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5)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235화 (완결)(235/235)
#235 용사님의 도시에 어서 오게나(완결)
#235 용사님의 도시에 어서 오게나(완결)
출산 이틀 뒤, 처음으로 아기를 목욕시키는 날이다.
주환은 아침 일찍부터 장작을 태워 방을 따뜻하게 덥히고, 방에는 둥근 커튼을 쳐서 아기가 목욕할 공간을 만들었다.
통에 따뜻한 물을 받고 깨끗한 천을 준비하면 끝이었다.
그 간단한 일을 하는데,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서있다.
다들 두근두근한 모양이다.
가족이 모두 총출동한 가운데, 리지가 아기의 속싸개 천을 벗겼다.
첫 번째 목욕은 리지와 어머니가 하기로 했다.
주환과 함께 지켜보던 도로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듯 주환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아빠, 아기가 다친 것 같아.”
“….”
“저기, 이상한 거 났어.”
도로시가 손가락으로 아기 다리 사이를 가리켰다.
“아….”
출산하던 날은 너무 펑펑 울고 있었기 때문에, 도로시는 태어난 아이가 남자애라는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다.
평상시에는 그저 아기라고만 하니 자신과 같은 여자아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도로시는 남자 몸을 본 적이 없으니까. 뭐,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가.’
주환이 빙그레 웃으며 태어난 아기는 남자아이라고 말해주자, 도로시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도로시는 언니 아냐?”
“그렇지. 도로시는 누나가 되는 거야.”
“…도로시는 언니가 되는 거였는데. 그게 평생소원인데.”
다섯 살에 평생소원은 좀 이상하지 않을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웃는다.
도로시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너무해. 도로시는 언니 되고 싶었는데.”
주환은 쪼그려 앉아 도로시와 눈을 맞췄다.
“도로시, 동생이 여자애면, 엄마랑 도로시, 동생도 모두 여자니까, 아빠만 외톨이잖니.”
“… 아빠도 외로워?”
“그래.”
“….”
도로시가 눈물을 삼키듯 훌쩍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도로시가, 지금은 홀쭉해진 리지의 배에 대고 말을 걸었다.
“이번에는 도로시가 참을게. 하지만 다음에는 꼭 언니 하고 싶으니까, 여자애가 되는 거야. 알겠어?”
글쎄다. 엄마 배에다 이야기해 봐야 아무 소용도 없을 텐데.
주환이 웃자, 도로시가 눈물 속에서 살짝 흘겨보았다.
“아빠, 웃으면 안 돼. 지금은 중요한 대목이거든.”
“그래.”
“다음에는 꼭 언니가 되고 싶어.”
아빠가 노력해 볼게, 도로시.
화기애애한 가운데, 아기의 첫 번째 목욕이 무사히 끝났다.
주환이 한 일이라곤 도로시와 이야기하며 지켜본 것뿐이지만, 출산 때보다도 더 긴장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라는 게 정말 조그마한 거야.
아주 살짝만 닿아도 부서질 것 같아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무서웠다.
‘나는 영원히 목욕은 못 시킬 것 같아.’
옆에서는 도로시가, 다음에는 누나가 목욕시켜 주겠다며 아기에게 약속하고 있었다.
용감하구나, 도로시.
아빠는 응원한다.
*
한 달쯤 뒤, 산타들이 뒤늦게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물론 한밤중이다.
항상 한 명씩만 오는데, 이번에는 세 명이 함께였다.
“치열하고 치명적인 경쟁을 통해서 저희 세 명이 대표로 왔습니다, 주인님.”
산타들이 몸을 들썩거리며 고개를 길게 빼 안쪽을 기웃거렸다.
그렇게 해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외곽의 담 쪽이고, 아기는 영주관 건물 안에 있으니까.
다른 때는 들어오라고 해도 거절하고 가더니, 오늘은 아기를 보고 싶은 모양이다.
“모처럼 왔으니 아기를 보고 가….”
주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산타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장난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도 드려야 하니까요.”
아직 말도 못 하는 아기다.
장난감이 뭔지도 모르는데 설명을 해봤자다.
주환은 몸을 돌려 안쪽으로 향하면서, 산타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목도 못 가누니까 조심해야 해.”
산타들이 와하하, 웃는다.
“물론입니다, 주인님.”
“저희도 다 공부를 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지요.”
“아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산타가 바로 접니다, 주인님.”
산타들은 호언장담 했지만, 막상 리지와 아기가 있는 곳으로 가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조용히 아기 옆에 가서 얼굴을 들여다보다, 한 명이 침대 옆에 작은 상자를 놓았다.
산타가 상자 안에서 동그란 유리구슬을 꺼냈다.
투명한 유리 안에 성과 마을이 들어 있었다.
거꾸로 들거나 흔들면 마을에 눈이 내리는 장난감이다.
스노글로브라고 하던가.
왠지 유리구슬 속에 있는 마을이 이 영주관과 아랫마을을 닮은 것처럼 보였다.
산타들이 아기를 보고, 작은 소리로 한 마디씩 했다.
“아기님, 이걸 이렇게 거꾸로 하면요, 눈이 내립니다. 이렇게요. 그냥 굴려도 되지요. 재미있을 거예요.”
“저희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거예요.”
“아기님이 즐거울 때나 행복할 때, 슬플 때, 이걸 흔들어주세요. 그럴 때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주문을 걸어두었습니다.”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다시 아기님에게 행운이 돌아가지요.”
“이건 분명히 아기님을 행복하게 만들어 드릴 겁니다.”
아니 아니, 이봐. 평범한 장난감인 줄 알았는데, 뭔가 주문을 걸어둔 거야?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타들의 눈동자가 약간 젖어있는 걸 보고, 주환은 나오려던 말을 꿀꺽 삼켰다.
이들이 얼마나 오랜 세월 자신을 기다렸는지 생각하면, 왠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중에 살짝 치워두자.
산타들은 유리구슬을 다시 상자에 넣은 뒤 조용히 방을 나왔다.
산타들의 행동은, 평상시와 달리 리지가 잠에서 깨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집무실 겸 접대실로 사용하는 방으로 오자, 산타들이 품속에서 보따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안에서 커다란 보따리가 계속해서 나온다.
“주인님, 이건 보양식 그릇입니다. 주인님이 원하신 대로 소용량 그릇으로 만들었어요.”
산타가 보따리를 펼쳐 보인다.
그 안에는 버섯 모양의 그릇이 수십 개씩 들어 있었다.
딱 1인용 정도 들어갈 크기다.
산타가 버섯 윗부분을 비틀어 들자, 뽕 소리가 나며 뚜껑이 열렸다.
“흔들어도 뒤집어도 절대로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습니다.”
“넣을 때의 상태 그대로 보존돼요.”
“온도도, 품질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어떠신가요?” ”
“마음에 드시나요?”
산타들이 눈을 빛내며 묻는다.
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원한 그대로야. 설마 이 정도로 훌륭하게 해 줄 줄은 물랐는데, 정말 고맙다.”
산타들이 기쁜 듯이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아, 하고 한 명이 중얼거렸다.
“저, 그런데 가끔 불량품이 섞여 있습니다.”
“발이 나오는 놈이 있어요.”
“미리 걸러내면 좋은데, 저희도 구분하기가 어려워서요.”
“….”
용기에 발이 달리면, 그건 좀 곤란한 거 아닌가?
산타들이 빙긋 빙긋 웃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 발이 달려도 내용물이 완전히 빌 때까지는 가둬둔 공간의 문밖으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내용물이 모두 비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 잃어버릴 염려는 없습니다.”
“걱정 마세요.”
“….”
걱정거리밖에 없다.
“불량률은 어느 정도야?”
“글쎄요.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걱정 마세요, 주인님. 내용물이 비기 전까지는 절대로 팔린 곳에서 도망치지 않으니까요.”
아무래도 판매할 때 그릇 값을 조금 빼줘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아예 모든 그릇이 돌아오게 만드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그릇을 자동 회수한다고 생각하면…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은가.
주환이 다시 한번 산타들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하얀 수염 속에서 산타들이 작게 웃었다.
산타들이 돌아간 뒤, 선물한 유리구슬을 한 번 살펴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환이 흔들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으려나.’
산타들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주환은 유리구슬을 방에 장식해두었다.
* * * * * * * * * *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파랗던 하늘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펑펑 눈이 쏟아진다.
촌장은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혀를 내밀었다.
혀끝에 닿는 눈이 달콤하다.
근처에 있던 목수도 촌장처럼 손바닥에 눈을 받아 핥아보고 히죽 웃었다.
“오늘은 도련님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하아, 그런가 보이.”
촌장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근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눈 내리는 걸 보더니 허둥지둥 저마다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달콤한 눈이 내리는 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창고에 저장해두었던 과일을 꺼내 놓는다.
나무 소쿠리나 보자기를 넓게 펼치고 그 위에 과일을 널어놓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과일에 눈이 잔뜩 묻으면 그대로 나무통에 차곡차곡 절여두었다.
그러면 설탕 없이도 달콤하게 맛이 들어, 매우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상품이 된다.
목수가 다시 한번 눈을 받아 맛본 뒤 웃었다.
“이렇게 좋은 날 왜 한숨이세요?”
“물론 좋기야 하지. 덕분에 비싼 꿀을 사지 않아도 되고. 하지만 말이야.”
말하다 말고, 촌장은 어깨를 움츠렸다.
멀리에서 마누라가 집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달콤한 절임 과일을 만들기 위해서겠지.
문득, 마누라도 그를 발견한 모양이다.
“영감! 뭐 하는 거예요. 빨리 오지 않고. 이러다 눈이 그치면 어쩌려구요!”
“알았어. 오늘 처음 온 모험가가 있으니 그 사람한테 몇 가지만 알려주고 갈게.”
벅벅 소리를 지르며 말하자, 마누라가 살짝 한숨을 쉬는 모습이 보였다.
마누라도 고함을 지른다.
“알았어요. 서둘러서 일 마치고 들어오세요. 요즘 우리 마을 설탕 절임이 얼마나 비싸게 팔리는지 알죠? 서둘러요.”
“알았어!”
마누라는 푸짐한 엉덩이를 흔들며 집을 향해 뛰어갔다.
촌장은 다시 한번 한숨을 푸, 쉬었다.
“도련님은 말이야, 달콤한 눈도 내리고 매운 눈도 내리시잖아.”
“그렇죠.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달콤한 눈은 설탕 절임을 만들 수 있고, 매운 눈은 모아서 보관해두면 약이 된다.
아이가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할 때, 혹은 허약할 때 먹여도 좋다.
물론, 매운 눈은 많이 오지 않는 게 좋다.
그건 도련님이 속상하거나 슬플 때 내리는 것이니까.
이제 막 두 살 된 도련님이, 속상해봐야 얼마나 속상할까마는, 어쨌든 행복한 것이 좋지.
“그런데 그게 왜요?”
목수의 말에, 촌장은 다시 한번 깊이 한숨을 쉬었다.
“아니, 됐네.”
촌장은 입을 다물었다.
공연히 말해봐야 좋은 말은 못 들을 거다.
목수는 싱겁다는 듯이 웃으며 바삐 걸음을 옮겨 가버렸다.
목수 역시 아마 집으로 가서 집사람 일을 도우려는 걸 거다.
영주님과 부인이 부지런히 마을을 돌아다니는 탓에, 두 집 살림하는 남자는 이제 이 마을에 없다.
영주님도 부인이 한 명뿐인데, 영민 주제에 애첩을 가지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이유는 조금 다르지만, 촌장도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던 애첩과 헤어졌다.
그가 원한 것은 아니다.
애첩은 영주님 부인이 운영하는 가죽 공방에 일을 나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먹고살 만큼 벌이가 생겼다.
더 이상 촌장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된 거다.
결국 촌장이 내미는 곡식이나 물건을 거절하고 관계를 끊었다.
애첩 혼자였다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지만, 그 여자 뒤에는 영주님 부인이 있다.
영주님 부인 뒤에는 당연히 영주님이 있고.
그래서 지금 촌장에게 남은 건 엉덩이가 푸짐하고 뱃살 나온, 늙은 마누라뿐이었다.
영주님이 하는 사업은 모두 성공적이다.
보양식을 판매하는 일도, 마수 사냥과 사냥꾼을 길러내는 일도 가죽을 판매하는 것도 흥해, 마을 사람들의 생활은 전에 없이 윤택해졌다.
촌장도 나름 부자가 됐다.
그런데도 늙은 마누라 하나뿐인 거다.
한숨이 안 나오고 배길까.
그렇다면 적어도….
‘제발 도련님, 마누라가 열 살만 젊어지게 해 주세요. 그런 눈을 내려주십쇼.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뱃살이 위로 올라가 가슴이 되도록이라도….’
매일 그렇게 빌지만, 그런 눈이 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촌장은 한숨을 쉬고 터덜터덜 길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길드 앞에, 오늘 처음 마을에 온 모험가가 서 있다.
경악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다 문득 촌장을 보았다.
모험가가 더듬더듬 묻는다.
“저, 이 눈, 진짜 눈인가요?”
“그렇지. 자네 눈에 보이는데, 가짜일 리가 없지 않나.”
“하지만….”
모험가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다시 촌장을 보았다.
“지금 여름이잖아요. 눈 내릴 계절이 아닌데.”
“그래.”
촌장은 씨익 웃었다.
모험가가 말을 잊은 듯 멍하니 하늘을 본다.
그래, 이 맛에 산다.
이 도시에 처음 오는 사람은 모두 반응이 똑같다.
놀라고, 경악하고, 다시 놀란다.
히히히, 산타님이 가끔 이 도시에 출몰하는 걸 알면 더 놀라겠지.
촌장은 자기도 모르게 실실 웃음소리를 흘렸다.
다 늙어빠진 마누라밖에 없는데,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진즉 관속에 들어갔다.
촌장은 잔뜩 허세를 부리며,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용사님의 도시에 어서 오게나. 앞으로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걸세.”
이곳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용사님의 마을이다.
누구나가 행복해지는 마법의….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