 달콤하고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시선을 들어 사방을 보아도 아무것도 없었다. 허공을 가득 메운 나무만 제 몸을 떨며 주환을 내려다보고 있다.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들이 여느 곳과 달리 크고 거대하다. 자신이 개미가 된 느낌이었다. 바람에 섞여,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나무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아빠!”
도로시가 주환에게 두 팔을 벌렸다. 연화 위에 있는 것보다 주환의 품에 안기는 것이 덜 무서운 모양이다.
주환이 손을 내밀자, 뛰어내리는 것처럼 도로시가 품 안으로 들어왔다. 코알라처럼, 도로시가 자신의 다리로 주환의 몸을 감았다.
“리지, 당신은 괜찮아?”
주환이 묻자, 리지는 하얀 얼굴을 약간 끄덕였다. 하지만 겁먹은 것이 뻔히 보인다.
“이리 와.”
“….”
주환이 손을 내밀었지만, 리지는 연화 위에 올라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숲이 위험하면 곧바로 연화를 타고 도망치겠다고, 리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니 데려가 달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주환이 놓고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리겠다고 말을 못 하는 건가.’
주환은 피식 웃고 다시 손을 내밀었다. 바람을 살짝 둘러 리지의 몸을 끌어내린다. 앗, 하는 순간 리지는 그의 팔에 안겨 있었다.
두 사람을 안은 채 숲을 걷자, 미안하다는 듯이 리지가 몸을 꼼지락거렸다.
“주환, 나는 걸을게요. 무거워요.”
“괜찮아. 바람으로 가볍게 하고 있으니까. 바람을 이용하지 않아도 전혀 무겁지는 않지만.”
“….”
리지가 가만있다가 불쑥 말을 꺼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죠. 나와 도로시를 안고 산으로 올라갔잖아요.”
“…아, 그랬지. 그때도 두 사람 모두 굉장히 겁을 먹고 있었지. 지금과 달리 그 당시에는 나를 무서워한 거였지만.”
주환이 웃자, 리지가 부끄러운 듯이 눈을 내렸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주환, 나는 말이에요.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당신이 더 좋아지기만 해요. 어제 분명히 이보다 더 좋아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눈을 떠보면 당신이 더 좋아져 있는 거예요.”
리지가 주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웅얼 말을 이었다.
“정말 좋아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만큼 정말로 당신이 좋아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어떤 때든 나를 놓지 말아요, 주환.”
“….”
그럴 일은 없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다 겨우 사랑할 가족을 만난 거야. 놓을 리가 없지.
단순히 지금 생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타가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한 말을 미친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오랫동안 정에 굶주린 인생을 살아왔다는 걸 안다.
악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항상 외롭게 되었던 거다. 지구에서 이곳에 온 뒤에야 겨우 가족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아마 이전의 생은 계속 고독했을 것이다.
기억은 없지만, 자신이 악신이라는 걸 깨달은 이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나는 계속 그렇게 살아왔겠구나 하고 안다.
도로시가 가만히 나무들을 쳐다보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빠, 저 나무들은 왜 아빠한테 자꾸만 화내라고 해?”
“….”
도로시 말에 리지가 고개를 들었다. 섬뜩한 모양이다. 귀신을 본 것처럼 리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도로시, 나무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니?”
“응, 자꾸 아빠한테 화내래.”
도로시가 손가락을 눈 위에 갖다 대고 화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화내면서 말하는 거야. 화내라, 화내라, 밉다, 밉다, 그놈들이 밉다, 다 죽여버리겠다,라고.”
“….”
그런가. 도로시한테는 그렇게 들리는구나. 주환은 천천히 걸으며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주환에게는 나무들이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프다, 아프다, 아파 죽겠다고 소리치는 것 같다. 몸이 아닌 심장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나무들에는 아마 악신의 마음이 스며있는 거겠지.’
어쩌면 악신은 죽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본 악신의 잔상에서는 살고자 하는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악신의 눈물에도, 이 나무들도, 분노 뒤에 있는 것은 그저 슬픔과 고통뿐이었다. 아마 아내를 잃고 혼자 남아있는 생을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공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에 조금씩 따뜻한 것이 섞였다. 마치 음지에 스민 햇빛 같다.
산타벼룩이 포르르 날아오르며 소리쳤다.
“여기다! 팽! 여깁니다, 팽. 냄새가 나요. 팽. 여기가 바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게 있는 곳입니다. 팽. 여기였어. 팽.”
산타벼룩이 이쪽저쪽으로 붕붕 날아다니며, 정신없이 나무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갔다.
연화와 오즈에게도 무슨 영향이 있을까 싶었지만, 둘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산타벼룩이 들어간 길을 따라가자, 인기척에 놀란 다람쥐들이 나무를 타고 쪼르르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동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람쥐도, 여우나 살쾡이도, 심지어는 벌레조차 없었다.
문득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벌레 우는소리, 수풀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개울 흐르는 소리가 그 안에 섞여 있었다.
“….”
방금 전까지는 그저 귀신 울음 같은 바람 소리뿐이었다.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환이 안쪽으로 걸어가면서 양옆에 우거져 있던 수풀에서 일제히 꽃이 피었다.
“주환, 저길 봐요. 꽃이….”
리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주환이 걷는 걸음걸음, 그 주변으로 꽃이 활짝 피었다. 그 앞에서는 아무것도 없던 나뭇가지에 연이어 봉오리가 맺힌다. 주환이 지나가면 그때마다 팝콘 터지듯 꽃잎이 튀어나왔다.
“아빠 꽃의 신이야? 대단하다!”
도로시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글쎄, 꽃의 신은 아니지만.
살짝 리지의 눈치를 살피자, 그녀는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숲을 보고 있다.
어린 도로시와 달리 어른인 그녀는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주환이 악신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조금쯤 알아차렸을지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따뜻한 공기가 점점 커졌다. 음산한 나무가 사라지고, 푸른 잎이 반짝반짝 빛난다. 나비와 새가 곳곳에서 날아다니고 녹음이 짙어졌다.
문득 피부에 작은 뭔가가 내려앉았다. 투명한 눈송이 같다. 아까 저 밖의 숲에서도 한 번 느꼈던 것이다.
앞서갔던 산타벼룩이 미친 듯이 날갯짓하며 되돌아왔다.
“저, 저, 저기에 있습니다. 팽. 저 안쪽에 있어요, 팽!”
“뭐가 있는데?”
그렇게 묻자 산타벼룩이 활짝 웃었다.
“잘 모르겠어요. 팽. 하지만 산타님이 만드신 겁니다. 냄새가 나요. 팽.”
산타벼룩은 처음에 자신이 알려주기를 꺼려 했다는 사실은 모두 잊어버린 것 같다. 빨리빨리라고 주환을 재촉하며 주환의 옷을 잡아당겼다.
작고 힘없는 산타벼룩이 잡아당겨봤자다. 그래도 계속해서 낑낑 잡아당기며 산타벼룩이 환하게 웃었다.
“이런 곳에서 산타님이 만든 걸 보게 되다니, 저는 정말로 운이 좋습니다. 팽. 저걸 보니까 몸에서 힘이 펄펄 나요. 팽. 나중에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에게 알려줘야겠어요. 팽. 우리가 열심히 좋은 일을 하면요, 그게 모두 여기로 오는 것 같습니다. 팽.”
산타벼룩의 재촉을 받으며 안쪽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환한 공간이 나왔다. 작은 공원에 온 것 같다. 사방에 꽃이 활짝 피고 나비가 날아다녔다.
그 가운데, 작은 돌멩이를 쌓아 올려 만든 구조물이 있었다. 동그랗게 원형으로 돌을 세우고, 중앙에는 돌기둥에 넓적한 돌을 올려놓은 것이 여러 개 있었다. 꼭 스톤헨지를 작게 줄여놓은 것 같다.
산타벼룩이 그 위를 날아다니며 소리쳤다.
“이거예요, 이거. 팽. 산타 님의 냄새가 납니다. 팽. 뭔가 조금 이상하지만, 어쨌든 산타 님 냄새예요. 팽.”
리지가 오싹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이거…설마…악신의 무덤…?”
리지의 눈동자가 약간 커지더니, 문득 주환을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한 걸 보고, 주환은 시선을 돌렸다.
들켰다.
리지가 알아버렸다.
그녀의 눈을 쳐다볼 수 없다. 용기가 먼지처럼 흩날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악신, 인간에게 미움받는, 나쁜 신.
그런 말이 머릿속에서 깜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