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29)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229화(229/235)
#229 산타할망구는 주인님이 보고싶다
#229 산타할망구는 주인님이 보고싶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드디어 남작령의 산타길드가 개점하게 되었다.
수다쟁이가 남작령으로 온다.
미리 도착 날짜를 연락받고 있었던 주환은 일찌감치 마을로 내려갔다.
수다쟁이가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다.
어디에선가 자고 다시 출발했을 테니, 도착은 아무리 빨라도 오후일 거다.
하지만 왠지 가만있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뭐, 리지도 아침부터 부인회 일로 마을에 내려갔으니 딱 좋다.
‘지금쯤 한참 마수 가죽을 다듬고 있겠지.’
리지는 얼마 전부터 부인회 여성들과 함께 마수 가죽 일을 시작했다.
돈이 좋기는 한지, 계속 좁혀지지 않던 여자들과의 거리가 단박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도로시도 아이들과 많이 친해졌다.
함께 과자 먹는 아이의 수가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역시 아이들은 먹을 걸로 낚는 게 최고지, 라며 어머니가 웃고 있었다.
어머니도 부인회에 가입하지 않은 여자들과 함께 곰탕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고, 모든 것이 순조롭다.
주환이 몸으로 확인해 본 결과, 마력회복약만큼은 아니지만 마력 보충에 효과가 있었다.
마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원기 회복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마수 고기는 많이 질기기 때문에 무르게 익히려면 시간이 꽤나 걸렸다.
하지만 의외로 맛이 좋아서, 딱히 마력 보충이 아니라도 잘 팔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먹을 고기의 종류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은 큰 성과다.
‘이 땅에 마수만큼 흔한 것도 없을 테니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변경백은 처음부터 마수를 고려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라면 분명 꽝복권이었을 테지만, 주환에게 마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걸어 다니는 돈이다.
얼마 전에는 세금을 십 년 동안 감면한다는 서류도 받았으니, 앞으로 천재지변이 생기지 않는 한 미래는 밝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마수 사냥이 쉬워지도록 틀을 세워놔야지.’
안 그러면 주환이 죽고 난 뒤에 남는 후손이 고생일 테니 할 일이 많다.
*
마을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주환을 보고 꾸벅꾸벅 고개를 숙였다.
주환은 일일이 인사를 받아주며 마을 중앙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마을이 그렇듯이, 이곳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길드 사무소가 있다.
하지만 한동안 버려져 있었던 길드 사무소는, 다른 곳과 달리 먼지투성이에 낡고 초라했다.
이전의 길드 사무소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직원도 한 명 밖에 없었던 것 같고, 모험가가 찾아오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
돈이 안 되니 제대로 관리가 될 턱이 없다.
목수와 마을 사람들에게 일을 맡겨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 있도록 수선했지만, 모험가 마을의 길드와 비교하면 형편없었다.
‘수다쟁이가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주환은 길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간판 자리는 비어 있다.
원래는, 모서리가 부서지고 중앙에 금이 간 간판이 걸려 있었다.
그걸 모두 떼어내고 정리하는 것도 제법 힘들었다.
‘저 자리에 산타 모습이 박힌 간판이 올라가는 거지.’
산타가 저기에서 웃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우습다.
그리고 조금 흥분했다.
앞으로 이곳은 남작령을 부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길드는 다른 지역의 의뢰를 끌어오거나 이쪽의 마수를 다른 곳에 파는 역할도 한다.
사람들의 용역도 맡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길드 지점이 하나 있으면 그만큼 사람들의 일자리도 늘어난다.
다른 지역의 모험가가 이곳으로 와 일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부수적인 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여관이 생기고 철물점, 무기점을 비롯해 여러 가게들이 활성화된다.
잠시 초라한 건물을 보며 남모를 흥분을 삼키고 있는데, 마을 사람 한 명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영주님! 드디어 왔습니다. 성문에서 문지기가 기별을 보냈어요. 아, 그 기별이 접니다.”
“그래요. 수고했습니다.”
“별말씀을요.”
드디어, 드디어 왔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주환은 급히 몸을 돌렸다.
성문 쪽을 향해 몇 걸음 내딛는데, 멀리에서 수레를 몇 대 끌고 오는 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말이 끄는 수레 몇 개에 대량의 짐을 싣고 있었다.
소식을 알려준 마을 남자가 숨을 헐떡이면서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걸음이 느려서….”
“아니, 저 사람들이 빠른 겁니다.”
주환이 빙그레 미소 짓자, 마을 남자도 히죽 웃는다.
이 남자는 목수와 함께 영주관 수리를 하던 사람이다.
여전히 주환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가까이 접한 자들은 어느새 태도가 많이 허물어졌다.
지금처럼 부담 없이 말을 걸어주기도 한다.
“….”
길드 사람들이 왔다는 소식이 벌써 마을에 퍼진 모양이다.
사무소 앞에 사람이 몇 명씩 모이고, 조금씩 소란스러워졌다.
덜컹거리는 수레 소리가 가까워지고, 수다쟁이의 모습이 조금씩 뚜렷해졌다.
수다쟁이는 이전에 보았을 때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어서 와요.”
주환이 빙그레 웃자, 수다쟁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입을 열었다.
“남작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남작님의 활약상은 많이 들었습니다.
왕도에서 저 먼 땅끝까지 빈틈없이 소문이 돌았다고 하더군요.
물론 변경백님이 손을 쓴 거겠지만요.
아, 그렇지만 변경백이 뿌린 게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도 많습니다.
거의 괴수급으로 묘사된 것도 있더군요.
제가 들은 것만 해도 엄청납니다.
몸이 녹아내리는 비를 내린다던가, 흉악한 뿔토끼가 인간을 산채로 눈만 뜨고 죽게 하는 이야기도 있어요.
음유시인과 유랑극단에서는 남작님과 부인의 사랑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퍼뜨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 사람들은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니까요.
사랑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제가 여자한테 배신당했다고 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그런 개인적인 감정 없이도, 사랑이 밥 먹여 주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니까요.”
그래, 확실히 두 배다.
예전의 수다가 정확하게 두 배에서 세 배 정도로 늘어났다.
길드 연락원이 말했던 것처럼, 수다쟁이가 길드의 지점 마스터가 되어 흥분해 있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다.
말만 더 많아진 것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묘하게 몸이 자주 움직였다.
어깨나 손을 조금씩 흔들고 있어서, 왠지 침착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눈동자도 반짝반짝, 꿈꾸는 소년 같았다.
수다쟁이가 아까부터 흘끔흘끔 길드 사무소를 곁눈질하다, 어색하게 고개를 올렸다.
곧바로 간판 자리를 올려다본다.
어쩌면 주환과의 대화를 하면서, 나름대로는 계속 사무소 쳐다볼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수다쟁이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훌륭하군요. 훌륭하게 비어 있습니다.
아, 혹시 남작님이 일부러 치워주신 건가요?
아니, 그렇겠군요.
설마 원래부터 저렇게 깨끗하게 간판이 떨어져 있을 리는 없을 테니까요.
지점을 열면 제일 먼저 할 일은 간판을 다는 겁니다.
물론 일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저희 길드에서는 산타 얼굴을 내거는 걸 우선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어디에 지점을 내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간판을 다는 겁니다.
바로 저 자리에 거는 거죠.
물론 간판도 준비해왔습니다.
새로운 지점을 내면 길드 본점에서 산타 그림을 주죠.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입을 약간 벌린 채 수다쟁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챈 수다쟁이가, 약간 얼굴을 붉혔다.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뭐, 조금 더 일찍 올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산타 그림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수다쟁이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주환에게 고개를 약간 숙였다.
“남작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 지점의 길드 마스터로서, 저는 이 마을과 길드를 모험가 마을의 두 배 정도 부유한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계획표를 만들어 보았는데,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정도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고생은 좀 하겠지만요.
이곳은 예전부터 마수가 많은 지역입니다.
돈이 숲에서 걸어 다니는 셈이죠.
그런 만큼 마수 사냥꾼을 기르는데도 최적입니다.
남작님은 본래 마수 사냥꾼이셨고, 무엇보다 산타의 계약자십니다.
저로서는 남작님이 조금만 협력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는, 우리 길드에 오면 용사님이자 산타의 계약자에게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겁니다.
남작님의 이름은 여기저기 팔려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병아리 모험가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을 제대로 길러내기만 하면 우리 지점은 급부상하는 거지요.
물론 제대로 훈련은 할 생각입니다.
당연히 파티를 짤 때는 경험자를 붙여줘야겠죠.
어느 정도는 경력 있는 모험가들도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 계획이 길드에게만 이득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모여들면 그만큼 마을도 이득을 봅니다.
여관이나 가게에 손님도 늘어날 테고….”
수다쟁이가 끝도 없이 말을 이었다.
그의 말에 이견은 없다.
애초에 주환도 비슷한 계획을 잡고 있었고,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고 싶다.
하지만 그걸 여기에 이렇게 서서, 그것도 아직 사무소에 한 발도 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얘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확실히 수다쟁이는 흥분한 상태인 것 같다.
둘러서 있던 마을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대단해. 저 사람, 숨도 쉬지 않고 말하는구만.”
“말하다 숨 막혀 죽어버리겠네.”
주환이 작은 소리로 웃자, 수다쟁이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도 쑥스러운 모양이다. 수다쟁이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길드 직원들이 웃는다.
“이곳의 마스터가 된다고 안 뒤로 계속 저 상탭니다. 심지어 말이 점점 더 늘어나요.”
약간 쑥스러운 표정을 하면서, 수다쟁이가 수레의 짐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뭐 하는 겁니까?”
“우선 간판을 달아야죠. 누가 봐도 산타 길드라는 걸 알 수 있도록요. 그게 제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입니다. 모든 지점의 마스터가 되는 사람은 그것부터 하라는 말을 들어요.”
“좋아요. 함께 합시다.”
주환이 수다쟁이가 들추는 짐을 받아 바닥에 내리자, 수줍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감사합니다, 남작님.”
간판이라고는 하지만, 현대 지구의 것처럼 큰 것은 아니다.
아담한 크기의 나무판에, ‘모험가 길드’라는 글자와 산타 얼굴이 그려져 있을 뿐이다.
산타 얼굴이 글자보다 큰 것이 조금 우습다.
누군가가 집에 있는 사다리를 가져왔다.
“제가 하겠습니다.”
마을 사람 한 명이 나서서 간판을 올려 단다.
수다쟁이가 반듯하게 붙은 간판을 보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았어. 이제부터 여기를 시모니 최고의 길드로 만드는 거야. 나는 할 수 있다.”
근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침 일찍부터 모였던 부인회의 여자들이 구경하러 나온 모양이다.
남자들 뒤쪽에 서 있었다.
리지와 도로시도 함께다.
도로시가 몇몇 아이들과 함께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간판을 올려다보더니 와아, 소리를 질렀다.
“멋지다! 산타잖아.”
“진짜 산타다.”
“난 처음 봤어.”
“웃기게 생겼는데?”
꼬마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수다쟁이가 흠, 흠, 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어서 자라서 이 길드의 모험가가 되려무나.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도로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도로시가 빨리 커서 모험가가 돼줄께요.”
수다쟁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가씨는 이미 모험가잖아? 도로시와 오즈 파티의 일원이죠?”
“어… 앗! 맞아. 도로시는 도로시와 오즈였어.”
파티 등록을 했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도로시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뭐, 아가씨는 이미 모험가 셨습니까?”
“도로시와 오즈면… 그 뿔토끼잖아.”
“설마… 마수도 모험가 등록이 되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주환은 가만히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왜 이리 가슴이 뿌듯한지 모르겠다.
리지가 곁으로 다가와 서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왠지 다른 곳보다 멋있어 보여요. 분명 똑같은 간판일 텐데.”
“제 눈에도 그렇습니다. 빛이 번쩍번쩍 나는 느낌이죠.”
수다쟁이가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좋아. 이제부터 시작이다.
주환은 힘 있게 리지의 어깨를 안았다.
* * * * * * * * * *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안경 산타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하루에 한 번, 밤에만 몰래 가서 구경하는 걸로는 모자라요.”
“나도 그렇습니다. 주인님의 성분이 압도적으로 모자라.”
산타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주인님에게 삼각김밥을 받았던 산타가 한숨을 푹푹 쉬었다.
“물론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주인님께서는 여전히 인간인 척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그렇지.”
“무엇보다도 주인님의 소망은 우선해야 할 사항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루돌프가 부럽구만.”
산타들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렀다.
산타할망구가 입을 잔뜩 오므리고 있다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핑곗거리를 만들면 어때요?”
“무슨 핑계를?”
“핑계 댈 만한 게 없잖아.”
“한 가지 있잖아요.”
산타할망구 말에 산타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경 산타는 조금 초조해져서 어깨를 앞으로 내밀었다.
산타할망구는 우리 산타 중에서는 가장 머리가 돈다.
지금까지 여러 번 산타할망구 덕분에 위기를 넘겨왔다.
좋아, 녀석이라면 믿을 수 있어.
안경 산타는 기대를 잔뜩 담아 산타할망구를 보았다.
“뭔가 방법이 있나?”
“그래요. 주인님이 새로 사업을 시작한 건 알고 있죠?”
“뭐, 마수 가죽 얘긴가?”
“마수고기탕?”
산타할망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보양식 말이에요.”
“그게 뭐?”
“우리가 가서 끓인다고 할까?”
삼각김밥 산타의 말에 할망구가 눈을 흘겼다.
“바보 같기는. 주인님이 그런 걸 원하겠어요?”
“….”
산타할망구가 옷 속에 숨겨 두었던 물건을 꺼냈다.
“자, 이거예요.”
산타할망구가 꺼낸 건 지구에서 파는 도시락이었다.
투명한 용기 안에 옹기종기 밥과 반찬이 담겨 있다.
“음, 이건?”
“지구 물건이잖아.”
“이게 왜?”
산타들이 묻자, 할망구가 히죽 웃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가끔 보면 산타할망구는 어쩐지 악당 같은 느낌이 든다.
음흉하다고 해야 할까.
원래 우리가 한 몸일 때는 그런 부분이 없었을 텐데, 어쩌면 여러 개의 몸으로 나뉘면서 오염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들키면 흠씬 두들겨 맞을 거야.
안경 산타는 속마음을 숨기면서 할망구를 보았다.
“설명을 해줘. 이게 주인님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으니까.”
“주인님이 보양식을 팔려고 하는 건 알고 있죠?”
“물론 알지.”
“주인님은 돈이 벌고 싶으신 거야.”
“우리가 금을 캐서 갖다 주면 기뻐하실까?”
한 명이 불쑥 말하자, 산타할망구가 다시 한번 눈을 흘겼다.
“바보 같기는. 주인님은 그 영지에 있는 사람들이랑 뭔가 하고 싶은 거예요. 우리가 갖다 바치는 걸로는 기뻐하지 않는다구요.”
이야기가 자꾸만 다른 곳으로 샌다.
안경 산타는 탁탁 손뼉을 쳐서 동료의 주의를 끈 뒤에 다시 물었다.
“그래서, 이 도시락이 뭔데?”
“뭔가를 팔려면 어딘가에 담아야 할 거 아니에요? 우리 특기가 뭐죠? 물건 만드는 거잖아요.”
“….”
산타들이 서로를 보았다.
“아하, 그러면….”
“그렇군.”
“좋은 생각인데?”
“천잰가?”
산타들이 한 마디씩 하고 모두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안경 산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내가 다녀오지. 주인님께 보양식 용기를 만들어도 좋다는 허락을 얻으면 곧바로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해 둬.”
하지만 곧바로 산타할망구의 주먹이 날아왔다.
“이눔아! 너희들은 다 한 번 이상씩 다녀왔잖아. 못 가본 건 나뿐이라구.”
“….어쩔 수 없구만.”
안경 산타는 주르륵 흐르는 코피를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임자한테 양보하지.”
화가 난 할망구한테는 반대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산타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산타할망구가 다시 얌전해진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요. 그럼 다녀오죠.”
“….”
“….”
“….”
산타들이 말없이 배웅하자, 할망구는 금세 마을을 빠져나갔다.
“주인님도 저놈의 본성이 저렇다는 걸 아셔야 할 텐데.”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글쎄, 저놈은 평생 주인님한테는 내숭이겠지.
“하아.”
역시 우리 몸이 분리되면서 뭔가 이상한 게 섞인 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런 괴상한 놈이 생겼을 리가 없지.
“나도 주인님한테 가보고 싶었는데.”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동감이다.
하아.
산타들이 내뿜는 한숨이 방 안에 가득 담겼다.
“자, 자, 우리는 그릇이나 만들자구.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릇을 만드는 거야.”
안경 산타가 일어나자 산타들도 저마다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