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28)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228화(228/235)
#228 희망
#228 희망
“조심해! 그거 한 짝에 금화 몇 개는 가뿐하게 넘어간다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목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며칠 전부터 영주관의 창과 문을 수선해서 다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목수가 지시를 하고, 마을 남자들이 문과 필요한 소품들을 운반한다.
가장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던 영주관의 방 몇 개가 먼저 수리되었다.
창문과 문을 달아 사람이 살 수 있게 대강 치운 뒤, 지금은 마차 대신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주환과 리지가 각각 방 하나를 쓴다.
사양하는 토비에게도 방이 하나 주어졌다.
도로시는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서 자고, 가끔 주환과 리지에게 왔다.
그리고 종종 덩굴이 감아준 비밀 공간에서 토비와 함께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덩굴이 뭉친 곳을 찾아보면, 푸른 잎 속에서 천사처럼 잠들어 있곤 했다.
분명 도로시가 놀아달라고 조르며 토비를 괴롭혔던 걸 거다.
놀다가 지쳐 앉아있던 걸 덩굴이 감싸준 거겠지.
덩굴의 푸른 잎 속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요정나라의 왕자 공주 같았다.
그 둘이 자라 먼 훗날 혼인한다면, 그런 날이 정말로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
생각에 잠겨있던 주환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문짝을 옮기던 한 명이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넘어지면서 하마터면 문에 깔릴 뻔했던 것 같다.
덩굴이 가지로 문짝을 살짝 잡아, 남자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고, 고맙습니다, 가지님.”
[….]문짝을 운반하던 남자들이 고개를 꾸벅 숙이자, 덩굴이 가지 끝을 작게 움직여 괜찮다는 의사를 보였다.
덩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의젓하게 문짝을 잡고 있었지만,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가지들은 정신없이 꼬물거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감사 인사를 받은 것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
사람들도 그걸 보았던 모양이다.
몇 명이 웃고 있었다.
덩굴도 순조롭게 사람들과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잘 됐구나, 덩굴.
*
오즈와 산타벼룩은 도로시의 옆에 붙어 다니는 일이 많지만, 덩굴이 보호자 역할을 맡으면서 조금씩 개별 행동이 늘었다.
그래 봐야 영주관 안이다.
오즈는 갑자기 특훈을 시작했다.
사람의 몸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머리카락을 모두 없애는 게 목표인 것 같다.
산타벼룩의 말에 따르면 토비에게 질투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정말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단순히 심심해서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히려 그런 걸 하면 도로시에게 미움을 받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윈우드령에 도착한 이후, 연화는 종종 숲으로 가서 마수 사냥을 하는 듯하다.
밤이 되면 가끔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피는 한 방울도 보이지 않는다.
강이나 샘에서 간단하게 피를 씻어내고 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물로 지워지지 않는, 진한 피 냄새가 배어 있었다.
뭐, 그것 자체는 흔한 일이다.
전에도 연화는 종종 마수 사냥을 하곤 했다.
다만, 이전에는 사냥 시간이 매우 짧은 편이었다.
아마 리지와 도로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나 덩굴이 경호원 노릇을 하면서, 연화의 마음도 느긋해진 것 같다.
한밤에 사라지면 몇 시간 정도 보이지 않는 일이 가끔 있었다.
오늘도 평범하게 그런 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많이 늦는데.’
어느새 까맣던 하늘색이 옅어졌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날이 밝는다.
깨어나면서 마력으로 주변을 탐지했지만, 연화의 기색이 없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다.
이렇게까지 오래 집을 비우는 일은 없었다.
보통은 주환이 깨어나기 전에 돌아온다.
이상한 일이다.
‘혹시 어딘가 다치기라도 한 건 아닌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가만있을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연화 정도 되는 마수가 다른 놈한테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항상 예외라는 게 있다.
발을 헛디디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을 거다.
살아있는 생물인 이상 언제 어느 때나 완벽할 수는 없는 거니까.
‘게다가 연화도 아직 어리지.’
오즈나 도로시가 워낙 어리기 때문에 자꾸 잊어버리지만, 연화도 성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일단 마음이 초조해지자 그대로 누워있을 수 없었다.
주환은 옆에서 자고 있는 리지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도로시도 함께 자고 있었다.
리지 옆에서 달팽이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얼굴이고 몸이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지만, 그게 좋은 모양이다.
주환은 리지의 몸에 이불을 제대로 걸쳐준 뒤 밖으로 나갔다.
연화의 기색은 여전히 없었다.
영주관 외곽에서 덩굴 속을 뛰어다니던 오즈가 어느새 주환의 곁에 와 있었다.
주환이 깨자마자 달려온 모양이다.
“연화가 없구나. 혹시 너에게는 연락이 없었니?”
“삐이?”
오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 신호도 받지 못한 것 같다.
‘역시 이상해.’
연화가 영주관에서 아주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다.
루돌프는 주인의 곁에서 멀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근처의 숲이다.
주환은 빠른 걸음으로 영주관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숲으로 향하는 외벽의 문에 도착할 무렵, 연화가 그의 탐지 범위 안에 들어왔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다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주환은 가볍게 숨을 쉬었다.
연화가 문밖에 도착하자, 덩굴이 슬금슬금 가지를 뻗어 문을 열었다.
“… 음?”
주환의 눈이 커졌다.
연화의 입에 커다란 마수가 물려 있었다.
축 늘어진 마수 머리가 덜렁덜렁 허공에서 흔들렸다.
“….”
아니, 너 분명히 말이었지? 호랑이나 사자가 아니라.
지금까지 연화는 자신이 사냥하는 모습을 주환에게 보인 적이 없다.
그 때문에, 마수를 먹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뿔로 찌르거나 발로 차서 죽인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 모습을 보면 이빨로도 물어 뜯는 게 아닐까 싶다.
게다가 마수를 입에 물고 다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자나 호랑이도 먹이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먹는 게 아닐까.
어쨌든 이렇게 먼 거리까지 먹잇감을 들고 다니지는 않을 거다.
주환이 기가 막혀 바라보는데, 연화가 툭 마수 사체를 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왠지 자랑스러운 듯 콧김을 불었다.
바닥에 놓인 마수를 자랑하는 것 같다.
“….”
대체 이 마수를 어쩌라고 가져온 건지 모르겠다.
뭔가 특별한 놈인가 싶어 마수를 살폈지만, 당연히 봐도 잘 모른다.
멧돼지를 닮은 마수는, 이전에 잡았던 머리 둘 달린 괴수보다 크기가 작았다.
하지만 단단하기는 그에 못지않다.
몸통의 가죽은 주환의 힘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하고, 납작하게 누운 털은 쇠침처럼 뻣뻣했다.
주둥이도 멧돼지를 많이 닮았다.
약간 눌린 둥근 코에 커다랗게 구멍이 나 있다.
다른 점은 입가에 솟은 뿔이 굉장히 크고 길다는 점이려나.
뿔만 보면 멧돼지라기보다는 코뿔소 같다.
가죽을 쓸 수 있을까 싶어 살펴보았지만, 상처가 너무 많았다.
연화의 뿔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구멍이 배와 목 부분에 큼직하게 나 있고, 여기저기가 물려서 심하게 찢겼다.
다른 곳에도 자잘하게 긁히고 눌린 자국이 있었다.
뿔로 찌르거나 물어뜯은 것뿐 아니라 발로 밟기도 한 모양이다.
만져보면 뼈도 여러 개 부러진 것 같다.
이런 상태라면 가죽을 손질해 팔아봤자가 아닐까 싶다.
마수는 가죽을 주로 사용한다.
작은 조각으로 잘라 팔아도 나름대로의 가격은 나가겠지만, 당연히 통가죽만큼 비싸지는 않을 거다.
힘줄 같은 건 활에 쓴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기는 한데, 진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가죽 외에, 마수의 가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를 연화가 아닌데, 어째서 이걸 가져온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통역이 필요하다.
그때, 오즈의 머리털 속에서 산타벼룩이 툭 튀어나왔다.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팽! 통역! 하면 이 산타벼룩입니다. 팽.”
산타벼룩이 요란하게 날갯짓하며 빙빙 허공을 날아, 오즈의 코끝에 올라갔다.
“자, 이 몸에게 털어놓아라, 하얀 말아. 팽. 주인님의 명령이시다. 팽. 음… 음…. 응? 응? 그, 그런 일이!”
산타벼룩이 잠시 연화와 뭔가 중얼거리더니 팽그르르 허공에서 몸을 돌렸다.
“주인님, 기뻐하십시오, 팽. 이 마수가 맛있답니다. 팽.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굉장히 맛있는 모양입니다. 팽. 드문 놈이라 가져왔다고 하네요. 팽.”
“….”
아니, 사람은 마수를 먹지 않는다.
마수를 먹는 건 마수뿐이다.
마수 고기는 너무 질겨서 짐승조차 잘 먹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인간이 먹으려고 하면 씹기는커녕 이가 부러지지 않을까.
주환의 생각을 읽은 연화의 얼굴이 바닥으로 축 처졌다.
주환은 연화의 목덜미를 툭툭 쳤다.
“이걸 사냥한다고 늦은 거야? 우리에게 먹이고 싶어서? 고맙구나.”
히잉, 하고 연화가 작은 소리로 울었다.
안타까운 것 같다.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소중한 이에게도 먹이고 싶은 마음은 잘 안다.
우울해진 연화에게는, 이렇게 맛있는데 그걸 모르다니 하는 안타까움도 있을 테지.
귀엽다는 것은 아마 이런 걸 거다.
“귀여운 녀석.”
주환이 작게 웃자, 산타벼룩이 주환의 얼굴로 날아와 작은 손을 꼼질거렸다.
털투성이 몸 앞에서 가느다란 팔이 배배 꼬였다.
“주인님, 저도 귀엽고 싶습니다. 팽.”
“삐이!”
오즈가 톡톡 바닥을 밟고 뛰어와 연화 머리 위로 올라갔다.
이 녀석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모두 다 귀엽지. 너희 중에 귀엽지 않은 놈은 없어.”
주환이 웃자, 어느새 슬그머니 다가온 덩굴이 연화의 뿔을 감고 있었다.
은근슬쩍 자신도 그 귀여운 범위 안에 끼운 모양이다.
정말, 이 녀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는 행동이 귀엽다.
“응? 마수네?”
어머니가 가까이 다가와 주환의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멧돼지 닮은 그놈이구나. 예전에 연화가 잡아먹는 걸 본 적이 있지.”
“연화에게는 굉장히 맛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함께 먹고 싶어 잡아왔다네요.”
주환이 웃자, 어머니가 어머 하며 함께 웃었다.
“그럼 저걸로 곰탕이나 한 번 끓여 볼까?”
“마수는 질겨서 안 먹는다고 들었어요.”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꼬리곰탕이라는 훌륭한 요리법이 있지 않니. 뼈도 함께 넣고 끓이면 정말 구수하겠네.”
마수라는 걸 먹어도 되는 건가. 왠지 탈이 날 것 같은데.
주환이 곤란한 표정을 짓자, 어머니가 깔깔 웃었다.
“옛날에 들은 얘긴데 말이야. 미국으로 이민 간 어떤 여자가 정육점에 갔더니, 글쎄 소뼈며 돼지뼈를 몽땅 버리더라는 거야. 미국에서는 뼈를 고아 먹는 습관이 없었나 봐. 미국 사람들이 볼 때는 뼈는 못 먹는 음식으로 보였던 거겠지.”
그 여자는 그 뼈를 주인한테 받아 집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신나게 끓여서 하숙생들에게 먹였다던가.
“진짜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떠도는 거짓말인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곳에서도 마찬가지 아니겠니? 연화가 먹는데 우리라고 못 먹을 게 뭐 있어.”
아니, 그건 아니죠, 엄마.
마수에게는 평범한 음식이라도 인간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누가 알아? 이게 마법사들에게는 마력 보양식이 될지.”
“….”
그건 왠지 또 그럴싸하게 들린다.
이 세계 마법사들에게 마력을 보충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치유 마법사의 일 중 하나가 마력 보충이라는 걸 생각하면….
주환은 이곳의 마수를 사냥해 팔거나, 마수 가죽을 가공해 돈을 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력 보충이 가능한 보양식을 만들어 팔 수 있다면, 그것도 남작령의 특산품이 될지 모른다.
‘곰탕 만드는 작업에는 큰 노하우도 필요 없으니 영민들의 참여도도 높일 수 있을 거고.’
다행히 남작령은 대부분의 영지가 숲이다.
마수는 썩어날 정도로 많았다.
“….”
마수 사냥을 할 수 있는 사냥꾼이나 모험가 파티를 육성하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남작령의 곳곳을 찾아보면 분명 마력 소유자도 어딘가에 있을 거다.
그런 아이나 사람을 찾아내 교육하고 파티를 짜게 하면 된다.
주환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 고개를 들었다.
‘좋아, 수다쟁이가 오면 한 번 의논해 봐야지.’
하지만 우선은 마수 고기가 정말로 그런 보양식이 될 수 있을지가 문제다.
곰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 땔감도 많이 필요하니, 그 비용이 제대로 나올지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리지도 어느새 깬 모양이다.
아직 졸린 듯 눈을 느슨하게 뜬 채로 다가왔다.
덩굴이 리지의 손목에 감겨 있었다.
에스코트해주는 것 같다.
주환 가까이에 온 리지가 수줍은 듯 웃었다.
“당신이 안 보여서 어디에 있는지 찾으니까, 덩굴이 데려와줬어요.”
마수를 본 리지의 얼굴이 조금 변했다.
리지의 표정에서 뭔가 할 말이 있는 걸 발견하고, 무슨 일인지 눈으로 묻는다.
“며칠 동안 생각을 해봤는데요, 마수 가죽 처리를 부인회에서 하면 어떨까 해요. 아직 초보자 솜씨기는 하지만, 내가 가르치고, 장인을 한 명 모셔올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을 것 같구.”
“좋은 생각이네.”
리지의 얼굴이 환해졌다.
연화가 말발굽으로 바닥을 조금 긁었다.
자신이 사냥하겠다는 표시인 것 같다.
“미안하지만, 연화야, 사냥은 나와 아버지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고기만 사용한다면 모를까, 기왕 잡는 거라면 가죽까지 모두 남기지 않고 써먹는 것이 좋다.
연화에게 맡기면 가죽은 사용할 수 없을 테니, 역시 이건 사람이 하는 쪽이 나을 거다.
“삐잇!”
오즈가 팔딱 허공으로 뛰었다.
자신이 하겠다는 모양이다.
글쎄, 그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사냥보다 사람을 지키고 돕는 일을 부탁해 보자.
이 아이들이 마수 한 마리 사냥하는 것보다, 그게 가능한 사람들을 키우고 육성해 영민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편이 낫다.
사냥의 효율은 낮아도 그게 사람들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그렇게 말하자, 연화도 오즈도 모두 알아들은 것 같다.
“주인님!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팽. 사람들을 돕는 거라면 산타벼룩이죠. 팽.”
산타벼룩이 날아다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머니가 웃는다.
리지가 주환의 등에 살짝 이마를 기댔다.
“….”
조금씩 조금씩 형체가 다듬어진다.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경영해나가면 될지 약간이나마 감을 잡은 것 같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남작령에 접어들면서 처음 만난 마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뼈조차 가느다랗던 마을 사람들.
뱀과 곤충을 잡아먹어야 하는 비참한 상황.
그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조금 어깨가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