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15)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215화(215/235)
#215 환생의 고리(삽화)
#215 환생의 고리
사방이 조용해진 가운데, 울면서 외치는 산타의 목소리만 더욱 크게 울렸다.
“드디어, 드디어 만났어.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헛짓이 아니었던 거야. 모두 비웃었지만, 내가 옳았다구!”
산타가 울면서 웃는다.
팔다리를 이상한 방향으로 흔들며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가끔 두 팔을 하늘 높이 들고 울부짖었다.
“지구에서 선행을 하면 결국엔 신의 봉인이 약해지는 거였다구. 내가 신들의 결계를 깨부순 거야! 오래 걸렸지만 내 말이 옳았어! 주인님! 그렇지요? 분명히 주인님이시죠?”
주환의 마력에 닿은 것으로 정체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
모든 산타가 지구에서 활동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을까.
연화에게 얻어맞은 보상반 산타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이가 부러진 건지도 모르겠다.
피와 함께 하얀 조각을 퉤, 뱉으면서 보상반 산타가 씨익 웃었다.
“나를 잊어버리면 안 되지. 나 역시 지구에서 힘을 모으는 게 신 놈의 봉인을 푸는 열쇠라고 생각했잖아. 너만 지구에서 일한 것이 아니다.”
“그래, 그래, 우리 둘이 해낸 겁니다. 주인님! 우리가 해냈어요.”
어쩌지.
이 산타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자신이 악신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앞으로 이들과는 일절 관계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본심이다.
하지만 산타들의 얼굴을 보니 그런 말을 할 생각이 쑥 사라졌다.
울고 웃는 두 산타 외에도, 다른 산타의 표정이….
‘그랬지. 이들은 계속 악신만을 위해 살아온 거였어.’
모른척할 수는 없다.
보상반 산타가 아픈 몸을 약간 흔들며 뒤뚱뒤뚱 걸어왔다.
코를 훌쩍이면서 살짝 주환의 눈치를 본다.
“저… 조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보상반 산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 주환이 악신이라고 믿어지지는 않는 건지, 아니면 실감이 안 가서인지 모르겠다.
그 표정이 너무 간절하고 처량해서, 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아주 살짝, 보상반 산타가 주환의 몸을 건드렸다.
“!”
보상반 산타의 하얀 수염이 파르르 떨리고, 안경 속에서 눈이 둥글어졌다.
하얀 수염만큼이나 흰 얼굴색이 대번 빨갛게 변했다.
“주인님!”
소리를 억누르는 것처럼 작게 중얼거리더니, 보상반 산타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 주인님….”
다시 한번 그렇게 말한 뒤, 주환의 옷자락을 살짝 잡는다.
고개를 숙인 보상반 산타가 몸을 떨면서 울고 있었다.
“만났어… 주인님을 만났어….”
커다란 덩치의 산타할아버지가 소녀처럼 우는 모습은 조금 이상해 보였다.
하지만 웃을 수 없다.
왠지 마음이 먹먹해져서, 주환은 가만히 보상반 산타의 어깨를 쳐주었다.
그 사이 달려온 삼각김밥 산타가 헐떡이면서 주환 앞에 엎어졌다.
“너, 너무 기뻐서 숨이 쉬어지지 않아요.”
“….”
숨 쉬어라.
산타들이 웅성거리며 주환 주위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다.
“저, 정말인가.”
“정말로 주인님이십니까?”
“아직도 천 년은 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산타들이 조금씩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온다.
꿀꺽꿀꺽 산타들이 침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주인님.”
“저기… 한 번 만져 봐도 될까요?”
“주인님의 마력에 접하고 싶습니다.”
“…그리워요. 주인님 마력이 너무 그리워….”
“너무 오랜만이라 마음이 정지할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왠지 그리운 냄새가….”
“주인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그때, 도로시가 산타들을 밀치며 끼어들었다.
“우리 아빠야! 주인님 아냐! 왜 우리 아빠한테 주인님이라고 하는 거야!”
주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산타들을 노려보는 폼이, 아무래도 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아직 상황을 잘 모르는 리지는 당황한 것처럼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산타가 악신의 짐승이라는 걸 모른다.
도로시와 대치하듯 서 있던 산타 한 명이 코를 벌름거리며 도로시에게 얼굴을 조금 들이댔다.
“이상하군요. 이 아이에게서도 뭔가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설마…?”
“…정말이잖아. 뭔가 냄새가….”
산타들이 웅성거린다.
주환은 문득 도로시를 보았다.
어쩌면 이 아이도 악신과 연관 있는 누군가였을까?
주환의 시선이 리지에게 이어졌다.
어쩌면… 설마 리지도….
허공을 붕붕 날아다니던 마을의 산타벼룩 중 하나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산타님의 주인님은 누구신가요? 팽?”
그러고 보니 산타벼룩 팽은 주환을 접하고도 악신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주환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한쪽 구석에서 동료들을 피해 다니던 산타벼룩 팽이 가슴을 내밀며 외쳤다.
“훗!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가 해주지. 팽. 우리 주인님이시자 산타님의 주인님이신 우리 주인님은 바로 악신님이시다! 팽!”
이런. 그 일은 아직 도로시에게 비밀이다.
주환은 알려져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리지는 굉장히 겁을 먹고 있었다.
도로시에게 말하면 누군가에게 무심코 그 일을 흘리는 게 아닌가 하여, 리지는 지금까지 계속 아이에게 비밀로 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산타벼룩의 말에 리지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삐이!”
하지만 어느새 도로시 머리 위에는 오즈가 올라가 있었다.
긴 귀를 도로시 양옆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꼭 하얀 털 귀마개 같다.
엉덩이가 하늘로 올라가 동그란 꼬리가 치솟아 있는 것이 조금 귀여웠다.
오즈가 할 때는 한다는 듯이 흥, 하고 코웃음 쳤다.
리지가 안심한 듯이 몸을 약간 밑으로 내리며 중얼거렸다.
“고마워, 오즈.”
리지가 말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도로시가 투덜거렸다.
“오즈! 귀를 막으면 산타들 소리가 들리지 않잖아. 싸울 수 없다구! 지금 아빠를 빼앗기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대목인데!”
산타의 주인님이 된다고 해서 아빠를 빼앗기는 것은 아니지만….
오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삐이, 소리를 냈다.
도로시의 말이 이상하다는 뜻인지, 아니면 자신의 행동에 불만투성이인 도로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정말 잘했다.’
주환이 살짝 오즈의 머리를 쓰다듬자, 기쁜 듯이 하얀 꼬리가 퐁퐁 움직였다.
“죄, 죄송합니다. 팽.”
뒤늦게 실수한 걸 깨달은 산타벼룩 팽이 느리게 날갯짓하며 리지 앞으로 날아갔다.
고개를 숙이는 팽의 몸이 풀이 팍 죽어 시든 콩나물처럼 되었다.
평상시에는 항상 폭신폭신한 털구름 같아 몰랐지만, 기분이 심하게 변하면 털 상태도 바뀌는 모양이다.
리지가 작게 숨을 쉬었다.
“다음에는 조심해 줘.”
“네, 정말 죄송합니다. 팽. 다시는 이런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팽.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팽. 산타벼룩의 명예와 목을 걸겠어요. 팽.”
산타벼룩이 그렇게 말하면 농담 같지 않다. 아니, 정말로 농담이 아닌가.
리지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봐, 아무 데나 은혜 갚는 것도 그렇지만, 목을 마음대로 걸어도 곤란해. 그만둬.”
주환의 말에 산타벼룩 팽이 깜짝 놀란다.
“아, 그렇군요. 팽. 제 목숨은 어디까지나 주인님의 것이죠. 팽. 죄송합니다. 팽. 목은 회수하겠습니다. 팽. 대신… 음… 대신… 손모가지를… 아니, 이것도 주인님의 것인가… 그렇다면….”
팽이 끙끙거리자, 주변에 있는 산타벼룩이 불쑥 말을 꺼냈다.
“그럴 때는 다음 생을 걸어야지. 팽.”
“아, 그렇다. 팽. 다음 생이 있었지. 팽.”
아니, 다음 생도 아껴라.
기가 막히는 듯 리지가 웃는다.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지자, 산타할머니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자, 자, 주인님도 우리 산타들도, 이런 곳에서 계속 있을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갑시다. 주인님께서도 궁금한 게 많으시겠죠. 우리도 그동안의 일을 보고해야 하고… 앞으로의 일도 의논해야 하니 집으로 들어가요. 그쪽의 아기도… 우리 집에 가면 보여줄 게 많답니다.”
산타할머니가 도로시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
수염은 있지만 아마 할머니일 거다.
목소리도 그렇고, 몸도 딱딱한 느낌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둥글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강했다.
도로시가 작은 동물이 크르르르 위협하는 것처럼 입을 곤두세웠다.
“해유해도 소용없어! 아빠는 우리 아빠예요!”
해유가 아니라 회유겠지, 도로시.
하지만 그 사이 말이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정말 단순한 단어밖에 모르던 아이가 어느새 어려운 것도 쑥쑥 삼켜 자기 스스로 조합해 말을 만들어낸다. 아빠는 정말 기쁘다.
은근히 혼자만의 감동에 절어 있는데, 도로시는 은근슬쩍 대파한테 이끌려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한참 가르쳐야겠구나.’
아이라는 게 본래 그런 거겠지만 먹는 걸 제외해도 유혹에 약하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리지 역시 어느새 산타 할머니한테 손이 잡혀 있었다.
“… 세상에, 이런 손으로 가죽 처리를 한 단 말인가요? 우리집만의 비법이 있어요. 그 방법으로 하면 시간도 훨씬 절약되고 노력도 덜 들어가지요. 훨씬 좋은 털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살아있는 짐승 털 같죠. 이리 와요.”
“정말로 그런 방법이 있나요?”
리지도 도로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최상급 가죽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어느새 산타 할머니와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역시 내가 항상 붙어 있어야 해.’
주환이 혼자 중얼거리는데, 산타벼룩 팽이 가까이 날아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쳤다.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 팽. 이 산타벼룩이 있습니다. 팽. 제가 부인과 꼬맹이를 항상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팽. 마음 팍 놓으세요. 팽.”
“… 그래, 고맙다.”
솔직히 말하면 이 녀석도 매번 아무에게나 은혜를 갚으려 해서 걱정이지만….
옆에 서 있던 연화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연화야. 내 마음도 너와 같다.
주환의 입에서도 작게 한숨이 새 나왔다.
주환은 모두와 함께 제일 큰 버섯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산타들이 회의할 때 사용하는 장소인 모양이다.
원룸 형태의 제법 넓은 공간에는 가운데에 둥근 탁자가 있고 그 주위에 조금 작은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찻잔과 접시들이 있고, 구석에 있는 커다란 나무 선반에는 장난감처럼 예쁜 그릇들이 가득 차 있다.
리지와 도로시가 입을 크게 벌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천장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온 둥근 구슬이 반짝반짝 무지갯빛을 사방에 뿌린다.
가끔 춤을 추는 것처럼 허공에서 구슬이 통통 튀었다.
창문에 늘어진 커튼에는 작은 빛 알갱이 같은 것이 달려 있어, 빨갛고 푸른빛을 깜박깜박 피우고 있었다.
“뭐, 이 집 전체가 꼭 크리스마스트리 같구나.”
주환이 중얼거리자, 대파와 함께 서서 집을 둘러보던 도로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빠, 쿠리스마수투리가 뭐야?”
“도로시는 그걸 모르겠구나.”
주환은 빙그레 웃었다.
어릴 때를 기억해 보면 크리스마스가 가장 즐거웠다.
가짜 나무를 싸구려 전구와 장식품으로 꾸미고, 밤이 되면 반짝거리는 트리를 바라보며 선물을 기다리곤 했다.
“그건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물어보자. 나중에 깨어나시면 분명히 너에게도 만들어주실 테니까.”
“정말?”
도로시가 환하게 웃는 걸 보며, 산타할머니가 손뼉을 탕탕 쳤다.
“자, 모두 주인님 맞을 준비를 합시다.”
산타할머니의 말에 탁자와 구석 선반에 있던 그릇들이 벌떡 일어났다.
“우왓!”
“어머나.”
도로시와 리지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린다.
두 사람이 놀라는 걸 보고 웃는 것처럼, 그릇과 찻잔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주전자가 구석의 물통에 몸을 담가 자신의 몸에 물을 담고, 접시는 과자를 집어 자신의 몸에 올렸다.
그리고 일제히 탁자 위로 달려온다.
“자, 너는 내가 도와줘야겠지.”
주전자가 기우뚱 몸을 기울여도 물이 잘 나오지 않자, 산타할머니가 영차 하며 뚱뚱한 몸을 움직였다.
주전자를 들고 살짝 기울이자, 길쭉한 주둥이를 조금 움직이며 주전자가 찻잔에 물을 부었다.
주환이 탁자에 앉자 산타들도 다들 그 주위에 몰려 앉았다.
리지가 살짝 주환을 보고, 몸을 돌렸다.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산타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도로시를 향해 몸을 굽혔다.
“아기는 이쪽으로 오련? 달콤한 꿀을 넣은 우유가 있단다. 아, 계란을 듬뿍 넣어 만든 카스타드도 있지.”
“카스타드가 뭐예요?”
“달콤한 크림이란다. 빵에 발라먹으면 굉장히 맛있지. 부인, 카스타드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산타할머니가 말하며 흐읍, 하고 리지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이상하네요. 부인에게서 그리운 냄새가 나요. 이건 한 번 살펴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우리들의 오랜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는지도 모르니까요.”
그게 어떤 건지 말하지 않은 채 산타할머니가 부드럽게 웃었다.
산타할머니가 리지와 도로시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산타들이 한꺼번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인님, 정말로 환생하셨군요.”
“우리는 한참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맙소사, 이렇게 기쁜 일이.”
“루돌프 님이 계셨다면 정말 기뻐했을 텐데요.”
“그래요, 루돌프 님도 계속해서 주인님의 환생을 기다리고 계셨죠.”
주환은 산타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너희들이 악신의 짐승인 거 아닌가?”
“맞습니다.”
“물론 저희가 주인님의 루돌프입니다.”
“하지만 최초의 루돌프님이 있은 뒤에 저희가 있는 거죠.”
“우리는 루돌프 님의 간절한 소원으로 태어났습니다.”
“루돌프 님은 주인님이 바라는 걸 모두 이루고 싶어 하셨습니다.”
“과거로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부인도 만나고 싶어 하셨죠.”
“루돌프 님도 주인님을 계속 만나고 싶어 하셨으니까요.”
“우리는 그걸 이루기 위해 가장 알맞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거죠.”
산타들이 합창하듯 입을 모아 말했다.
“인간의 형태가 주인님의 소원을 이루기에 가장 좋으니까요.”
“그러면… 그, 악신의 짐승은?”
주환이 묻자, 산타들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죽었습니다.”
“죽은지 아주 오래 되었죠.”
“우리가 태어나던 날이 루돌프 님이 죽은 날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루돌프는 점점 쇠약해져 어느 날 몸이 바람에 흩어지는 것처럼 사라져 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신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이 작은 산타들이었다.
산타들은 모두 루돌프의 기억을 계승했다.
루돌프와 완전히 똑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기억과 감정은 같다.
루돌프는 자신 대신 태어난 붉은 존재들에게 산타라는 이름을 내려주고 조용히 대지로 흩어졌다고 했다.
“그래… 그랬구나.”
그 작은 짐승은 외롭게 죽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산타들은 주환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괜찮아요, 주인님. 루돌프 님은 행복하게 죽었습니다.”
“그래요. 겨우 주인님을 만날 수 있는 환생의 고리에 들어갔으니까요.”
“죽음 뒤에야 만날 수 있는 걸 루돌프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그날이 비록 멀지는 몰라도, 우리는 계속 그걸 위해 힘을 합해왔으니까요.”
산타들이 만드는 문양은 계약자들에게 힘을 주는 동시에, 악신과 그의 부인, 루돌프의 환생을 위한 힘이 된다.
문양은 그렇게 고안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산타들이 두근두근한 표정으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잠시만 닿아도 될까요?”
“주인님의 마력은 정말 오랜만이니까요. 루돌프님이 돌아가신 이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이 몸으로는 처음이죠.”
주환이 손을 내밀자 산타들이 저마다 손가락을 뻗었다.
“… 주인님이다.”
“주인님의 마력이야.”
“주인님의 냄새가….”
산타들이 기쁜 듯이 소곤거린다.
닿는 산타들의 손가락에, 주환도 뭔가가 느껴졌다.
그리운 감각이었다.
왠지 포근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별로 귀여운 얼굴들은 아니지만.’
주환은 쓴웃음을 지은 뒤,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희들에게 한 가지 따질 일이 있어. 내 부모님의 소원은 어떻게 된 거지?”
안경 쓴 보상반 산타가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건… 사실은 그 문양은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의 되살리는 과정이 아무래도 완성되지 않았어요. 문양은 완벽했는데, 그 문양으로 되살리면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선 해결할 때까지 잠재우는 문양을 추가로 새겨둔 거죠. 정말 죄송합니다.”
과거 산타의 계약자 중에 한 명이 그 문양으로 딸을 되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본래대로라면 수십 년 늙을 때까지 살았어야 할 딸은 겨우 십오 년 정도를 살고 죽었다.
“하지만 맹세코 문양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건 완벽했어요.”
“….”
주환은 눈을 감았다.
여기까지 와서 부모님을 살리지 못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