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90)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90화(190/235)
#190 보는 것만으로 전의를 잃게 하려면
#190 보는 것만으로 전의를 잃게 하려면
살짝 한스가 올려다보자, 용사 주환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여러 번 말했지만,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아니요, 아니요. 용사님에게 어찌 감히.”
용사는 외모와 달리 부드러운 편이지만, 말을 놓으면 저 뿔토끼가 화낼 것 같다. 아니, 분명히 그럴 거다. 무서워서 도저히 못하겠다.
주환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는다.
한스는 살짝 그의 얼굴을 훔쳐보고 자신도 히죽 웃었다.
이 용사는 좋다.
좋은 사람이다.
자신이 살아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사람 덕분이고.
딱히 혼담 때문만이 아니라, 역시 이 사람을 위해서도 힘껏 노력하고 싶다.
“한스 씨한테는 따로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뭐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저 성벽 안에는 아마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마력을 지닌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을 찾아주세요.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습니다.”
“아….”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겠다.
한스는 적병이었다는 사정도 있고 해서 이 나라 사정을 대부분 모른다.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잘못해서 정보를 캐내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도 귀찮은 거고, 어차피 명령받은 대로만 하면 될 테니까.
하지만 주환만큼 마력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한 명뿐이다.
강태형.
솔직히 눈앞에 있는 주환에 비하면 그 사람의 마력량도 미미할 뿐이지만, 어쨌든 한스가 아는 내에서 주환만큼 마력이 풍부한 사람은 강태형뿐이었다.
이 나라에 강태형이 있을 리는 없으니 당연히 여용사를 말하는 걸 거다.
‘납치됐다고 강태형이 펄펄 뛰더니 이곳에 있었구나.’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곧바로 찾기 시작하죠.”
한스는 마력을 몇 가닥 뽑아 허공에 날렸다.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마력의 실이 순식간에 저 먼 성벽 높이 닿았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정면의 성벽 위에는 병사들이 여러 명 서 있었다.
그중 한 명에게 마력을 붙여 근거지를 만든 뒤, 한스는 다시 마력을 띄웠다.
마력 만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기 때문에, 한스는 중간중간 새나 돌, 나무, 혹은 인간에게 마력을 붙여 임시 장소를 만들었다.
거기에서 다시 새롭게 뻗어나가면 정말로 먼 거리까지 마력을 보낼 수 있다.
마력으로 성안을 더듬어나가던 한스는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뭐야, 이 도시는.’
만나는 사람마다 상태가 이상하다.
문득 강태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사람의 능력처럼, 그 여자 용사도 이상한 것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도시 안이 이상한 마력으로 회오리치는 것 같다.
자신의 마력에까지 그 이상한 기운이 뻗어올 것 같아 왠지 두려워졌다.
그때 어깨에서 따뜻한 기운이 흘러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자, 주환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내 마력을 두르고 있으면 아무 영향 없을 겁니다. 하지만 너무 사람들에게 접근하지는 말아요.”
“알겠습니다.”
용사가 넣어준 치유력이 몸안에 충만하다.
이 정도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이 사람들에게 내미는 마력은 실 한 가닥보다도 가느다란 것이다.
큰 영향은 받지 않는다.
만일 받는다고 해도 미미한 정도일 테고, 용사의 치유력에 지켜지고 있으니 괜찮다.
‘좋아, 좋아, 진짜로 괜찮아. 다소의 위험은 있을지 몰라도 큰 영향은 없어. 결혼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한스는 입술을 꾹 다물고 게속해서 마력을 뻗어나갔다.
굿바이, 오른손.
영원히 안녕하자.
* * * * * * * * * *
“감히! 감히 내게! 그 미친 변경백 놈!”
3왕자 질베르는 천막 안이 떠나갈 듯 고함치며 탁자를 발로 찼다.
동그란 탁자가 넘어지면서 위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시체가 된 사촌이 그의 진영으로 돌아온 것은 바로 전이다.
조금 전까지 펄펄하게 살아 움직이던 사람이 목 잘린 몸통이 되어 돌아왔다.
“빌어먹을!”
다른 귀족과 마찬가지로, 변경백 역시 당연히 이쪽에 붙어온다고 생각했다.
다른 왕자들은 모두 왕도 안에 갇혀 있다.
측비에게서 난 왕자 몇 명은 왕도 밖에 있지만 정통 왕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왕위 계승권이 너무 멀었다.
공작이 왕위 쟁탈전에 뛰어들 생각인 것 같지만, 원래 그 둘은 사이가 나쁘다.
공작은 몰라도 변경백은 확실하게 그를 싫어했다.
공작과 손을 잡을 바에는 차라리 후원 없는 측비 소생의 왕자를 선택할 거라 추측할 정도로 변경백은 공작이 질색이다.
궁정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하니 다니엘을 선택하다니.
그건 현재 왕의 혈통과 기반, 그 측근을 모두 버리겠다는 말이 아닌가.
기존의 귀족 대부분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거다.
제아무리 베른의 무력이 이 나라 최강이라 해도, 또 신탁의 용사를 한편으로 삼았다 해도 무모한 일이다.
나라 전체를 향해 칼날을 들이밀다니.
“미친놈이야.”
3왕자 질베르는 씹어 뱉듯이 중얼거렸다.
베른 변경백은 귀족이면서도 상업도시 모더니를 세워 상인을 우대하고, 틈만 나면 그 스스로 타국과의 교역을 위해 상인에게 힘을 빌려주는 사람이다.
귀족이면서 귀족답지 않은, 정말 저급한 미친놈.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이면서도 그 명예를 똥으로 아는 자들.
베른 변경백의 가문 사람들은 대대로 그렇다.
“출격한다. 빌어먹을 베른 그놈을 짓밟아버리는 거야. 여기까지 오느라 지쳐있을 때 놈을 쳐야 해.”
질베르가 소리치자, 어느새 달려온 귀족 몇 명이 당황하여 그를 말렸다.
“안 됩니다. 폐하. 그는 전투에 능한 사람입니다. 아무 준비 없이 건드리면 이쪽이 당할 겁니다.”
질베르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귀족을 노려보았다.
“시간을 더 두면 이길 확률이 늘어난다고 보느냐?”
“… 그, 그것은.”
“긴 행군은 병사들을 지치게 한다. 지금 치면 이길 수 있어. 게다가 지금이 아니면 저쪽에 붙는 귀족이 생길 거다.”
“하지만.”
“나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게 아니다. 베른 놈의 병력은 적어. 우리의 1/4도 되지 않는다.”
염탐꾼들의 정보를 모아본 결과, 베른 변경백은 자신의 병력 대부분을 국경과 영지에 두고 온 것 같다.
아마 타이론의 침략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거다.
자신이 영지를 떠나면 타이론에서 침략했을 때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겠지.
얼핏 보면 데려온 병사의 수가 많아 보이지만, 각 영지에서 몰려온 베른 수하의 영주들도 소수의 병력만 대동했다고 들었다.
즉, 진짜는 소수일 뿐이다.
부족한 병사의 수는 길드를 통해 용병으로 보충한 모양이다. 행군하면서 도시를 지날 때마다 조금씩 추가했던 것 같다.
“지금 놈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병력의 상당수가 허수라는 거다. 신탁의 용사니 비 내리는 용사니 하는 것들도 모두 눈속임이야. 자신에게 병력이 모자라니 대신 용사를 내세우는 거다.”
머리가 장식이 아닌 이상 그 정도는 생각하는 게 어떤가.
말로는 하지 않았어도 질베르의 비난은 눈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귀족은 물러서지 않았다.
필사적인 얼굴로 호소한다.
“폐하,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변경백의 명성은 거짓이 아닙니다. 그는 적은 병사로도 몇 배나 되는 적을 막아내는 사람입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설득하는 게 좋습니다.”
다른 귀족 한 명이 또 질베르의 앞을 막아섰다.
“폐하, 용사의 명성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는 단지 비를 내리는 것뿐이 아닙니다. 엄청난 치유력을 지니고 있어요. 백성들이 그를 신의 대리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려옵니다. 부디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했는데도! 비켜라!”
질베르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귀족의 가슴을 거칠게 밀었다.
귀족이 보기 흉하게 뒤로 넘어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른 사람들이 허둥지둥 그를 부축하는 것을 보자 마음에 날이 선다.
질베르의 손이 검을 향했다.
그의 앞을 막았던 다른 귀족이 뭔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냥 고개를 숙인다.
아마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질베르는 일단 이거다 결정하면 물러서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한 거라고 깨달아도 밀고 나갔다.
어릴 때부터, 왕족은 사과하지 않는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슬그머니 뭉개 때때로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만, 질베르는 그렇지 않다.
아마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판단이 그릇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
질베르가 굽힐 이유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직접 나간다. 북을 울려!”
질베르의 고함에 이어 진중에는 출진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 * * * * * *
주환은 연화를 재촉해 앞쪽으로 나갔다.
“성벽 정문 쪽에 진을 치고 있던 자들에게서 움직임이 있습니다. 출진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3왕자인가.”
변경백이 히죽 웃었다.
“역시 성격이 급하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화나는 대로 행동하는 건 여전해.”
변경백 옆에서 말을 타고 있던 다니엘의 얼굴에 긴장이 달렸다.
또다시 가면 같은 표정이 되려고 한다.
무인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첫 전투를 앞두고 흥분도 될지 모르지만, 본인도 말하는 것처럼 문관 타입이다 보니 두려움이 앞서는 모양이다.
변경백이 다니엘을 향해 고개를 살짝 내렸다.
“다니엘 님, 미리 말씀드린 대로 이번에는 용사 혼자 적을 상대합니다.”
“….”
다니엘이 가만히 주환을 보고 다시 변경백을 보았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변경백의 방식은 할아버님과 비슷하네. 왜인지 설명하지 않은 건 나한테 맞춰보라고 하는 겁니까?”
변경백이 말없이 웃자, 다니엘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력한 용사의 힘을 보이는 걸로 헛된 희생을 피할 수 있으니까, 입니까?”
“어째서 희생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너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전의를 잃게 될 테니까요.”
다니엘의 대답은 변경백의 마음에 반 정도만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변경백이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다니엘 님은 한 가지 중요한 전제를 잊으셨습니다.”
“뭔가요?”
“용사의 힘이 얼마나 강하면 적이 전의를 잃을까요? 보는 것만으로 전의를 잃게 하려면 용사의 힘은 얼마나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다니엘이 입을 다물었다.
주환이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다니엘도 알고 있다.
이 안에 있는 누구보다 강할 거라는 것도 짐작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과연 그걸로 적의를 완전히 잃게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은 일으킬 수 있을지 몰라도 전군을 전투불능으로 만들 만큼 강한 사람이라는 건….
그렇게 생각하면 대답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변경백이 히죽 웃었다.
“오늘은 적뿐 아니라 우리 아군에게도 용사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날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다니엘이 주환을 보았다.
변경백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얼마나 강한가 하고, 굉장히 궁금한 모양이다.
조금 전과 달리 소년다운 호기심 담긴 눈동자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어쩌면 우르릉 쾅쾅 하는, 그야말로 천둥 치고 바닥이 갈라지는 능력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요란한 건 아니지만.’
주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보이는 건 제가 데리고 있는 마수의 힘입니다.”
“그 뿔토끼 말입니까?”
다니엘의 시선이 연화 머리에 타고 있는 오즈를 향했다.
“둘 다예요. 연화와 오즈.”
“그 유니콘도 뭔가 부술 수 있습니까?”
“이 둘의 능력은 조금 종류가 다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연화의 능력을 본 사람은 이 중에 없다.
잠시 대화하고 있는 동안 조금씩 3왕자의 군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개미처럼 작게 보일 뿐이지만, 금세 도착하게 된다.
“죄송합니다, 다니엘 님. 저는 이제 그들을 맞으러 가야겠습니다.”
“무훈을….”
다니엘의 얼굴이 약간 불안하게 변했다.
멀리 보이는 적이 너무 많아 걱정스러워진 모양이다.
주환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연화가 몸을 돌려 곧바로 땅을 박차고 몸을 허공에 띄웠다.
“우와아아아아아!”
크게 도약한 유니콘의 갈기가 허공에 흩날리자, 흥분한 병사들이 요란한 함성을 지르며 창을 땅에 쿵쿵 박기 시작했다.
연화는 병사들의 힘찬 함성을 뒤로 하고 순식간에 행렬에서 벗어났다.
거대한 유니콘의 말발굽이, 병사들의 함성에 맞춘 듯 강하게 땅을 울린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자들은 다른 진영의 척후병인가.’
뒤늦게 알아차렸는지, 척후병 중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주환은 어느 정도 달린 뒤 연화를 멈췄다.
“잠시 기다리자. 이번에는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니까 사람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조금 기다려. 적어도 3왕자가 우리를 포위할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좋겠구나.”
어쩌면 연화도 조금 흥분했는지 모른다.
연화가 몸을 허공에 띄워 여러 번 발을 구르며 울음소리를 냈다.
오즈가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위로 뺀다.
자신도 함께 싸울 작정인 것 같다.
“오즈, 너는 조금 뒤야.”
“삐이….”
주환의 말에, 오즈의 귀가 옆으로 처졌다.
실망한 것 같다.
“삐…삐이….”
오즈가 동그란 눈으로 주환을 올려다보았다.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으니 뽐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곤란하지.”
연화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공연히 둘이 함께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너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임무가 남아있지 않니. 그걸 보면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랄 거다.”
주환이 그렇게 말하자 오즈의 귀는 다시 뾰롱 소리가 나는 것처럼 튀어올랐다.
“정말, 아직 어린아이구나.”
주환이 작게 웃자, 오즈는 골이 난 것처럼 삐이삐이 소리를 내며, 발바닥으로 빠르게 연화를 쳤다.
실제로 행동은 어리게 하면서, 막상 어리다는 말을 듣는 건 싫은 모양이다.
주환이 웃는 사이, 3왕자 질베르가 수천의 병력을 끌고 바로 앞까지 달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