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98)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198화(198/235)
#198 지옥 같은 밤이 시작되었다
#198 지옥 같은 밤이 시작되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왕도에서 국경까지는 상당히 오래 걸린다.
가장 빠른 경로를 선택해도 열흘은 훌쩍 넘겼다.
다른 경우라면 연화를 이용해 주환과 가족만 먼저 갈 수도 있지만 언데드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강태형의 능력이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오즈와 산타벼룩만 믿기는 어렵다.
주환이 강태형을 먼저 처리하는 동안, 언데드를 처리해줄 병사들이 필요하다.
지금 데리고 가는 병사의 상당수는 용병이지만, 언데드를 상대한다면 이들 역시 병사보다 못하지 않을 거다.
오히려 전쟁만 경험한 병사들보다 이런저런 일을 잡다하게 겪은 용병이 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들은 상당한 전력이 될 거다.
휴식 시간을 짧게 가지면서 상당한 강행군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요.”
용병과 병사들 사이를 오가며 회복 마력을 조금씩 넣어주고 격려하자, 걱정 말라는 씩씩한 대답이 여기저기서 돌아왔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병사들은 자신을 신의 병사라 부르고 있었다.
왕궁과 왕도에서, 백성들에게 보이려고 너무 폼을 잰 탓인지도 모르겠다.
“….”
그런 말장난으로 힘을 내준다면 낯간지러운 부끄러움을 견딜 가치는 있을 거다.
주환은 신의 병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벌게지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추면서,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며 병사들을 격려했다.
한 바퀴 돌고 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도로시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왜 그래?
리지에게 입모양만으로 물어보자, 그녀가 어깨를 움츠리며 웃는다.
리지가 대답하기 전에, 도로시가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주환을 올려다보았다.
“아빠, 미안해요.”
“… 뭐가?”
“도로시는….”
우울한 도로시의 얼굴이 바닥으로 꺼질 듯 수그려졌다.
“왜 그러는데?”
영문을 모르고 주환이 리지와 도로시의 얼굴을 번갈아 보자, 도로시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처럼 머리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
“도로시가 정말로 아빠를 지켜줄라고 했거든. 그런데… 도로시 능력 없어졌어.”
도로시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마차 바닥에 눈물방울이 떨어져 작은 얼룩을 만들었다.
“내 건데… 누가 훔쳐 갔나 봐. 이제 도로시 각성 안 나와.”
아하.
주환은 빙그레 웃었다.
그건 주환의 탓이다.
오즈에게, 도로시가 착각할 만한 일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자신의 능력이 아니었는데 잘못해서 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면, 높은 곳에서 겁 없이 뛰어내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자신이 뭔가를 순식간에 쪼갤 수 있다고 믿게 되면, 피해야 할 때 오히려 그걸 막아서려다 다칠 수도 있다. 잘못하면 죽는다.
그렇게 설명하자, 오즈는 불쌍할 정도로 귀를 늘어뜨린 채 반성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일체 도로시의 능력이란 거에 협력하고 않을 테니, 뭐….
“이리 와, 도로시.”
주환이 무릎을 탁탁 치자, 도로시가 살짝 그를 훔쳐보고 고개를 내렸다.
얼굴만 보면 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엉덩이는 슬금슬금 이쪽으로 의자를 밀며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과 몸이 완전히 따로따로다.
정말로 우울한 건지, 아니면 그 시기는 이미 지나갔는데 여운만 남은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척, 만 하는 건가. 우울한 척?
조금씩 가까이 오는 도로시를 덥석 안아 무릎에 올리자, 아이 뺨에 붙어있는 눈물 자국이 보였다.
응, 척은 아니다. 이 애는 그렇게 약삭빠르지 못한 것 같아. 정말로 우울한 거다.
다만 감정 변화가 빠른 것뿐.
기쁘고 슬프고 놀라는 것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뿐이다.
도로시가 커다란 눈으로 주환을 올려다보았다.
“아빠, 도로시 각성이 없어져서 어떻게 하지? 아빠가 위험해지면? 지금 가는 데는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그러던데.”
“누가 그랬는데?”
“병사 아저씨들이. 팽이 가르쳐줬어. 아저씨들이 다들 그렇게 말한대. 엄청나게 위험한 일인데, 우리는 신의 병사라 가야 하는 거라구.”
도로시가 고개를 꼭꼭 끄덕였다.
“그래서 도로시도 신의 병사가 된 것 같거든. 정말로 그게 분명한데… 누가 훔쳐 갔나 봐. 아빠 지킬 능력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한 거였군.
주환은 아이 등을 툭툭 두드려주고 입을 열었다.
“도로시, 아빠는 신의 용사지?”
“응.”
“그러니까 괜찮아. 지금 가는 곳이 위험하다고 해도 신의 용사는 뭐든지 깨부술 수 있는 거야.”
“진짜? 도로시가 안 구해줘도 돼?”
처음에는 지켜준다고 하더니 언제 구해주는 걸로 바뀐 걸까.
리지가 맞은편 의자에서 작은 소리로 웃는다.
하지만 도로시는 어디까지나 진지하다.
정말로 자신의 힘이 없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괜찮아. 도로시가 여기에서 가만히 봐주고 있으면 아빠 힘이 부쩍부쩍 솟아나니까.”
“정말?”
“그래. 정말.”
“휴우…. 다행이다.”
도로시가 길게 숨을 쉬더니 몸에서 힘을 쭈욱 뺐다. 작은 몸이 주환의 품에 쏙 들어와 붙는다.
‘진즉 이렇게 얘기해 줄 걸 그랬나.’
어쩌면 아이 나름대로 계속 걱정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빠! 도로시 실뜨기 잘하는데, 보여줄까?”
도로시가 머리를 바짝 들더니 무릎에서 훌쩍 내렸다. 정말, 이 아이는 감정이 잘도 변하는 것 같다.
“엄마, 실뜨기 만들어주세요.”
리지가 굵은 실을 매듭지어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들어 내밀자, 도로시가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다른 걸 만들었다. 간단한 거다.
‘아직 시작 부분은 하지 못하는 건가.’
주환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도로시 손가락에 걸려 있던 모양이 바뀌었다.
“아빠, 이거! 엄청나게 멋지지?”
도로시가 손을 번쩍 들어 주환에게 내민다. 아마 이게 지금 도로시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복잡한 모양인 것 같다.
“멋진데!”
“도로시가 오즈랑 팽한테도 보여주고 싶은데, 오늘은 아침부터 둘 다 없어.”
“아빠가 부탁한 게 있어서 그래. 조금 있으면 올 거야.”
“그래?”
도로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리지가 산타벼룩의 옷을 만들자고 손짓하자 곧바로 제 엄마의 곁으로 향했다.
아이는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서 바느질을 배우고 있다.
전에는 산타벼룩의 모자만 만들던 것이, 요즘은 옷으로 발전했다. 여전히 삐뚤빼뚤하기는 하지만.
리지의 옆 구석에 짓다 만 자신의 옷이 있는 것을 보고, 주환은 다시 마차 밖으로 나갔다.
고된 행군이 여러 날 계속되었지만, 불평을 말하는 병사는 없었다.
용병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피곤함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머지않았어요.”
주환이 격려하며 지나가자, 씩씩한 함성이 대답처럼 병사들 사이로 퍼졌다.
* * * * * * * * * *
“저쪽 능선입니다! 숫자는 대략 백오십 정도. 서둘러요! 금방 보일 겁니다.”
한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겅중겅중 뛰었다.
그가 뒤로 빠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나무판과 도끼, 칼을 들고 달려갔다.
변경백의 아들 대런이 가장 앞에 서 있다.
‘성주가 저래도 되는 건가.’
한스가 아는 성주님이나 대장은 안전한 후방에 머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른 모양이다.
가장 먼저 달려갔다가 가장 늦게 철수했다.
그러다 갑자기 대장이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스럽지만, 이곳 사람들은 아무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상한 사람들이야.’
아니지,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병사들이 부지런히 달려가는 사이에, 한스는 꽁무니가 빠져라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하아. 죽겠네.’
너무 빡세게 달렸더니 옆구리가 아프다. 숨 쉬는 것도 쉽지 않고.
‘나는 원래 문관 타입인데 어쩌다 이 꼴이 된 거지….’
처음에는 적군이 쳐들어오는 건 조금 뒤라고 생각했었다.
왕도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전령의 말에 따르면, 타이론의 왕이 이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국경의 군대는 그걸 기다린다고 생각했던 거야.
‘뭐, 군대는 기다렸던 게 맞지.’
문제는 언데드들이 공격해온다는 점이다.
죽은 시체들이 썩은 살점을 떨어뜨리면서 걸어서, 혹은 뛰어서 온다.
미쳐버리겠다.
심장이 달리다 멈출 것처럼 무서웠다.
‘분명 강태형, 그놈이 제멋대로 저지른 일일 거야.’
일반 병사들 없이 언데드만 몰려오는 걸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또 그 작자가 뭔가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 거겠지.
‘그래도 언데드만 몰려오는 건 좀 고맙네.’
여기에 병사까지 덤벼왔으면 그야말로 마지막을 각오해야 했을 거다.
타이론 놈들이 워낙에 협동 단결이 안 돼 다행이었지.
‘아, 나도 원래는 타이론 놈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달린 뒤 한스는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며 멈춰 섰다.
이제 정말 못 달려. 죽는다.
한스는 몸을 돌려 한참 멀어져 있는 병사들을 보았다.
병사들이 저마다 급히 만든 나무 방패를 들고 달려가고 있다.
일부는 벌써 언데드와 맞부딪쳤다.
여러 명이 방패를 이웃해 언데드를 밀어내면 몇 명이 도끼로 놈들을 쳐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언데드 몇 놈이 바닥으로 넘어지자, 방패를 가진 병사 몇 명이 다른 언데드를 막았다.
좁은 공간에 갇힌 언데드한테 도끼병이 달려들어 팔과 다리를 잘랐다.
‘끔찍해라.’
목을 자르는 건 소용없다.
놈들은 머리를 잘라도 걸을 수 있다.
다리를 자르면 팔로 기어 오고, 팔을 자르면 당연히 다리로 걷는다.
‘으으….’
한스는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필이면 머리가 떨어져 나간 놈한테 붙잡혔다.
머리 없는 놈이 목만 남은 채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근처에 있던 병사가 보고 얼른 달려온 덕분에 살았다.
처음에는 한스가 타이론의 병사라고 멀찍이서 노려만 보던 병사들이었지만 함께 전장에 서자 대번 바뀌었다.
우리는 군인, 너는 마법사라는 식의 구분은 이곳 병사들에게 없었다.
함께 싸우면 그냥 다 똑같은 동료인 거다.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고 상대방의 등을 지켰다.
‘나도 그 동료 안에 끼워줬어.’
비록 병사들의 행동이 거칠어 어깨를 껴안을 때마다 뼈가 부러질 것 같지만, 그래도 한스는 이 군대에 속해있다. 동료였다.
마치 지금까지 맞지 않는 곳에 있다 겨우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모두 무사해야 할 텐데.’
마음이 초조해졌다.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힘내! 조금만 기다리면 용사님이 온다구.”
함성을 지를 만한 용기는 없다. 그런 부끄러운 짓은 할 수 없어. 하지만 그래도 격려하고 싶어서, 한스는 작게 외쳤다.
“이봐, 그래서 들리겠나?”
“히익!”
갑자기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라 뒤돌아보자, 나이 먹은 병사가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어제 다리를 다쳐서 오늘은 쉬기로 한 병사다.
“죽도 못 먹은 놈 같구만. 더 크게! 베른의 병사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소리를 내야지.”
늙은 병사가 그렇게 말하더니, 벼락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이 썩은 말 꼬랑지 같은 놈들아! 그렇게 싸워서 오늘 밥이나 먹겠냐! 밥 먹고 싶으면 밥값을 하라구! X 빠지게 뛰어! 놈들의 팔다리를 뭉개! 너희들 다리 사이에 달려있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그렇게 좁쌀영감처럼 싸우다가는 거시기 떨어진다아아아아!”
아마… 아마지만 동료를 격려하기 위해 굳이 나온 걸 거다.
늙은 병사가 한스의 어깨를 툭 쳤다.
“아, 아파요! 뼈 부러져! 죽는다구요!”
“거참 엄살도. 자네 얼마 안 있으면 마누라 얻는다며. 이래서야 힘이나 쓰겠나.”
“그, 그만! 힘쓰기 전에 죽어요!”
“하하하.”
늙은 병사는 한스와 노닥거리… 는 게 맞겠지. 아무튼 잠시 이야기하면서도 계속 전황을 보고 있다, 갑자기 몇 걸음 앞으로 가더니 외치기 시작했다.
“그만! 왼쪽 물러나! 너무 들어갔잖아. 퇴로가 막힌다! 물러나라구. 이 개 같은 놈들아. 머리는 장식으로 뒀냐!”
고래고래 늙은 병사가 소리치길래 한스도 허둥지둥 왼쪽을 보았다.
‘어, 저긴 성주님이….’
늙은 병사가 말한 곳은 성주님이 있는 곳이다.
가만 보면 성주님이 약간 앞으로 나갔나 싶기는 한데, 위험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늙은 병사가 외치자, 곧바로 다른 병사도 함께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성주님한테 개 같다고 하면… 그래도 괜찮나?’
아무도 아무 말 하지 않는 걸 보면 괜찮은 걸까.
상주 대런이 곧바로 뒤쪽으로 약간 물러나고, 늙은 병사는 다시 한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다리 아프네. 어깨 좀 빌려줘.”
“그러면 나오지를 마세요.”
“좀이 쑤셔서 말이야. 가만 누워 있으니까 엉덩이에 곰팡이가 피더라구.”
“….”
그냥 걱정이 된 거겠지.
이 사람들은 말은 고약해도 마음이 착하다.
“…저기… 정말로 아프거든요. 제발 부탁이니까 좀 살살 잡으세요.”
“약해빠졌기는.”
늙은 병사가 웃는 동안, 어린 병사가 달려와 그를 잡았다.
“이제 그만 들어가요. 발을 디디지도 못하면서.”
어, 그렇게나 아팠던 건가.
어깨를 움켜쥐는 손아귀가 강했던 건 다리에 힘을 덜 주려고 했기 때문인가 보다.
소년의 어깨를 짚고 다시 천막으로 돌아가는 늙은 병사의 모습을 보다, 한스는 몸을 돌렸다.
그의 임무는 언데드나 적병의 움직임을 확인해서 보고하는 것이다.
한스는 다시 마력으로 허공을 더듬기 시작했다.
혹시 복병은 없는지, 언데드가 또 몰려오는 것은 아닌지.
‘주환 님이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언데드는 밤낮이 없다. 하루 종일 언제 어디서나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걸 상대하는 병사들은 인간이다.
먹고 자고 쉬어야만 한다.
병사들은 점점 지쳐갔다.
처음에는 다친 사람이 손으로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한 시간이 다르게 부상자가 생겼다.
‘제발… 빨리 오세요.’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횃불이 밝혀진다.
또다시 지옥 같은 밤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