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37)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37화(37/235)
#037 오랜 사냥의 끝이 다가온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바라본다. 뭔가 이상하다. 놈들의 부락 모습이 평상시와 달랐다.
고블린은 성질이 난폭하고 조잡한 것들이다. 언제나 저희들끼리 치고받고 싸운다. 여자를 두고 싸우다 한두 놈이 죽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놈들은 더욱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여자를 두는 동굴에서 여러 놈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서도 몇 마리가 수십 마리에게 두들겨맞고 있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수십 마리의 고블린이 바다에 고립된 섬처럼 서 있었다. 하지만 위축되었다기보다는 모두 흥분한 듯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씩씩거리고 있었다.
멀리 있던 고블린들도 무슨 일인가 싶었는지 가까이 온다. 동굴 앞에 모이는 고블린의 수가 점점 불어났다.
‘어쩌면.’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거스는 손에 배는 땀을 바지에 문질렀다.
고블린에는 암컷이 없다. 아주 오래전에는 고블린 암컷도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보았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본래 암컷 수가 적어서 눈에 띄지 않거나, 아예 도태되어 없어진 건지도 모른다. 진짜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른다.
어쨌든 그래서 놈들은 번식이 가능한 인간 여자에 눈독을 들인다. 또한 여자를 차지하고자 하는 경쟁이 다른 마수나 짐승보다 치열했다. 모르긴 해도, 암컷 개체가 없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치는 걸 거다. 놈들은 식욕보다도 성욕을 우선시한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얼마 전에 인간을 습격한 일로 뭔가가 바뀐 모양이다. 어쩌면 하극상이 일어난 건지도 모른다. 억눌려 있던 식욕과 성욕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만큼 높아지면 가끔 그런 일이 있다고 들었다.
하극상이 일어나면 그놈들은 무리에서 축출된다. 쫓겨나게 되면 놈들이 갈 곳은 뻔하다. 여자가 있는 마을이다.
‘너무 일러.’
아직 모험가가 도착하지 않았다. 아마 오늘 저녁쯤 오게 될 것이다. 그전에 고블린이 오면 계획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거스의 얼굴이 잔뜩 굳었다. 이런 일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때부터 들고 다니던 물건이 있었다. 오늘에야말로 그걸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굴러가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문득 이전 산지기의 딸 얼굴이 떠올랐다. 작고 웃지 않는 아이였다. 사람이 오면 집으로 숨어버리고 가끔 얼굴을 볼 때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아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불쌍한 아이는 어디에나 있고, 그 여자애보다 더한 구렁텅이 속에 빠져 있는 어린애도 이 세상에는 많다.
다만, 요즘 들어 웃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약간 아파졌다. 자신이라고 해서 심장이 철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를 처참하게 만드는 일을 기꺼워할 만큼 악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 아이는 복수의 대상도 아니니까.’
외지인의 핏줄이다. 그 마을의 핏줄이 아니야. 노리고 있는 사냥감이 아니었다. 하지만.
거스는 잠시 힘주었던 손아귀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다. 어차피 주환의 아내와 딸은 희생될 예정이었어. 지금에 와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봤자다.
문득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를 너무 어릴 때부터 사냥꾼으로 키웠어. 인간으로서의 삶을 너무 몰라. 너의 그 성격은 사냥꾼으로서는 최적이지만 인간으로서는 모자라는 것이다. 아들아, 네 삶은 너무 불행한…. 그걸 모르는 것도 불행한 일이다. 불쌍한 녀석, 내 아들.]글쎄, 그런지도 모른다. 스물 무렵부터 죽음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이까지, 그는 오로지 마지막 사냥을 완성하기 위해 살아왔다.
사냥꾼의 미덕은 끈질김이다. 오랫동안 차근차근 사냥감의 흔적을 뒤쫓아,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꾸준히 나아간다. 그리고 사냥감의 힘이 빠진 순간을 기다린다. 알맞은 시간이 올 때까지 단지 기척을 놓치지 않고 쫓아가 기다리는 거다. 그것이 사냥이다.
“….”
그것을 가르친 건 아버지였다. 너는 타고난 사냥꾼이라고 기뻐하며 칭찬하고, 자신의 뒤를 이을 아들이라며 다른 자식보다 사랑하셨다. 뒤늦게 그게 잘못이었다고 하면 무책임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그의 우상이었는데, 늙어 죽음에 이르자 평범한 남자가 되어 버렸다. 사냥꾼이 아니게 되었다.
‘아버지, 당신은 내가 불행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다릅니다.’
행복이 뭔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루고 싶은 일이 있고, 그것을 이루며 희열을 누린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 아닌가.
거스는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 완성된다. 조금만 인내하면, 조금만 기다리면 오랫동안 고대하던 순간이 온다. 그렇게 온몸이 말하며 웃고 있었다.
‘이게 행복한 게 아닙니까, 아버지. 당신이 틀렸어요.’
게다가 그에게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것을 가르칠 제자가 있었다. 모든 것을 가르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한 사람의 사냥꾼이 될 토대는 마련했다.
그 남자는 자신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끝까지 용서하지 않을지 몰라도, 어쨌든 자신의 사냥 기술을 계승했다.
아직 주환은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는 여전히 미숙한 사냥꾼이다.
하지만 거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것을 모두 가르쳤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중이 되면 주환도 알게 될 거다.
주환 자신이 사냥꾼으로서 완성된 것은 아니라 해도, 눈으로 익혔던 것들은 나중이 되면 반드시 그 남자의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래, 거스가 가르친 것은 반드시 훌륭한 씨앗이 되어 그 남자에게서 꽃 피게 될 것이다.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되고 싶었던 사냥꾼의 모습은 주환을 통해 완성된다. 거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 나의 삶은 완벽합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자신의 삶은 주환이 이곳에 옴으로써 완성되었다.
거스는 다시 고블린 부락에 시선을 주었다.
고블린의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동굴에서 나왔다. 다른 고블린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더 큰 것 같다. 대장의 손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곤봉이 들려 있었다.
대장이 어슬렁어슬렁, 천천히 쓰러진 놈들에게 다가갔다. 그중 한 마리를 향해 곤봉을 내리친다. 고블린의 비명소리가 허공으로 울려 퍼졌다.
하극상을 한 것으로 보이는 무리는 맞는 고블린과 같은 편인 것 같지만, 반항하지 않았다. 흥분해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거나 금방이라도 덤빌 것처럼 움직이는 놈도 있다. 하지만 어떤 놈도 대장에게 덤비지는 못했다.
대장 고블린은 한 마리 만을 집요하게 때렸다. 완전히 얼굴이 짓이겨져 축 늘어진 뒤에야 매질을 멈췄다.
대장이 들고 있던 곤봉을 버리고, 인간에게서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검을 들었다.
하극상 무리에게 위협하듯 으르렁거리며 화를 내자, 오십여 마리 되는 고블린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부락의 다른 고블린들이 하극상 무리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하극상 무리는 점점 뒤로 밀려나다, 결국 무리에서 쫓겨나듯 부락을 떠났다.
거스는 하극상 무리가 가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너무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거리를 두고 가끔 흔적을 확인하면서, 거스는 조용히 놈들의 뒤를 쫓았다.
고블린은 원시적인 형태의 생활을 하지만, 자신들만의 말도 있고 나름대로의 전략도 세운다. 당연히 놈들은 여자가 있는 마을의 위치도 알고 있었다.
‘역시 이 길은.’
주환이 사는 오두막은 마을로 가는 길목에 있지만, 마을로 가는 다른 방향의 길도 있다. 고블린 무리는 오두막을 거치지 않는 길로 가고 있었다.
거스는 허리춤에 두었던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는 밀랍으로 단단히 봉한 작은 상자가 있었다. 안에는 사향 사슴의 몸에서 떼어내 말린 가루가 들어있었다.
이 산에는 몇 대 전의 영주가 먼 이국에서 들여왔다는 사슴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사향 사슴이라고 하는 건데, 수컷은 독특한 냄새를 내 암컷을 유혹한다. 그 냄새가 정력에 좋다 하여 귀족들 사이에서 한때 사향 가루라는 것이 유행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육에 실패해, 들여온 사슴 대부분이 죽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없다고 하는데, 거스는 우연히 그 사슴을 발견했다. 발정한 고블린이 미친 듯이 사향 사슴을 쫓고 있었다.
사향이 고블린을 유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거스는 오랫동안 그 사슴을 찾아 헤맸다. 결국 몇 년 전에 그는 원하는 대로 사슴을 잡아 가루를 얻을 수 있었다. 아주 조금, 정말 미량만을 얻었을 뿐이지만 충분할 것이다.
거스는 하극상 고블린들을 유인하기 위해 밀랍으로 봉인된 상자를 열었다.
가루는 몇 개의 작은 천 주머니에 미세한 양으로 나뉘어 들어가 있다. 가루가 들어있다기보다는 그저 살짝 묻힌 정도라 할 만큼 적은 양이었다.
그중 하나를 꺼내 바람이 흩어지는 방향으로 살살 흔든다.
멀리에 있던 고블린 중 한 마리가 움찔하는 것 같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사방을 향해 두리번 두리번거린다.
거스의 얼굴이 미소가 걸렸다. 역시, 효과가 있다.
한 놈이 반응하자마자 다른 놈도 냄새를 맡은 것 같다. 하극상 무리가 소란스러워졌다.
거스는 천주머니를 몇몇 나무에 문지른 뒤 다시 상자에 넣었다.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 오두막이 있는 방향으로 달린다. 달리면서 군데군데 나무에 가루의 향을 묻혔다. 고블린이 너무 빨리 쫓아오지 않도록, 거리를 떨어뜨려서 조금씩만 향을 남긴다.
고블린은 거스의 의도대로 오두막집을 향해 곧바로 달려갔다.
***
주환은 한숨을 쉬었다.
여전히 손끝에서 나오는 불은 라이터 정도로 작다. 뭔가를 태울 때에도 큰불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토끼 정도의 크기라면 순식간에 태울 수 있지만 물건이 더 커지면 어렵다. 처음 늑대를 만났을 때처럼 커다란 불은 아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살아있는 생물은 쉽게 죽이지 못하는 것 같다. 딱 한 번, 토끼를 잡았을 때 실험해봤는데 쉽게 죽지 않았다.
몸의 일부분에는 불이 붙지만 전체로 가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한 느낌이었다. 아니면 시간을 더 소모해야 하던가.
결국 반쯤 타던 토끼는 주환이 직접 칼로 숨통을 끊었다. 고통을 주어 미안했지만 필요한 일이라는 말로 자신을 납득시켰다.
이전에 토끼의 손발을 쏘아 죽일 때의 망설임과 충격이 마치 거짓말 같다. 거스가 시켰던 그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마 주환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살면서 한참 뒤에는 거스의 뜻을 아는 날이 오려나.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동물을 죽이고 활용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적어졌다. 매일 토끼를 잡고 또 죽이는 과정에 그때의 경험이 녹아들면서, 점점 감각이 무뎌져가는 것 같다.
“….”
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토끼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혐오감은 희미해져 있었다.
‘역시, 변했어.’
마음에 한 겹 아스팔트를 깔아놓은 느낌이었다. 강물이 그 자리에 머물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도 변해간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주환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매일 올무를 확인하면서, 그는 집 주변의 산을 확인했다. 오늘도 주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괜찮아. 늑대도, 위험한 동물도 없다.
하지만 뿔토끼 같은 마수가 있는 산이다. 뭐가 나타날지 모른다. 항상 경계해야 한다.
게다가 산이라는 게 워낙 범위가 넓기 때문에 주변을 돈다고는 해도 완벽하지 않았다. 군데군데 확인하지 못하고 빠지는 곳이 생긴다. 그것도 여럿. 어쩌면 이렇게 큰산에서는 집을 중심으로 한 바퀴 완벽하게 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조금 다른 길로 가볼까.’
아직 시간이 있다. 조금 익숙해진 덕분에, 평상시 도는 길을 모두 확인했는데도 아직 점심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주환은 바닥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를 한 개 들었다. 손바닥만 하게 툭 잘라, 걸으면서 그 안에 마력을 담았다.
태우려는 게 아니다. 그 나뭇가지에 불이 머물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나무 일부분에 불이 붙어 있게 할 수 있다면 활용도는 더욱 높아진다. 지금 생각나는 건 불화살 정도뿐이지만, 뭔가 더 다른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마력을 담고 불을 일으키는 순간 홀랑 타버렸다. 작은 나무에 담기에는 그의 힘이 너무 강한 것 같다.
‘하아.’
알고 있었다. 인생사, 쉬운 게 없는 법이지.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 불 마법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조금씩 능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려나.
겉으로 볼 때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도 느낌이 다르다. 자신이 느끼는 한도 내에서는 조금씩 적은 마력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한 번에 타버릴 만큼 강하지만.
주환은 한숨을 쉰 뒤에 다시 새로운 나뭇가지에 힘을 담았다. 또 타버렸다. 다시 한번 숨을 길게 쉬었다.
‘밥을 조금 굶은 뒤에 하면 가능할까.’
마력을 담은 불은 그의 손안에 있을 때는 뜨겁지 않다. 하지만 손에서 떠나면 여느 다른 불처럼 뜨거워 자신도 손을 댈 수 없다. 몸에 닿아 있을 때는 마력이 연결되어 있어 그런가.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주환은 빨간 불덩이가 된 나뭇가지가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 바닥에 버리고, 또다시 새로운 나뭇가지를 들었다.
지금 당장은 이게 별것 아니라도 반드시 훈련해두어야 할 일이다.
주먹질도 그렇지만, 뭐든 적당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잘못하면 초반에 너무 힘을 쓰는 바람에 마지막 순간 죽을 쑤게 될 것이다.
아직 그런 위험에 닥친 적은 없지만 앞일이라는 건 모르는 법이다. 건강하던 사람도 내일 당장 사고로 죽을 수 있는 것처럼, 위험은 언제 와도 벼락처럼 인생에 내리꽂힌다.
‘그런 거, 몇 번이나 겪어왔으니까.’
언젠가는 무수히 많은 적과 만날 수도, 자신보다 강한 뭔가와 맞닥뜨릴 수도 있다. 자신 혼자라면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리지와 도로시가 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로 질 수 없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안 되는 걸까.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마음을 누르면서, 주환은 다시 나뭇가지에 마력을 담았다. 또 실패다. 그래도 또 한다.
다음에는 정말로 몇 끼 정도 굶은 뒤에 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문득, 아빠 불쌍해, 라는 도로시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
평상시에 다니지 않던 길로 접어들어 조금 더 갔을 때였다. 뭔가가 덤불 속에서 훌쩍 튀어나왔다.
“!”
노루다. 한국의 고라니보다 약간 큰 것 같다. 거스와 다닐 때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밑에까지 내려와 돌아다니는구나. 깜짝 놀랐다.
녀석도 놀랐는지 동그란 눈을 하고 풀쩍풀쩍 숲으로 뛰어갔다.
“아.”
뒤늦게 놈을 잡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저 정도면 늑대보다 먹을 게 많았을 텐데. 한발 늦게 화살을 잡았지만 이미 노루의 모습은 숲 저편으로 사라진 뒤였다.
쳇, 다음에는 놓치지 않는다.
주환은 혀를 차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낯선 발자국을 발견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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