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4)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234화(234/235)
#234 너무 행복해서 아픈 것 같아
#234 너무 행복해서 아픈 것 같아
그날은 모두가 아침부터 배꼽이 빠지게 웃는, 행복한 날이었다.
시작은 리지의 한 마디였던 것 같다.
“주환, 배 때문에 발이 보이지 않아요.”
리지가 작게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다.
확실히, 위에서 보면 동그란 배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가 남산만 하다는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겪어보면 정말 그렇다.
얼굴이나 몸통보다, 배가 훨씬 더 큰 느낌이었다.
사람의 몸에는 있을 수 없는 비율이랄까.
하지만 귀엽다.
주환은 웃음을 감추며 몸을 굽혔다.
아내의 작은 발에 신발을 신긴다.
이제는 리지 혼자 신발을 신는 것이 조금 어렵다. 몸을 앞으로 굽히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발을 다 신긴 뒤 일어나 손을 내밀자, 리지가 가쁘게 숨을 쉬며 그의 팔을 잡고 몸에 힘을 주었다.
주환은 리지의 허리 뒤쪽에 손을 댔다.
아내의 몸을 지지하면서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으킨다.
‘임신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건 정말 괴롭겠어.’
동그랗게 나온 배는 일상생활을 상당히 힘들게 만들었다.
발밑이 보이지 않는 것은 가장 사소한 일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음식을 먹으면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아기 때문에 내장이 눌려서 그런 것 같다.
걸을 때는 손으로 둥글게 배 밑을 바쳐야 했다. 안 그러면 출렁출렁해서 밑으로 꺼질 것 같은 모양이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잠을 잘 때다.
어떻게 누워도 불편하다고 한다.
똑바로 누우면 배가 몸을 누르면서 옆으로 퍼져 괴롭고, 옆으로 누우면 배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엎드려서 자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엎드리면 배 때문에 몸이 뜰 것 같기도 하지만, 아이가 눌릴 것 같아 무섭다고 했다.
몸을 뒤척일 때도 배를 손으로 지지하고 움직여야 한다. 배를 움직인 뒤에 몸이 뒤따라가는 느낌이란다.
이래도 저래도 잠자기가 힘들어 뒤척이는 모습을 보면 주환의 마음도 괴로워졌다.
아무리 마력을 가지고 있어도, 회복 마력을 사용할 수 있어도, 임신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는 없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여자의 임신에 남자는 그저 무능할 뿐이다.
“후우, 후우, 괜찮아요. 이제 혼자 걸을 수 있어.”
방에서 나가기 직전, 리지가 주환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만 놔달라는 거다.
가족들 앞에서는 자신이 뒤뚱거리며 주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것 같다.
항상 괜찮다며 떨어지려고 한다.
‘하지만….’
주환은 손을 떼지 못하고 몇 걸음 함께 걸었다.
리지가 허리에 손을 대고 걷는 모습은 아기 펭귄 같아 귀엽지만, 배가 너무 커서 지금 당장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다.
혼자 걷게 하는 게 너무 불안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주환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밖으로 나가자,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 있던 도로시가 불쑥 중얼거렸다.
“엄마 배가 굴러갈 것 같아서… 도로시는 정말 걱정이야.”
“….”
그 말을 들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
하지만 도로시는 어디까지나 진지하고, 진심인 것 같다.
“도로시는 이렇게 걱정인데, 다들 웃기만 해.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봐.”
웃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도로시가 타박타박 걸어 리지의 옆으로 향했다.
“엄마, 괜찮아. 도로시가 잡아줄게.”
작은 손으로, 도로시가 제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배를 향해 작게 말했다.
“도로시 언니가 도와줄 테니까, 넘어지면 안 돼. 그러면 굴러가거든.”
“….”
“근데 이제 그만 나오는 게 좋겠어. 엄마 배가 너무 커져서 곤란해. 요새 도로시 언니는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오는 거야.”
도로시가 소곤소곤 배에다 대고 이야기한다.
리지가 묘한 표정으로 도로시를 내려다보았다.
어머니 아버지는 이제 거의 바닥에 엎어져 웃고 있었다.
주환도 힘껏 참았지만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다.
웃겨 죽을 것 같아.
하지만 다음 순간, 모두의 웃음소리가 딱 그쳤다.
리지가 당황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 맙소사, 왠지 아기가 나오려는 것 같아요.”
양수가 터졌다.
초산은 조금 늦는 경우가 많다는데, 리지 뱃속에 있는 아이는 성격이 급했던 모양이다.
생각보다 빠르다.
하지만 미리 산파에게 가족 모두가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그 뒤의 대처는 빨랐다.
“내가 산파를 불러오지.”
아버지가 곧바로 영주관을 뛰쳐나가고, 주환은 리지를 안아 방으로 옮겼다.
“아버지가 산파와 함께 마을 여자들을 데려올 거야. 환이 너는 그동안 물을 끓여서 준비해 줘. 아, 깨끗한 천도 가져다주겠니?”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환은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서 어머니와 도로시의 대화가 들렸다.
“도로시, 너는 할미를 도와다오. 이리 와.”
“할머니! 도로시는 뭘 하면 좋아?”
“이리 와서 엄마 손을 좀 잡아주렴. 엄마랑 동생이 안심할 수 있게.”
“알겠어!”
좋아, 모두가 침착하다.
주환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쇠솥에 물을 부어, 마력으로 끓이기 시작했다.
나무통에 담은 채 물을 끓이면 더 빠르겠지만, 주환의 마력이 너무 강해서 나무는 탈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는 그다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에 와서야 자신이 미세하게 마력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주환은 물이 끓자마자 곧바로 통에 담아 옮겼다.
한 번, 두 번, 서둘러 방으로 물통을 옮기는데, 어머니가 기막힌 듯 말했다.
“침착해, 아들! 네가 당황해서 어쩔 거야.”
아니,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행동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말하자, 도로시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중얼거렸다.
“아빠, 근데 물이 너무 많아.”
“….”
도로시 말에 방 안을 둘러보자, 커다란 나무 물통이 이십여 개 늘어서 있었다.
물통으로 방이 가득하다.
이걸로 목욕탕을 해도 될 것 같다.
리지가 킥킥 웃었다.
“주환, 물이 필요한 건 아직 한참 있어야 해요. 아직 그렇게 많이 아프지도 않고, 괜찮아요.”
“….”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치유 마법산데 위험한 일이 있을 리 없잖아. 정말 괜찮아요.”
리지가 부드럽게 웃는다.
어머니가 그의 앞으로 와서 팔을 툭툭 쳤다.
“사내 녀석이 이렇게 약해 빠져서야.”
“삐이?”
오즈가 그의 밑으로 와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주환은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도로시가 쪼르르 달려와 주환의 손을 잡았다.
“아빠, 괜찮아. 도로시가 있잖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 다 잘 될 거야.”
“….”
가장 당황하고 있는 건 자신이었을까.
산타벼룩이 툭 튀어나와 주환의 머리 위를 빙빙 날아다녔다.
“주인님, 걱정 마십시오. 팽. 이 산타벼룩이 출산에 대해서 완벽하게 공부하고 왔습니다. 팽.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으니 제 말만 따라와 주세요. 팽. 우선, 심호흡을 한다. 팽. 하나, 둘, 숨을 들이마시고, 셋, 내쉬고, 다시 하나 둘, 들이마시고, 셋, 내쉬고… 이제 히히훕니다. 팽. 따라 해 주세요. 히, 들이마시고, 히, 들이마시고, 후, 내쉰다. 팽.”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출산 시의 호흡법을 공부하러 다녀온 모양이다.
산타벼룩이 주환의 코앞에서 날갯짓하며 계속해서 히히후, 히히후, 후, 하, 소리를 냈다.
작은 산타벼룩의 가슴이 계속해서 들어갔다 나왔다 움직인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혹시 그건 라마즈 호흡법이 아닐까.
“….”
어쨌든 호흡을 주환 자신이 해봤자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하지만 산타벼룩의 행동으로 주환도 침착해졌다.
어쩌면 산타벼룩이 제일 흥분하고 당황한 건지도 모른다.
“고맙다. 이제 진정됐어.”
“그렇습니까, 주인님. 팽.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팽.”
산타벼룩이 빙그르 몸을 돌려 리지에게 날아갔다.
“자, 부인. 팽. 이제 부인 차례입니다. 팽. 저를 따라 해 주세요. 팽. 히, 들이마시고, 히, 들이마시고, 후, 내쉬고, 자, 히, 히, 후, 히, 히, 후, 그다음에는 하, 하, 하, 숨을 빠르게 쉽니다. 그렇게 계속하는 거죠. 팽. 자, 따라 해 주세요. 팽.”
아무래도 산타벼룩의 호흡법은 좀 이상하다.
특히 하, 하, 하고 숨 쉬는 마지막 부분은 너무 빠른 것 같아.
어쩌면 마지막 순간,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에 하는 호흡인지도 모르겠다.
어째 호흡법이 엉망으로 뒤섞여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산타벼룩은 계속 리지의 얼굴 앞을 빙글빙글 돌며, 크게 혹은 얕게 호흡해 보였다.
히, 히, 후, 히, 히, 후, 후, 하, 후, 하, 하, 하, 하….
“알겠어!”
리지는 가만있는데 도로시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리지도, 어머니도 덕분에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어느새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방안 가득 퍼졌다.
거기에 산파와 마을 여자들이 도착하자, 남자들은 바깥으로 쫓겨났다.
복도에 늘어놓은 의자에 앉자, 갑자기 힘이 풀렸다.
여자들이 많으니 아무래도 마음이 놓인 것 같다.
“출산에 남자는 정말 도움이 안 되네요.”
“그렇지. 나도 네가 태어날 때 병원 복도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먼 기억을 떠올리는 듯 허공을 보며 말했다.
빙그레 미소 짓는다.
“네가 태어났을 때, 너무 작아서 깜짝 놀랐지.”
“….”
“이렇게 네가 커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작았어.”
주환도 자신이 작았을 무렵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들을 낳고, 자신이 다시 자식을 낳고… 끊임없이 피가 이어진다.
왠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잠시 뒤, 산타벼룩도 밖으로 나왔다.
약간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산타벼룩이 중얼거렸다.
“시끄럽다고 합니다, 팽. 산모 정신이 사나워진다고 쫓겨났어요. 팽. 하지만 그 호흡법은 정말 귀중한 거거든요. 팽. 고통이 없어지고 아기가 쑥쑥 잘 나오는, 신기한 호흡법입니다. 팽.”
역시 라마즈 호흡법이었어.
하지만 좀 이상하게 배워온 것 같다.
풀이 죽어 주환의 손가락에 걸터앉은 산타벼룩을 보고, 주환은 작게 웃었다.
“고맙다. 덕분에 나도, 가족들도 모두 침착해졌어.”
“… 그걸 바란 것이 아니었는데요, 팽. 그건 진짜로 아기와 부인께 도움이 되는, 귀중한 호흡법입니다. 팽.”
옆에 앉아있던 아버지도 나지막이 웃었다.
잠시 뒤에는 도로시도 쫓겨 나왔다.
고개를 약간 떨군 아이가 중얼거렸다.
“도로시가 언니로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아이는 나가야 된대.”
도로시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 계속해서 배에다 대고 말을 걸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당연히 쫓겨나겠지.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녀가 나란히 복도에 앉았다.
가끔 약한 리지의 목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문득 아버지가 중얼거렸다.
“이런 시간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말 행복하구나.”
“…네, 아버지. 저도 그래요.”
정말 그렇다.
여전히 마음속은 조마조마하지만,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역시 행복이었다.
초조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간신히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 것은 꼬박 하루를 채운 뒤였다.
*
어머니에게 불려 방으로 들어가자, 새빨간 얼굴의 아기가 하얀 천으로 돌돌 싸여 리지에게 안겨 있었다.
눈도, 코도, 입도,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
가까이에서 보면 피부도 투명한 것처럼 보였다.
정말 인간이 아닌 요정 같다.
리지가 주환을 보고 힘없이 웃더니, 고개를 약간 돌렸다.
도로시는 방으로 들어온 뒤,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목각 인형처럼 뻣뻣하게 서 버린 채 리지와 아기를 보고 있었다.
리지가 작은 소리로 도로시를 불렀다.
“이리 와, 도로시. 네 동생이야.”
조심조심 방바닥이 깨질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도로시가 다가오더니, 가만히 아기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리지를 본다.
다시 주환에게 시선을 돌리고, 아기를 보고, 리지를 보고….
몇 번 그런 행동을 되풀이한 뒤에, 갑자기 도로시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도로시, 왜 그러니?”
리지가 묻자, 도로시가 히끅 히끅 울면서 자신의 가슴에 작은 손을 댔다.
“모르겠어, 엄마. 도로시는… 너무 행복한데 여기가 아파… 왠지 모르겠는데, 너무 기쁘고 행복한데… 여기가 굉장히 아픈 거야.”
눈물에 도로시 눈이 빠진 것 같다.
푹푹 눈물을 흘리면서 도로시가 중얼거렸다.
“… 너무 행복해서 여기가 아픈 것 같아… 엄마, 도로시 동생 낳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도로시는 너무 기뻐….”
어머니와 여자들이 크게 웃는다.
주환은 팔을 둘러 도로시와 리지, 아기를 함께 안고, 리지의 이마에 살짝 자신의 이마를 댔다.
“고마워, 리지.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
인생 최고의 날이 몇 번이나 찾아오는 자신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그렇게 말하자, 리지가 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