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13)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213화(213/235)
#213 이놈, 드디어 찾았다
#213 이놈, 드디어 찾았다
윈우드 남작령은 영지의 1/3은 황무지에 가깝고, 나머지 2/3는 숲이다.
거대하거나 작은 숲이 황무지로 연결되어 있는 형국이라고 들었다.
다만, 베른 변경백령이 산을 많이 끼고 있는 것과 달리, 윈우드의 숲은 평지가 대부분이다.
본래는 대부분의 영지가 숲이었는데, 악신 때문에 땅이 마르면서 일부분이 황무지가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경작지도, 영민도 적었다.
세수도 당연히 적다.
이곳의 영주는 적은 수입을, 어떻게든 영민을 쥐어짜 늘리는 것으로 욕심을 채워왔던 모양이다.
그 과정은 장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관리가 이른 새벽부터 장부를 들고 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건 뭐… 이곳의 영민은 꽉 짜서 한 달 동안 햇볕에 말려놓은 빨래 같군요. 영주는 이 사람들을 더 이상 짜낼 수 없을 때까지 완전히 짜내면서 피를 빨아먹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그냥 껍데기만 남아있어요.”
“그렇게까지 심합니까?”
주환이 묻자 관리가 땅이 꺼져라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네, 심합니다. 저는 이곳보다 심한 곳을 본 적이 없어요. 장부를 보면 이곳의 영주는 살아 숨만 쉬고 있으면 어떻게든 세금을 받아먹었던 것 같습니다. 죽으면 사망세 받는 거야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니까 그렇다 쳐도, 우물세에 창문세, 문세부터 시작해서… 하아… 기발한 세금은 저도 여러 곳에서 봤습니다만, 신발세 있는 곳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관리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짚으로 만든 신발은 물론이고, 모든 신발에 재질별로 세금을 매겨 놓았어요. 세금 걷은 날짜를 보면, 불시에 습격하듯이 관리들이 나가서 확인하고 세금을 걷은 것 같습니다.”
관리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돈이 없는 집은 자식이나 부인을 노예로 빼앗아 옵니다. 세금을 못 내는 경우에는 고리로 돈을 대출하는 형태를 취해 대납도 했더군요. 이건 인간이 하는 짓이 아니에요.”
영주가 세금을 빼앗아 가면서, 돈 없는 자에게는 고리로 대출까지 해준 모양이다.
“악랄합니다.”
관리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미안한 듯이 주환을 보았다.
“제가 웬만하면 장부를 맞춰보고 초기 금액을 좀 빼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장부 한두 개만 보고도 그게 어렵다는 걸 알겠습니다.”
장부상으로 남는 금액은 타이론에 다시 항의하고 배상을 받아낼 수 있다.
돈을 받아내기 전까지는 시모니에서 대신 그 금액을 이 영지에 주는 형식으로 초기 정착 금액을 마련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안 돼요. 장부를 다 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 영지는 대출만 잔뜩 지고 있습니다. 돈 나올 구멍은 없고 들어갈 데만 잔뜩이에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타이론 쪽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모두 타이론의 왕가가 맡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이론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돈을 빌린 건 고스란히 이 영지의 대출금으로 남습니다.”
관리가 한숨을 팍팍 쉬었다.
“일단 제가 대출금은 따로 정리해서 장부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장부에 없는 대출도 있을 수 있으니… 정말 이곳을 경영해 나가기는 힘들 겁니다.”
“….”
아니, 이거 완전 깡통 영지 아니냐.
‘깡통도 아닌가.’
빈 깡통에 구멍까지 숭숭 나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게 생겼다.
관리가 안 됐다는 듯이 주환을 보았다.
“남작님, 힘내세요. 사람이라는 게 말입니다. 목숨만 붙어 있으면 어쨌든 살아가게 마련이에요. 열심히 살다 보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하늘이 있을 때의 얘기다. 이건 뭐, 하늘도 없는 세상에 지하 파고 들어가 앉아 있는 형국이니.
주환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다시 땅을 보았다.
어쩔 수 없나.
지구에서 살았을 때는 하늘이고 땅이고 땅속이고, 진짜 아무것도 없는 암흑 같은 삶이었다.
가족이 있는데 구멍 난 깡통 영지 정도야 껌이지.
“격려 고맙습니다.”
주환이 웃자, 관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남작님은 긍정적인 분이시군요. 만일 제가 남작님 처지였다면 절대로 웃을 수 없었을 겁니다. 당장 목매달고 죽었을 거예요.”
관리가 살짝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물었다.
“….”
아니, 열심히 살다 보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며?
관리 하는 말의 앞뒤가 다른 것이 왠지 웃겨서, 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메마른 웃음소리를 흘렸다.
“저는 장부 정리를 하러 가봐야겠습니다.”
관리가 떠난 뒤, 주환은 다시 숲으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윈우드는 숲이 워낙 많은 지역이라 마을과 마을 사이는 숲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숲에는 마차도 다닐 수 있을만큼 넓은 길이 제법 있었다.
주환이 지금까지 지나온 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차를 탄 채 산타마을을 찾아가기는 어렵다.
지금까지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숲길을 사용했으니 상관없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곳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역이다.
마차로는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
주환은 영주관을 모두 뒤져 부서진 수레나 나뭇조각을 모으고, 그것으로 널찍한 판을 만들었다.
판의 가장자리는 나무로 둘러 벽을 세웠다.
의자 안과 벽은 짚과 원단으로 두툼하게 포장한다. 적어도 엉덩이가 아플 일은 없을 거다. 거기에 특히 신경을 썼다.
그 나무판에 구멍을 뚫은 뒤 안장 위에 고정하면 작업은 끝이었다.
한 발 뒤로 물러서 바라보면, 낙타나 코끼리 등에 올리는 의자처럼 되어 있었다.
“….”
나름대로는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데, 만들어놓고 보니 왠지 어설픈 것 같다.
‘나는 아버지를 닮았나.’
피는 못 속인다더니, 목공 솜씨는 어째 형편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주환이 작업하는 동안 옆에 붙어 앉아있던 도로시에게는 괜찮아 보였던 모양이다.
꾸벅꾸벅 졸다 눈을 비비던 도로시가 반짝 눈을 떴다.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잠시 의자를 쳐다보더니 소리친다.
“아빠, 이거 엄청 멋지다! 도로시랑 엄마가 올라가는 거야? 지금 올라가 봐도 돼요?”
연화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도로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멋지다, 좋다고 말해주니 왠지 조금 쑥스럽다.
스스로도 이게 형편없는 솜씨라는 걸 알고 있는데.
아버지의 자존심은 타인이 아니라 아이에 의해 지켜지는 것 같다.
주환은 도로시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래. 하지만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응!”
의자에 올라간 도로시가 벌떡 일어서더니 두 팔을 높이 올렸다.
“엄청나! 땅이 엄청나게 멀어 보이잖아. 나는 거인이다!”
리지의 얼굴색이 하얗게 되어 외친다.
“도로시! 앉아! 일어서면 안 돼.”
주환의 마음도 똑같았다. 높은 곳에 가면 제발 앉아있자. 잘못하면 정말로 심장이 멈출 것 같다.
도로시가 입을 약간 내밀면서 중얼거렸다.
“엄마 아빠는 너무 걱정쟁이야. 도로시가 다 알아서 하는데….”
“도로시!”
리지가 아이 이름을 부르자, 도로시가 얼른 자리에 앉았다.
안장 의자 구석에 약간의 음식과 물건을 챙겨 넣고 나면 준비는 끝이었다.
주환은 마차로 다가가 덩굴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은 너에게 맡기마. 잘 부탁한다.”
덩굴이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주환에게 가지를 내밀었다.
살짝 잡아주자, 가느다란 덩굴줄기가 주환의 손을 빙빙 감으며 살짝 힘을 주었다.
그게 대답이었던 모양이다.
주환의 팔을 감았던 덩굴이 스르르 물러가고, 순식간에 마차가 덩굴 가지로 완전히 뒤덮였다.
이제는 마차 문이고 창문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스멀스멀 마차 주변으로 덩굴이 뻗어 나오는 걸 보고, 주환은 몸을 돌렸다.
“덩굴아! 나중에 봐!”
의자 위에 올라앉은 도로시가 팔을 붕붕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옆에서 귀를 쫑긋 거리던 오즈가 의자 위로 팔짝 뛰어올라갔다. 의젓하게 도로시 무릎에 앉는다.
주환은 리지와 도로시가 안전한지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연화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연화의 속도는 제법 빠르지만 걱정없었다.
바람 마법을 사용하면 주환 자신의 힘은 거의 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주인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팽. 저만 따라오십시오. 팽.”
산타벼룩이 의욕적으로 파르르 날갯짓하며 주환의 앞에서 날아간다.
“….”
말은 고맙지만, 그건 참아주자.
널 따라가면 몇 년 걸리잖니.
게다가 이미 어떤 지역에서 산타가 목격되었는지, 마수가 너무 많아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곳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산타벼룩의 안내가 없어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다.
주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산타벼룩이 약간 의기소침한 것 같다.
하지만 주환이 빙그레 웃자, 뭘 착각했는지 산타벼룩이 가슴을 불쑥 내밀며 손으로 탕탕 쳤다.
“저만 믿으십시오. 팽.”
아니, 그만두라니까.
리지가 의자에서 내려다보며 킥킥 웃고 있었다.
*
숲으로 들어가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다람쥐였다.
평상시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굳이 다람쥐가 눈에 띈 것은 산타벼룩 때문이다.
산타벼룩이 팔랑팔랑 날아가다 말고, 가지 위에 앉은 다람쥐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다람쥐 씨. 팽. 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팽.”
깜짝 놀란 다람쥐가 후다닥 도망친다.
“팽, 너는 어째서 다람쥐한테 인사하는 거야?”
도로시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묻자, 산타벼룩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팽. 게다가 나도 잘은 모르지만, 우리 산타 마을에서는 다람쥐 씨가 매우 귀중한 손님이다. 팽. 아마 분명히 다람쥐 씨에게는 뭔가가 있는 걸 거다. 팽.”
“그래? 다람쥐는 귀중한가?”
“당연하다. 팽. 다람쥐 씨가 없으면 숲이 무슨 의미가 있겠노. 팽.”
아니, 그건 좀 이상하지.
주환은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자신이 과거에서 악신의 짐승을 만났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때 나… 다람쥐였지.’
어쩌면 그 일 때문에 산타들은 다람쥐를 소중히 여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
정말 산타는 악신의 짐승이구나, 생각하면서 주환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주환이 악신의 힘을 얻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연화와 오즈가 예전보다 강해졌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반나절 이상 숲을 걸었지만 마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력을 펼쳐 주변을 확인해 보면, 숲으로 들어갈수록 마수는 점점 더 많아졌다.
게다가 이전 산타마을에서 보았던 놈들보다 훨씬 강하다.
그래도 놈들은 덮쳐오지 않았다.
멀리에서 가만히 숨죽인 채 엎드려 있었다.
도로시는 손을 내밀어 부드러운 갈기를 만지다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리지와 도로시를 위해 천천히 걷던 연화의 움직임이 더욱 완만해졌다. 그렇다 해도 일반 말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지만.
여느 말이라면 며칠이 걸릴 거리를, 주환과 연화는 순식간에 좁히며 걷고 있었다.
축지법이라는 게 진짜로 있다면 아마 지금 그가 사용하고 있는 걸 거다.
“리지, 피곤하지 않아?”
주환이 묻자 리지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아요. 당신은요? 계속 걷고 있는데.”
“괜찮아. 바람을 이용하고 있으니까.”
그때였다.
산타벼룩이 굉장히 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주인님! 조심하십시오! 팽!”
연화 머리에 앉아있던 산타벼룩이 튀어 오르듯 주환에게 날아왔다.
조금 당황한 것 같다.
날개가 붕붕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였다.
“제 안내를 따라주세요. 팽. 여기에 엄청난 괴물이 살고 있습니다. 팽. 제가 안전한 길로 모시겠습니다. 팽. 하지만 경계를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팽.”
“….”
이상하다.
산타벼룩의 경고에 다시 한번 마력을 주변에 펼쳐보았지만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위험한 놈들은 주환이 다가가자 어느새 슬금슬금 자리를 피해 멀찍이 가 피해있었다.
주변에는 토끼나 노루처럼 온순한 짐승뿐이다.
하지만 산타벼룩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제가 그놈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죠. 팽. 놈한테 잡히는 바람에 3개월을 이곳에서 허송세월 했어요. 팽. 잘못하면 갓 태어난 새끼들한테 물어뜯겨 죽을 뻔했습니다. 팽.”
산타벼룩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한다.
그 목소리 때문에 깼는지, 도로시가 의자에 얼굴을 내밀고 고개를 숙인 채 물었다.
“무, 물어 뜯겨? 엄청 무서웠겠다. 어떤 괴물이었는데?”
“엄청나게 큰 거미였다. 팽. 암놈이었지. 팽.”
산타벼룩이 팔을 양쪽으로 벌리며 말한다.
“이만큼이나 큰 놈이었다. 팽. 하아, 가장 무서웠던 건 놈이 나를 하얀 줄로 칭칭 감았을 때였지. 팽. 알에서 작은 거미들이 우글우글 쏟아져 나와 나한테 달려드는데…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네. 팽.”
“무, 무섭잖아.”
도로시가 부르르 몸을 떨면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났어?”
“지나가던 참새한테 도움을 받았다. 팽.”
“다행이다.”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참새 둥지에 잡혀가는 바람에 또다시 한 달 반을 허비했으니까. 팽. 그때는 조금 곤란했지. 팽. 그게 은혜를 갚아야 할 일인지 아닌지 조금….”
“그건 정말 곤란하겠다. 은혜인지 원수인지 모르겠잖아.”
“그렇지. 팽. 그럴 때가 가장 곤란한 거야. 팽. 너는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일이 흑백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니까. 팽. 회색 지대에 있을 때가 가장 힘들다. 팽.”
“응, 나도 알겠어.”
항상 티격태격하던 도로시와 산타벼룩은 모처럼 의견이 맞는 모양이다.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리지가 조용히 웃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어느새 서늘해졌다. 조금 있으면 밤이 올 무렵이었다.
주환의 마음이 조금 초조해졌다.
‘이상하네. 분명 이 근처일 것 같은데.’
이전에 산타마을을 발견했을 때처럼, 주환은 어느새 열대 나무가 드문드문 보이는 지역에 와 있었다.
땅을 만져보면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산타벼룩도 이 근처에서 불과 몇 주일 안에 도착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산타마을이 가까운 것은 분명한데, 마력을 아무리 펼쳐서 확인해 봐도 마을 같은 것은 없었다.
산타벼룩이 곤란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팽. 분명히 이 근처가 맞기는 한데, 이상한 일이죠. 팽. 느낄 수가 없습니다. 팽. 저희들은 마을 근처에 가면 뭔가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순식간에 마을로 들어가게 되거든요. 팽.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돌아다녀도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아요. 팽. 도움이 되지 못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팽.”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네 안내 덕분에 올바른 장소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해.”
주환이 그렇게 말했지만 산타벼룩의 얼굴은 여전히 밝지 못했다.
자신이 마을을 찾지 못하는 게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것 같다.
‘혹시 결계 같은 게 있나.’
지금 산타벼룩이 느끼지 못하는 건 루돌프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데.’
산타벼룩은 공기방울로 안전한 공간을 만든다.
어떻게 루돌프에게 그걸 전하는지는 몰라도, 그 능력을 고안해낸 것은 분명 산타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마을을 숨기는 것도 가능하겠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환은 마력 탐지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타가 마을을 숨기고 있다면 이렇게 계속 돌아다녀 봐야 소용이 없을 거다.
“….”
산타가 정말로 악신의 루돌프라면, 악신의 기운은 그들이 만든 것보다 우위일 것이다.
‘뭐, 되든 안 되든 이 방법밖에 없나.’
주환은 자신의 기운을 주변에 조금씩 흘려보냈다.
잘하면 그들의 결계를 무력화하고, 잘되지 않더라도 산타들이 눈치채 줄지 모른다.
하지만 잠시 동안 마력을 흘려도 반응은 없었다.
주환은 조금씩 마력의 양을 늘렸다.
주변 공기가 묵직해지면서 피부가 저릿해졌다.
산타벼룩이 리지와 도로시에게 공기방울을 뒤집어 씌웠다.
거기에 안심하고 마력을 더욱 흘리자, 주환의 마력은 점점 더 사방으로 묵직하게 뻗어나갔다.
주변이 그의 기운으로 가득 찰 무렵이었다.
갑자기 눈앞이 번쩍하는 것 같더니 주위의 모습이 변했다.
“아빠! 저게 뭐야?”
“맙소사, 주환?”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팽!”
“삐잇! 삐잇!”
모두가 놀라 소리치는 가운데, 흥분한 연화의 말발굽이 땅을 벅벅 긁었다.
주환의 눈앞에서 숲이 사라지고 대신 마을이 나타났다. 산타 마을이….
주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이놈. 드디어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