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11)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211화(211/235)
#211 산타마을로 가는 길목
#211 산타마을로 가는 길목
왕이라는 자리는 각오했던 것보다도 훨씬 편치 않다.
일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억지로라도 다른 사람에게 미뤄버리는 게 더 나았을지 모른다.
이를테면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다니엘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먼 하늘에 시선을 주다 문득 중얼거렸다.
“주환 씨한테 다른 영지를 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굳이 윈우드 남작령을 줄 필요는 없었잖아. 그곳은 단순히 일정 기간 동안의 출입허가 정도만 받아놔도 됐을 텐데.”
윈우드 남작령은 굉장히 척박한 땅이라고 들었다. 영민의 수도 적고 경작할 땅도….
게다가 국경이다. 언제 다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
입에 풀칠하는데 급급하고 전쟁에 몰리는 그 땅이, 전쟁 영웅에게 어울리는 보상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폐하, 그 사람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영지 대신 아무 막대기나 한 개 달라는 사람인데요. 그나마 윈우드도 산타마을이 있다고 하니까 받은 겁니다.”
변경백이 빙그레 웃으며 다음 서류를 책상에 놓았다.
두툼한 보고서다.
거짓말 안 보태고 두께가 손바닥 넓이만큼 이었다.
“….”
왕이 놀고먹는 자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귀족 당주조차도 숨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니, 왕도 마찬가지일 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보고서 하나를 다 읽으면 곧바로 두 개가 또 놓인다.
사람을 한 명 만나면 그 뒤에 기다리는 사람은 서른 명이 넘었다.
매일 알현 시간 동안 누군가를 만나야 할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고, 사인을 기다리는 서류는 산 같이 쌓여 있다.
실제로 서류가 한가득 쌓인 수레가 바로 책상 옆에 놓여 있었다.
심지어 계속해서 시종과 관리들이 수레에 새로운 서류를 가져다 놓았다.
오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일 또 똑같은 양의 일이 기다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을 수도 없다.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도, 자신은 앉아서 조부의 인사를 받았다.
쌍둥이 안젤리카와는 이야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할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두도 내지 못한다.
24시간 내내 시종과 관리 등 누군가가 옆에 있고, 잠자는 시간까지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그 안에는 호의적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변경백은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다.
물론 안다.
이제 왕이 된, 뒷배경 없는 자신을 제거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 수도 셀 수 없겠지.
지금의 다니엘이 이렇게 왕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건 변경백과 주환이 뒤에 있기 때문이다.
안다.
충분히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밝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변경백이 주환과는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허락한 일조차 사실은 이 나라 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소년왕 다니엘과, 용사이면서 산타의 계약자인 주환이 얼마나 친밀한 사이인지, 그걸 보여주는 것이 곧 다니엘의 힘이 될 테니까.
‘가끔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아.’
다니엘은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주환과 함께 있으면 조금 숨통이 트였다.
왕이 아니게 된다.
왜인지 모르지만, 주환에게는 왕에 대한 경애가 거의 없었다.
태도는 공손하지만 그뿐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다르다.
설명할 수 없지만, 주환은 왕을 평범한 사람과 똑같이 여기는 것 같다.
아마 용사이기 때문일 거다.
이 세계 사람들과는 태어나면서부터 생각이 전혀 다른 거다.
그가 서 있는 땅은 이 세상이지만, 주환의 삶은 여전히 원래 세상에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 사람 옆에서는 숨이 쉬어졌다.
왕 아닌, 다니엘이라는 인간이 된다.
변경백이 문득 다니엘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폐하, 혹시 주환 씨를 더 자주 만나고 싶어 그러십니까? 왕도와 가까운 영지에 그가 있으면 더 자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변경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렇군요. 제 설명이 모자랐습니다. 폐하, 일부러 타이론과 협상을 하고, 배상을 손해 보면서까지 그 땅을 주환 씨에게 준 건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산타 마을이 있기 때문이 아니에요. 국가의 일이란 그런 식으로 정해서는 안 됩니다.”
변경백은 주위에 있는 관리와 시종을, 소리가 들리지 않을 곳까지 물러가게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산타의 계약자는 인간입니다. 사람은 백 년을 살지 못하고 죽지요. 하지만 루돌프는 마수입니다. 그들은 주인이 이 세계에서 사라진 뒤에도 계속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산타의 계약자가 죽은 뒤에 루돌프를 보았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게 왜인지 아시겠습니까?”
“….”
“루돌프의 마음은 오로지 주인만을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죽으면 그들은 인간 세상에 더 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루돌프는 주인이 사망한 뒤에는 오직 주인이 사랑했던 것, 주인이 살던 곳, 주인이 아끼던 것만을 보면서 나머지 긴 생을 살아가죠.”
“… 설마.”
다니엘은 무심코 입을 벌렸다.
변경백이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시모니의 용사가 국경에 영지를 가지고 있으면 타이론을 향한 억제력이 된다.
적어도 주환이 건재한 동안 타이론은 전쟁을 벌일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다니엘도 그런 정도는 알고 있었다.
변경백이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폐하. 주환의 루돌프들은 훗날 그 영지 가까운 곳에 머물면서 이 나라를 지킬 겁니다. 자신들의 주인이 사랑했던 영지가, 그리고 주인의 핏줄이 누군가의 발에 짓밟히는 걸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주환 씨가 시모니 왕국의 사람이라는 것도 그들은 잊지 않습니다. 타이론은 루돌프들이 볼 때 영원히 주인의 적인 겁니다.”
“….”
더럽다.
적어도 이 나라를 구해준 영웅이다.
게다가 아무 이해관계없이, 주환은 다니엘을 위해서 명령을 받는 형식을 취해 국경의 전쟁에 나섰다.
그런 사람을….
주환의 마음이 더러운 흙발에 짓밟힌 기분이었다.
변경백이 곤란한 표정으로 웃는다.
“폐하가 어떤 마음이신지는 압니다. 하지만 왕의 자리라는 것은 그런 겁니다.”
다니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변경백은 잠시 침묵하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사로운 정이나 은혜를 잊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걸 완전히 제외해버리면 마음이 없는 정치가 되어 버리지요. 그리되면 아무도 진심으로 따르지 않습니다. 정을 걸되, 거기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들어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두 개를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마시고, 항상 함께 고려하십시오. 그것이 왕입니다.”
다니엘은 책상 위에 시선을 주었다.
변경백의 말은 이해할 수 있다.
할아버지도 항상 하는 말이었다.
귀족이란, 영주란, 정에 휩쓸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항상 타인의 계략을 주의하고, 가문과 영지, 영민의 이익을 계산해 행동해야 한다. 자신의 머리와 혓바닥 하나에 온 영민과 일족의 생명과 생활이 걸려 있다. 그렇게 배웠다.
왕이라는 자리가 되면 더할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까지 곧바로 거기에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 계산 없이 자신에게 웃어주던 주환의 얼굴을 떠올리고, 다니엘은 죄책감에 눈을 감았다.
위로하는 것처럼 변경백이 말을 걸었다.
“폐하, 주환 씨도 알고 있을 겁니다. 똑똑한 사람이에요. 그 정도의 뒷배경 정도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을 겁니다.”
“….”
다니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주환이 알면서 괜찮다 생각했어도 이쪽의 의도는 고약한 것이다.
왕이라는 자리는 정말로 편치 않다.
다니엘은 잿빛으로 물드는 자신의 마음속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런 날, 안젤리카와 함께 있었다면 어땠을까.
분명히 엉뚱한 말 몇 마디와 싸움으로 끝나고, 밤에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 작은 어둠 구멍이 빠금히 벌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 * * * * * * * *
덩굴로 뒤엉킨 마차는 역시 이상해 보였던 것 같다.
길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기절할 듯이 놀라 자빠졌다. 어른은 주저앉고, 아이가 보면 경기를 일으킨다.
무슨 괴물을 본 것 같은 반응이었다.
“….”
주환은 한숨을 쉬고 마차 위에 자리 잡은 덩굴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오두막집을 출발할 때부터 괴상하던 마차의 모습은 어느새 더욱 이상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덩굴의 가지가 하나씩 늘어나는 거다.
지금은 마차가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전체가 덩굴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
그래, 확실히 이건 괴물이다.
반박할 수가 없네.
“주인님! 이 덩굴은 아무래도 그냥 덩굴이 아닌 것 같습니다. 팽. 좀 이상한 놈이에요. 팽.”
이제 와서…?
처음부터 이 덩굴은 이상한 놈이었다.
뒤늦게 흥분해서 붕붕 날아다니는 산타벼룩을 보고, 리지가 기가 막힌 듯 웃었다.
처음에는 한두 번 마을에 들러 여관에서 잠을 자기도 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에는 매번 길가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미안해, 리지. 당신 몸 때문에도 가급적 충분히 마을에서 쉬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겠네.”
노숙을 하면, 아무리 주환이 챙겨도 리지의 일이 늘어난다.
마차가 넓다고는 해도 잠자리 역시 불편할 것이다.
이래저래 피곤이 쌓인다.
하지만 리지는 기쁜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세상 여자들이 모두 아이를 갖는걸요. 그렇게까지 유난 떨 필요 없어요. 당신하고 도로시가 너무 심한 거예요. 게다가 나는 이런 게 더 즐거우니까….”
리지는 저렇게 말해주지만 주환의 마음은 조금 우울해졌다.
“괜찮아, 아빠. 도로시가 도와줄 거니까.”
도로시가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실제로 도로시는 병아리처럼 리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연신 작은 몸을 움직였다.
리지가 물을 뜨려고 하면 얼른 자신이 나무컵을 들고 뛰어다니고, 불을 피워 식사 준비를 하려고 하면 마찬가지로 자신이 먼저 허둥지둥 댄다.
마음이 고맙기는 한데, 그때마다 일이 더 늘어나는 건 어째야 할는지.
지금도 스튜 냄비에 물을 가져다 붓는다고 뛰어다니다 한 번은 바닥에 엎어지고, 세 번째 물을 부을 때는 벌레가 들어갔다.
벌레가 들어갔을 때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리지는 도로시가 하는 행동을 막지 않는다.
다른 집에서는 이미 아이가 담당해야 할 일인데 오히려 도로시의 경우가 조금 늦은 거라고 한다.
‘그래도 벌레는 좀….’
리지가 슬그머니 나무 숟가락으로 건져내는 걸 보고, 주환은 살짝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더 곤란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스튜가 보글보글 끓자, 마차에서 슬금슬금 덩굴의 가지가 몇 개 내려온다.
“왔다! 팽!”
산타벼룩이 소리치며 모닥불 근처를 빙빙 날아다닌다.
“이 도둑놈아! 팽! 오늘은 기필코 네놈을 막아야겠다. 팽.”
“삐이! 삐이!”
산타벼룩과 오즈가 폴짝 뛰고 나는 가운데, 도로시도 외친다.
“그러면 안 되잖아. 식물은 스튜를 먹을 수 없어. 어째서 그러는 거야, 덩굴아! 이상한 거 먹으면 죽어버린다구!”
왜인지 모르지만, 이 덩굴은 스튜를 먹는다.
덩굴 끄트머리를 사람의 스튜 그릇에 살짝 담그고 쪽쪽 빨아먹는 거다.
이제는 이게 식물인지, 아니면 식물 모습을 하고 있는 마수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좀 무서웠는데 말이죠. 지금은….”
그래, 지금은 좀 웃기지.
리지의 말에 주환도 뒤엉켜 싸우고 있는 덩굴과 아이들을 보았다.
“오늘도 한 시간은 시끄럽겠네.”
“그러게요.”
리지가 작게 한숨을 쉬더니, 그릇에 오즈와 덩굴 몫의 스튜를 담았다.
나무 숟가락에 스튜를 조금 묻혀 빈 그릇에 두면, 그것이 산타벼룩 몫이다.
서로 싸우다 나중에는 알아서 먹을 거다.
도로시는 잠깐 앉아서 먹다가 다시 일어나 덩굴과의 싸움에 합류하는 걸 반복했다.
연화는 마수 사냥을 하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달이 유난히 밝네요.”
식사를 마친 뒤, 한껏 고개를 젖힌 리지가 중얼거렸다.
“그러네.”
그리고 아이들 싸우는 소리도 유난히 크다.
*
국경의 요새도시에 도착하자, 윈우드 남작령까지 안내할 관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용사님. 아니, 윈우드 남작님.”
관리가 빙글빙글 웃었다.
인상은 날카로운데 묘하게 친근감이 드는 얼굴이다.
“저는 남작님을 영지까지 안내하고, 그곳의 수지를 맞춰보고 확인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뭐, 그곳에 남아있는 건 얼마 없을 겁니다. 돈이 될 만한 건 전영주가 모두 가지고 가버렸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장부상으로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대강입니다만.”
“그건 정말 감사한 일이네요. 영지 경영도 그렇지만, 저는 장부도 전혀 볼 줄 모릅니다.”
관리가 히죽 웃었다.
“그곳에도 원래 근무하던 관리들이 있기는 할 텐데요. 하지만 적국이라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용사님의 소문이 상당히 좀 거시기하기 때문에 모두 도망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니 대체 무슨 소문이 돌고 있길래 사람까지 도망갈 정도인가.
설마 뿔 달린 괴물이라던가, 사람을 보면 찢어 죽인다는 소문이 나있는 건 아니겠지.
약간 걱정이 되었다.
그날 하루는 요새도시에서 머물렀다.
전쟁하는 동안 안면이 익은 병사들이 모두 찾아와 인사하는 통에 그날 밤은 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
다음날 드디어 윈우드 남작령의 영지에 들어섰다.
국경에서 윈우드 남작령까지의 길은 본래 타이론의 다른 영지에 속하지만, 협상을 통해 남작령에 포함시킨 모양이다.
그 때문에, 본래 국경이었던 해당 지역에서는 병사들의 철수가 한창이었다.
대다수의 병사들은 이미 본토로 향하고, 남은 일부 부대가 국경 초소에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주환이 그곳에 도착하자, 타이론의 병사들은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아무도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혹시 윈우드의 영민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려나.’
왠지 기분이 밑으로 떨어졌다.
통치가 힘들 거라고 변경백이 말하기는 했지만, 병사들의 반응을 보면 통치 이전에 같은 인간 취급이나 제대로 해줄지 모르겠다.
본래 국경이었던 곳에서 멀어져 안쪽으로 들어가자, 시모니보다 훨씬 마른땅이 나왔다.
시모니도 물이 부족하지만, 여기만큼 심한 지역은 보지 못했다.
땅이 너무 메말라 풀 한 포기 보기 어려웠다.
마치 황량한 사막을 지나는 것 같다.
앞서가던 관리가 말을 몰아 마차 가까이 다가왔다.
“생각보다 심하군요. 저도 이야기로는 조금 들었는데… 이런 몰골을 보면 우물이고 저수지고 간에 모두 말랐을 것 같네요. 앞으로 우물을 만나면 물은 충분히 보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사실 주환은 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관리는 그렇게 말한 뒤 지도를 확인하며 다시 앞쪽으로 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산타벼룩이 마차 위 덩굴 속에서 쑥 튀어나왔다.
붕붕 날개 소리를 내며 주환의 머리 위로 날아오더니 산타벼룩이 주환의 귀에 대고 외쳤다.
“뭐, 뭐, 뭐! 주인님! 여깁니다. 팽. 바로 여기! 제가 본 적이 있는 지역입니다. 팽. 오오오오오오오! 바로 저 멀리, 깎아지른 듯 서있는 절벽이 보이십니까? 팽?”
산타벼룩이 호들갑을 떨며 작은 팔로 먼 곳을 가리켰다.
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작은 돌산이 하나 있었다.
“저 산에서 늑대가 살고 있었죠. 팽. 그놈의 새끼가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한동안 제가 같이 있었습니다. 팽.”
마부석 쪽 창문으로 도로시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물었다.
“늑대를 도와줬어?”
“아니. 늑대 새끼에 깔렸다. 팽. 죽을 뻔했지. 팽. 진짜 죽었다 살았었던 것 같기도 하고. 팽.”
산타벼룩이 도로시와 말하다 말고 다시 외쳤다.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요, 팽. 아무튼 이곳을 본 적이 있습니다. 팽. 산타마을로 가는 길목이에요. 팽.”
산타벼룩이 자랑스럽게 외치며 가슴을 쭉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